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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를 지피는 아궁이

글에 관해


[글에 관해] 잘하는 것을 해야 성공한다.

못 하는 걸 잘하게 노력하는 것보다, 잘 하는 걸 보다 잘 하도록 만드는 것이 효율이 좋다. 글을 포함해서 어떤 것이라도. 해서 나는 내 장점이 뭔지를 몇 번이고 분석했다. 그리고 단점은 버렸다. 내 글에서 장점만이 남도록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이제와서 생각하니, 단점이 꼭 단점이었을까?

 

장점을 개발하려 노력하다보면 그 중에서도 쳐지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또 장점을 키우려다가 그에 과도한 집착으로 오히려 망치는 수가 있다. 내 딴에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그게 아니었다. 또한 단점이라 생각했던 것이 정확히는 단점이 아니라, 그저 내가 싫어했기에 배제했던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리 생각하니, 장점이라 여겼던 것이 과연 장점인가 의문이 생겨났다. 진실로 냉정히 생각해서 장점이라 여긴 걸까, 내가 그걸 좋아하기에 장점이라 넘긴 걸까? 이성만이 존재하는 인간이 아니기에 확언을 내릴 수는 없다. 다만 누군가의 말이 떠오를 뿐.

 

의심하지 않는 믿음은 광신에 불과하다.

 

나르시스트라 생각한 적은 없으나, 그런 면이 정말 없었을까? 역시나 아니라 답할 수는 없다. 또한 완전히 아니라고도 할 수 없다. 좋아하는 일이 장점이 되는 건 타인을 둘러봐도 흔한 일이다. 이리 생각하면 대충 해결 될 것도 같지만, 그게 또 완전히 해결 되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당장에 해결 될 것도 아니기에 자아비판은 이쯤 하고, 다른 생각을 해본다.

 

단점을 단점으로 놔둔다면, 싫어하는 것을 그저 싫어한다고 낙인찍어 놔둔다면 그게 내 글쓰기에 도움이 될까? 나는 야설을 싫어한다. 양판소를 싫어한다. 평면적이고 멍청한 캐릭터를 혐오하고, 대다수 독자들의 숨은 감정을 자극하는 시원하다못해 허전한 전개를 증오한다. 그외 기타등등, 기타등등.

 

하지만 잘 판단해보자. 내가 싫어하는 건 돈이 된다. 사람이 모인다. 왜 그럴까? 왜 그렇게 욕을 먹고, 남는 것도 없고, 냉정하게 말하면 쓰레기에 가까운 것을 많은 독자들이 따라갈까? 그게 재밌기 때문이다. 이 재미에도 아무것도 없다고 여겼었다. 지금도 그닥 기껍지는 않다. 현재 쓰는 글의 수준이 높지 않음에도 나는 그들을 눈 아래로 바라봤다.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건 얼치기다. 아예 수준 높은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아예 인기만 쫓는 글을 쓰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경계에 서서 그래도 내 글은 너희보단 낫다고 자위함과 다르지 않다.

 

이상을 향해 똑바로 걷지도 못하고, 현실을 인정하고 진창에 발을 담그지도 못한다. 얼간이다. 이보다 멍청한 행위는 몇 없다. 현실을 보고, 단지 싫어하고 혐오함에 그칠 게 아니라, 그게 왜 재미있고, 어떤 면에서 인기를 끄는지 알고자 했어야 했다.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어떤 것. 재미를 만들어내는 핵심이 뭔지 탐구했어야한다. 그리고 썼어야했다. 직접 해보지 않고 이렇다저렇다 떠들어대는 건, 알아보지도 못하고 좋다싫다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법이니.

 


댓글 2

  • 001. Lv.1 [탈퇴계정]

    13.04.16 11:54

    우연히 알게 되어 왔습니다.
    너우 좋은 글 잔뜩 읽고갑니다.

  • 002. Personacon 큰불

    13.04.17 14:42

    반갑습니다, 종종 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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