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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깎이 님의 서재입니다.

소나타빌 빈 방 있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B급깎이
작품등록일 :
2019.09.11 20:26
최근연재일 :
2019.12.30 18:0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937
추천수 :
62
글자수 :
182,121

작성
19.12.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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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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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Chapter 20: 어머나 세상에 -2

DUMMY

갬런 씨는 스칼렛 양과 함께 시골길을 따라 걸어 다니며 마주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어요. 그들 대부분은 이미 아침마다 산에 나가서 흙 범벅이 되어 정오쯤에 돌아오는 괴이한 곤충학자 갬런 피타야 에버그린과, 버터컵 호텔의 주인인 말괄량이 아가씨 스칼렛 오스틴 에버그린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지요.

“확실히 나도 여기서 오래 머물긴 한 것 같습니다. 당신을 알아보는 건 당연하지만 나까지 알아보시는군요.”

“그러게요. 사람들이 몰라봐야 더 재밌는데. 어머, 고마워.”

스칼렛 양은 갬런 씨와 얘기하다 말고 작은 꼬마가 결혼 선물이라며 꺾어준 꽃을 받고 냄새를 맡았어요.

“와, 향기 좋다.”

“스칼렛, 잠깐만요.”

갬런 씨가 그녀를 멈춰 세우고 꽃을 귀에 꽂아주었어요.

두 사람과 곤충 둘은 온 마을을 돌아보았어요. 저수지도 가보고, 밀밭과 감자밭도 갔지요. 주택단지에도 갔고, 예전에 약속했던 대로 헤이담 목사님이 운영하는 교회에도 갔어요. 헤이담 목사님께서는 신혼부부를 다정하게 맞이해주시고 젠틀하게 차와 다과를 대접해주셨답니다. 그렇지만 먼저 만났던 노파 말고는 귀신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심지어 공동묘지에도 혼령이 없었다고요! 스칼렛 양은 불안해하며 엄지를 물어뜯었지요.

“다들 자기 인생에 별 불만이 없었나봐요. 귀신이 너무 없네. 나는 젊을 때 요절한 게 너무 억울했어요. 그래서 오라버니가 편히 잠들라며 내 시체의 이마에 입맞춤할 때 오라버니를 밀어버렸죠. 물론 그때는 아무런 힘이 없어서 허공만 휘저었지만. 아까 그 할머니가 저를 가두지는 않았겠죠?”

“그럴 가능성은 낮습니다.”

갬런 씨의 정수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지도를 바라보던 봉봉이 말했어요.

“그걸 어떻게 아는데요?”

“얼굴만 보면 압니다. 예전에 알던 동료 중에 코코라고 모르포나비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얼굴만 보고도 독심술을 쓰는 수준으로 생각을 읽어댔지요. 저도 그 친구한테 조금 배웠습니다.”

“그래요? 내 생각도 읽어봐요.”

스칼렛 양이 부탁했어요. 봉봉은 스칼렛 양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어쩔 줄 몰라서 쭈뼛쭈뼛 몸을 비볐답니다.

“어, 음, 에버그린 씨, 음. 오늘 밤은 다 주무셨네요. Q, 우리가 가보지 않은 곳이 더 있습니까?”

난처해진 봉봉이 말을 얼버무리고 급히 말꼬리를 돌렸어요.

“지도는 자네가 들고 있으면서 왜 나한테 묻나? 부인께서 그렇게 음흉한 생각을 잔뜩 하고 계시나?”

“말도 마십쇼. 세상에, 에버그린 씨 머릿속도 똑같네. 신혼부부라 그런가 봐요. 아무튼, 그래, 지도는 나한테 있었지.”

갬런 씨와 스칼렛 양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웃었고, 봉봉은 지도를 펼쳐서 펜을 들고 그 위에 죽죽 선을 그었어요.

“여기도 갔고, 저기도 갔고, 또 광장은 여러 번 지나쳤고, 교회 갔고, 우물은 제일 처음에 갔고, 호텔은 만날 있으니까 안 봐도 되고...... 정말로 다 갔네? 내 추리가 틀린 건가?”

“사실 들르지 않은 곳이 더 있습니다.”

갬런 씨가 눈을 위로 뜨고 봉봉에게 얘기했어요.

“정말로요? 어딥니까?”

“버터컵 가문 가족묘지.”

“지도에는 안 나오는 데요?”

갬런 씨가 지도를 달라고 손짓했어요. 봉봉은 우표보다도 작은 코딱지만한 지도를 갬런 씨에게 내밀었고, 갬런 씨는 눈을 가늘게 뜨고서 간신히 가족묘지의 위치를 표시했어요.

“전에 그곳에 갔을 때 스산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뭐가 있을지는 몰라도 빈손으로 돌아오지는 않을 겁니다.”

“에이, 피타야. 별 거 아닐 거라니까요. 가족묘에 있을 만한 사람이라고는 아빠나 엄마나 오라버니밖에 없는데 세 분이 귀신이 되셨다면 진즉 저택으로 오셨을 거예요. 지난번에도 말했잖아요.”

“그래도 안 가본 곳이 거기 말고는 없어요. 스칼렛, 내일 런던에 가려면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죠, 안 그래요?”

“알았어요. 묘지에 가족들의 귀신이 있다면 엄청 화가 날 것 같지만, 알았어요.”

갬런 씨는 스칼렛 양과 봉봉, Q를 이끌고 버터컵 가문의 가족 묘지로 갔어요. 마을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었고, 예전에는 누구나 쉽게 찾을 만한 장소였지만 지금은 아무도 관리하지 않아서 수풀이 우거져있었지요. 그래도 갬런 씨는 몇 주 전에 한 번 가본 덕에 갈팡질팡하면서도 스칼렛 양을 잘 이끌었어요. 스칼렛 양은 갬런 씨보다 더 오랫동안 묘지에 가본 일이 없는 탓에 길을 죄다 까먹어버려서 별 도움이 안 됐답니다. 게다가 신고 나온 가죽 구두도 산행에는 그닥 어울리지 않았지요.

“맘대로 나올 수 있게 되면 길을 좀 정리해야겠어요. 이래서야 영 다니기 불편하네.”

스칼렛 양이 진창을 밟고 지나가면서 말했어요. 갬런 씨는 스칼렛 양이 지나갈 수 있도록 땅을 향해 길게 드리운 나뭇가지들을 들어 올려주었지요.

“자기, 얼마나 더 가야해요?”

“다 왔습니다. 저기 반 밖에 안 남은 대리석 기둥 보이죠? 저기서 왼쪽으로 꺾으면 금방이에요.”

갬런 씨는 스칼렛 양의 손을 꼭 잡고 얼마 남지 않은 길을 함께 걸었어요. 그러자 버터컵 가문의 가족 묘지가 드러났지요. 스칼렛 양은 어딘가에 숨어있을 귀신을 찾으려 고개를 두리번거렸어요.

“아무도 없는데요? 잠깐만, 저 가발은? 세상에, 아빠?”

“거기 누구냐!”

묘지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스칼렛 양이 겁을 먹고 갬런 씨의 등 뒤에 숨었지요.

“스칼렛, 왜 그래요?”

“아빠는 화가 나면 가발을 벗어둔다고요! 머리에서 열이 나서.”

“결국 버터컵 백작이 이곳에 있다는 거로군. 봉봉, 자네 크래커 더 있나?”

Q가 물었어요.

“물론 있죠.”

갬런 씨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묘지로 다가갔어요. 스칼렛 양은 가지 말라고, 발을 동동 구르며 애원했지만 갬런 씨는 앞으로 나아갔어요.

“아빠가 화나면 얼마나 무서운데요. 제발 가지 마요!”

“버터컵 백작님! 이곳에 계신 거 다 압니다. 따님과 함께 왔으니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이 시건방진 목소리는 그때 온 그 놈이로군, 건방지게 내 딸을 데려왔다고! 어떻게 데려온 거야? 집에서 못 나갈 텐데?”

어디선가 버터컵 백작의 목소리가 울렸어요. 스칼렛 양은 그 말을 듣고 입을 쩍 벌렸지요.

“아빠가 날 가둔 거예요?”

스칼렛 양의 목소리를 들은 버터컵 백작이 모습을 드러냈어요. 잔뜩 화가 나서 얼굴을 찌푸린 성질 고약해 보이는 노인네가 갬런 씨에게 걸어왔지요. 스칼렛 양처럼 완벽하게 사람의 모습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얼추 형태는 보였답니다.

“이봐, 자네. 내가 자네를 당장 튀겨버리면 안 되는 이유를 말해봐!”

“절 죽이면 따님의 마음에 상처를 줄 테니까요.”

“하! 자네가 뭐 남편이라도 되나?”

“잘 아시는 군요.”

“이런 개자식! 내 딸을 건드려?”

버터컵 백작의 손끝에서 번갯불이 튀겼어요. 스칼렛 양이 튀어나와서 백작의 손을 꽉 붙들었지요. 번개가 스칼렛 양에게 옮겨갔다가 백작이 힘을 거두자 사그라들었지요.

“아빠, 왜 이래요!”

“넌 뭐가 좋다고 저런 놈이랑 결혼을 했냐? 저 놈은 귀족도 아닌 것 같은데? 백작 영애나 되면서 평민이랑 결혼을 해?”

“50년 전에는 제발 그만 놀고 결혼 좀 하라더니 이제는 결혼을 해도 이럴 거예요? 귀족이 아니면 어때요? 조건으로 따지면 난 이미 죽은 사람이라 훨씬 불리하잖아요. 갬런은 그걸 다 알고서도 나한테 청혼을 해준 고마운 사람이란 말예요.”

스칼렛 양은 말을 마치고 버터컵 백작을 빤히 쳐다보다가 그를 꽉 끌어안았어요.

“아빠, 보고 싶었어요.”

버터컵 백작은 스칼렛 양의 등을 토닥였지요.

“나도 보고 싶었다. 그런데 어떻게 나온 거냐? 내년까지 못 나오게 설정해뒀는데.”

“그럼 그거 아빠가 한 거예요? 그 번개 떨어지는 거? 못됐어!”

스칼렛 양이 버터컵 백작을 밀쳐내고 볼을 부풀렸어요.

“누가 저택가지고 담보대출 받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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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Chapter 20: 어머나 세상에 -3 [완결] 19.12.30 35 1 8쪽
» Chapter 20: 어머나 세상에 -2 19.12.29 27 1 8쪽
49 Chapter 20: 어머나 세상에 -1 19.12.28 22 1 9쪽
48 Chapter 19: 3년 만의 외출 -2 19.12.27 20 1 9쪽
47 Chapter 19: 3년 만의 외출 -1 19.12.26 21 1 11쪽
46 Chapter 18: 마법 신발 -2 19.12.25 25 1 7쪽
45 Chapter 18: 마법 신발 -1 19.12.24 20 1 8쪽
44 Chapter 17: 어떻게 된 거냐면 -2 19.12.23 17 1 10쪽
43 Chapter 17: 어떻게 된 거냐면 -1 19.12.22 22 1 9쪽
42 Chapter 16: 뭐라고요? -2 19.12.21 25 1 9쪽
41 Chapter 16: 뭐라고요? -1 19.12.20 21 1 9쪽
40 Chapter 15: 토네이도 심령학 연구회.-3 19.11.13 28 1 9쪽
39 Chapter 15: 토네이도 심령학 연구회.-2 19.11.12 24 1 8쪽
38 Chapter 15: 토네이도 심령학 연구회.-1 19.11.11 24 1 8쪽
37 Chapter 14: 두 번째 프로포즈.-2 19.11.10 34 1 9쪽
36 Chapter 14: 두 번째 프로포즈.-1 19.11.09 25 1 10쪽
35 Chapter 13: 드디어 알았네.-3 19.11.08 31 1 9쪽
34 Chapter 13: 드디어 알았네.-2 19.11.07 25 1 8쪽
33 Chapter 13: 드디어 알았네.-1 19.11.06 25 1 7쪽
32 Chapter 12: 속고 속여요.-2 19.11.05 28 1 10쪽
31 Chapter 12: 속고 속여요.-1 19.11.04 46 1 10쪽
30 Chapter 11: 봉봉의 모험 -2 19.11.03 28 1 8쪽
29 Chapter 11: 봉봉의 모험 -1 19.11.02 28 1 7쪽
28 Chapter 10: 말도 안 되는 이야기 -3 19.11.01 21 1 7쪽
27 Chapter 10: 말도 안 되는 이야기 -2 19.10.31 26 1 7쪽
26 Chapter 10: 말도 안 되는 이야기 -1 19.10.31 24 1 7쪽
25 Chapter 9: 원고와 다이아몬드 -2 19.10.30 19 1 7쪽
24 Chapter 9: 원고와 다이아몬드 -1 19.10.30 30 1 8쪽
23 Chapter 8: 이제 펜 좀 잡을 까요? -3 19.10.29 22 1 7쪽
22 Chapter 8: 이제 펜 좀 잡을 까요? -2 19.10.29 58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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