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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깎이 님의 서재입니다.

소나타빌 빈 방 있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B급깎이
작품등록일 :
2019.09.11 20:26
최근연재일 :
2019.12.30 18:0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936
추천수 :
62
글자수 :
182,121

작성
19.11.02 18:39
조회
27
추천
1
글자
7쪽

Chapter 11: 봉봉의 모험 -1

DUMMY

봉봉 덕에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이상한 하루를 보낸 힐다 양은 봉봉을 데리고 다닐 수는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일단 웃겨서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을 것 같았지요.

그래서 힐다 양은 봉봉을 앉혀놓고 저녁 데이트에는 못 데리고 간다고 얘기했어요.

“어쩔 수 없지요. 재밌게 놀다 오십시오. 거인들이 어떻게 노는지 알고 싶었는데.”

봉봉은 삐져서 책상에 주저앉았어요. 그리고는 모자를 집어던지고 꺼이꺼이 울었지요. 힐다 양은 마음이 약해져서 봉봉을 데리고 갈까 하다가, 그랬다가는 첫 데이트를 망칠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대신 봉봉을 살살 구슬리기로 했어요.

“너무 그러지 말아요. 내일은 책들을 잔뜩 보여줄게요. 정말 큰 서재가 이 호텔에 있는데 내일 거기에 가요.”

“정말요? 저는 책을 좋아합니다. 곤충대백과만 다섯 번 읽었지요.”

힐다 양은 곤충대백과 이야기를 책에서 읽은 기억이 없었어요. 그게 뭔지도 잘 모르겠는 걸요. 그녀는 비블리오 씨가 소설에 적은 적도 없는 것들을 술술 읊어대는 봉봉이 수상쩍었지만 그래도 홀에서 기다리고 있을 애인을 걱정하게 할 수는 없으니 서둘러 방을 나섰답니다.

“성공적인 데이트를 기원하겠습니다. 즐겁게 노십시오. 내일 아침까지 돌아오지 마시고요.”

봉봉이 손을 흔들며 힐다 양을 응원했어요.

“정말 못됐어, 개구쟁이라니까.”

힐다 양은 흰 이를 드러내며 씩 웃고 밖으로 나갔지요.

“좋아. 난 좀 자야겠다.”

혼자 남겨진 봉봉은 곧바로 손수건을 찢어 만든 침대로 들어가 네 시간 쯤 자고 열한 시에 일어났어요. 봉봉이 깜깜해진 방안을 살펴보았지만 힐다 양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지요. 봉봉이 원한 대로 힐다 양과 비블리오 씨가 진도를 팍팍 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봉봉은 낄낄 웃으며 문으로 다가가서 문고리를 당겼지요. 어머, 세상에, 그런데 아침과 달리 이번에는 문이 그냥 열리잖아요? 봉봉이 무슨 짓을 한 걸 까요?


봉봉은 어두운 등 몇 개만 켜둔 복도를 지나서 열린 방으로 들어갔어요. 방 안에는 지난 크리스마스이브 때 몸져누운 목사가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답니다. 봉봉은 목사를 관찰하며 “늙은 거인의 초상”이라는 그림을 완성시켰지요. 그리고는 이리저리 쏘다니다가 십자가 위에 착륙했어요. 사나운 물살을 가르는 배처럼 미친 듯이 흔들리는 이상한 십자가였지요.

“아, 십자가잖아? 여기 그려진 벌거벗은 거인은 뭐지? 원래 리니오그나타가 있어야 하는데.”

봉봉은 주머니에서 석궁을 꺼내서 볼트로 예수의 모습을 박박 긁어 태초 곤충 리니오그나타로 바꿔버렸어요. 봉봉이 작업을 마치자 십자가 안에서 작은 외마디 비명이 들리더니 진동이 멈추었답니다.

“역시 망가진 거였어. 제대로 조각을 해두니까 안 떨리잖아.”

봉봉은 방안에 있는 십자가를 전부 다 리니오그나타 십자가로 바꾸고 밖으로 나갔어요. 그리고는 이 방 저 방 기웃거리다가 갬런 씨와 스칼렛 양이 찰싹 붙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홀로 나왔지요. 봉봉은 스칼렛 양을 보면 거부감이 들기도 했고, 갬런 씨가 곤충 박제를 좋아한다는 말이 떠올라서 재빨리 자리를 떴어요.

그 후, 봉봉은 순식간에 날아올라 2층으로 올라간 뒤, 이리저리 기웃거리다가 문틈 밑을 기어서 옐례나 양의 방으로 들어갔답니다. 물론 알고 들어간 것도 아니었고, 그 방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았더라면 더더욱 들어가지 않았을 거예요.

“무지 깜깜한 걸?”

방이 너무 어두컴컴한 탓에 봉봉은 앞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어요. 봉봉은 달빛에 의지한 채 한참을 날아가다가 봉긋 솟아오른 언덕에 내려앉았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언덕이 무척 말랑했어요! 봉봉은 언덕 사이에 있는 계곡을 따라 내려갔다가 절벽을 타고 올라 말랑한 땅을 걸었어요. 그리고는 울창한 숲으로 들어갔지요. 그런데 숲인 줄 알았던 게 조금만 가보니 절벽이어서 도로 나왔답니다. 봉봉은 절벽에서 내려온 뒤 움푹 꺼진 두 구덩이 근처에 솟은 봉우리에 올라 주변을 살폈어요.

“도대체 내가 어딜 다니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군.”

버터컵 호텔 어느 방이나 창가 앞에 작은 책상이 있지요. 봉봉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창가에 놓인 바로 그 책상으로 갔어요. 30분 만에 딱딱한 땅을 밟으니 그처럼 편할 수가 없었어요. 한참을 날아다닌 봉봉은 배가 고팠어요. 생각해보니 오전에 딸기잼을 바른 크래커를 먹은 게 전부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때마침 책상 위에는 찻잔이 놓여있었고, 그 바로 옆에는 각설탕이 수북하게 담긴 그릇이 있었어요. 봉봉은 설탕을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서 그릇으로 곧장 날아갔고, 힘차게 설탕을 들어 올리다가 그만 허리가 나갈 뻔했답니다.

“아유, 맞아. 나 다섯 살이나 먹었지.”

봉봉은 아픈 허리를 통통 두드리며 각설탕을 질질 끌었어요. 그러던 찰나에 하늘에서 번개가 내리꽂혀서 푸른빛이 방안을 밝혔고, 봉봉은 조금 전까지 자기가 기어 다니던 땅이 그냥 땅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세상에, 내가 여자 거인의 신체를 타고 다닌 거였어? 맙소사!”

봉봉이 너무 큰 목소리로 외친 탓일 까요? 옐례나 양이 잠에서 깨어났어요. 그녀의 등을 껴안고 있던 이름 모를 남자도 깨어났지요. 옐례나 양은 분명 걸걸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자기 옆에 누워있던 남자는 새파란 젊은이였으니 무슨 일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불을 당겨 제 몸을 가리기 바빴어요. 얇은 입술이 공포에 물들어 덜덜 떨렸답니다.

“내가 너무 크게 떠들었나?”

그래요. 봉봉이 너무 크게 떠들었어요. 방금 한 말도 너무 크게 말해서 옐례나 양을 겁먹게 하긴 했지만 지금껏 옐례나 양이 좋은 모습을 보인 적은 없으니 한 번 쯤 골려주는 것도 괜찮겠지요.

“사람 살려!”

옐례나 양은 몸에 이불을 대충 감은 채 방 밖으로 뛰쳐나가서 곧장 로비로 내려가 방에 도둑이 들었다는 둥, 이상한 게 있다는 둥 횡설수설 울어댔어요. 스칼렛 양은 호텔의 여주인답게 차분하게 엘례나 양을 달랬고 그 사이 봉봉은 각설탕을 씹으며 느긋하게 밖으로 나왔답니다.

“적어두자. 거인들이라고 겁을 안 먹는 건 아니다.”

옐례나 양이 훌쩍거리고, 스칼렛 양이 알몸인 그녀에게 가운을 덮어줄 무렵 봉봉은 털레털레 다른 방으로 갔어요.

“흠 201호실이군. 이 방에는 뭐가 있을까?”

봉봉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고개를 숙이고 문틈으로 들어갔답니다. 그리고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박제들을 보고 너무 놀라서 팔다리를 휘저으며 마구마구 버둥거렸어요. 그래요, 봉봉이 들어간 방은 갬런 씨의 방이었지요.

봉봉은 겨우겨우 정신을 추스르고 박제 표본함으로 다가가 랜턴을 켜고 죽은 곤충들을 바라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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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Chapter 18: 마법 신발 -1 19.12.24 20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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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Chapter 17: 어떻게 된 거냐면 -1 19.12.22 22 1 9쪽
42 Chapter 16: 뭐라고요? -2 19.12.21 25 1 9쪽
41 Chapter 16: 뭐라고요? -1 19.12.20 21 1 9쪽
40 Chapter 15: 토네이도 심령학 연구회.-3 19.11.13 28 1 9쪽
39 Chapter 15: 토네이도 심령학 연구회.-2 19.11.12 24 1 8쪽
38 Chapter 15: 토네이도 심령학 연구회.-1 19.11.11 24 1 8쪽
37 Chapter 14: 두 번째 프로포즈.-2 19.11.10 34 1 9쪽
36 Chapter 14: 두 번째 프로포즈.-1 19.11.09 25 1 10쪽
35 Chapter 13: 드디어 알았네.-3 19.11.08 31 1 9쪽
34 Chapter 13: 드디어 알았네.-2 19.11.07 25 1 8쪽
33 Chapter 13: 드디어 알았네.-1 19.11.06 25 1 7쪽
32 Chapter 12: 속고 속여요.-2 19.11.05 28 1 10쪽
31 Chapter 12: 속고 속여요.-1 19.11.04 46 1 10쪽
30 Chapter 11: 봉봉의 모험 -2 19.11.03 28 1 8쪽
» Chapter 11: 봉봉의 모험 -1 19.11.02 28 1 7쪽
28 Chapter 10: 말도 안 되는 이야기 -3 19.11.01 21 1 7쪽
27 Chapter 10: 말도 안 되는 이야기 -2 19.10.31 26 1 7쪽
26 Chapter 10: 말도 안 되는 이야기 -1 19.10.31 24 1 7쪽
25 Chapter 9: 원고와 다이아몬드 -2 19.10.30 19 1 7쪽
24 Chapter 9: 원고와 다이아몬드 -1 19.10.30 30 1 8쪽
23 Chapter 8: 이제 펜 좀 잡을 까요? -3 19.10.29 22 1 7쪽
22 Chapter 8: 이제 펜 좀 잡을 까요? -2 19.10.29 58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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