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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비우스

마법을 베는 천재기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뇌비우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1.13 17:13
최근연재일 :
2023.12.08 11:35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17,249
추천수 :
499
글자수 :
190,785

작성
23.12.06 10:31
조회
152
추천
5
글자
11쪽

사령관 에고시 (1)

DUMMY

남은 녀들석이 덩굴이니 줄기니 휘둘렀지만 소용없었다.


""가고일!""


꽉 움켜쥐는 완의 속박.

이어서 앨런의 유연하고 민첩한 검형이 놈들의 봉쇄진을 격파했다.


슈각!


유려하게 그려지는 궤적.

곧 몇 차례 거친 호흡을 담은 검격이 이어지더니 적들의 주요 부위가 하나 둘 잘려 나가 바닥에 쓰러졌다.


'완 씨가 속박하고,'


앨런이 나서서 배제하니, 두 사람의 합격은 가히 절묘의 경지에 이른 수준이라 할 만했다.



- 꺄아아악!



고통스러운 절규가 울려 퍼졌다.


식물인간은 엘쉬나가 가진 마력의 부산물.


앨런의 검은 그것들을 소멸시킬 뿐 아니라,

그녀가 가진 마력의 원천까지 앗아가고 있었다.


엘쉬나가 한층 힘에 부친 목소리로 외쳤다.


- 사라져... 당장 사라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또 다른 개체들이 몰려왔다.

놈들은 아주 천천히, 하지만 분명히 인지할 수 있게 움직이며 끊임없이 여러 갈래로 분열했다.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식물 인간은 무려 스물 다섯 구.


한순간 불어난 숫자에 위압감이 느껴졌으나 앨런은 침착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이어서 그것들 중 특별히 경계해야 할 특별개체들이 보였다.

곧 앨런의 사고회로가 빠르게 돌아가며,

낮에 보았던 책들의 페이지를 머리속으로 자유자재로 넘겨기면서, 놈들이 어떤 유형인지 파악했다.


'알았다!'


마침내 놀랍도록 빠른 동체시력을 이용해 특별개체를 속속들이 골라내는 앨런.


'우선 저것은... 맥각(麥角)이야.'


맥각.

균에 감염된 호밀의 종자.

중독 증상이 심할 경우 괴저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리고 저건 아데니움.'


사냥용 화살촉을 코팅하는 데 사용되는 독성이 강한 수액을 뿜어내는 꽃.


'암네시아.'


지독한 악취를 가진 버섯.

후각을 마비시켜 심하면 시각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이놈, 그리고 이놈들입니다."

"오케이, 잡았다!"


우드득!!


완의 오러가 발동하자 앨런이 지목한 개체들이 속속들이 굳어갔다.


- ...!!


독이니 수액이니 뿜어내려던 움직임은 즉시 차단되었다.

앨런은 그렇게 걸러진 남은 개체들이 몰려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 죽어...

- 아니 죽이지 마.

- 아빠를 찾아야 해

- 팔, 다리를 다 찢고 목만 남겨둬

- 아니. 혀만 남겨둬 그리고,

- 아빠가 어딨는지 알아내

- 그리고... 죽여!



"!"


확 끌어당기는 인력이 앨런의 고개를 잡아 젖혔고,

소름 끼치는 바람 소리를 일으키며 덩굴과 가시로 이루어진 손이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집중해!"


완이었다. 완이 켄을 써서 공격을 피하게 만들어 준 것이었다.


뿌드드득...


나머지 한 손은 여전히 속박의 형이 발동되고 있었다.

그 힘은 앨런이 선별한 특별개체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전투가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니, 최대한 오러를 아껴야 해.'


그것이 완의 계산이었다.


그렇기에 모든 개체를 속박할 수 있음에도,

우선 특별개체들을 선별 속박한 것.


완은 앨런을 향해 소리없이 입모양으로 말했다.


'특별개체들을 먼저 죽여. 그 다음 나머지 놈들을 함께 해치우자.'

'예!'



- 허튼 수작 부리지 마!!



퍼붓는 적들의 맹공.

앨런은 아슬아슬한 순간에 검을 들어 위로, 그리고 측면으로 비껴 공격들을 떨쳐냈다.


채채챙!


손이 매웠다.

검신을 타고 아찔한 진동이 느껴졌다.

그렇게 여섯 차례 더 방어하며 뒤로 물러났다.


"읏!"


죽음을 갈망하는 손끝이 앨런의 갸름한 턱 끝을 스쳐 지나갔다.

그만큼 놈들의 공격은 집요하고 연속적이었다.


"이얏!"


앨런은 검을 두 손으로 쥐고 크게 횡으로 쓸었다.


에워싼 무리들이 화들짝 놀라 물러서자 그 틈을 타 척으로 도약,

공중 위로 휙 날아오르면서 포위망 밖으로 회피했다.


그렇게 뒤따라오는 추적을 떨쳐내며 빈틈을 만들었다.


'지금이다!'


앨런은 그 찰나를 집요하게 노렸다.

굳어 있는 특별개체에게 다가가 놈들의 수급을 하나 둘 베어나갔다.

그러다 또 나머지 개체들이 몰려오면 척을 이용해 회피하며 틈을 노려갔다.


"헉! 헉!"


무리 속을 뛰어다니며 목표물을 노리는 것에는 참으로 큰 인내가 필요했다.

전신의 근육이 후끈 달아올랐다.

입에선 단내가 나고 땀방울이 비처럼 쏟아졌다.


서걱!


숨이 턱끝까지 차오를 때쯤,

마침내 마지막 특별개체가 쓰러졌다.


"됐어. 지금부터 큰 거 들어간다!"


그때 완이 앞으로 나섰다.

가슴 앞으로 들어올린 손을 흡사 칼날처럼 바짝 세운 자세.


스으으으....!



고도로 응집된 오러가 손끝을 돌며 어떠한 형상을 만들어냈다.

이는 한 치, 두 치의 길이로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속박 제2형."







""메두사Medusa!""






솨아앗-!


일직선의 오러가 뿜어져 나왔다.

광선과 같은 완의 오러는 계속 커지면서 신장해 나갔다.

그리고 주위에 도사리던 나머지 적들을 하나둘씩 쓸어 삼키기 시작했다.


"와...!"


앨런은 예기치 못했던 광경에 눈을 크게 떴다.



슈욱-

끼기기긱..!!


광선과 접촉한 적들이 모두 흡수되듯 빨려들어가더니,

이내 그 안에 갇혀버려 옴짝달싹 못한다.



꼭 호박 속에 갇혀버린 화석이 된 듯한 모습.



완은 그 위력적인 행사를 발휘하고 난 뒤 또다시 '굴러라, 돌멩아!' 하고 외쳤다.

앨런은 때가 됐음을 느꼈다.

핫 하는 기합 소리와 함께 단전 속 깊이 잠재되어 있던 오러를 폭발시키며 외쳤다.



"신속 제2형...."







""달빛섬광-!!""






파파팟!!


푸른 달이 적들을 집어삼켰다.

광선 안에 굳어 있던 적들은 아무런 저항도 못했다.

오러의 달에 속수무책으로 휩쓸리며, 그대로 나풀거리듯 불타올랐다.


'쉬이이이...' 소리와 함께 그 자리를 대체한 사람 형체의 숯.


앨런은 비로소 적들을 모두 물리쳤음을 직감했다.


"후우."


털썩 주저앉아 한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밀려오는 탈력감.

휴식이 절실했다. 허나 시간이 촉박했다.


"더 몰려올겁니다. 얼른 수색하고... 여길 벗어나야 겠어요."

"그래."


베이고 불타버린 식물인간들의 사체들,

그 위로 끈적하고 음습한 공기가 맴돈다.


앨런과 완은 그것들을 지나 마침내 템파의 집 앞에 자리했다.


"!"


덜컥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두 사람 모두 흠칫 놀라 제자리에 멈춰섰다.


집 안에 누군가 있었다.


어둠 속에 가려진 인영.


아무런 움직임 없이 앉아 있는 모습.


더불어 드물게 깜빡이는 희번덕한 동공만이,

그게 동상이나 조각상이 아닌 사람임을 증명해 주었다.


어둠 속의 인물이 일어섰다.

이윽고 두 사람을 향해 천천히 걸어나오며 희미한 달빛에 비친 모습을 드러냈다.


마침내 마주하게 된 얼굴.

앨런은 그 얼굴 한가운데 선명하게 새겨진 끔찍한 회색빛 흉터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




"...당신은?"


신음처럼 중얼거린 앨런의 말에, 상대는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쇠꽃기사단 사령관 에고시.


그녀가 싸늘한 안광을 드리운 얼굴로 앨런과 완을 마주보았다.


"너희 둘, 기다리고 있었다."


적의 어린 숨결이 느껴졌다.

곧 그녀의 배후에서 다섯 명의 쇠꽃 기사들이 나타났다.

완은 영문을 알 수 없어 잠깐 고개를 갸우뚱 하다 이내 픽 웃음을 흘렸다.


"이야, 다들 관상 좀 봐라. 아주 영락없이 마법사한테 빌붙어 먹은 낯짝들인데?"

"그렇지."


고개를 끄덕이는 에고시.


"무엇보다 귀찮은 존재 두엇 해치기엔 더할나위 없는 분위기지 않은가?"


휙 하는 소리와 함께, 에고시는 들고 있던 무기를 늘어뜨렸다.


거창巨槍.


길이는 대략 육 척 정도.

창두 끝엔 화려한 수실이 달려 있었다.

나무로 이루어진 창대 위엔 분홍빛 꽃봉오리가 마구 돋아나 있었다.


'쇠꽃.'


수십 개도 넘는 쇠꽃 봉오리가 창대 위에 맺혀 있다.

에고시가 말했다.


"오년 전, 우리 쇠꽃기사단이 한창 만방에 위엄을 떨치던 시절. 쇠꽃재배자가 찾아와 내게 이렇게 말하더군."


- 그 꽃은 마법으로 개량한 것이오.


- 쇠꽃과 접촉한 순간 마력이 체내에 침투하게 되어있지.


- 고로 내가... 아니. '그 아이가' 마음만 먹으면, 당신들 모두 죽게 만들 수 있소.


- 당신과 기사단, 영주까지. 하지만...


"거기에 더러운 사족을 달더군.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그럼 우리들 모두 살려주겠다고."


에고시는 템파의 명령에 따랐다.

템파와 마법사인 딸 엘쉬나의 정체를 숨겨 주면서,

그들에게 인간의 심장을 주기적으로 공급하는 게 주된 일이었다.


"그렇게 내 손 더럽혀가며 바친 심장. 자그마치 수 백개가 넘어 갔어. 덕분에 공화국 곳곳 피 냄새 안 맡아 본 데가 없을 정도지."


'...마법사의 마력의 원천은 인간의 심장.'


그리고 나이에 비해 무섭도록 심후한 마력을 가진 엘쉬나.

앨런과 완은 마침내 그 원인을 알게 되었다.


"당신의 영주... 시어도어 님은 이 사실을 아시나요?"

"아니."


앨런의 질문에 에고시는 고개를 저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날 포함한 극소수, 영주님이라면 차라리 죽기를 택했을 거야."


'목숨보다 명예를 더 중요시하는 분이니까.'


에고시의 입술 위로 쓴웃음이 피어올랐다.


"그 더러운 곰새끼도 그걸 알고 내게 접근해 온 거겠지."


취르륵! 순간 에고시의 쇠꽃이 격렬하게 꿈틀거렸다.

마치 방금 전의 말에 발끈하는 듯한 반응.

앨런 또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엘쉬나...'


그녀는 역시 모든 걸 듣고 있다.

에고시는 뭐 대수냐는 듯 어깨 한 번 으쓱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뭐. 여하튼,"


스르릉-


차가운 달빛이 창날 위로 미끄러지면서 앨런과 완을 향해 날을 세웠다.


"기사나리들, 한담은 여기까지 나누자고. 이제 템파의 행방을 말해보시지. 알다시피 그 일로 우리 꼬마 마법사께서 아주 많이 화가 나셨거든."


"죽...!"


무심결에 대답하려던 완을 앨런이 막아세웠다.

앨런은 쇠꽃을 가리키며 입을 중얼거렸다.


'엘쉬나가 듣고 있어요.'


완은 곧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엘쉬나는 이 도시의 모든 식물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아빠가 죽었단 사실을 알게 되면 엘쉬나가 폭주하게 될 테니, 이에 대한 발설은 금물.

그때 에고시의 입술이 소리 없이 움직였다.


'내게만.'


앨런은 순간 놀랐다. 독순술로 말하는 에고시의 두 눈동자가 잘게 떨리고 있었다.


'내게만 말해다오. 오늘 안에 그를 찾지 않으면... 우린 마법사에게 모두 죽는다.'


에고시의 시선이 무겁게 와 닿았다.

아까와 같은 겁박의 표정이 아닌,

흡사 벼랑 끝에 서있는 듯한 위태로운 표정.


완은 그 표정을 묵살했다.

허나 앨런은 아니었다.

마법의 희생자. 이 사람에겐 진실의 대답이 필요했다.

앨런은 잠시 침묵한 뒤 역시 소리 없이 대답했다.


'죽었습니다.'


앨런의 말에 에고시는 심부를 찔린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비통한 듯 고개를 떨구고, 입술을 깨문다.


"그래... 그럼."


에고시가 말했다.

그렇게 잠시 뒤에 고개 든 얼굴은, 이제 더할 나위 없이 험상궂은 빛을 띠었다.


"너희라도 죽여서... 녀석의 분노를 달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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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영주의 야망 +1 23.12.03 332 10 16쪽
21 새로운 동료 23.12.02 353 11 17쪽
20 쇠꽃의 비밀 +1 23.12.01 399 10 10쪽
19 첫 번째 임무 (2) 23.11.30 396 10 16쪽
18 첫 번째 임무(1) 23.11.29 430 13 15쪽
17 마법을 베는 검 (2) 23.11.27 520 15 21쪽
16 마법을 베는 검 (1) +1 23.11.26 497 12 14쪽
15 검의 성소 (5) 23.11.25 497 24 20쪽
14 검의 성소(4) +1 23.11.24 504 17 15쪽
13 검의 성소(3) 23.11.23 531 15 19쪽
12 검의 성소(2) 23.11.22 556 14 18쪽
11 검의 성소(1) 23.11.21 595 17 14쪽
10 의회 소집 +2 23.11.20 625 19 10쪽
9 검의 신탁(3) 23.11.19 646 21 20쪽
8 검의 신탁(2) 23.11.18 654 23 12쪽
7 검의 신탁(1) +2 23.11.17 720 27 14쪽
6 훈련 +1 23.11.16 822 29 17쪽
5 당기는 손, 밀어내는 발 +1 23.11.15 920 27 13쪽
4 네 능력이 참 유용하구나 +1 23.11.14 1,073 25 14쪽
3 심장을 먹는 마법사(2) +4 23.11.13 1,283 34 16쪽
2 심장을 먹는 마법사(1) +4 23.11.13 1,517 38 19쪽
1 모두에게 천재로 불리웠다. +3 23.11.13 2,342 5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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