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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깎이 님의 서재입니다.

소나타빌 빈 방 있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B급깎이
작품등록일 :
2019.09.11 20:26
최근연재일 :
2019.12.30 18:0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938
추천수 :
62
글자수 :
182,121

작성
19.11.03 18:00
조회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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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Chapter 11: 봉봉의 모험 -2

DUMMY

“세상에, 이럴 수가! 이렇게나 많은 곤충들을 학살하다니. 힐다 여신님 말이 옳았어. 이 거인은 추악한 악인이야! 내가 무찔러야 해!”

그러던 찰나에 봉봉은 너무나 익숙하게 생긴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개미, 말벌, 그리고 물방개 표본을 보았어요. 봉봉은 이번에야말로 정말 까무러치는 줄 알았어요. 표본들이 자신의 동료들과 똑같이 생겼거든요! 봉봉은 책상에 굴러다니는 못을 주워서 박제 표본함을 죽죽 긁었어요. 이성을 잃은 채 동료들을 구하겠다며 난리를 쳤지요.

“제제, 차차! 판판, K, Q! 내가 구해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오오, 친구들을 이런 곳에 둘 수는 없어.”

봉봉은 표본한의 모서리를 박살내고 표본함 안으로 들어가 바늘에 꽂힌 표본들을 밖으로 끌고 나왔어요. 그리고는 표본들을 정원으로 데려가 양지 바른 곳에 묻고 묘비를 세웠어요.

“인섹타디아 이종격투기 챔피언십 우승충 사슴벌레 제제, 보고 싶을 겁니다.”

훌쩍

“도토리 장군의 후예이자 전 이종격투기 챔피언십 장수풍뎅이 차차, 당신 덕에 몇 번이나 목숨을 구했는지 알 수가 없군요.”

봉봉은 또다시 더듬이를 훌쩍거렸어요. 그리고 Q와 K의 묘비를 세웠어요.

“물방개 Q, 당신의 빛나는 발명 실력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눈물이 납니다. 부디 저승에선 태초 곤충 리니오그나타와 함께 평안히 지내십시오. 말벌 K, 부디 그곳에서도 날랜 검으로 Q를 지켜주십시오.”

이제 수개미 판판의 묘비만 남았어요. 봉봉은 돌조각을 깎아서 정교한 돌 비석을 세우고 그 앞에 앉았어요.

“판판. 당신을 처음 만났던 때가 떠오르는군요. 당신은 내게 어머니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하셨지요. 그 일 덕에 돈도 좀 벌어서 제 신세도 많이 좋아졌나 했는데 거인들의 세상으로 튕겨 나와서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보고 싶을 겁니다.”

봉봉은 눈물이 흐르는 눈가를 슥슥 닦고 호텔로 돌아갔어요.


동이 틀 때 쯤, 스칼렛 양은 직원들에게서 아주 이상한 말을 들었어요. 옐례나 양이 너무 겁을 먹어서 아직도 벌벌 떨고 있는 것도 모자라서 한 직원이 십자가를 들고 그녀에게 찾아왔거든요.

“무슨 일이에요?”

“마님, 이 십자가 좀 보세요. 목사님 방에 들어갔었는데 십자가에 예수님 대신에 웬 괴상한 벌레 조각이 있어요.”

“뭐라고요? 벌레요?”

스칼렛 양은 직원에게서 십자가를 받아서 뚫어져라 쳐다보았어요. 확실히 벌거벗은 예수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바다를 헤집고 다니는 벌레가 있었지요. 직원이 방 안에 있는 십자가가 모두 그렇다고 말했을 때 스칼렛 양은 어이가 없어서 프론트에 몸을 기대고 피식피식 웃었답니다. 당연히, 스칼렛 양은 이 일을 정오가 넘어서야 돌라온 힐다 양에게 이야기했어요. 힐다 양은 대번에 봉봉이 그랬다는 걸 알아차렸지요. 하지만 봉봉이 옐례나 양을 겁줬다는 걸 알게 되자 화낼 마음이 싹 가셨어요.

“봉봉, 옐례나 양은 아주 나쁜 여자에요. 내가 사랑하는 비블리오를 꼬시려다가 잘 안 되니까 두 번이나 상처를 줬다고요. 그러니까......”

“예, 알겠습니다. 오늘 밤에도 괴롭히다가 오지요.”

“아유 착해라. 생크림 좋아해요? 좀 먹을래요?”


자정이 지난 시각, 봉봉은 검은 옷을 입고서 힐다 양의 방을 나섰어요. 그리고 전날 그랬던 것처럼 문틈 밑으로 들어가 옐례나 양의 객실로 들어갔지요. 이번에는 성급하게 그녀를 깨우지 않고 착실하게 함정을 만들어두고 그녀를 깨웠답니다.

봉봉은 전등 속에 몸을 숨긴 채 목소리를 낮게 쭉 깔고 “일어나거라, 이 어리석은 여인아!” 라고 외쳤어요.

봉봉의 목소리를 들은 옐례나 양은 곧바로 침대에서 튀어나와 문을 열려고 했지요. 그런데 봉봉이 문의 잠금장치를 조작해둬서 영리지 않았어요.

“문은 열리지 않을 거다!”

옐례나 양이 비명을 지르며 창문으로 달려갔어요. 그녀가 창문을 열려고 손바닥을 가져다대고 밀었지만 미동도 하지 않았어요.

“그건 유리가 아니라 고무다!”

“당신 뭐야?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옐례나 양이 문에 바짝 몸을 붙이고 주저앉아 오열했어요.

“난 네 양심이니라. 우리가 대화한지 좀 되었지. 네가 프랑스에서 나를 두고 내렸으니까.”

“내 양심? 그게 무슨 소리야, 난 네가 안 무서워! 죽여버리기 전에 썩 꺼져!”

옐례나 양은 벽면에 달린 스위치로 달려가 객실의 불을 밝혔어요. 당연하게도, 방안에는 아무도 없었으니 옐례나 양은 어깨와 턱을 바들바들 떨 수밖에 없었지요.

“난 형체 없는 네 양심이니라. 난 네 마음 속 목소리다.”

옐례나 양은 소리가 들리는 곳을 찾아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어요. 물론 봉봉은 옐례나 양의 머리 위에 있는 전등 위에서 나불댔으니 옐례나 양이 쉽게 찾을 수 없었어요.

“진정하고 내 말을 들으라. 그래야만 살 길이 열리리니.”

“오, 양심님 제발 살려주세요!”

봉봉은 그 뒤로 두 시간 넘게 떠들며 도덕에 대해 가따부따 떠들었어요. 그의 잔소리를 견디다 못한 옐례나 양은 마침내 굴복했지요.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거든요. 그녀는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훌쩍거리며 자기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고 하소연했어요.

“답은 네가 직접 알아내야 한다. 남이 알려주는 건 의미가 없느니라.”

봉봉은 이 말을 끝으로 재빨리 문틈을 기어 밖으로 나갔어요.

“히히,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이날 아침, 조찬을 위해 식당으로 가려는 비블리오 씨를 옐례나 양이 가로막았어요. 비블리오 씨는 봉봉이 옐레나 양을 괴롭힌 걸 몰랐으니, 옐례나 양의 눈이 퉁퉁 부은 이유를 몰랐지요.

“저기, 포에트리 씨, 지금까지 죄송했어요.”

옐례나 양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말했어요. 옐례나 양은 그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지요.

“죄송하다니 뭐가요?”

“제가 당신을 모욕하고, 포커를 할 때도 정정당당하게 하지 않고 괴롭히면서 했잖아요. 부탁드려요, 저를 용서해주세요. 안 그러면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지난밤에 제 양심이 나타나서 제가 상처 준 사람들한테 사죄하지 않으면 매일 밤마다 찾아오겠다고 했어요!”

“양심이 나타났다고요?”

비블리오 씨는 이제 눈앞에 있는 러시아 아가씨가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어요. 여전히 다소 고깝기는 했지만 말이죠.

‘이 여자가 무슨 일을 겪었기에 갑자기 이러는 걸까?’

옐례나 양은 이틀 동안 겪은 일을 상세히 털어놓았어요. 비블리오 씨는 옐례나 양을 복도 의자에 앉혀놓고 상황을 들었지요.

“알겠습니다. 이렇게 힘들어하시는 걸 보니 용서해드릴 수밖에 없군요.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처음 뵌 날부터 폭언을 일삼아서 죄송합니다.”

“정말 고마워요.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요. 그리고......”

옐례나 양은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수표를 꺼내고는 비블리오 씨에게서 땄던 액수를 적어서 내밀었어요.

“됐습니다. 이건 나중에 제가 당신께 이기면 받겠습니다. 넣어 두세요.”

“정말로 필요 없으세요?”

“예. 이렇게나 마음고생 하는 아가씨한테서 돈을 받았다간 저한테도 그 양심이 찾아올 것 같습니다.”

“알겠어요. 그럼 좋은 하루되세요.”

“예, 즐거운 하루를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옐례나 양은 재빨리 인사를 하고 1층으로 내려갔어요. 어지간히 부끄러웠나 봐요. 비블리오 씨는 조찬 때 힐다 양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그녀는 봉봉이 능숙하게 일을 처리했다는 걸 깨닫고 무척 좋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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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Chapter 18: 마법 신발 -2 19.12.25 25 1 7쪽
45 Chapter 18: 마법 신발 -1 19.12.24 20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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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Chapter 17: 어떻게 된 거냐면 -1 19.12.22 22 1 9쪽
42 Chapter 16: 뭐라고요? -2 19.12.21 25 1 9쪽
41 Chapter 16: 뭐라고요? -1 19.12.20 21 1 9쪽
40 Chapter 15: 토네이도 심령학 연구회.-3 19.11.13 28 1 9쪽
39 Chapter 15: 토네이도 심령학 연구회.-2 19.11.12 24 1 8쪽
38 Chapter 15: 토네이도 심령학 연구회.-1 19.11.11 24 1 8쪽
37 Chapter 14: 두 번째 프로포즈.-2 19.11.10 34 1 9쪽
36 Chapter 14: 두 번째 프로포즈.-1 19.11.09 25 1 10쪽
35 Chapter 13: 드디어 알았네.-3 19.11.08 31 1 9쪽
34 Chapter 13: 드디어 알았네.-2 19.11.07 25 1 8쪽
33 Chapter 13: 드디어 알았네.-1 19.11.06 25 1 7쪽
32 Chapter 12: 속고 속여요.-2 19.11.05 28 1 10쪽
31 Chapter 12: 속고 속여요.-1 19.11.04 46 1 10쪽
» Chapter 11: 봉봉의 모험 -2 19.11.03 29 1 8쪽
29 Chapter 11: 봉봉의 모험 -1 19.11.02 28 1 7쪽
28 Chapter 10: 말도 안 되는 이야기 -3 19.11.01 21 1 7쪽
27 Chapter 10: 말도 안 되는 이야기 -2 19.10.31 26 1 7쪽
26 Chapter 10: 말도 안 되는 이야기 -1 19.10.31 24 1 7쪽
25 Chapter 9: 원고와 다이아몬드 -2 19.10.30 19 1 7쪽
24 Chapter 9: 원고와 다이아몬드 -1 19.10.30 30 1 8쪽
23 Chapter 8: 이제 펜 좀 잡을 까요? -3 19.10.29 22 1 7쪽
22 Chapter 8: 이제 펜 좀 잡을 까요? -2 19.10.29 58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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