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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승자를 향한 미로의 끝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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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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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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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12 19:07
최근연재일 :
2024.06.30 15:36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846
추천수 :
25
글자수 :
243,045

작성
24.05.19 21:02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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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제11화 인간 세상

DUMMY


인간 세상으로 나가게 되면 죽지 않고 한 달을 버텨야 하는데, 그게 그들에게는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감당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들이 그들을 힘들게 할 것만 같았다.


“이거 선택을 잘못해서 인간 세상으로 가게 되면 어쩌지?”

그가 망설였다.


“괜찮아. 침착하게 선택만 잘하면 바벨론 궁전으로 갈 수 있을 거야.”

그라나가 그를 안심시키려고 애를 썼다.


“확률은 50%인데, 솔직히 이건 확신이 안 간다.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어.”

그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양쪽 길은 모두 잡초들이 무성했다.


그것은 왼쪽이냐 아니면 오른쪽이냐를 선택하는 운명의 시간 같았다.


“어떻게 해야 후회 없는 올바른 길을 선택할 수 있을까?”

그라나가 그를 쳐다봤다.


“해몽아! 넌 어느 길이 좋을 것 같냐?”

그가 그 소년에게 말을 건넸다.


“내가 나뭇잎에게 물어볼까요?”

그 소년이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 하나를 주워들었다.


“나뭇잎에게?”

그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그 소년을 주시했다.


“예. 결정이 어려울 때, 나는 나뭇잎에게 물어보거든요.”


“그래! 네가 한번 해봐!”

그라나가 그 소년을 유심히 지켜봤다.


그 소년은 나뭇잎을 높이 던졌다.


그 나뭇잎이 빙글빙글 돌다가 땅바닥에 툭 떨어지는 것을 보고, 그 소년은 손가락으로 오른쪽을 가리켰다.


땅바닥에 떨어진 그 나뭇잎의 끝부분이 오른쪽을 향하고 있었다.


“좋아! 오른쪽 길로 가자.”

그가 앞장을 섰다.


“과연 오른쪽 길이 맞는 길일까?”

그녀가 마음속에 의문을 품었다.


“이쪽 길이 맞을 거예요. 죽어가는 나뭇잎은 정직하니까요.”

해몽이 확신에 찬 눈동자로 그라나를 힐끔 쳐다봤다.


“그래! 해몽이 말대로 한 번 가보자! 어디로 가야 맞는 건지, 솔직히 그라나도 잘 모르잖아.”

그가 그 소년의 편을 들었다.


“음... 알았어! 해몽이 말대로 가보지 뭐! 어차피 두 길 중에 하나만 골라야 하니까.”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피잉- 피잉-”


어디선가 화살들이 날아왔다.


그들은 위험을 감지하고 얼른 숲속에 있는 큰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저것들이 어떻게 알고 이곳까지 따라온 거지? 찰거머리 같은 놈들!”

피에르가 멀리 보이는 흡혈 요괴들을 바라보곤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참으로 끈질기고 지독한 놈들이다. 제 구역을 넘어, 여기까지 우리를 쫓아 오다니...”

그라나가 진혈사를 매섭게 노려보면서 중얼거렸다.


진혈사는 검은 옷을 입은 흡혈 요괴들에게 명했다.


“저것들이 쓰러질 때까지 끊임없이 화살을 쏴라!”


숱한 화살들이 그들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바람 소리를 내며 스쳐 지나갔다.


“일단 여기서 멀리 달아나야 해. 저놈들은 우리가 어느 쪽으로 도망쳤는지 확실하게 모르니까, 아마도 놈들은 두 팀으로 분리되어 이곳에 있는 두 길을 따라 계속 쫓아오게 될 거야.”

그라나가 오른쪽을 향하여 손짓을 했다.


“흡혈 요괴들을 두 패로 쪼개어 혼란을 주자는 거구나. 그들의 세력도 약하게 만들 수 있고.”



“맞아! 그렇게 되면, 놈들이 10명에서 5명으로 줄어드니, 그들을 쉽게 다룰 수 있을 거야.”


“내가 먼저 뛸까요? 다리가 짧으니까.”

해몽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래! 뒤는 절대로 돌아보지 말고 무조건 앞으로만 가! 오른쪽 길을 따라 뛰어가면 돼! 알았지?”

그라나가 해몽의 등을 떠밀었다.


“예!”

그 소년은 다람쥐처럼 빠르게 오른쪽 숲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도 그 소년의 뒤를 따라 미친 듯이 뛰었다.


잠시 후였다.


그들이 머물던 곳으로 수십 개가 넘는 화살들이 빗발치듯 떨어졌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활의 사정권 밖으로 도피한 후였다.


그녀는 도망가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불현듯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그러곤 그녀가 입을 크게 벌렸다.


그녀의 입안에서 꽃가루가 분출되더니, 그것들은 모두 독침을 가진 땅벌로 변했다.


등급이 높은 그녀의 술법이었다.


그 땅벌들은 흡혈 요괴가 있는 곳으로 ‘붕붕-’거리며 날아갔다.


흡혈 요괴들은 떼로 몰려온 땅벌들에게 얼굴과 손등을 쏘여 심한 고통을 당했다.


그들은 땅벌들을 피하여 머리와 목과 손을 거칠게 털면서 멀리 도망가기에 바빴다.


비명을 지르면서 날뛰던 흡혈 요괴들은 활과 화살들을 버리고 땅벌을 피하여 보이지 않는 곳에 몸을 숨겼다.


땅벌의 독이 몸으로 퍼지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진혈사는 땅벌들이 사라진 후에 수하들을 이끌고 두 갈래 길이 있는 곳으로 왔다.


그는 팻말을 보고는, 그들을 두 패로 나누었다.


“한패는 왼쪽 길로 다른 한패는 나를 따라 오른쪽 길로 간다. 놈들이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무조건 눈에 띄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척살하라!”

그는 다섯 명의 부하들을 이끌고, 그들의 뒤를 신속히 추격했다.


그들은 멀리 보이는 흡혈 요괴들을 피하여 넓은 숲속 안으로 들어갔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으로 들어가서 놈들의 추격을 따돌리려는 시도였다.


그곳에는 축구장만큼 큰 정원이 있었다.


그리고 그 입구에 있는 투명하고 거대한 타원형의 거울이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거울은 대체 뭐지? 표면이 말랑말랑한 빵 같은데.”

그가 그 거울을 손가락으로 살짝 찔러보자, 큰 거울이 활짝 열렸다.


낯설고 눈부신 공간이 그들 앞에 드러났다.


“뭐야? 여긴 어디로 가는 통로일까? 혹시 바벨론 궁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인가?”

그가 그 투명한 통로 안에 얼굴을 넣고 기웃거리는 순간이었다.


“우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그들은 뭔가에 빨려 들어가듯 그 거울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


그들이 눈을 떴을 때, 그곳은 판타지아 월드가 아니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판타지아 월드에서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흰 눈이, 잿빛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다.


“크... 큰일났다. 이곳은 판타지아 월드가 아냐!”

너무 놀랐는지, 그라나의 얼굴이 약간 파랗게 변했다.


“왜?”

그가 불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내 몸이 점점 작아지고 있어. 이곳은 인간 세상이야! 우리가 인간 세상으로 나온 게 틀림없어! 판타지아 월드에는 절대로 눈이 내리지 않거든!”


“뭐? 그럼, 우리가 길을 잘못 선택한 거잖아.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가 손가락만 하게 축소된 그라나를 그의 손바닥 위에 놓고 조심스럽게 쳐다봤다.


“다시 판타지아 월드로 소환될 때까지 우리는 30일을 버텨야 해. 이곳에서. 그런데 해몽이가 안 보여! 얘가 어디로 간 거지?”

그라나가 사방을 둘러보며 그 소년을 걱정했다.


그들은 산속을 헤매고 다녔다.


하지만, 해몽은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보이질 않았다.


판타지아 월드에 남겨진 것인지, 아니면 그들을 추격하는 흡혈 요괴들에게 잡혔는지 알 길이 없었다.


어쩌면 다른 장소로 이동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해몽은 홀로 깊은 산속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을 것만 같았다.


“어떻게 하지? 해몽을 끝까지 찾아야 하나?”

그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그라나에게 물었다.


“일단 주변을 샅샅이 뒤져보자고. 만약 그래도 없다면, 다른 방법이 없어. 그냥 포기해야지.”

그라나가 우울한 표정으로 입을 굳게 다물었다.


“우리에게 유일한 동생 같은 아이가 해몽이었는데...”

그가 마음이 아픈지 스스로 고개를 밑으로 떨구었다.


그들은 해몽을 찾아 흰 눈이 덮인 산속을 샅샅이 뒤졌지만, 소용이 없었다.


할 수 없이 그들은 해몽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기억을 모두 상실한 인간이 피에르였다.


그래서인지 그가 갈 곳은 그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기억을 남김없이 상실했다는 건 참으로 끔찍한 일이야. 그것 하나로 내가 살던 세상의 사람이 아닌... 다른 낯선 존재가 되고 말았으니까.”

그가 혼잣말로 탄식했다.


그는 살던 집이 어디에 있는지 전혀 기억해 낼 수가 없었다.


그가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았는지도, 자신이 누구였는지 그것도 몰랐다.


“그래도 잘 생각해 봐! 작은 단서 하나가 기억을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라나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의 기억을 찾아주려고 나름 애를 썼다.


“그냥 마을로 들어가 보자. 그럼, 집으로 가는 길이 생각날지도 몰라.”

그가 그의 어깨 위에 작은 곤충처럼 붙어 있는 그라나에게 말했다.


“네 기억은 바벨론 궁전에 있는 기억의 열쇠를 찾기 전에는, 돌아올 수 없을 거야.”

그라나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난 평소 기억이라는 게 그토록 중요한지 몰랐거든. 그런데, 기억을 모두 상실한 후에야 깨달았어. 나의 기억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살아가면서 안 좋은 기억들도 있고, 꼭 가슴에 간직하고 싶은 좋은 기억들도 있게 마련이지. 그런 기억들이 눈덩이처럼 쌓여서 너라는 인간을 지키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그런 기억들이 사라지면 너라는 존재도 당연히 사라지는 거지.”

그녀가 그를 향해 열변을 토했다.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는 것 같아,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래서 난 어떤 일이 있어도 나의 기억을 되찾으려고 해! 나라는 존재를 다시 현실 세계에서 되찾아야 하니까.”


“나도 진짜 너무 궁금하다. 네가 현실 세계에서 어떤 존재였는지 알고 싶어.”


“글쎄. 난 어떤 사람이었을까? 나도 그걸 모르겠어. 전혀 감이 안 오니까.”


“그래도 난 지금의 네가 더 좋아. 과거의 기억들이 없어도.”


“뭐야? 나보고 비현실적인 존재로 기억도 없이 살라는 거야?”


“아니!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니니까, 염려하지 마! 네가 나를 만난 후부터는 모든 일들을 빠짐없이 다 기억하고 있잖아.”


“그래! 난 그게 진짜 이상해. 어떻게 너를 만난 후부터는 모든 기억들이 생생하게 남아있는지. 너를 만나기 전부터는 전혀 기억이 없어. 나의 과거는 캄캄한 어둠 속이야.”


“어쩌면 넌 인간 세상이 아니라, 판타지아 월드에서만 살아야 하는 존재로 바뀐 것이 아닐까?”


“말이 안 돼! 내가 왜 요정들과 요괴들이 사는 판타지아 월드에서 살아야 하냐고? 언제 죽을 지 모르는 극심한 위험에 날마다 시달리면서...”

그의 언성이 높아졌다.


“목소리 좀 낮추면 안 돼? 네가 큰 소리를 내니까 고막이 터질 것 같아.”


“아! 미안해! 내 생각인데, 네가 인간처럼 변할 수는 없어? 손가락처럼 작은 크기가 아니라 인간의 몸처럼 크게 변해봐. 투명한 잠자리 날개도 감추고.”


“알았어! 하지만 인간 세상에서 술법을 쓰려면 열 배 이상 에너지가 소모되거든. 그건 꽃가루를 10배 이상 먹어야 한다는 말이지.”


“좋아! 그건 내가 도와줄게. 꽃가루를 채집하는 일은.”


“분명히 약속했다. 네가 나를 위해서 꽃가루를 채집해 준다고.”


“응! 네 생명에 관계된 일인데, 내가 소홀히 할 순 없지.”


“조금만 기다려 봐! 내가 둔갑술로 나의 모습을 확 바꿔볼 테니까.”

그녀가 그를 보곤 미소를 머금었다.


그는 그녀가 정상적인 인간으로 변하길 은근히 속으로 기대했다.


인간 세상에서 30일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라는 걸 그가 알고 있었던 탓이다.


혹시라도 그녀가 변신에 실패한다면, 언제 어디서 어떤 인간들에게 죽임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인간들은 그녀를 이용해서 큰돈을 벌려고 애를 쓸 것이고, 그 과정에서 그녀는 온몸이 묶이거나 납치되어 이리저리 끌려다닐 것이 뻔했다.


심지어는 판타지아 월드로 들어가려고 허세를 부리는 자들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라나야! 제발! 빈틈없는 온전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라!”

그가 마음속으로 기도하듯 중얼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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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승자를 향한 미로의 끝자락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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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제13화 미끼 전략 24.05.21 14 1 12쪽
12 제12화 마을 사람들 24.05.19 15 1 12쪽
» 제11화 인간 세상 24.05.19 26 1 12쪽
10 제10화 팻말 24.05.18 22 1 12쪽
9 제9화 하프라나의 마을 24.05.16 23 1 12쪽
8 제8화 부엉이의 비밀 +3 24.05.16 26 1 13쪽
7 제7화 대왕 벌 24.05.15 37 1 13쪽
6 제6화 푸른 구슬 24.05.15 29 1 12쪽
5 제5화 환상 술법 24.05.13 35 1 12쪽
4 제4화 고성의 비밀 24.05.13 35 1 12쪽
3 제3화 위기 +2 24.05.12 42 2 12쪽
2 제2화 기억의 열쇠 +4 24.05.12 50 2 13쪽
1 제1화 놀라운 능력 +6 24.05.12 80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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