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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비우스

마법을 베는 천재기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뇌비우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1.13 17:13
최근연재일 :
2023.12.08 11:35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17,256
추천수 :
499
글자수 :
190,785

작성
23.11.13 22:00
조회
1,284
추천
34
글자
16쪽

심장을 먹는 마법사(2)

DUMMY

으- 끄꺄악ㅡ!


이탄 마을의 광장.

마을 사람들 모두 새빨간 주검이 된 그 참혹의 현장에,

의미가 될 수 없는 광포한 괴성 한 줄기가 울려 퍼졌다.


"악!"


늪의 마법사 모합.

그의 생명 잃은 손가락이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너, 대체 어떻게.."


모합의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순도 높은 분노, 동시에 싸늘한 의혹의 빛이 그의 눈을 통해 쏟아져 나왔다.

그러한 시선은 눈 앞의 상대, 앨런에게로 향한다.


"..."


앨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우웅...!


보얀의 검.

그저 자신의 손에 쥔 이 날붙이에서 느껴져 나오는, 생소한 힘과 감각에 집중했다.


"어떻게!"


샤-악! 마법사의 흉물스러운 주둥이에서 흡사 뱀의 소성같은 잡음이 튀어 나왔다.


"한낱 인간따위가, 감히 날...!"


휙!


문답무용. 앨런의 칼날이 빙글 돌면서 모합의 허리를 노려왔다.


팟!


앨런이 만든 검풍이 바닥의 눈발을 거칠게 휩쓸었다.

그만큼 이 동작엔 놀라울 정도로 빠른 가속이 붙어 있었다.

허나 앨런도 모합도, 이미 이 공격의 향방을 예측하고 있었다.


'빗나갔군.'


베어내지 못했다. 모합이 신속하게 뒤로 물러난 것이다.


서걱!


미처 칼날을 피하지 못한 망토자락만이 숭덩 잘려 나가는 것이 보였다.


'망할! 망할 인간 같으니!'


이렇듯 다친 곳은 없었지만, 모합은 괘씸했다.


'가는 길마다 뱀이 따르고, 풀숲과 갈대가 저절로 길을 열어주는 자.'


녀석에게 마법사의 재능이 있다는 것은 알겠다. 헌데 저 힘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웅!


휘두르는 검의 궤적에 따라 발광하는 푸른색의 빛.

그 빛의 흐름에 주변의 사물이 마구 흩어지고 파괴된다.


'오러!'


모합은 자신이 알고 있던 상식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어찌 한낱 인간이, 오러기사의 힘을 낼 수 있는 것인가!


'..설마!'


뿌드득...! 모합의 꽉 쥔 두 주먹 위로 기괴한 녹색 핏줄이 꿈틀거렸다.


'이 녀석, 양여兩與의 재능을 가진 건가!'


양여의 재능.

그것은 오러기사는 물론, 마법사들 사이에서도 전설처럼 내려오는 소문이었다.

마법사, 오러기사.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는 존재.

그렇기에 양쪽 진영 모두에게 큰 파란을 일으키게 될 운명을 가진 자.


'놈이 진정으로 양여의 재능을 가진 녀석이라면...'


"반드시 죽여야...!"


쌩!


모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앨런의 몸이 다시 한번 휘돌았다.


"아악!"


앨런의 기습이 격중했다.

살가죽을 찢겨낸 칼날. 이후 촷 하는 소리가 나더니 모합이 배를 움켜쥐고 쓰러졌다.


푸슉-!


모합의 옆구리에 커다란 칼금이 벌어졌다.

마치 댐이 터진 것처럼 찐득한 초록색 피가 퍽 솟구쳐 나온다.


"크-아악!"


모합이 고통으로 울부짖었다.

벌어진 틈 사이를 비집고 나온 싯누런 지방질과 내장이 마구 흘러나왔다.

날이 추워서인지 모락모락 김까지 흘러나오는 게 어지간히 흉물스러웠다.


"젠장.. 젠-자앙!!"


모합은 끔찍한 자상감에 몸부림쳤다. 흡사 온몸이 불태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오러라는 것은 마법사에게 쥐약이었다.


'일개 검사가 수십 번을 베어도 흠집조차 나지 않는 살결.'


그것이 오러가 실린 검으로는 종잇장처럼 잘려 나간다.


'잠깐만.'


순간 모합의 머릿속에서 두 번째 의혹이 스쳐 지났다.


'근데 이 녀석, 대체 검 휘두르는 건 어디서 배운 거야?!'


양여의 재능.

아무리 생각해도 꿈 같은 이야기지만 우선 논외로 치자.

그렇다한들 저 검술만큼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휙!


일합에 깎여나가는 공기. 동작 또한 군더더기 없이 시원하다.


'기껏해야 산골 무지렁이. 근데 수 천 번, 아니 수 만 번을 연습한 듯한 저 일검은 뭐냔 말이냐!'


휘릭!


연이어 두번째 펼쳐지는 앨런의 검격.

성큼 물러나 가까스로 흘려낸 모합은 그제서야 무언가 깨달았다.


'이건... 검술이 아니야!'


쌩!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흡사 방망이 다루듯 허리를 틀어 휘두르는 투박한 동작.


'..그렇군!'


놈은 지금, 저 칼로 나무패기 동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 뭐 이런.."


모합의 목덜미가 모욕감으로 벌게졌다.


"감히 이 모합 님을 장작나무 취급을 해!"


쉭! 모합의 눈동자가 파충류처럼 세로로 날카로워졌다.


"장난은! 거기까지다!!"


모합의 지팡이가 바닥을 내리쳤다.

기괴한 모양으로 구부러진 떡갈나무 지팡 위로 이상한 기운이 응집됐다.


"▒▒▒▒!"


입에서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이상한 언어가 튀어나왔다.

동시에 그를 향해 달려오던 앨런의 발밑이 훅 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발밑이 꺼지는 게 아니다. 앨런은 지금 어딘가로 '빠지고' 있었다.


촤악!


한순간 느껴지는 질척함. 발바닥에만 느껴지던 그 이질감이 정강이, 이윽고 무릎까지 타고 올라왔다.



"!"



마침내 앨런은, 자신이 거대한 늪 한 가운데에 빠져 있음을 자각했다.



철퍽-

철퍼덕-!



설경 한 가운데 피어난 늪이라니.

어찌 된 일인지 영문을 몰랐지만 앨런은 곧장 빠져나오려 했다. 허나 요원하지 않았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두 발이 늪 아래로 빨려들어 가는 기분이니.


'발이 안 움직여.'


앨런의 두 눈에 낭패감이 스쳐 갔다.


'계속 이렇게 있다간 당..!'


퍽!


귓전이 멍 해지는 타격음. 온몸을 울리는 강한 충격에 앨런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윽!"


앨런의 온몸이 붕 치솟아 올랐다. 이후 지루할 정도로 긴 포물선을 그리더니 바닥에 쿵 곤두박질쳤다.


"크윽."


안면부에 확 와닿는 화끈한 열감. 손을 가져다대니 무언가 흠뻑 묻어 나왔다.


"..."


그것은 찢겨나간 살점과, 부서진 광대뼈 조각들이었다.


"하! 건방...! 넌 이제 죽...!"


멀리서 모합이 뭐라 뭐라 지껄이는 게 들렸다.

놈의 지팡이 끄트머리엔 피가 흥건히 묻어 있었다.

저걸로 앨런의 얼굴을 후려갈긴 듯하다.


"갈기갈기 찢... 심장을 갈아마셔...!"


쉴 새 없이 지껄이는데 그다지 잘 들리진 않았다.

그러기엔 앨런의 몸 속에서 충격과 흥분감이 날뛰고 있었다.


'오른쪽 눈이 안 보인다.'


앨런은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부숴진 오른쪽 광대뼈. 눈알도 함께 말려 올라간 것이리라.


쿵,쿵,쿵...!


인체는 놀랍도록 정직하게 반응했다.

심각한 수준의 신체 결손.

그게 자각되자 심장이 제멋대로 두방망이질쳤다. 손발은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렸다.


주르륵...


가랑이 사이에선 누런 오줌이 흘러 내렸다.


"하하!"


모합의 입술 위로 조롱의 미소가 그려졌다.


"겁대가리 상실한 듯 설치더니, 오줌이나 질질 흘리는 구나! 이 덜 떨어진 병신...?"


한참 웃던 모합은 이내 뭔가 잘못 됐음을 느꼈다.


'표,표정이?'


아무렇지도 않다.

여러모로 당황스러울 법도 한데, 앨런은 별다른 기색도 없어 보였다.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읊조릴 뿐.


"한결 편한데?"


시시때때로 짓쳐오는 정보와, 기억의 홍수.

그것이 눈 하나를 잃음으로써 반으로 경감된 느낌이었다.


'묘한 해방감...'


축축히 젖은 가랑이 따위. 그저 자연스러운 인체 반응일 뿐.

앨런은 그보다 반으로 줄어든 자신의 시야와 자극에 희열을 느끼기에 바빴다.


"허...!"


지켜보던 모합의 낯짝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


"어찌 인간이 저런...!"


늪의 마법사 모합.


그가 이제까지 먹어 치운 인간의 심장만 해도 무려 500 여개에 달한다.


'헌데 저건...'


보통 인간의 반응이 아니다. 죽음의 공포를 초월한 인간. 앨런의 기이한 분위기는 마법사인 그마저도 섬뜩한 위화감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죽여야 해..."


꾸물럭-

츄르르륵!


모합의 얼굴, 그리고 그의 왼손이 기괴한 모양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넌, 절대로 살려둬선 안 되는 놈이야!"


캬오오오-!


모합의 볼이 울컥 부풀려지고 눈알은 팽창할 듯 솟아 나왔다.

마구 꿈틀거리던 그의 얼굴 위로 비늘이 우스스 돋아나더니, 이내 웬 악어 머리 하나가 캬악 울음을 내뱉고 있었다.


우득, 우드드득.


여러 각도로 꺾이길 반복하던 왼손. 그것은 갑자기 '깍!' 소리를 내면서, 누런 주둥이를 딱딱거렸다.


"왁!"


발성 기관이 달린 것처럼 제멋대로 울어대는 왼손.


'..백로?'


잠시 헛것을 보았나 싶었지만, 정말로 모합의 왼손은 백로의 머리로 변해 있었다.


'가관이군.'


머리는 악어, 왼손은 백로.

지팡이를 든 오른손과 두 다리를 제외하곤 완전한 괴물이 된 모습이다.


쾅!


모합의 지팡이가 또다시 바닥을 두들겼다.


""▒▒▒...!"


늪의 저주를 내리는 주언술.

허나 주문을 끝마치기도 전에 모합의 눈앞으로 무언가가 휙 솟구쳐 나왔다.


휘릭!


앨런이었다. 그의 검이 또다시 반원형의 궤적을 그리기 시작했다.


"주문이 끝나기 전에."


슝!


두 발은 공중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중이었다.


"한 방 먹여주마."


촤학!


모합은 자신의 오른쪽 겨드랑이부터 가슴까지 찢겨오는 섬뜩한 검격을 느꼈다.


"으아악!!"


모합의 동공이 고통으로 팽창되며 기괴한 신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앨런은 바닥으로 착지했다.


풍덩!


허나 모합의 마법 또한 이미 완성된 상태였다. 발 아래에 만들어진 늪이 앨런의 몸을 쑤욱 빨아 들였다.


"이... 빌어먹을 놈!"


모합의 악어 주둥이에서 까드득 잇소리가 울려 퍼졌다.


"발동 규칙을 알고 있었던 거냐!"


'정확히는 기억한 거지.'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린다.

하지만 거기에서 끝이 아니다.

주문까지 완성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지정 대상의 발 밑으로 커다란 늪이 생성된다. 그것이 앨런이 기억한 늪 마법의 발동 기전이었다.


'다시 말해 바닥을 두드리는 것과, 주문을 외는 행위 사이에 약간의 찰나가 생긴다는 것이고.'


그 찰나가 바로 앨런에게 기회였다.

물론 그 찰나는 아주 미세해서, 앨런이 빠르게 거리를 좁힌다 해도 주문이 완성되는 것까진 막을 순 없었다.

그렇기에 도약을 응용했다. 늪이 바닥에 깔릴 것을 대비해 높이 뛰면서 돌진했고, 동시에 모합에게 한 칼 먹인 것이다.


'어차피 난 놈의 상대가 못 돼.'


오러와 공명할 줄 안다 해도, 결국 할 줄 아는 것이라곤 나무 패기 동작 하나뿐.

그러니 장기전으로 가면 결국 수가 다 읽힐 게 뻔했다.


"그래도 좀 아쉽군."


철퍼덕..!


앨런이 몸이 점점 늪 밑으로 꺼져 갔다.


"목을 따 버렸어야 하는데."

"이... 이 개-새-끼!!"


와악-!!


백로로 변한 모합의 왼손이 소름 끼치는 기성을 내질렀고, 동시에 앨런의 왼쪽 가슴 위로 새부리가 푸욱하고 박혀 들어갔다.


"크억!"


이 공격은 피할 수 없었다. 그저 두 발이 늪 속에 묶인 채, 충격에 전율할 뿐.


"심장은- 먹어치우고-!"


푸슉, 푸슈슉! 칼날보다 날카로운 백로의 주둥이가 앨런의 가슴 속을 마구 헤집었다.


"머리는- 당장 물어뜯어주마!!"


카-아악!


앨런의 눈앞에서 악어의 주둥이가 쫘악 갈라졌다. 어찌나 커다란지 그가 보고 있던 하늘이 온통 까매질 정도였다.


"하하."


앨런의 입에서 허탈한 웃음이 흘러 나왔다.


'그래도 이정도면 잘 싸웠어.'


뱃가죽을 찢고, 겨드랑이도 베어냈으니.

놈의 목숨도 성하진 못하리라.


'..어차피 마을 사람들도 다 죽었고.'


살아도 고립된 삶. 이대로 가는 것도 나쁘진 않으리라.


"죽어라!!"


쌔액!


악어의 뾰족한 이빨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냉기가 앨런의 안면부까지 확 와 닿았다. 아마도 3초 뒤면 살갗을 찢고, 근육과 뼈까지 통째로 바수어 버릴 것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일까?



"!"



촤-핫!!


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모합의 머리가 하늘 위로 치솟았다.


쿵!


머리를 잃은 모합의 몸. 앨런은 힘없이 툭 떨어지는 마법사의 몸뚱이 위로, 싯푸른 검격 하나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검격의 뒤엔 웬 노인 하나가 서 있었다.


"...!!"


앨런은 그 노인을 알아볼 수 있었다.

한 치의 낯섦도 없는 얼굴!

급격히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도 앨런의 기억이 선명히 되살아났다.


"10...10년."


앨런의 입이 힘겹게 우물거렸다.


"2개월, 6일 전.. 시간은... 정오."

"그래."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잘 기억하는구나."


'앨런...' 그 소리를 마지막으로 앨런의 두 눈이 스르르 감겼다.





*





'어둡다.'


무너졌던 앨런의 의식을 두드린 첫 감상이었다.

칠흑의 세계.

정신은 희미한 촛불과도 같고, 육체는 바람결에 흩어진 듯 자각할 수 없다.

무엇보다 그를 괴롭히던 소리와, 시선 또한 없다.


'편하고, 아득해.'


보통 사람이었더라면 느껴졌을 극도의 공포감.

이 질식할 것 같은 상황 속에서 앨런은, 지극한 편안함을 느꼈다.


'아무것도 보지도, 떠올리지도 않아.'


영원히... 이렇게 쭉 영원히, 어둠으로 살리라.

어쩌면 이 상태는, 앨런의 열여덟 평생 중 가장 안온安穩의 극치에 가까웠다.



"!"



허나 탁 피어오르는 불씨.

암흑으로 가득했던 그의 의식 속에 희미한 불빛이 일렁이며, 감았던 그의 두 눈을 일깨웠다.


"깨어났군."


이윽고 들려 온 건 어느 남자의 목소리였다.

앨런은 그 목소리의 주인을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스터..."

"그래."


마스터 쉬리더.

여덟 살 꼬마였던 앨런의 기억 속에 선명한 오러기사. 보얀의 스승.

그가 눈앞에서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앨런은 눈을 돌려 그를 둘러싼 풍경을 잠시 살펴 보았다.


'식스터 아저씨 댁이구나.'


몸 상태와 정신력에 관계없이 그림처럼 연상되는 기억력.

그러니 기진맥진한 이 상황 속에서도 장소를 금방 알아낼 수 있었다.


"'늪의 권능자' 모합. 네가 창자와 겨드랑이를 갈라 낸 마법사의 이름이다."


쉬리더가 말했다. 10년 만에 본 그의 얼굴은 이전보다 훨씬 많은 주름과, 또 그에 못지 않게 자잘한 흉터로 가득했다.


"이곳으로부터 남쪽 멀리 떨어진 카이만 늪지가 놈의 서식처였다. 나와 내 제자..."


쉬리더가 잠시 말을 멈췄다. 앨런은 그의 두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는 것을 보았다.


"그러니까 네 친구 보얀은, 놈을 처단하기로 했지. 크게 어렵지 않은 상대였다. 놈에게 쌍둥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빼면 말이지."


모합, 그리고 그의 쌍둥이 가합.

쉬리더와 보얀은 두 마법사의 기만 전술에 당했다.

쉬리더가 모합을 배제하려던 찰나, 숨어 있던 가합이 권능을 이용해 그를 늪 아래로 빠트렸고 결국 사활을 건 혈투를 펼쳐야만 했다.


"가합은 죽였다. 허나 영악한 모합은 끝내 살아 남았지. 몇 가지 치명상이 남아 있던 난 결국 두 형제가 만든 늪 속에 깊이 빠져버리고 말았다."

"어떻게..."


'어떻게 살아남으셨나요?' 이렇게 물으려던 찰나, 쉬리더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은 말을 아끼거라."


그는 들고 있던 자신의 검을 가리켰다.


우우웅...!


어떤 영험한 힘을 발휘되는 듯 검신 위로 푸른빛이 조각 조각 부서져 나오고 있었다.


"보다시피 회복 중이니."

"..."


앨런은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쉬리더의 검.'


그 검신에서 뻗어 나오는 오러에, 앨런의 육체적 통증이 현저히 완화되어감을 느꼈다.


"내가 가진 능력 중 하나다."


우웅...


쉬리더의 검이 앨런의 전신을 꼼꼼히 훑었다. 그 날카롭고 예리한 쇳덩이에선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온기가 느껴졌다.


"적절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빈사 상태에 놓인 자라 한들 완벽히 구제할 수 있지."


그러한 힘으로 쉬리더 역시 스스로를 자가치유했다.


15일.


그 시간 동안 상처를 치유하고, 지독한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뒤늦게나마 앨런을 구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너도 곧 괜찮아질 게다. 많이 나아지고 있어."


앨런은 문득 자신의 오른쪽 뺨을 더듬었다.


'...회복됐다.'


부리에 찔렸던 왼쪽 가슴이 상처 하나 없이 매끄럽다.

부숴진 얼굴뼈는 물론, 오른쪽의 시선까지 점점 돌아오고 있다.


"좀 더 자거라."


쉬리더의 손이 앨런의 이마 위를 부드럽게 짚었다.


"하루 뒤에 마을 사람들, 그리고 보얀의... 장례를 치르도록 하자."


쉬리더의 손바닥이 앨런의 두 눈꺼풀을 아래로 쓸었다.

온통 굳은살이 박혀 거칠고 딱딱한데 묘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앨런은 그 손길에 자연스레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나와 함께 떠나자. 제자여."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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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검의 신탁(3) 23.11.19 646 21 20쪽
8 검의 신탁(2) 23.11.18 654 23 12쪽
7 검의 신탁(1) +2 23.11.17 720 27 14쪽
6 훈련 +1 23.11.16 822 29 17쪽
5 당기는 손, 밀어내는 발 +1 23.11.15 920 27 13쪽
4 네 능력이 참 유용하구나 +1 23.11.14 1,074 25 14쪽
» 심장을 먹는 마법사(2) +4 23.11.13 1,285 3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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