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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비우스

마법을 베는 천재기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뇌비우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1.13 17:13
최근연재일 :
2023.12.08 11:35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17,247
추천수 :
499
글자수 :
190,785

작성
23.11.30 17:37
조회
395
추천
10
글자
16쪽

첫 번째 임무 (2)

DUMMY

루트린의 숲.

이곳은 개척도시 트림데일의 동쪽에 위치한 여인숙이었다.

인공 숲 한가운데 위치해 있으며 내부는 나무로 된 기둥과 지붕, 그리고 원목과 돌로 꾸며져 있었다.

더불어 작은 바 카운터와 여러 개의 원형 테이블이 흩어져 있어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앨런은 그곳에서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 이 시간쯤이라고 했는데. 아직 안 온 건가.'


템파의 딸, 마법사 엘쉬나.

그녀를 찾는 이 임무는 앨런만의 단독 수행이 아니었다.


- 혼자서는 어려울 게다.


그랜드 마스터 렉스뮤는 이렇게 말했었다.


- 마스터 쉬리더는 여정이 길 것이니, 대신 함께 움직일 동행을 배정해주마.


그리하여 오늘 밤 앨런은 이 여인숙에서 새 동료를 만나기로 한 것이다.


'이름이나 인상착의 같은 건 따로 듣지 못했지만.'


한 눈에 보아도 동료일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때 어딘가에서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하하!"


앨런을 기준으로 대각선 오른쪽 방향에 있는 테이블.

그곳에서 장내가 떠나갈 듯 왁자한 웃음소리와 함께,

일단의 무리들이 무언가를 빙 둘러싼 모습이 보였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건, 다름아닌 한 여자.

그녀는 한껏 호소력 넘치는 표정이 자아내며, 좌중을 향해 이렇게 외치기 시작했다.


"신랑을 구합니다!"


'잠깐, 뭘 한다고?'


처음엔 앨런이 뭘 좀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그런데 여자의 입을 통해 쭉 들려오는 말들이 범상치 않았다.


"신랑 구해요! 저로 말할 것 같으면, 대륙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유람한 세월이 도합 수 년의 세월이 넘는 사람이죠. 그 이유는 뭐냐? 다름 아닌 남자 보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서란 말씀!"


와하하!

터지는 좌중의 웃음.

어느새 술집 안의 온 사람들이 여자의 주위로 몰려 들었다.

여자는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달변에 가까운 말을 이어갔다.


"멋진 남자 찾아 헤쳐온 삼만리! 결국 이 인적 드문 공화국의 변방까지 흘러들어왔는데. 이를 그냥 지나치면 섭하지. 운명처럼 딱 들어맞는 내 님 하나 찾아 본전 한번 제대로 뽑아먹겠다 이 말씀이야!"


"우오오오!"

"멋지다!"


'..정말 멋진 거 맞아?'


한 마디로 술집에서 서방찾기라는 말인데, 그야말로 달밤에 이단옆차기만큼이나 황당무계한 짓이었다.

그럼에도 좌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한 눈에 보아도 수려한 여자의 외모가 제대로 한몫 했으리라.

앨런은 여자의 외향을 빠르게 살펴보았다.


새하얀 피부

청량감이 느껴지는 밝은 청회색 눈

묶기도 풀기에도 용이한 적갈색의 중단발

무릎 위까지 내려와 나풀거리는 스커트


절세가인이라기엔 뭔가 부족했지만, 밝고 친근함이 있어 어딜 가나 예쁨 받을 만한 사랑스러운 외모였다.

테이블 위로 쿵쾅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흔들리는 육감적인 몸매 또한 이 열띤 찬사에 한 몫 하리라.

여하튼 세상 물정 모르는 앨런에게 있어선 전반적으로 쇼킹한 장면이 아닐수가 없었는데,

좀더 지켜보자니 그보다 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휘릭!


순간 테이블 위를 훌쩍 뛰어 공중을 넘더니 의자 아래로 폭삭 내려앉는 여자.

그 현란한 동작에 좌중의 입이 떡 하고 벌어졌다.


'보통 움직임이 아닌데?'


앨런이 놀랄 만했다. 한순간이었지만 보통 사람은 흉내조차도 못낼 현묘한 동작이었으니까.


"자."


여자는 앉은 자리에서 곧장 무언가를 꺼내더니, 테이블 위로 좌르륵 펼쳐 보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주사위.

총 여섯 개의 눈이 달린 주사위 세 개가 가로 방향으로 정연히 배열되었다.


"여러분. 나는 지금부터 이걸로 내 운명의 님을 찾아볼 참이랍니다!"

"헐!"

"주사위 놀이로?"

"그거 진담이야?"


"물론 진담이죠!"


주사위 놀이.

세 개의 주사위를 굴려 나온 눈의 숫자가 큰 쪽이 이기는 단순한 게임.

여자는 이것으로 제 신랑감을 찾겠다 공표하고 있었다.


"이래봬도 소싯적부터 운 깨나 강하다고 소문 난 몸. 이런 내 운을 꺾는 남자야말로 운명의 짝이겠지. 그러니 이것만큼 공평한 판가름이 없다 생각해. 자, 아무나 붙어보시라고!"

"정말? 정말 아무나도 괜찮아?"

"아무라도 괜찮아. 나이 불문 외모 불문, 재산 또한 불문. 그 어떤 것도 묻고 따지지 않겠어. 됐죠?"


"지,진짜라는 거지?" "이거 대박인데!"


술집에서 신랑 찾기는 이제 주사위 게임으로 신랑 찾기로 변모됐다.

앨런은 살짝 기가 막혔다.

그야말로 실소를 금치 못할 촌극이었으나 의외로 사람(정확히는 남자)들의 반응은 열화와 같았다.


'하기사, 게임에서만 이기면 아무런 조건도 없이 젊고 예쁜 여자와 혼인하는 셈이니까.'


참여하는 남자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밑져야 본전에 도랑쳐서 붕어잡기였다.

하다못해 주사위 노름하는 재미라도 있지 않겠는가.

여하튼 그렇게 게임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참여한 이는 볼품없는 인상을 가진 초로의 남자.


"히히. 색시야. 나부터 먼저 해!"

"음. 아저씨. 솔직히 말해 당신은 임질, 사면발니, 곤지름. 뭐 이런 고약한 성병은 죄다 갖고 있을 거 같이 생기셨군요."

"아니 뭣...!"

"게다가 앞니빨도 다섯개나 빠져서 살짝 합죽이 같기도 하고... 하지만 괜찮아, 난 편견 없이 깨어 있는 여성이니까. 그럼 어디 한번 붙어볼까요?"

"이익, 본때를 보여주마!"


초로의 남자가 사나운 기세로 게임에 덤벼들었다.

몸을 부들부들 떨며 게거품을 무는 게 생각보다 마음의 상처(?)를 심하게 입은 듯했다.


"후훗! 어떠냐!"


남자는 그럭저럭 운이 좋았다.

주사위 세 개 던져 나온 숫자는 각각 5,4,5.

남자는 기분 나쁜 군침을 흘리며 씨익 웃었다.


"처자여, 내 이름은 반스 방년 58세. 네년은 오늘 밤 내 제물이 될 것이다앗!"

"오, 나쁘지 않은 숫자인데? 그럼 이제 내 차례."


이어서 여자의 차례가 돌아왔고,

곧 공개된 결과는 좌중을 당황케 했다.


"유, 육눈이 셋!"

"어떻게 이런 일이!"


사람들이 호들갑을 떨만도 했다.

여자가 가진 숫자는 6, 6, 6.

세 개 주사위 모두 가장 큰 눈이 나왔다.


"자, 이제 아저씬 비키시고. 다음!"

"이, 이번엔 내가 해볼래." "나도!"


반스(방년 58세) 할범을 기점으로, 도시의 남자들이 죄다 득달같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허나 결과는 완패.


"맙소사, 열 판 내리 육눈이라고?"

"이게 말이 돼?!"


여자는 그야말로 운의 화신이었다.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무조건 만들어내는 트리플 육눈!


'정말 신기하네.'


그 신기에 가까운 여자의 운에 앨런도 놀랄 만했다.

저걸 단순히 운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흡사 어떤 능력이라도 가지고 있는 듯 착각할 정도였다.

그러한 사고의 편린이 불현듯 앨런의 머릿속에 경종을 울렸다.


'잠깐.. 혹시 저 사람이...?'


앨런이 찾던 동료가 아닐까? 불현듯 드는 이런 생각에 앨런은 저도 모르게 도리질을 쳤다.


'윽, 안 돼! 저런 사람이 내 동료라면...'


모르긴 몰라도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을 것 같았다.

이런 앨런의 복잡한 마음과는 달리 장내의 분위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내 차례다."

"반드시 이겨주지!"


사람들은 경악하면서도 오기에 받쳤다.

이제는 어째 분위기가 여자와 혼인하기 위함이 아니라, 어떻게든 한 판이라도 이겨보겠다는 승부심으로 바뀐 듯했다.

여자도 이러한 변화를 체감한 것일까?

'잠깐' 하는 말로 좌중을 멈춰세우더니, 곧 새치름한 표정으로 입을 쭉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돈 걸어."

"뭐엇?!"

"그냥하면 너희도 재미 없잖아. 이제부턴 돈 받고 할래."


그리하여 신랑감 찾기는 다름 아닌 도박판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신기한 건 그때부터 여자의 표정에 묘한 독기가 느껴지며 목소리도 한층 높아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싸뵤! 이번에도 내가 이겼어!"


"내놔, 내놔!"


"어이 거기 아저씨! 어딜 도망가려고? 당장 돈 안 놓고가!?"


급기야는 이렇게 으름장을 놓기도 하는데, 종전에 보았던 참하고 명랑한 여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는 모습이었다.


"으악, 내 돈!"

"오늘 하루치 일당을 몽땅 날려 버렸어!"

"이런 악마같은 년!"

"젠장. 확 꺼져 버려!"


졸지에 한 밑천 몽땅 털려버린 남성들의 욕설 섞인 원성이 울려 퍼졌다.


"흥! 볼 일 다 봤으면 절루 꺼지셔들!"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콧방귀만 뀌었다.

어느새 잔뜩 쌓인 자신의 돈주머니를 탐욕스레 쓰다듬는 건 덤이었다...!

이를 모두 지켜 본 앨런은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여자의 정체에 대해 이러한 확신을 품었다.


'...미친 여자다. 보통 미친 여자가 아니야.'


"...어?"


그런데 이게 웬걸. 그 미친 여자가, 어쩐지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흐흐흐."


앨런을 바라보며, 전혀 내력을 파악할 수 없는 음흉한 미소를 띠면서!


"서, 설마. 아닐거야. 아닐 거야..."


불현듯 엄습해오는 불길한 예감.

앨런은 저도 모르게 질겁했다.

이윽고 두 손을 모은 뒤 잘하지도 않던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하늘을 굽어 살피시는 절대신이시여. 하고 많은 동료 중에 부디 저 여자만은 아니기를 빌고 또 비오나니..."


이렇게 온갖 미사여구를 다 갖다 붙이며 말씀을 올리는데, 잠시 정적이 드는가 싶었다.


"사라졌나... 으헉!"


살짝 실눈을 떠보니 웬걸, 여자가 바로 앨런의 테이블 맞은편에 떡하니 앉아 있었다.

여자는 앨런을 향해 씨익 웃었다.


"안녕 친구?"

"...왜죠?"


낯선 이가 건넨 첫인사에 할 만한 대답은 아니었다. 그만큼 앨런은 당황한 터였다.


"와, 넌 다 가졌구나?"

"예?"

"곱디 고운 잘생긴 얼굴은 그렇다 쳐. 근데..."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그녀의 두 눈.

그 시선은 정확히 앨런의 옆구리에 걸쳐진 검을 향해 있었다.


"그 검은... 참 눈물나게 멋드러졌구만."

"!"


여자가 말한 내용 중 '눈물'이란 단어가 유독 강조된 건 앨런만의 착각이었을까?

앨런은 자신이 갖고 있는 검의 이름이 다름 아닌 '첫 번째 눈물'임을 자각하면서,

이 노름꾼 여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고심하게 되었다.


그 순간, 갑자기 뭔가를 탕! 하고 내려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젠장!"


쇠꽃 기사단이 있는 테이블이었다.

앉아있던 네 명 중 한 명이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려친 것이었는데,

그때문에 올려있던 잔이니 접시니 하는 것들이 몽창 조각 나 바닥으로 쏟아졌다.


"아이 참!"


여급 키미가 잔뜩 골이 난 표정으로 기사들에게 다가왔다.


"바이런 아저씨! 자꾸 나 똥개훈련 시킬 거예요? 또 잔을 부숴먹으면 어떡해!"

"미안하다 키미."


바이런이라는 남자가 헝크러진 머리칼을 뒤로 쓸어넘기며 말했다.


"오늘따라 기분이 영 엉망이라. 후우... 네가 좀 이해해주렴."


바이런은 키미에게 은화 한 개를 건네며 사과했다. 그걸로 키미의 화가 딱히 풀린 것 같지는 않았다.


"흥! 그 기분 한 열 번 엉망이었다간 이 도시 전부 말아먹겠네! 얌전히 좀 마셔요들!"

"알겠다. 조심하지."


바이런은 고분고분 대답하곤 다시 술 한 잔 들이켰다.

그리곤 남은 기사들과 머리를 모은 뒤 잔뜩 목소리를 낮추어 어떤 이야기를 시작했다.

표정으로나 몸짓으로나 뭔가 은밀한 주제를 삼는 듯한 느낌이다.

앨런은 문득 그 대화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그는 잠시 두 눈을 감은 뒤 감각을 집중시켰다.


"정말 큰일이다."

"벌써 며칠째인지..."


속삭임에 가까운, 보통 사람이었더라면 듣지 못했을 소리.

허나 앨런의 예민한 청각이 이런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

발음이 불명확한 몇몇 단어들을 빼곤 거의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선명했다.


'좋았어. 여기서 내용을 전부 수집한다.'


하지만 그러한 도청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야!"


갑자기 노름꾼 여자가 앨런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짜식이 숙녀가 말을 거는데. 거북이마냥 게슴츠레 눈을 감고 있네? 당장 안 일어낫!"


'맙소사, 이 사람 내가 만난 사람 중에 제일 시끄러워!'


"자.. 잠시만."


앨런은 이미 학이 질리고도 남은 표정을 억누른 채 노름꾼 여자에게 당부했다.


"저기. 아주 잠시라도 좋으니까, 5분 정도만 좀 조용히 해주실 수 있나요?"

"뭐?"


여자가 격앙된 표정으로 톡 쏘듯이 말했다.


"그니까 너 지금, 나보고 닥치고 있으란 말이야? 어?!"

"아니. 그게 아니라..."


이렇게 왈가닥에 제멋대로인 여자는 생전 상대조차 해 본 적 없는 터라, 앨런은 그야말로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그의 두 눈빛이 초조해진 채로 기사단의 테이블을 향했다.


'꽤 중요한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은데..'


이렇게 여자가 방해를 하다간 이를 다 놓칠 것 같았다.

이런 앨런과는 반대로 여자는 느긋하기 짝이 없었다.

갸름한 턱을 두 손으로 받치면서 앨런을 귀엽다는 듯 바라보다,

이내 '싱거운 놈!' 하고 퉁을 주며 혓바닥을 쏘옥 내밀었다.


"그래. 접수했어. 소위 말해 일에 진심인 타입이라 이거지?"

"..?"


'대체 무슨 소릴...'


알듯 말듯한 여자의 발언에 점점 혼란스러워지려던 찰나, 노름꾼 여자가 테이블 위로 무언가를 좌르륵 쏟아냈다.

다시 주사위.

이번엔 열 개의 눈이 달린 십면체 주사위였고. 갯수는 세 개였다.

이윽고 그것들이 핑그르르 돌더니, 마치 짜맞추기라도 한 듯 순서대로


'1' '1' '9'


이렇게 크게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숫자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그 뒤따라오는 여자의 말이 어쩐지 석연찮았다.


"119점."

"..예?"

"이게 내가 너한테 주는 첫인상 점수였다고 치자."


벙찐 앨런의 반응엔 아랑곳도 않은 채 여자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큰 도시에서도 볼까 말까 한 훈훈한 얼굴에, 멋드러진 검까지 차고 있으니까. 100점은 물론이거니와 19점도 더 줄 만 하지. 그런데,"


앨런은 까딱하고 움직이는 여자의 손가락 동작과,

그 동작을 따라 돌아가는 주사위들의 움직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렇게 어느새 주사위의 눈은 '9' 그리고 '9'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나머지 하나는...'


어느 틈인지 여자의 오른손 안에 쏙 들어 온 상태였다.


"99점."


여자가 말했다.


"이게 지금 네 점수야. 좀 깎였지? 왜냐고 물어본다면, 음... 좀 얼뜨기 같다고 해야 하나? 표정을 보아하니 세상 물정도 잘 모르는 느낌이고."


앨런이 무어라 반문하기도 전에 여자의 양 손가락이 재차 움직였다.

그러자 주사위들이 제자리에서 핑그르르 돌기 시작했다.


'손에 닿지도 않았는데..?'


무언가에 놀아나기라도 하듯 저들끼리 마구 움직이고 있으니 앨런은 놀란 채 이게 대체 무슨 조화인가 싶었다.

그렇게 잠깐 넋나간 듯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는데,

어느덧 여자의 손가락 사이로 피어난 무형의 기운이 느껴졌다.


"!"


여자의 손가락 사이로 살며시 피어나는 푸른색 기운.

그것에 다름 아닌 '켄'의 묘리가 담겨 있음이 느껴진다.


"이건... 그럼 당신이?"

"그래. 반가워 후배."


노름꾼, 아니 이제는 앨런의 동료라 불러야 할 여자가 해사한 미소를 빙긋 지어 보였다.


"대충 얘기는 들었지. 보는 족족 기억할 뿐더러 오감까지 아주 뛰어나시다고?"

"예..."

"그럼 실력 좀 보자."


그녀가 쭈욱 늘이며 턱짓한 곳에, 방금 전 앨런이 주의를 쏟았던 쇠꽃기사단이 있었다.


"니가 하려던 거, 나는 뭔지 모르겠지만 말야. 한 번 성과를 내보겠어? 뭐 그동안 이 누나가 놀고 있겠다는 건 아니고."


촤르륵! 예술적인 섬세함이 담긴 켄이 발동되면서, 여자의 주사위가 정연하면서도 재빠르게 회전했다.


"이렇게 점잖게 앉아서 네 점수나 매기고 있을게. 참고로 200점을 넘으면 상을 줄 생각이야. 아직 생각은 안 해봤는데. 예를 들면 내 이름이라던가, 아니면 이 누님께서 가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섬세한 켄에 대한 깨달음이 될 수도 있겠지? 자 그럼 후배님? 얼른 임무에 착수할 수 있도록."

"아... 넵!"


어김없이 척척 돌아가며 숫자를 바꿔가는 주사위의 눈.

앨런은 이제는 동료가 확실한 여자가 주는 무언의 압박(?)을 등진 채, 다시금 촉각을 예리하게 곤두세웠다.

다행히도 그 타이밍이 늦은 편이 아닌 듯 했다.


"..를... 꼭 찾아야..."


!


때마침 요주로 삼을 만한 키워드가 들려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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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검의 신탁(3) 23.11.19 646 21 20쪽
8 검의 신탁(2) 23.11.18 654 23 12쪽
7 검의 신탁(1) +2 23.11.17 720 27 14쪽
6 훈련 +1 23.11.16 822 29 17쪽
5 당기는 손, 밀어내는 발 +1 23.11.15 920 27 13쪽
4 네 능력이 참 유용하구나 +1 23.11.14 1,073 25 14쪽
3 심장을 먹는 마법사(2) +4 23.11.13 1,283 34 16쪽
2 심장을 먹는 마법사(1) +4 23.11.13 1,517 38 19쪽
1 모두에게 천재로 불리웠다. +3 23.11.13 2,341 5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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