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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대게 님의 서재입니다.

알바생이 연출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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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달대게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2
최근연재일 :
2024.07.05 13:32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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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384
추천수 :
2,151
글자수 :
295,352

작성
24.05.3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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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글자
11쪽

26화. 오디션

DUMMY

<칙칙폭폭>의 오디션이 진행됐다.


“마지막 날입니다. 끝까지 힘을 냅시다.”


아자아자!

홍길도 대표의 기합에 강철수 피디가 눈 주변을 손으로 비볐다.


“아이고- 쉽지 않네.”


그러게 말입니다.

‘날밤 영화사’는 주변 연예 기획사에 ‘열세 살의 재식과 민호’의 역할을 캐스팅할 예정이라는 정보를 싹- 돌렸다.

심사위원으로 심애리, 제작에 강철수가 참여한다고 하자, 연예 기획사 직원은 흥분을 숨기지 않았다.


- 엄청난 작품인가 봅니다!


그럼요! 시나리오 공모전 수상작이기도 하죠.


- 흥행 못 해도 작품으로 욕은 안 듣겠네요.


그럴 겁니다.

자신감 있어 보이는 홍길도 대표의 언변에, 연예 기획사 직원은 열세 살 캐릭터에 어울릴 만한 아티스트와 대화를 해보고 연락해 준다고 했다. 머지않아 날밤 영화사 사무실로 많은 양의 서류가 도착했다.


‘이 안에 아역배우 유해일과 어울리는 인물이 있기를!’


오디션은 내 바람대로 관객을 확보할 수 있는 ‘팬덤을 가진 아이돌’ 혹은 ‘가질 가능성이 있는 아이돌’부터 진행했다.

‘최애 가수’가 영화에 출연하면, 작품성과 상관없이 보러 올 테니까. 그들에게 좋은 작품을 선보이면 팬 카페에 홍보해 주겠지? 그럼 손익 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 거야. 기대하고 오디션을 진행한 지, 오 일 차다.


‘매 순간 집중을 했더니, 온몸이 뻐근하네.’


하루에 서른 명 남짓, 재능 많은 지원자를 봤다.


‘다음이 127명째인가.’


마지막 지원자까지 열 명 남았다.


“이렇게까지 몰려들 줄은 몰랐습니다.”


만족스러워하는 홍길도 대표의 말에 강철수 피디가 고개를 저었다.


“<칙칙폭폭>에 관심 있어서 온 지원자가 아닙니다.”

“저를 만나러 온 거죠.”


신애리가 씩- 웃는다.

으쓱대는 신애리를 보고 강철수 피디가 빵 터졌다.


“하하하하하하-. 신애리 효과가 대단하네요.”


그렇다.

지원자 대부분 신애리가 출연하는 작품에 발을 담가서 미국과 유럽에 진출하려고 왔다.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신애리 출연]

[아카데미 영화제가 사랑하는 신애리가 선택한 작품]


기대하며 왔겠지. 신애리랑 같은 작품에 나오면, 20여 개의 국가에 바로 얼굴을 공개할 수 있으니까. 글로벌 배우가 될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설렘에 찬물을 끼얹어져 죄송하지만, 어쩌죠? 신애리는 <칙칙폭폭>에 출연하지 않습니다.

몇 번에 걸쳐 말을 했음에도 믿지를 않는다.


“피디님. 저는 분명히 출연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어요. 심사만 한다고 했어요.”

“하하하하하하-. 신애리잖아요. 이유 없이 심사석에 있지 않을 거다, 지레짐작하는 거죠. 이러고서 출연할지도 모른다. 희망을 거는 거죠.”

“중견 아이돌까지 지원할 줄은 몰랐네요.”


신애리의 말에 홍길도 대표가 웃었다.


“깜짝 놀랐습니다. 열세 살 역할에 이십 대 중반의 가수가 다섯 명이나 지원했어요. 동구와 띠동갑 나이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연기하려는 건지-.”

“그들은 주인공을 할 마음으로 온 게 아닙니다.”


홍길도 대표의 말에 강철수 피디가 답했다.


“감독에게 거래를 하러 온 겁니다.”

“저한테요?”

“아이돌은 생명이 짧습니다. 이십 대 중반에 들어가면 슬슬 진로 변경을 준비하죠.”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에서 활동하는 아이돌 멤버가 늘었다.


“연기로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은데, 혼자 힘으로 잘 해낼 용기가 없는 겁니다. 대선배가 출연하는 작품에 안전하게 적당한 역할로 시작하고 싶어 해요. 다시 말하면, 신애리가 출연하는 <칙칙폭폭>에 자신이 할만한 역할을 만들어 달라는 거죠.”

“신애리 님이 출연하지 않을 거니까, 캐스팅하면 안 되겠군요?”

“하하하하하- 그런 셈이죠.”


홍길도 대표가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김원빈 어때요?”


가장 잘나가는 아이돌 그룹의 막내 멤버다. 첫날 오디션을 봤다.


“스물한 살이라 분장만 잘하면 열세 살로 보일 것도 같고, 체구도 아담한 편이라 교복도 어울리겠던데요? 중국과 일본 팬덤이 어마어마하답니다.”


잡기만 하면 수익이 발생하겠죠.


“신애리 님의 출연 여부와 상관없이 오디션을 봤다고 합니다.”

“반가운 소리이기는 한데. 발음, 발성이 나빠요. 감정이 좋아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면 몰입도 깨져서 안 돼요.”


신애리의 말에 강철수 피디도 끄덕였다.


“한국 영화에 한국어 자막을 깔 수는 없죠.”

“아쉽지만, 패스할게요.”

“신애리 님은 누가 마음에 들었습니까?”

“셋째 날 연기한 황호건이요. 열다섯 살이라 그 연령대의 감성도 있고 연기도 괜찮았어요.”

“황호건? 누구죠?”


강철수 피디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서류를 뒤적였다.


“아, 이 친구!”

“어때요?”


서글서글 잘 웃고, 예의가 바르던 친구다.

연습생으로 내년 아이돌 데뷔조에 속해있다. 영화 개봉일과 아이돌 데뷔일을 맞추면 어떻겠냐고 소속사에게 제안받았다.

기대에 찬 신애리를 보고 강철수 피디가 고개를 흔들었다.


“이름을 듣고 바로 생각나지 않을 만큼, 임팩트가 없는 지원자네요. 주인공으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외모가 평범해도, 연기로 매력을 발산하면 승산 있지 않을까요?”

“연기가 특출났다면 제가 기억했겠죠?”

“그나마 나았는데.”

“주연은 연기로 잡아먹든, 보는 순간 쟤구나! 싶을 만한 끌림이 있든. 한 가지는 충족해야 합니다.”


강철수 피디의 말대로라면, 여태껏 본 지원자 중에 <칙칙폭폭>의 ‘재식과 민호’는 없다.


“으아아아악-”


답답한 마음에 두 팔을 젖혀 기지개를 켰다.


“허어어어어어엉- 어떡해요! 열 명 밖에 안 남았어요!”


발을 동동 구르는 내가 웃긴지 다들 킥킥댔다.


“전설의 캐스팅 매니저 강철수 피디님! 오디션이란 게 원래 이래요? 이렇게 인물이 안 나타나는 거예요? 시작할 때는 너무 많은 지원자가 마음에 들면 어떡하지? 걱정했었다고요.”

“생각처럼 풀리지 않죠?”

“네!”

“찾는 연령대가 열세 살이라 그래요. 어린이도 아니고 청소년도 아니잖아요? 풋풋한 귀여움과 사춘기의 반항기가 뒤엉킨 보석이라 발견하기 어려운 겁니다. 감독님은 지원자 중에 누가 가장 마음에 와닿았습니까?”

“없었어요. 유해일 배우처럼 <칙칙폭폭> 자체에 관심을 가진 지원자가 없었거든요.”

“이런.”

“쪽 대본이지만, 읽고 나서 <칙칙폭폭>의 ‘재식과 민호’에게 이끌려 주길 바랐어요. 그런 사람을 뽑고 싶었어요. 근데 다들 신애리 님만 보잖아요!”


해일이처럼 작품에 이끌린 사람이 있어주길 바랐다고요!


‘저니까 이 역할을 연기할 수 있어요.’


이 말을 듣고 싶었는데, 없었다.


“하하하하하하-. 섭섭했군요?”

“신인 감독의 비애로 받아들이려고요.”

“하하하하하하-. 남은 열 명에 그런 친구가 있길 바라봅시다.”


강철수 피디의 말에 다들 자리를 고쳐 앉았다.


“남은 지원자는 밴드, 솔로 가수더군요. 지금껏 만난 아이돌 친구들과는 다른 느낌일 것 같은데, 기대해 봅시다.”


네, 강철수 피디님!

마음을 다잡고 다음 지원자의 서류를 봤다.


이름: 김노아, 이레오

(그룹명: 노아와 레오)

둘 다 싱어송라이터로 열다섯 살 동갑내기 친구다.

부모가 국제 의료 봉사단이구나.

세계 각국을 다니던 중에 아프리카에서 만난 사이란다. 국제 학교가 없는 지역이라 홈스쿨링 했고, 취미로 음악을 했단다.

일반적이지 않네.

올해 초, 서로의 부모가 다른 나라로 흩어지게 되어 둘만 한국에 왔다. 더는 떠돌며 살기 싫어서 한 선택이었다고 적혔다.

오디션 지원 동기는 한국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라고-.


“소속사가 인디밴드로 유명한 곳이네요. 둘이 같이 오디션을 보고 싶다는데, 어떻게 할까요?”


강철수 피디의 말에 신애리가 손가락으로 오케이 표시를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오디션을 보러 왔네요. 빨리 넘기고 다음 지원자에게 집중할까요?”

“그럽시다. 그럼.”


강철수 피디의 승낙으로 둘을 동시에 오디션 보기로 했다.

뒷문이 열렸다.


‘.......... 어?’


빼꼼 얼굴을 내민 ‘노아와 레오’를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가슴팍에 붙은 이름표로 누가 누군지 단박에 알 수 있었는데.

김노아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장발 머리, 이레오는 까까머리다. 둘은 시꺼멓게 탄 얼굴에 색 바랜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총총총 걸어들어왔다.

긴장이 되지 않는지, 우리를 보고 씩- 웃었다.


‘귀여워!’


완전 애네.

생긴 것만 봐서는 초원을 맨발로 달리고, 나무를 맨손으로 올랐을 것 같은데? 노아는 기타를 레오는 캐스터네츠처럼 생긴 악기를 들고 있다. 그 모습이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다.


“이- 야!”


노아와 레오는 입을 쩍 벌리고 오디션장을 두리번댔다. 어금니가 다 보일 정도로 시원하게 웃으며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신애리 님 반가워요!”


푸핫!

예상치 못한 인사에 신애리가 엎드려 큭큭 웃는다.

다들 느꼈어요?

노아의 목소리가 진짜 독특하다. 허스키한 고음이다.


“오랜 팬입니다.”


레오의 목소리도 장난이 아니다. 변성기를 전혀 지나지 않은 듯한 맑고 청량한 음. 귀에 콕 박혔다.


“감독님이 누구세요? 쪽대본 너무 신나게 봤어요.”


신났다고?

내용이....!


“친구를 구하기 위해서 기차를 타는 장면이었는데요?”

“어쨌든, 여행이잖아요? 태어나 처음 고향을 벗어난 거잖아요. 동구 덕에 탈출했잖아요?”


레오의 예상치 못한 답!

한 대 맞은 것처럼 눈이 뜨였다. 그래, 열다섯 살이라면 저런 생각도 가능하겠다!


“동구 데리고 돌아오는 길은 더 재미있겠죠?”


노아가 헤헤 웃으며 묻는데, 답을 못했다.

당연히 동구를 구해서 돌아올 거라고 확신하고 있어. 실패를 생각하지 않은 거야.

노아와 레오는 눈을 맞추더니 이내 우리 쪽을 보고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노아와 레오’입니다.”


인사를 하는데!

짝짝짝짝짝짝!

나, 신애리, 강철수 피디가 동시에 박수를 쳤다.

다들 얼굴에 미소를 머금었다. 오디션 기간동안 부동의 자세를 유지하던 홍길도 대표도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김노아, 이레오 님. 저는 캐스팅을 담당하는 강철수라고 해요. 오디션 전에 노래하고 싶다고 적혀 있던데, 왜죠?”

“좋아서요! 한국이, 눈앞에 있는 배우님이, 이 모든 순간이 좋아서요! 소리로 기억에 남기려고요.”


하하하하하하-.

생동감 넘치는 대답에 웃어버렸다.


“들려주실래요?”


피디님의 말에, 노아가 기타를 돌려서 앞으로 들었다.


“원, 투, 원, 투”


레오가 캐스터네츠를 부딪치기 시작했다.

탁탁탁, 탁탁탁! 그 위로 기타의 선율이 흘렀다. 잔잔하게 흐르는 선율 위로 둘의 목소리가 올려졌다. 아름다운 음색에 그간 쌓인 피로가 녹아내렸다.




***




유일한, 정신 차려!

‘노아와 레오’의 오디션 이후 다른 지원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마지막 지원자를 돌려보내고 나는 손을 들었다.


“노아랑 레오가 해석한 시나리오 너무 괜찮지 않았어요?”

“얼굴로 노래를 하던데? 감정이 표정에 다 드러나. 발음이랑 발성도 예술이더라. 뭐라고 하는지 쏙쏙 다 들려.”


신애리의 말에 강철수 피디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저만 반한 게 아니었군요.”

“한 번 더 만나보면 안 될까요?”


내 말에 홍길도 대표가 휴대폰을 들었다.


“그건 쉬운 일이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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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시작 +3 24.05.28 1,465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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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지상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 (7) 24.05.25 1,421 43 12쪽
21 21화. 지상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 (6) +1 24.05.24 1,443 44 12쪽
20 20화. 지상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 (5) 24.05.23 1,484 40 12쪽
19 19화. 지상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 (4) +3 24.05.22 1,490 50 12쪽
18 18화. 지상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 (3) +1 24.05.21 1,514 40 12쪽
17 17화. 지상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 (2) 24.05.20 1,542 44 12쪽
16 16화. 지상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 (1) +4 24.05.18 1,623 46 12쪽
15 15화. 연출부 (4) +2 24.05.17 1,573 43 12쪽
14 14화. 연출부 (3) +1 24.05.16 1,613 44 12쪽
13 13화. 연출부 (2) 24.05.15 1,623 40 12쪽
12 12화. 연출부 (1) +1 24.05.14 1,665 39 13쪽
11 11화. 연출부 대타 (10) +1 24.05.14 1,684 46 12쪽
10 10화. 연출부 대타 (9) 24.05.13 1,681 44 12쪽
9 9화. 연출부 대타 (8) +4 24.05.12 1,736 45 11쪽
8 8화. 연출부 대타 (7) +1 24.05.11 1,789 44 12쪽
7 7화. 연출부 대타 (6) +2 24.05.10 1,841 45 12쪽
6 6화. 연출부 대타 (5) +3 24.05.09 1,938 52 12쪽
5 5화. 연출부 대타 (4) +1 24.05.08 1,977 48 12쪽
4 4화. 연출부 대타 (3) +2 24.05.08 2,014 55 13쪽
3 3화. 연출부 대타 (2) +1 24.05.08 2,072 52 12쪽
2 2화. 연출부 대타 (1) +2 24.05.08 2,198 56 12쪽
1 1화. 천재 +1 24.05.08 2,678 5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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