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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B

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4.29 12: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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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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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마지막 개구리뜀

DUMMY

시리다. 그날을 생각하면 못내 쓰리다. 내 마음을 음악으로 표현하면 비발디 사계 중 겨울 2악장. 추모곡 같기도 한 바이올린은 날 침묵시키고 죄책감에 오싹하고 시리다. 곡이 끝나면 내 마음속 음향 플레이어에서 다음 곡으로 이어진다. 올드 랭 싸인. 그리고 곡은 마지막이 아니라 계속 반복해 울리게 된다. 마지막 연주가 들릴 줄 알았다. 날 위한 연주가 올 줄 말이다.


Auld Lang Syne

내 진실한 친구여

나에게 손을 주게

아직 잔을 들 수 있다네


창으로 머리가 하나 등장, 위장모를 뒤로 젖힌 시커먼 중대장이 턱을 든다. ‘아직?’ 중대장이 검지와 중지를 밑으로 내려 빠르게 교차한다.


‘퇴출. 퇴출.’


난 손가락 하나를 들었다. 뇌관 꼽고 C4 끝을 눌러 뇌관이 안 빠지도록 고정.


“쯔 쯔.”


고개를 돌리니 싸수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차, 회로가 틀렸다. 대상물이 세 군데로 떨어져 있어 한 쪽을 개구리뜀(회로)으로 구성했는데, 하나 건너뛰는 걸 까먹었다. 재빨리 빼서 회로에 맞게 꼽는다. 사수가 고개를 끄덕이고 마지막 작업. 직병렬 혼합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점화기로 전류가 모자라지 않나 의문이 든다. 그것도 내 의견으로 전류를 아끼고자 병렬을 섞었다. 모두 직렬로 연결하면 부하가 끝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막힐까 불안하다. 막힌다?... 불발! 다중 뇌관일 경우 각 뇌관의 폭발 간격 25/1000초. 만약 부하가 일시에 막혀 뇌관들을 작렬하지 못하면 눌러도 사방 고요만 흐른다. 좆되는 거다.


넘어와서 두 번째 실폭. 대가리가 빠가 난 걸 여기 와서 알았다. 비전기식 뇌관을 꼽을 수 있지만, 내 몸뚱이가 충분히 피할 도화선 길이가 없다. 비전기식을 이중으로 할, 설치자의 안전을 이격할 도화선을 너무 적게 챙겼다. 작전군장검사 그 복잡한 와중에 사수 생각이 짧았다. 너무 복잡하고 무겁게 꾸려서 점프할 때 허리 끊어지는 줄 알았다.


도전선도 문제다. 파운드가 이렇게 많아질 때 무척 긴 도전선이 든다는 걸 알면서도 지나쳤다. 유선전화 가설 롤 같은 도전선을 거의 다 풀어도 안전거리가 부족하지만, 씨바 이 도전선도 엄밀히 말해서 미세한 저항(R)인데 점화기 전류가 충분히 쏴줄지 불안해 죽겠다. 내 생각에 너무 많이 물렸다. 점화기 정격 fuse(뇌관) 개수와 비슷하지만 불안하다. 격발 실패했다고 어떻게 여길 다시 들어오나. K-7 맞아 뒤진 걸 한 시간 안에 누가 봐도 본다. 비전기식 이중으로 꼽고 존나게 뛰어서 안전하게 터진다고 해도, 회로 불럭이 세 개, 모두 유폭이 안 돼 완파를 조질 수 있다.


이렇게 많은 폭약을 실폭으로 연결한 건 처음이다. 여단의 콘크리트 6면체 실폭장에서 해봤자 4-5파운드. 이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모르겠다. 공병학교에서 운 좋게 유효기간이 물린 대전차지뢰를 여러 개 터트려 봤고, 아마도 그 다섯 배는 넘지 않을까 예상한다. 플라스틱 폭약에 비해 지뢰는 압축 고형폭약이니까.


스윽... 이번엔 담당관이 통통한 머리를 디민다. 입술만 움직이는데 욕을 랩으로 뱉는다. 전 세계 군대 담당관 중에서 성격 차분한 사람은 몇 %일까. 달리는 말에 상습적으로 채찍질하는 기수 같다. 이겨도 말에서 내리자마자 다음 경기 생각하는 부류.


끝!

사수가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두리번거린다. 도전선 끌고 가다 뇌관이나 전선들 쁘라찌(전기결속)가 안 빠지도록 지지대 결속! 내가 기계실 구석에 수직 파이프를 지시하자 사수가 끄덕이고 손가락을 돌리며 빨리 감으라 한다. 다가가 보니, 이런 씨, 도전선 롤이 들어갈 공간이 없다. 결국 고등산악 로프 U-자 뒤집기 옭매듭으로 결속해서 한번 살살 톡! 톡! (도전선 단락 날라...) 당겨보고 OK!


마지막으로 안에 들어가 결속 상태를 본 사수가 뛰어나오고,

난 드디어 롤을 푼다. GO GO!


드디어 이 무겁운 롤을 버린다. 신난다. 사수도 이제 폭파가방 버리고 뇌관통과 폭파집개 정도만 챙기면 된다. 없다. 폭약 아도 쳤다. 손 털었다. 이제 노획 밖에 없다. 말이 전장 급조폭약 제조. 화학공장이라도 있어? 사포로 긁어낼 알루미늄 창틀도 없다.


걷다가 나도 모르게 반 구보, 롤은 풀리고, 사수가 나무를 치며 ‘한번 안전으로 감을까?’ 물었지만 난 거부했다. 전선 모자라요. 짧아. 대구빡에 짱돌 파편 맞고 죽습니까?


반 구보로 존나 풀면서 가는데 또, 사수가 푹! 민다.

뭐야 바빠 죽겠는데...

‘어?...’

K-7 맞은 인민군복이 물컹 누워 있다.

‘에이 씨... 모텔에 내가 좋아하는 애가 저렇게 누워 있어야지.’


저 멀리 희미한 산길에서 손가락장갑 낀 손이 오라고 존나게 흔든다. 벌써 후미경계가 다가와 내 등을 민다. 니미 후미경계가 벌써 토꼈어.

가. 가. 빨리 가.


사수가 내 눈을 보고 미간을 든다.

‘이상 없지? 없겠지?’

‘제가 어찌 압니까. 하던 대로 했습니다.’


점화기 든 사수를 모두 바라본다. 지난번 경험이 있지만, 모두의 눈길이 ‘설마? 불발데스네?’ 행복을 바라는 불행한 미소들의 눈이 점화기로 쏠린다. 다시 내려갈 수 없다. 죽자는 얘기다.


나와 사수 빼고 모두 경사면에 몸을 구부려 귀를 막는다. 오랜만에 떠오른다. ‘폭발 시 복부를 땅에서 띄워! 폭발 충격으로 내장탕 된다!’ 지난 번 폭파 때 중대장이 폭파를 바라보다 청력에 문제가 생겨 아직도 완전하지 않다. 산에서 청력 죽으면 정말 위험하다. 중대장이 귀가 안 돌아와 필요 이상의 볼륨을 낼 때 간이 철렁한다.


날 보고 턱을 드는 사수. Ready!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가십쇼...

사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의 입을 연다.


폭파... 폭파... 폭파!


내가 사수라는 사람의 존재를 뭉클하게 보는 순간. 점화기 녹색 램프가 지옥을 선사한다. 나도 모르게 움츠렸다. 온다. 와. ‘어 어 어 어... ’


충격. 어... 지층이 밀린다. 내 몸이 뒤로 벌렁 까진다. 뜨억 막혔던 내 호흡이 뚫리면서 순간이 지나고, 엎드려 있던 사람들이 후다다닥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수, 왜?’


사수는 수기도 없이 행동으로 한다. 폭파집개를 꺼내더니 밑으로 뛰어간다. 나중에 혹 폭파할 일을 위해서 도전선을 좀 챙기겠다는 거다. 저럴 필요 있나?


폭발에 멍해서 착각했다. 들리는 소리가 쿵 쿵 쿵쿵 폭발의 이명 조각이라 생각했다. 누가 내 등을 퍽! 친다. 어? 사격, 사격이다. 저 밑에서 쏘고 있다. 난 손가락을 사수가 내려간 방향으로 흔들었다.


‘사수가 내려갔다고!’


그때였다. 펑. 펑. 펑. 플래시가 터지고 충격이 온다.


옆에서 누가 방아쇠를 당겼다 이런. 고개를 돌리니 담당관이 누군가의 총열덮개를 잡고 제지한다.


고개를 돌리니 사수 올라오는 게 보인다. 그걸 보자 모두 서로를 툭 툭 툭 터치! 시작. 달려. 사수 기다리는데 또 퍽 친다. 난 사수에게 빨리 오라고 손을 수전증처럼 흔들었다. 사수가 알아듣고 빨리 가! 손을 산으로 뻗는다.


GO.


앞에서 뛰기 시작한다. 지난 작전 이후로 모두 총끈을 제거하고 총끈 고리를 청 테이프로 고정했다. 덜그럭거리는 주범.


휙휙 지나간다. 몸무게가 없다. 살려고 도망갈 때는 헐떡이는 숨 따위 관심 아니다. 등 뒤에서 총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그래도 눈 먼 총알이 날아와 내 등을 때릴 것 같다. 등이 간질간질 미치겠다. GO. GO. 능선 등성이 같은 거라도 일단 넘어! 그래야 찝찝한 총알 아토피가 사라진다. 자동으로 긁는 건지 다라라라 기관총 같은 소리. 우리 달리기 열에 떨어지는 건 없다.


어둠. 컴컴한 가운데 나무와 풀 미세한 회색의 빠른 전환. 훅훅 사라지는 앞사람. 후련하다. 이제 군장에 폭약 1파운드 밖에 없다. 계산상 남아서 불쏘시개로 남긴 C4 한 개. 사람들은 콤포지션 C계열 4번만 기억하지. 제4형복합폭발물질. 콤포지션 A-B-C 계열 중 물렁물렁해서 플라스틱 폭약이라 부르는 C계열 4번. 1-2-3번은 주로 포탄 고폭탄 탄두로, C-2를 가끔 성형으로 쓰는 곳도 있지. 하지만 이 모든 것의 Load of military explosion은 RDX(헥사겐) 폭약. RDX만 있으면 급조 뇌관도 만들 수 있다. 이제 C4 두부를 죄다 털었다. 우리 팀 군장을 블랙홀로 만든 주범.


헥사겐은 유럽에서 처음 발명됐는데, 기술이전을 받지 못한 미국은 수도 없이 공을 들여 만드는 데 성공한다. 대한민국은 RDX를 1984년 만드는 데 성공했고, 북한은 1989년 성공했다. 핵무기에도 이 RDX 아니면 RDX에 버금가는 최고성능 기초폭약이 필요하다. 이 고성능 폭약이 핵분열의 시초가 되는 1차 폭발로 원자의 구조를 완전히 아작을 내야 다음 단계로 간다. 군용폭약은 이 RDX에 밀가루 비슷한 완충물을 섞어 둔감하도록 버무린 것에 불과하다.


특수전 통합강의 일반폭파에서, 조교가 소이수류탄을 삼발이에 세워 철판에 대고 작렬! 그 용접기처럼 하얗게 로켓처럼 치익~~~~~~ 분사하는 소이 불꽃, 그리고 에쎄 담배보다 얇은 전기식 뇌관 위에 구형 철모를 덮어 작렬!! 꽝!!! 수직으로 5미터 이상 치솟는 철모...


난 바랐다. 주특기 폭파가 떨어지길. 주특기 발표 날 나는 환호했고 1파운드 실폭 날 즐거웠으며 특수폭파 급조폭약은 대학에 온 기분이었다. 거기다 여단에 와서 단 한 대도 때리지 않는 폭파 싸수를 만났다. 나 때문에 지역대 폭파교관에게 허벌나게 털리고 와서도 방긋 웃으며 지독한 사투리로 ‘우리 쫏쑤, 긴장하고 그라모 근강에 안 주아... 다~ 잘 된다... 다 잘~ 된다...’ 주특기도 아닌 일로 큰 실수를 했을 때 싸수가 개터지고 돌아와서도 티를 안 낸다. ‘우리 쫏쑤. 된다. 하다보메 된다. 극정을 마라.’


싸수와 함께 20층 짜리 건물 주저앉히는 발파해체를 해보고 싶다. 2인조로 사회 자격증을 따는 거야! 특히 도미노처럼 건물이 붕괴되는 점진붕괴공법. 빡시게 계산하고, 획일화된 군대 뇌관이 아닌 - 지연시간이 다른 뇌관들을 섞어서 기다란 공장 건물을 우루루루 도미노로 넘기는 거. 생각만 해도 햐!!! 그런 대규모 구조물은 폭약으로 무너트리는 게 아니다. 중력으로 붕괴시키는 거다. 폭약은 구조물이 못 버틸 쐬기 같은 곳을 조져서 중력에 굴복시키는 것! 전폭기들이 접근 못하는 그런 곳! 오늘 같은 이런 거 말고! 대동강에 걸린 교량을 강물에 쳐 발라버리고 싶다.


드디어 앞에 흑색이 사라지고 별이 보인다. 능선 넘어서기 직전. 총알이 내 살을 때릴 것 같은 간질거림도 사라진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저길 넘어서!


드디어 넘어선다. 그러자 앞사람이 커진다. 섰다.

하얀 이빨 보이며 숨 고르는 중대장.

‘방향 정치.’


우리의 숙달된 대화 기법. 숨 헐떡이며 머리를 모으고 성대를 조이며 속삭인다.


“야... 마구잡이로 쏘는 데다 응사하면 어떻게!”

“죄송함다... 옆에 탄이 때리길래 조준하는 줄 알고...”

“이 밤에, 우릴 보고 쏜다고 해도 총구화염을 왜 노출시켜.”

“넌 마 조심해... 엔간해선 아냐.”

“예.”


중대장이 둘러본다.

“GO-!"


“잠깐.”

누군가 목소리 좀 컸다.

모두 뒤돌아본다. 어?

어... 없어. 한 명이 없어.

지난 번 경험이 떠오른다.


중대장이 ‘대기!’ 수기를 하고, 나와 담당관을 찍었다.

우리 셋은 다시 밑으로 뛴다...


‘아... 아... 설마...’


다시 총소리가 가까워진다.


멈췄다. 금방 알아봤다.

로프 회수하는 것처럼 어깨에 둘둘 말린 도전선.


돈다. 화가 난다. 적개심 같은 게 아니다. 그냥 화가 난다. 화가 난 대상이 불분명하다. 어쩌면 화도 아니다. 분노. 당황. 증오... 지금 당장, 산만한 곰이 와도 바로 대검 들고 달려든다! 해버릴 수 있다! 아조 난도를 하겠다! 이런 개 씨부랄. 내장이 모두 사라져 텅텅 비고 내 몸무게가 사라졌다. 내 손이 사수 목 옆을 더듬어 자리를 짚는다.


“맥박은 있습니다.”

담당관이 손을 대고 고개를 젓는다.

“내가 의무야... 이거 꺼져가는 거야.”


‘그래도 마지막 얼굴은 봤구나.’


지난 번 작전, 재집결지 도착해서 알았다. 두 명이 안 온다. 1차에서 5분, 2차에서 10분, 오지 않았다. 소총 권총손잡이 속에 담배를 넣고 폐가 찢어지듯 빨았다. 눈빛 번뜩이는 중대장 결정 GO! 다시 은거지로 뛰어가 이동준비 하고 주변에 매복처럼 깔고 대기. 고요하고 산들바람만, 아군도 적군도 오지 않았다. 인기척 동물기척 아무도 것도 없었다. 우리가 뛰어온 시간 거리를 추측하고 - 어느 시간이 지나자 못 온다는 걸 알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더 더 기다리고 싶었다. 다쳐서 속도가 늦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한 명이 한 명을 부축하고 나타나길 바랐다. 모두 기대했다. 어느 순간 공기가 냉랭해진다. 바람 맞은 기분. 어떤 일이 지나갔음을 알았고, 그건 다시 되돌려질 것이 아니었다. 직감...은 공기 중에 있었다. 담당관이 이빨을 갈다가 땅에 침을 뱉었다.


두 사람 군장을 뿜빠이할 때, 사라진 사람의 것을 군장에 나눠 넣으면서, 우린 서로 쳐다보지 않았다. 말 없었다. 훌쩍이는 소리 없었다. 다만, 내 볼에 물방울이 타고 내린다.


지금, 흐르는 물방울은 없다. 하지만 다리가 풀린다. 털썩 주저앉는다. 믿기지가 않아. 바로 앞에 있는데 믿기지 않아. 믿을 수가 없어.


“너 신자지?”

내 입이 안 열린다.

“좋은 데 가라고 기도해. 빨랑! 가야 돼.”

“사수, 불잡니다.”

“이런 미친 개, 자식이 확 진짜. 아, 언능 야!”


중대장도 사수 얼굴을 보며 입을 연다.

“총 실탄 회수.”

“총은 어디다 묻어? 비닐 있나? 방수포나.”

난 손을 깍지로 낀다.

‘냉담자입니다. 받드소서. 이 사람을 부탁합니다. 살아서 지은 죄를 용서하시고, 불쌍한 영혼을 가련히 여기시어 그의 소원을 들어 주옵소서. 아멘.’

사수 포켓의 뇌관통과 손에 쥐고 있던 폭파집개를 챙겼다.

중대장이 마지막으로 우리 사수의 얼굴을 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GO."


입을 다물어 주었다. 곱게...

그리고 어깨의 도전선을 움켜쥐고.


다시 뛰는데, 속이 허하다. 속이 허하다. 속이.


Glory, glory, hallelujah!

Glory, glory, hallelujah!

그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네

And He ain't gonna jump no more...


이제 세상은 알루미늄 급조폭약.

어떻게든 긁어모아 다 부숴. 부숴.



"바운스비. 바운스비..."


앞사람이 길고 힘겨운 한숨을 들이마셨다 뿜는다.

“갈까...”


정막이 깨지자 나머지 둘이 시선을 돌린다. 하나는 서서 저 멀리를 보고, 하나는 아예 비탈에 누워 하늘을 보고 있다. 지쳤다. 앞사람 수염이 무거워 보인다. 누운 사람은 이빨 사이에 갈대를 쩝쩝거리며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난 엄지와 검지로 내 콧수염을 좌우로 쓰윽 쓰윽 밀며 생각에 잠긴다. 나도 지쳤다. 하지만 땅거미가 내린다.


가방. 뜨로질 15파운드. 라이터.

북한제 비전기식 뇌관 3개와 도화선.


누운 사람이 갈대를 퇘 뱉고 콧노래를 가사로 연결한다.


“I need you, I want you, I run to you~~~!”



AK를 수직으로 누르며 내 몸을 일으킨다.


“나 나 나나나 나나나 나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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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분주한 여명 속으로 1 20.11.23 372 23 15쪽
144 히포크라테스의 백로 2 20.11.21 400 22 11쪽
143 히포크라테스의 백로 1 +1 20.11.20 393 21 11쪽
142 횃불처럼 3 20.11.19 381 23 15쪽
141 횃불처럼 2 20.11.18 390 23 14쪽
140 횃불처럼 1 20.11.17 425 22 12쪽
» 마지막 개구리뜀 20.11.16 402 17 17쪽
138 복수불반 4 20.11.14 367 24 14쪽
137 복수불반 3 20.11.13 343 25 12쪽
136 복수불반 2 +4 20.11.12 365 23 11쪽
135 복수불반 1 20.11.11 432 25 12쪽
134 용미리에서 만납시다 2 20.11.10 432 21 12쪽
133 용미리에서 만납시다 1 20.11.09 426 18 13쪽
132 너희가 총력전을 아느냐 5 20.11.08 391 25 15쪽
131 너희가 총력전을 아느냐 4 20.11.07 401 18 12쪽
130 너희가 총력전을 아느냐 3 20.11.06 430 18 12쪽
129 너희가 총력전을 아느냐 2 +1 20.11.05 428 18 12쪽
128 너희가 총력전을 아느냐 1 20.11.04 526 21 11쪽
127 나의 투쟁 2 20.11.03 374 1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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