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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를 지피는 아궁이

글에 관해


[글에 관해] 주인공을 굴려야하는 당위성

이런 글들이 있다. 주인공을 굴린다. 시작부터 굴린다. 핍박을 받고, 고문을 당하기도 하고, 여기저기 팔리기도 하고, 사지 중 하나를 잃기도 한다. 이것을 통해 작자는 독자에게 뭘 보여주려 하는 걸까? 주인공이 이렇게 당했으니 복수를 하려한다는 당위성이겠지.

하지만 그런 당위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쓸데 없는 잔인함이나, 고통을 위한 고통을 보여주다 독자가 떠나는 경우가 있다. 아니면 애초에 그것에 흥미를 느끼게 만드는데 실패하거나.
이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주인공을 굴리고, 그것을 독자에게서 공감 받기 위해서 뭐가 필요할까? 곰곰곰곰 생각해 봤다만 솔직히 잘 몰랐었다. 그냥 굴리면 되지 않나, 적을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을 해봤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 그 나름의 해답을 얻었다.
억울함.
고통이 아니다. 고통은 그저 과정일 뿐, 그 과정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선 억울해야한다.
복수를 다짐하는 주인공은 구태여 잔인한 꼴을 당하지 않아도 된다. 단지 억울하면 될 뿐이다. 당연히 가져야 할 것을 빼앗기고, 매도 당해 구덩이로 굴러떨어져야만 한다. 소소한 억울함이 아니라 매우 중요한 것, 누가 읽어도 내 것을 빼앗긴 듯 억울한 당위가 있어야만 한다.
이것이 성공만 한다면 글의 내용이 조금 지지부진해도 독자는 당분간 인내를 가져 줄 것이다. 차근차근 복수를 위한 계단을 밟아간다는 확신만 있다면.
다만 늘 그렇듯 생각한 것과 실제로 쓰는 것의 차이는 매우매우 크다. 모르는 것보다 이나마 아는 게 낫긴 하다만 음. 뭐, 여튼 써야지. 느릿느릿 비축을 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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