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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대게 님의 서재입니다.

알바생이 연출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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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달대게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2
최근연재일 :
2024.06.27 10:5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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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54
추천수 :
1,777
글자수 :
262,578

작성
24.05.1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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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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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글자
12쪽

13화. 연출부 (2)

DUMMY

서울 번화가. <개천에 뜨는 별>의 영화 촬영이 미뤄지고 있다.

구경하러 온 인파가 너무 많아서 통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촬영이 지연되더니, 이제는 그 인파를 자연스럽게 녹여 영화에 출연시키겠다며 감독들이 모여서 회의 중이다.


‘계획에 없던 일이기에 당황스럽겠지.’


통제할 수 없다면 대놓고 화면에 등장시켜라!

이건 내 아이디어였다. 이를 알 리 없는 스태프들은 당연히 감독의 생각이라 여겼다. 그래서 앞뒤 상황 파악하지 않고 욕하기 시작했다.


- 갑자기 시민을 보조 출연시키자는 게 말이 됩니까?

- 현장에 와서 상황을 바꾸는 건 너무 무책임해요.

- 감독 머리에 그림이 없으니까, 저러지.

- 조감독만 죽어나겠네.


스치듯 들리는 말이 거칠다. 다들 감독을 싫어하는 티를 냈다.


‘당한 게 많으니까.’


감독은 전체 촬영 분량의 반이 끝나는 오늘까지 한결같이 ‘힘든 건 나몰라라-’ 한다. 문제가 터지면 조감독 뒤에 숨어서 언제 끝나? 이러고 있다.

자기 이름 걸고 영화가 나올 건데, 뭐 하는 짓인지.

다들 저런 놈이 어떻게 감독이 된 거야? 시바 시바 욕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해결하면 감독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 공을 꿀꺽했기에, 다들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러니 공공의 적이 됐지.’


다들 감독이 싫다는 생각에 빠져서 ‘유일한의 놀라운 아이디어, 시민을 통제할 수 없다면 대놓고 화면에 등장시켜라.’의 계획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했다.


‘신박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감독이란 똥물이 튀어 욕을 듣잖아. 이러면 좀 섭섭한데.


“제시카는 어디에 있어요?”


이 사람 또 왔네? 같은 질문만 벌써 두 번째다. 이십 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여자는 회사원으로 보이는 복장, 지적으로 보이는 안경, 옅은 향수 냄새로 어른스러움을 풍기며 내게 말을 걸었다.


“카페 사장님이 <개천에 뜨는 별>에 대해서는 입구에 있는 남자분에게 물어보라고 하셔서요.”


네, 그 사람이 무전기를 들고 있는 제가 맞습니다. 영화 스태프를 잘 찾아오셨습니다만. ‘드릴 말이 없습니다.’ 배우에 관해서는 일절 답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거든요.


“모릅니다.”


스윽- 시선을 피해버렸다.

시간 부족한데, 촬영이 언제 시작하려나.


“저기···.”


조금 전 제시카를 찾던 여자가 다시 다가왔다.


“자꾸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여기밖에 물어볼 곳이 없어서요. 밖에 있는 스태프는 계속 자리를 이동해서 마주치기가 어렵더라고요.”


여자는 내게 핫초코를 건넸다. 뇌물인가?


“한 자리를 유지하는 분이 유일하셔서 또 찾아왔습니다. 이거 드세요.”

“괜찮습니다.”

“우리 제시카 잘 봐달라고 드리는 거예요.”


마지못해 받았더니 미지근하다.


“바로 마실 수 있도록 뜨겁지 않게 달라고 했어요.”


훅- 들어오는 배려심에 살짝 감동했다.

어? 핫초코에 명함이 딸려왔다. 반짝이는 분홍색 종이에 [핑크 스페이스 팬클럽 서울지구 회장 유지원]라고 적혀있다.


“팬클럽 회장님이세요?”

“서울지구 회장 유지원입니다. 경기지구 회장님이 촬영장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연락해 주셨어요. 회사에 반차 내고 오느라 늦었습니다.”


꾸벅 인사하기에 따라서 꾸벅 인사했다.


“현장 접근도 제한되어 있고, 제시카는 전화를 받지 않고. 답답해서 그러는데···. 대신 연락 좀 해주시겠어요?”

“제시카 님 소지품을 매니저가 가지고 있어요. 매니저에게 연락해 보세요.”

“아, 그 새끼?”


그 새끼? 교양 있게 생긴 사람의 입에서 거친 말이 나왔다.


“순간 욱해서 말이 헛나왔네요. 제시카가 속한 랄랄라 엔터테인먼트 사람은 우리와 적대관계거든요. 제 번호 뜨면 제시카한테 받지 말라고 할 놈입니다. 하는 짓이 더러워서 엉키고 싶지 않네요.”


그래 보이긴 했다.

오늘도 제시카만 현장에 내려주고 자기들은 차에 타고 있더라. 보호자 없이 혼자 돌아다니는 제시카가 걱정된 신애리가 자기 경호원을 붙여줬다.


“팬클럽을 하대하는 회사는 미래가 없어야 해요. 랄랄라 폭삭 망하길 바라는 중입니다.”


회장 유지원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살벌한 소리를 했다.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다.

치직- 무전이 들어왔다.

이어폰이 연결돼 나만 들었다.


- 제작부, 연출부, 지원팀 여러분. 현장 통제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업무가 변경되어 전달 사항이 생겼습니다. 스태프 전용 주차장으로 와주십시오.


감독 회의가 끝났나 보다.

오천여 명의 통행자를 어떻게 엑스트라로 출연시킬지 들으러 가야겠다.


“회장님, 제가요. 회의하러 가야 해서요,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다시 여기로 오나요?”

“모르겠습니다.”

“명함 버리지 말고 가지고 있다가 도움 필요하면 꼭 연락 주세요.”


도움?


“...... 어떤 걸 말하는 걸까요?”

“제시카를 위한 거라면 뭐든지요. 다 됩니다.”


오, 멋지다.


“제시카에게 서울, 경기 임원들 다 왔다고. 겁먹지 말고 당당하게 하고픈 연기하라고 전해 주세요.”


마주친 눈에서 힘이 느껴진다. 저 말을 전하지 않으면 혼날 거 같다. 부럽네.

나를 위해 누군가 저렇게 말해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꼭 전해줄게요!”


확답하고 밖으로 나왔다.

짧은 사이에 구경하는 사람이 더 늘어난 것 같다. 여기저기 너튜버가 실시간 방송을 했다.


‘월드컵이야, 뭐야?’


거리 행진을 방불케 하는 진귀한 광경도 펼쳐진다. 이 많은 인파를 통제하라고 영화사에서 투입한 인원은 달랑 우리 열여덟 명.

되겠냐고요! 아까 잠깐이나마 미친 짓을 했던 거구나.


“일한아 이쪽!”


자연스럽게 나를 부른 연출부 퍼스트 형 옆에 섰다.

도착한 주차장은 조용했다. 분위기 왜 이래?

한 시간 전에 하하하하 웃으며 ‘파이팅’을 외치고 흩어졌다가 다시 만났는데. 지금은 대화도 없고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건들면 팍, 터질 시한폭탄처럼 다들 인상을 쓰고 있다.

한 사람당 수백 명을 상대하다가 빡친거구나.

엄한 분위기에 제작부 형은 아랫입술을 잘근 씹으며 눈치만 살폈다.

아... 이런 거 싫은데.

아까처럼 으쌰 으쌰 하고 싶은데.

분위기 전환할 방법 없을까? 생각하기 무섭게 제작부 형 뒤에서 으으윽- 신음 소리가 났다. 다들 당황하며 그곳을 봤다.


“커어억-.”


두식이 형이다. 좀비처럼 걸어왔다.

몰골이 왜 저래? 통제를 어떻게 했기에 머리카락이 다 헝클어진 거지? 얼마나 처절한 시간을 보냈기에 바지가 돌아간 거야?

저 정도면 웃기려고 작정하고 꾸민 수준인데?


“제작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두식이 형은 냅다 제작부 형의 등에 머리를 쿵! 들이 박았다.


“악! 뭐냐, 너.”

“이건 아니었던 거야.”


징징거리더니, 박치기 공룡 파키케팔로 사우루스처럼 제작부 형을 몸통을 쿵쿵 박았다.


“이래서는 안 됐던 거야.”

“야, 인마.”

“이래서는 안 됐던 거야.”


좀비가 물어뜯듯이 제작부 형을 끌어안더니, 그대로 푹 기댔다.


“밟혀 죽는 줄 알았다고요-”


그 모습에 다들 웃음이 스며들었다.

우리가 하고픈 말이었다.

큭큭큭

큭큭큭

두식이 형의 도발에 다들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졌다.


“어우 미친 놈. 분위기를 살리려고 저기서부터 바지를 돌려 입고 왔을 거 아니야.”

“사람들 다 쳐다봤을 텐데, 쪽팔리지도 않냐?”

“하여튼 대단해요.”


큭큭큭-

큭큭큭-

웃으면 끝난 거다. 숨통이 트인 분위기에 제작부 형이 입을 열었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현장에 배치해서 죄송합니다. 다음에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형이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

“다 무능력한 감독 탓이지.”

“그걸 그대로 진행한 피디도 똑같아요.”


리더가 멍청하니까, 팀원이 고생인 겁니다. 투덜거리는 소리가 길어지려는데.

짝!

제작부 형은 가볍게 손뼉을 쳐 집중시켰다.


“촬영 허가, 다섯 시간 남았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무전을 통해 말했듯이 촬영장 주변 사람들 출연시킬 겁니다.”

“현장 통제는 끝난 거죠?”


지원팀 팀장이다.

가장 궁금했던 부분을 물어봐 줬다. 이에 제작부 형은 고개를 저었다.


“통제는 아니지만, 지도는 해주셔야 합니다. 카메라에 잡히는 사람 중에 눈에 띄는 복장이나 소품을 든 사람은 뒷자리로 이동시켜주세요.”

“잠깐만요, 우리 보고 다시 저들 사이에 들어가라는 겁니까?”

“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표정 연기가 어색한 사람도 뒤로 이동시켜야 합니다.”

“이러면 아까와 다를 바 없잖아요!”


발끈한 지원팀 팀장이 제작부 형 앞으로 다가갔다.


“계약과 다르잖습니까! 통행자 이동 안내 및 통제하라고 사람을 불렀으면 그 일을 시켜야죠. 이건 콘서트장 안전요원 수준이잖아요.”

“그게······.”

“전문 업체가 해야 할 일을 우리한테 시키면 안 되죠. 우리 인원으로 저 많은 사람 지휘? 안내? 턱도 없을뿐더러 안전사고 나면 책임 질겁니까?”

“책임은 당연히 영화사에서······.”

“반대로 저들이 다치면 우리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자신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이것 보세요!”


목청이 커졌다. 야외다 보니까, 여기저기 보는 사람이 생겼다.


“계약서에 적힌 내용도 버젓이 어기면서, 여기서 한 말을 믿고 일하라니요? 못합니다. 못 믿습니다!”


틀린 말 하나 없다.

저들이야, 외주업체니까 저렇게 따질 수라도 있지. 연출부와 제작부는 위에서 까라면 까야 하는 상황이다. 처음이야 멋모르고 전쟁터에 들어갔다지만, 알고 들어가는 두 번째는 솔직히 겁난다.

지원팀 팀장이 나서자, 지원자로 온 아홉 명도 말을 보탰다.


“랄랄라 엔터테인먼트에서 촬영 장소 공개해서 일이 커졌다던데요? 거기 사람들 와서 통제하라고 하세요.”

“제시카 보러 온 사람이면 제시카가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조용히 하세요.”


제작부 형이 황급히 주의를 시켰다. 우리는 동시에 제작부 형이 본 곳을 봤다.

이를 어째.

제시카가 서있다.

이쪽 이야기를 다 들었는지 울먹이며 큰 잘못을 저지른 애처럼 손을 모았다.


“죄송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였다. 제시카의 아담한 몸이 반으로 접혔다.


“힘들게 해서 너무 죄송합니다.”

“아니 뭐 그게-.”


화내던 사람들의 입이 쑥- 들어갔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제시카 탓이겠어요.”

“죄송합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촬영 내내 스태프에게 예의를 갖춰 겸손히 행동하던 배우였기에, 이를 보는 우리의 마음도 좋지 않다.


“제시카 님. 여기 있지 말고 들어가요.”


인물을 담당하는 퍼스트 형이 내 옆구리를 꾹 찔렀다.


“연기하려면 감정 흐트러져서는 안돼. 데리고 조용한데 들어가 있어.”

“네.”


제시카를 데리고 주차장으로 가는 내내, 제시카는 스치는 스태프에게 사과했다. 죄송하다고, 죄송하다고.

휘청이는 제시카를 잡고 다시 앞으로 걸었다.


“시카 님. 마지막으로 휴대폰 본 게 언제예요?”

“아침에 매니저 오빠가 가져갔어요.”


주머니에서 [핑크 스페이스 팬클럽 서울지구 회장 유지원] 명함을 꺼내 보였다.


“어?”

“제시카의 편이 왔어요.”

“언니다.”


제시카의 눈에 눈물이 훅- 차올랐다.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신애리 님께 가죠!”


신애리의 밴을 두드렸다. 문이 징- 열리며 신애리가 우리를 낚아챘다.


“잘 왔어요, 나 지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너무 궁금했거든.”


차에 앉자마자 나는 팬클럽 회장의 명함을 보였다.


“핑크 스페이스 팬클럽 서울, 경기 임원들 다 왔어요. 도움 필요하면 말하라던데 어떡할까요? 지금 밖은 현장 통제가 되지 않아서 난리예요.”

“울 언니의 말 한 번이면 분홍지구 쫙- 정리돼요.”


신애리가 휴대폰을 내밀었다.


“뭐해요, 회장님 이쪽으로 모셔야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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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연출부 대타 (3) +2 24.05.08 1,736 49 13쪽
3 3화. 연출부 대타 (2) +1 24.05.08 1,787 4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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