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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4.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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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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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글자
12쪽

내추럴 본 : 인민군복으로 1

DUMMY

물론 지역대장은 여전히 오중사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고, 정면으로 응대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이제 우리 팀 팀장은 오중사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지역대장은 오중사를 하나의 훌륭하고 무서운 지역대 병기라고 생각했다. 무서웠지만 지역대원들은 한 다섯 명이 추가로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지역대장이나 중대장들도 그가 다루기는 까다롭지만 뭘 시켜도 할 사람이란 걸 안다. 어떤 어렵고 잔인한 일을 시켜도 해내는 사람. 그를 이해시키고, 말을 들을 대상이 자기임을 진심으로 오중사에게 입증하고, 오중사가 자기 인간관계라고 생각하면 그는 무엇이든 한다.


그는 우리에게도 무섭고 적에게도 무서울 사람이다. 어쩌면 세상 모두에게 무서운 사람이다. 정말 인상이 험악하고 포악하고 그래서 무섭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는 차분하게 바라보다 ‘아니다’ 생각하면 즉각 반응 행동한다. 항상 도화선이 타고 있는 사람 같다. 그에게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눈은 넓지 않고 하나의 작은 광선 빔 정도다. 본부팀 원사님에게 물어보면 원래 전입 때부터 그랬다고 한다. 난 그러한 종류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오중사 이전에 몰랐다.


재보급이 끝난 당시, 지역대장은 사령부 공격을 고심하다, 과거와는 다른 색다른 결정을 내렸다. 아무리 그래도 적 숫자와 경계가 삼엄할 것으로 보고, 은밀공격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작전에서 다시 한 번 큰 격전을 치르면 이제 지역대 전력은 크게 저하될 게 분명했다. 적에게 큰 타격을 입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대가 건제답게 유지하면서 생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역대장은 생각한 것이다.


당시 모든 여단 대대 지역대 작전 컨셉은 적 주요 목표와 시설에 대한 강력한 타격/기습작전이었다. 물론 일정한 피해가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것이었는데, 이 사령부 기습은, 말이 기습이지 지역대장의 전술은 암살작전에 가까웠다.


일단 정찰조를 보내 3일간 주야로 목표를 정찰한 뒤에, 그 정찰/관측내용을 듣고 마지막으로 생각을 굳혔다. 지역대장은 어두운 수풀에 지역대원들을 모아놓고 작전을 설명했다.


“이번 작전 우리 목표는 적 상급 지휘관 제거다. 사령부 파괴가 아니다. 우리 전력 화력으로 어렵다. 사령부란 게 그저 건물 정도인데 거기 불 지를 것도 아니고, 보급시설 같은 거대한 폭발이 일어날 것도 아니다. 해서 난 이렇게 결정지었다. 그 안에 딱 다섯 명만 들어간다. 나머지는 담장구역 침투섹터에서 엄호경계하며, 작전 후 나오는 다섯 명에 대한 퇴로를 확보한다."


"다섯 명이 위급해서 유성총 총을 쏘지 않는 이상 밖에서 우리도 쏘지 않는다. 조용히 갔다가 조용히 퇴출하는 거다. 결과는 놈들이 아침에 알게 된다. 다섯 명은 은밀히 잠입해 최대 두 시간 동안 K-7과 무성무기만 사용해 군관급 이상, 위관보다 소좌에서 대좌, 별자리 소장 이상으로 한다. (북한군은 준장이 없다. 소장이 별 하나.) 무성처리 대상 숫자는 없고 시간만 정한다."


"한 시간 이후 위급하면 조장 판단 긴급퇴출하도록 한다. 대대장에게 보고하면 승인할 거라고 본다. 그리고... 이 다섯 침투조 조장은, 음, 오중사 아니면 김대위가 했으면 좋겠다. 먼저 물어보려고 했는데 대원들 앞에서 그냥 말해 미안하다. 오중사는 아직 넘어온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이번 작전에서 엄호조로 들어가도 상관은 없다. 이해한다.”


“지역댐.”

“어, 담당관.”

“담당관 아임다. 전 보직해임 된 처지죠.”

“그게 뭐 여기서 무슨 상관이야. 실질적으로...”

“3중대장은 팀장임다. 제가 하께요.”

“오중사도 실질적으로 팀장 아닌가.”


“아니죠. 김대위님은 지역대 서열 두 번째로, 일단 지켜야할 부지휘관입니다. 지역댐에게 이런 말 하면 뭐하지만. 지역댐 유고시 김대위님이죠.”


“미안할 거 없어. 내 부하들이 뭐 계급 때문에 전사했나?”

“내가 할게요.”

“괜찮겠나?”

“에.”

“여기 적응은 된 거야?”


난 그때 처음으로 오중사님 입이 완전히 벌어지는 너털웃음을 보았다.

“적응예?................ 허허허.”


난 알고 있었다. 모든 사람의 추측과 아주 똑같았다. 오중사는 적어도 기억나는 유년부터 지금까지 항상 살얼음판 전쟁과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약간 추가한다.


그날 저녁, 지역대장은 부임 후 처음으로, 부대도 아닌 북한 땅 작은 나무 밑에서 오중사를 개인적으로 불러 면담을 했다. 난 멀리서 지켜봤는데 지역대장은 평소답지 않게 조용하고 오랫동안 내추럴 본과 대화를 나눴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했고 둘은 마지막에 악수하고 야전 면담을 끝냈다. 그래도 내추럴 본에 대한 상당한 전문가로 자처하는 내 입장에서, 둘의 어떤 기운이 섞이는 걸 느꼈다. 그건 오중사님, 내추럴 본이 상대를 믿었다는 뜻이 된다. 그거 원래 드문 일이다. 내추럴 본이 날 자기 인간관계로 보는 데만 1년이 걸렸다. 그 1년, 정말 감정 없는 외계인과 동거하는 기분이었다.


나는 이때, 이 야간 은밀작전이 어쩌면 오중사님을 염두에 두고 지역대장이 결정한 거라는 의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냥 내 느낌이다. 한마디로 그건 대담한 놈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것이 지역대장이 과거 일에 대한 앙갚음을 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지역대장님은 다섯 명 작전조 구성을 내추럴 본에게 맡겼다. 그리고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나도 그 안에 들어가 있었다.


“실라?”

“... 제 뒤를 봐주시기로 하셨잖습니까...”

“니가 내더러 개시했냐고 물을 때 알아봤다. 칼 쓰제?”


사람들이 이런 암살에 가까운 작전을 했다고, 정정당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할 거다. 그러나 전쟁에서 정정당당한 것도 있나? 정정당당했던 건 아주 오래 전이다. 삼국지에서도 상대 머리를 제거하려고 온갖 수작을 부렸고, 산업혁명 이후 느닷없이 빨리 많이 단번에 죽이기 위해 모든 과학자들을 동원했다. 병기 사거리를 늘려 아닌 밤중에 불벼락을 주고, 저격으로 멋진 풍경 바라보던 사람 난데없이 죽이고, 네이팜으로 싸그리 불태워 죽이고, 폭탄으로 인간 형체를 먼지로 만들며. 장거리 포탄으로 잠자던 사람 팔다리가 잘린다. 그리고 집대성, 핵무기를 개발한다.


한 번에 싸그리 완전히 아주 아작을 내버리자고요! 가루로 만들어 빙고 비바 살루트 할렐루야! 어떤가? 칼을 쓰는 게 여전히 비인간적이고 잔인한가? 그건 전쟁이 아닌 평시 우리 일상에서 잔인한 수준이다.


전장에서 적 지휘관을 고의적인 목표로 제거하는 것은 모든 현대전에서 쌍심지를 켜고 서로 노리던 것이다. 태평양전쟁 중 미군은 통신 감청으로 야마모토 제독의 항공 이동 정보를 취득해, 전투기 항공매복으로 타고 가던 항공기를 격추시켜 제독을 제거했다. 그걸 우리가 치사하다고 생각하나? 멋진 정보전이라고 생각한다.


난 어차피 이승 사람도 아니고, 이야기 앞뒤가 맞고 그런 거 관심 없다. 작전에 들어가기 전에 내추럴 본을 설명하고 싶지만, 어떤 단서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앞서 추가하겠다고 말한 걸 해보겠다. 조금 설명 비슷한 거라도 해야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그런 불안감이 든다.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더 이상한 문제가 있었다. 내가 그를 닮아간다는 것. 은연중에 그의 방식을 추종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그는 강자였다. 누가 쉽게 누구에게 강자라고 말하겠는가. 하지만 남자들은 다 강자가 되고 싶다. 그런 게 내 마음 속에서 어디 걸렸나보다.


그곳에 어떤 군관들이 있을지 몰랐지만, 장성 한 명을 제거할 수 있다면 작전성공이라 생각했다. 이날 우리 위장은 극한을 달렸다. 치아조차 보이지 않으려고 먹칠한 얼굴에 버프를 쓴 대원도 있었고, 눈동자 흰자와 치아를 빼면 아무 것도 안 보이는 위장을 해가 지기 전에 서로 확인하며 완성했다. 소리 나는 모든 걸 제거하고 꼼꼼하게 조였다. 모처럼 타격이 아니라서 마음도 가벼웠다. 철조망 안쪽 침투공격조 중 세 명은 북한군복 갈아입고 AK로 무장해 착검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역대원들, 특히 졸병들은 북한군복 입는 걸 좋아했다.


어떤 카타르시스가 있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그거 입으면 어떤 안도감도 든다. 사실 북한 군복 우리 군복보다 졸라 편하다. 품도 넓고. 북한군들은 원래 전시 원칙이 그런지 우리들 때문인지 야간경계 때 AK에 착검하고 있었고, 우리도 그렇게 했다. 만약 상대가 순간 방심한 때라면 그냥 수평으로 총을 훅 밀어버리면 무성무기가 된다. 총검으로 찌르면 빼기도 쉽고, 우리 것보다 조금 길어서, 힘껏 찌르면 거의 몸을 관통하는 수준까지 된다. 상대가 찔리는 걸 알고 잔뜩 힘을 준 몸에 들어가면 근육과 내장이 응축되고 휘감아서인지 잘 안 빠진다. 총검 상태면 이후가 수월하다.


그렇지 않아도 은밀을 요구하는 이 작전에서 침투공격조는 대검을 필수로 점검했다. 내추럴 본은 자신의 숫돌로 내 대검 날을 다듬어 주었다. 본은 내가 못 보던 걸 또 선보였다. 그 서바이벌 나이프 손잡이에 가죽 끈이 감겨 있었는데 그걸 풀어서 한 뼘 정도 원형 루프를 만들었다. 뭘 하나 했더니 그 가죽 끈 루프에 손목을 넣고 한번 돌려 나이프를 잡는다. 칼을 안 놓치게 된다. 왜 그렇게 하는지 나도 몰랐다.


내추럴 본은 산을 내려가기 한 시간 전에 우리 넷을 모아 작전에 대한 토의도 하고 자세한 부분을 논의도 했다.


“다 경험은 있지? 마지막 하나는 내도 몬 해본 건데, 해야 할지 모른다. 목을 긋는 거와 쇄골 사이 내리 찌르는 거. 상대 목소리 때문이다. 목살에서 성대까지 내 생각에 한 두께 2cm에서 그렇게 두껍지 않다. 금방 나간다. 대신 두 가지만 기억해. 빨리 소리를 차단하려면 과감하고 길게 넓게 그어라. 과감하고 신속하게. 그어진 순간 폐로 갈 공기는 허공으로 빠지고, 상대 뇌로 가는 산소는 1/4 이하로 뚝 떨어져 멍해진다. 긋기 전에 날이 어느 쪽인가 꼭 확인해라. 특공무술 시범 아니니까. 앞에서 그을 거면 이렇게, 정상그립에서 손을 좌로 틀어 수평으로, 뒤에서 그을 거면 왼팔로 얼굴 감고 - 칼을 주먹 아래로 바꿔 쥐어 긋는다. 뒤에서 하는데 만약 정상인 그립에서 바로 긋고 싶으면 손아귀 안에서 내 쪽으로 날만 돌려.”


그걸 내추럴 본은 수십 번 연습시켰다. 처음에는 아주 느리게 시작해서 좀 더 빠르게. 본은 의지 다지자. 열심히 하자. 적을 없애자. 그런 말 없다.


“최대한 살상 소음과 상대 소음을 없애려면 2인 1조로 생각해야 한다. K-7을 적중시켜고 급격한 행동을 할 기미가 보이면 다른 사람이 재빨리 가서 2차 공격으로 절명시켜. 정하사와 나도 거리 가까우면 K-7으로 머리를 쏜다.”


그리고 마지막 말.

“힘든 사람은, 찌르고 얼굴 보지 마. 얼굴 보고 찌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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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불신의 벌판 1 20.10.27 565 19 12쪽
119 해파리의 유령 2 20.10.26 393 21 11쪽
118 해파리의 유령 1 20.10.25 406 23 11쪽
117 해파리 three (2) 20.10.24 382 18 11쪽
116 해파리 three (1) 20.10.23 418 21 12쪽
115 해파리 넘버 Two (2) 20.10.22 428 21 13쪽
114 해파리 넘버 Two (1) 20.10.21 468 21 11쪽
113 내추럴 본 : 종결 2 +2 20.10.20 469 26 13쪽
112 내추럴 본 : 종결 1 20.10.19 459 25 12쪽
111 내추럴 본 : 인민군복으로 2 20.10.18 448 23 12쪽
» 내추럴 본 : 인민군복으로 1 20.10.17 525 26 12쪽
109 마천령 산맥 2 20.10.16 440 23 11쪽
108 마천령 산맥 1 20.10.15 537 21 11쪽
107 블랙홀 속으로 : Baseball sign 20.10.14 485 2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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