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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메의 불쏘시개 공방

요수전기 키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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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메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2
최근연재일 :
2021.06.25 23:40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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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390

작성
21.05.13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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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조우(6)

DUMMY

8.

그들이 인간을 먹는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다.

단지 인간이 가장 찾기 쉬운 먹이였기 때문.

사람의 무리는 어디든지 있어.

그저 강을 거슬러 오르기만 해도 마을 손쉽게 발견하지.

굳이 재빠르고 어디에 숨어있을 지도 모를 산짐승을 잡느라 고생할 필요는 없었다.

요괴가 생각하기에 인간은 단순하고 만만할 뿐.

위협조차 되지 않아.

그저 가지고 놀기 좋은 사냥감.

처음 하나를 죽이면 다수가 몰려온다.

떠들기 시작하면 조금 성가시지만, 그마저도 잡아먹고 나면 우습게도 자기네들끼리 도망치기 바쁘다.

드물게 만용을 부리며 쇠붙이를 들고 덤벼드는 인간도 있지만···.

그런 자들의 말로는 비참해.

언제나 애꿎은 희생자만 늘어날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 이 자리에···.

한창 포식 중인 한 마리의 요괴가 있었다.


“···콰득, 콰드득!”


그것은 가련한 소녀의 모습을 위장한 채, 게걸스레 인간의 고기를 탐했다.

어둑한 밤, 끔찍한 소리가 골목에 울려 퍼졌다.

달빛 아래로 드러난 벽면에 너머에 그늘이 생긴다.

가느다란 소녀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기묘한 그림자 연극···.

소녀의 모습을 한 실루엣은 왼손으로 주검의 머리를 잡은 채, 오른손으로 다른 부위를 집어 뜯었다.

입에 넣기 부담스러운 크기.

그러나 요괴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질 않았다.

일순간, 벽에 비치는 그림자의 입이 살짝 미소를 짓는다.

그것은 곧 위 아래로 크게 찢어지더니···.

이어서 그림자의 아가리가 살점을 씹어 삼켰다.

뼈를 뭉개고 근육을 잡아 뜯는 소리.

다시금 섬뜩한 울림이 퍼져나갔다.

···지옥의 만찬은 한참동안이나 이어졌다.


“···흥.”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 요괴는 먹는 것을 멈춘다.

이윽고 덩어리를 바닥에 집어던졌다.

그 행위에 왠지 모를 신경질적인 짜증이 엿보인다.


“왜 그러지? 벌써 질렸냐?”

“역겨워. 최대한 참으려고 했는데 끔찍한 맛이야. 이놈들··· 이상한 거에 찌들어 있어.”

“킥킥, 핏줄 깊숙이까지 곡주가 스며든 모양이지?”

“···술 따위 정말 싫어. 인간들은 뭐가 좋아서 이런 걸 마시는 걸까? 흥, 가려서 먹을 상황은 아니었지만 말이야.”


요괴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배를 충분히 채우긴 했지만 단지 그 뿐이었다.

가능하면 더 맛있는 것을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멍청한 소리. 해가 저문 시간에 바깥을 돌아다니는 인간 중에서 멀쩡한 놈이 있을 리 없잖아?”

“후후, 하긴 그렇지.”

“전부 네가 자처한 거야. 쓸데없는 놀이로 사냥을 하려니까 그렇지.”

“아아, 또 잔소리···.”

“효율의 문제다. 언제든 쳐들어가서 다 찢어죽이면 그만 아닌가? 우리가 굳이 쥐새끼처럼 숨어들 필요가 있냔 말이다.”

“그래도 말이야. 그게 더 즐거운 걸?”

“퍽이나.”

“말 그대로 놀이니까.”


놀이.

그것은 심야의 골목처럼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어여쁜 가죽을 뒤집어쓰고 사냥감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행위를 말했다.

결국 모든 것은 장난에 불과했다.


“내게는 시간낭비라는 의미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주인격의 요괴는 그에 답하지 않았다.

말없이 웃음소릴 흘릴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요괴에게 있어서, 인간을 흉내 내는 일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이었기에.

욕정을 품고 달려든 남자의 몸을 짓이기고.

동정심으로 접근한 여인의 목을 밴다.

그때마다 다양한 표정을 볼 수 있다.

온갖 절망을 체험하지.

요괴는 그것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유쾌했다.

단순히 공복을 채우는 것을 넘어···.

그 과정에서 지고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기에.


“왜 다들 이 여흥을 이해 못하는 거람? 언니도 괜히 인간들이 북적이는 건 질색하지 않았어?”

“···날 그딴 식으로 부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응, 매일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많이 들었지.”

“그러면?”

“당연히 기각이야. 그쪽에게 나에게 뭔가를 요구할 권리는 없어.”

“···건방진 것.”

“후후, 언제까지 배짱을 부릴 수 있을까? 이 몸에 붙어서 영양이나 받으며 겨우 살아가는 기생충 주제에 큰 소리 하나 만큼은 여전하구나?”


노골적인 도발.

소녀의 뺨이 파도가 일어나,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오냐아아! 조만간 네가 반드시 후회하게 해주마!”

“언제? 지금이 아니라? 불만 있으면 말해보시지. 오늘이 바로 너를 도려내는 날이 될 테니까.”

“좋아. 할 수 있으면 해봐라. 그 전에 내장을 모두 헤집어 놔주마.”


흉포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한 몸에서 두 개의 살기가 뒤섞였다.

이들은 어째서인지 같은 신체를 가졌으면서도 서로를 깊게 증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싸움에는 큰 의미가 없어.

양쪽 모두 결국엔 자기 자신을 소모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에,

좋든 싫든 이 둘은 공존하는 입장이었다.


“···흥, 관둘래. 언니가 저번처럼 삐져서 대화를 며칠이나 거부하면, 그건 그거대로 심심해 질 테니.”

“솔직하게 말하시지? 뒈지는 게 겁이 나서 항복하는 거라고.”


몸의 일부가 빈정거리는 것에 기분이 상했는지, 요괴는 어여쁜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곤 바닥에 메스꺼운 고기의 일부를 뱉어냈다.

수컷의 고기는 질기다.

아까도 소녀가 말했듯 술의 성분이 내장에까지 스며들었는지 맛까지도 끔찍했다.

그럼에도 거의 세 사람분의 고기를 뱃속에 밀어 넣은 것은···.

그만큼 요괴가 배가 고팠기 때문이었다.


“다음엔 반드시 암컷이나 새끼의 고기를 먹을 테야.”

“그러게 내가 거듭 말하잖아? 지금이라도 해버려. 언제든 말만 해. 당장 속을 게워 내주지. 그럼 너도 아무 집이나 들어가서 애새끼를 하나 잡아올 수 있겠냐?”

“이 거죽을 벗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말이야?”

“그래.”

“보이는 대로 전부 찢어죽이고 몰살시켜서?”

“오냐.”

“전부 내 미학에 반하는 짓이야.”

“답답하긴. 여전히 성가신 짓거리만···.”

“그 이상 듣기 싫어.”


요괴는 골목을 빠져나왔다.

밖으로 얼굴을 내밀자, 월광에 소녀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사냥의 흔적.

식사의 결과가 소녀의 옷에 검붉은 얼룩을 남겼다.

정신없이 먹어대느라 온통 피범벅이다.

안 그래도 떨어질락 말락 아슬아슬하던 천 조각이 이제는 완전히 시뻘건 넝마로 번해버렸다.


“···슬슬 다른 옷이 필요하겠어.”


요괴는 인간의 모습을 흉내 내는 동안 간단한 예법을 익혔다.

그렇기에 인간의 암컷이 알몸으로 돌아다니면 주위에서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 틀림없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 반드시 소란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이 요괴는 시끄러운 것을 매우 싫어했다.

그래서 가능하면 인간들이 평범하게 생각할 차림을 유지하려 노력했던 것이다.


“그냥 벗어버리지?”

“싫어.”

“이해할 수가 없네. 애초에 우리에겐 뭔가를 입는 다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데 말이야. 거기다 굳이 걸친다면 아무 거나 상관없지 않나?”

“기왕이면 아름다운 편이 좋잖아?”


호기심이 많은 이 요괴는 인간에 대해 부단히 탐구해왔다.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사실을 알아냈는데, 바로 인간은 겉모습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장식을 만든다.

그저 추위를 막아줄 가죽이면 충분할 것을···.

쓸데없이 치장까지 신경을 써.

인간은 광석을 다듬어 몸에 걸치고, 좀 더 모양새가 단정한 섬유를 원한다.

짝짓기를 위해서 인가?

아니면 자신의 서열을 드높일 수 있기 때문인가?

정확한 이유는 모르나, 요괴는 그러한 인간의 성향을 어느 정도 파악해냈다.

이러한 정보들은 많은 도움을 주어, 요괴가 보다 사람의 모습에 가까워지는 결과를 냈다.

자연스러움.

그것이 놀이의 즐거움을···.

사냥감을 포획할 다양한 기회로 승화시킨 것이었다.

틀림없이, 요괴는 성장하고 있었다.


“···나는 너라는 개체를 점점 더 모르겠다.”

“아아, 하지만 정말··· 아까워. 처음엔 아주 곱고 예쁜 옷감이었는데.”


소녀의 모습을 한 요괴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옷 여기저기에 뜯어진 부분을 만지작거렸다.

사실 그것은 수 계월 전, 산에서 길을 잃은 여인에게 빼앗을 당시 만해도 아름다운 드레스였다.

그러나 지금은 안타깝게도 본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훼손된 상태···.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벗지 않은 것을 보면 그만큼 이 옷이 요괴의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리라.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인간을 아무렇지도 않게 짓이기는 마물이···.

단지 몸을 가리는 용도가 전부인 천 조각 따위에 유감을 표시하다니?

요괴는 약간 수줍은 듯이 달을 향해 살짝 곁눈질하며 속삭였다.


“지금 날 지켜보는 게 너와 저 달 뿐이라 다행이야.”

“흥, 또 시시한 인간 흉내를···.”


누군가가 들어주길 바라는 의도가 아니야.

그저 감상일 뿐인 독백이었다.

인간의 문화를 접한 영향인가?

가끔씩 요괴는 이런 행위를 즐겼다.

만월이 좋다.

달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아주 오래전의 아득한 그리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저 너머의 세계에 아주 익숙한 무언가가 기억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짧은 한 순간의 도취는 거기서 끝을 내야만 했다.

저벅.

골목 너머로 들려오는 요란한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기 때문이었다.

요괴의 뛰어난 귀는 멀리서부터 조금씩 커져가는 발자국 소리를 놓이지 않았다.

소녀의 얼굴은, 재빨리 소리가 다가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 누가··· 있습니까?”


어딘지 모르게 김새는 목소리.

요괴가 돌아본 그 자리에는 한 남자가 멍청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요?”


사내 쪽은 주변이 어두워 아직 주변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요괴의 눈은 달랐다. 아주 적은 빛도 받아들여 앞을 비추는 요안(妖眼)이 남자의 모습을 정확하게 포착했다.

단정한 갈색의 머리카락이 보인다.

놀람을 감추지 못하는 푸른 눈동자도.

전체적으로 순해 보이는 얼굴까지 전부 한눈에 들어왔다.

그는 오른쪽 어깨에는 이상한 십자 무늬가 수놓아져 있어.

쓸데없이 화려한 장식의 망토였다.

남자의 차림새는 지금껏 요괴가 보아온 여느 것들과는 다른 낯선 모양.

이런 장소와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남자의 등장에 요괴는 의아하기만 했다.


“서, 설마··· 윽!?”


드디어 남자는 곧 주변의 어둠에 익숙해졌다.

물체의 윤곽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가 될 무렵, 남자는 주위에 널 부러진 것들의 정체를 깨닫고 주저앉아버렸다.

그리곤 입을 손으로 가리고 헛구역질을 했다.

당연한 반응.

지금 사내의 눈앞에서는 도륙된 주검의 파편이 나뒹굴고 있었기에.


“치잇···.”


순간 요괴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것은 일종의 수치심.

자신이 어질러놓은 걸 인간에게 들켜버린 사실이···.

달 이외의 다른 존재에게 치태를 보이고 만 것이 매우 기분이 나빴다.

애초에 다른 생물의 시선에 민감한 요괴였다.

밤에 주로 활동을 하는 이유도 자신의 모습을 가능한 드러내지 않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은 요괴를 목격하고 말았다.


‘···호, 저지를 셈이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요괴의 수치심은 남자를 향한 강렬한 적의로 돌변했다.

소녀의 모습을 한 요괴는 오른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 상태에서 팔을 변화시키면, 방금 전 자신이 사냥한 먹잇감들처럼 순식간에 눈앞의 청년을 두 동강 내버릴 수 있을 것이리라.

요괴는 남자를 짓이겨버릴 생각만으로 남자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리곤 기다렸다.

사내가 자신의 정체를 알아채고서 몸을 돌려 도망치려하는 그 순간을.


“이럴···수가?”


요괴의 예상과 같이 곧 남자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제 확실히 어둠에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요괴는 마음속으로 사악하게 읊조렸다.


‘얼른 뒤 돌아봐. 비명을 질러. 그리곤 도망치라고. 하지만 그래도 놓치지 않을 거야. 값을 치러야지. 그리고 그 대가란··· 바로 네 목숨이다!’


예정된 데로 소녀는 오른팔을 휘두르려 했다.

그러나···.


“···아니?”


요괴는 행동을 이을 수 없었다.

그것은 남자가 보인 갑작스러운 행동 때문이었다.

남자는 도망치지 않았다.

아니, 도망치기는커녕 오히려 요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당신, 괜찮아요?”

“···아?”

“어디··· 어디 다친신 데는 없습니까?!”


피하지 못했다.

심지어 남자는 소녀의 모습을 한 요괴의 어깨를 잡고 흔들기까지 했다.

무엇이 그리 애절한 지, 필사적으로 소리까지 지르는 것이 아닌가?


“무사합니까? 대답해, 제발 대답해줘요! 부탁입니다, 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남자의 반응에 요괴는 당황했다.

심지어 또 다른 입의 인격 쪽도 말문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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