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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인h 님의 집필실 입니다.

강호 운명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괴인h
작품등록일 :
2018.11.12 13:31
최근연재일 :
2019.04.01 11:20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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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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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90,746

작성
18.11.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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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글자
12쪽

10. 육합기공을 전수받다.

강호




DUMMY

운명록 임무 2의 내용은 한 마디로 암혼객에게 감사를 표하고, 도움을 요청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임무를 완수하면 보상으로 육합기공이란 것을 얻는다고 되어 있었다.

아직 운명록 임무를 완수해본 적이 없어 임무를 완료하는 정확한 방법은 추측에 불과하지만, 일단 임무의 조건을 다 수행하면 완료가 되고 그 대가로 보상을 얻는 방식일 거라 짐작할 순 있었다.

그렇다면 운명록 임무 2의 내용대로라면 암혼객에게 도움을 청하고, 그 도움을 청한 것의 결과로 육합기공이란 보상을 받게 된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순간적으로 신오진의 뇌리에 번뜩인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다.

‘내 추측이 맞다면, 어머니 생각과는 다른 반응을 보일 거야.’

그리고 암혼객은 그의 추측대로 하수수의 생각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하하하하하하. 이거 재미있는 친구로군. 무리한 부탁이라고 말하면서도 결국 그 무리한 것을 분명히 요구하고 있는 걸 보면 제법 뻔뻔하기도 하고. 후후. 그러나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거나 마찬가지일지라도 해보겠다는 그 패기가 마음에 드는군. 좋아. 그럼 이렇게 하도록 하세.”

그는 형형한 안광을 빛내며 신오진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말 돌리지 않고, 대놓고 말하도록 하겠네. 본래는 이럴 생각이 아니었지만, 자네의 말을 듣고 이렇게 하기로 한 것이니 거절하지는 않을 거라 믿네.”

“......!”

신오진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보통 무림의 인물이 무공을 모르는 일반인을 상대로 협행을 했을 경우 그 협행의 대가를 원하는 경우는 없네. 하지만 그 상대가 무림인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네. 자네의 어머님이 말한 것처럼 강호의 은원은 무겁거든. 그리고 자네는 스스로 무림의 인물로 살아가겠다고 의지를 굳혔다고 말했고 말이야.”

“... 그렇습니다.”

“무림이란 정해진 공간이 있는 곳이 아니지, 그런 의미에서 가슴에 칼 한 자루를 품고 산다면 그게 곧 무림에 적을 둔 거라 해도 과언은 아닐 테지. 그렇게 본다면 자네도 지금 사실상 무림인인 거지.”

암혼객의 입가에 기묘한 미소라 떠올랐다.

“내가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의도를 알겠나?”

신오진은 약간 긴장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일반인을 도운 협행은 굳이 대가를 요구하지 않지만, 무림인을 도운 은혜는 그에 따른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암혼객은 그 대답이 마음에 든 듯 다시 웃었다.

“영리한 친구로군. 자. 이제 내가 어떻게 하려는지 말해주지. 나는 자네에게 기초적인 내공심법을 주고, 자네에게 내공의 기초를 가르쳐주겠네. 뭐 대단한 무공은 아니야. 삼류 낭인들이 흔히 익히는 토납법에서 좀 더 발전한 가장 기초적인 형태의 내공심법이지. 제자도 아닌 자네에게 내 본신의 절기를 가르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고, 스무 살이나 된 자네에게 제대로 익힐 가능성도 낮은 다른 절기를 가르친다는 것도 사실 무리한 일이지. 그래서 가장 기초적인 내공심법을 가르치려는 거네. 그것이 자네의 요청, 스무 살 먹은 일반인이라도 그런 어려움을 극복할 방도를 가르쳐달라는 요청에 대한 내 답이지.”

“......!”

암혼객은 후후 웃었다.

“아마 자네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몰라. 늦게 무공에 입문한다는 불리함을 극복하려면 상승의 절기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하지만 그런 절기는 아무에게나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배우고 싶다고 해서 쉬이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설령 배울 수 있다 해도 그 나이에 입문하면 절대로 제대로 익힐 수 없을 테니 그야말로 돼지 목의 진주가 돼버리지. 그러니 그나마 그 나이에 배울 확률이 있는 건 기초적인 무공들일 수밖에 없는 거라네.”

“... 그렇습니까.”

“그렇지.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네. 난 자네가 그 의지만으로 현실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궁금하네. 내가 이미 내뱉은 말이 있으니, 하가장의 일은 내가 처리해주지. 내가 경고하면 하가장도 아마 자네에게서 손을 뗄 테지. 그러면 걸리는 것도 없으니 자네는 수련에 몰입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해서 자네가 한계를 뛰어넘어 고수가 된다면, 강호의 은원에 따라 자네는 내게 빚을 갚아야 하네. 무림인으로 입은 은혜는 갚아야 하니 말일세. 만일 그러지 못한다면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것이니 자네가 갚아야 할 빚 따윈 잊도록 하지. 어떤가.”

신오진은 순간 할 말을 잊었다.

‘정말로 추측대로였다. 운명록 임무의 내용대로다. 도움을 청하고 그 대가로 육합기공을 얻는 것이었어!’

암혼객의 말에 할 말을 잊은 것은 하수수도 마찬가지였다.

‘암혼객은 정말로 협객이라 불릴 자격이 있구나.’

아들의 무리한 부탁에 이렇게 관대한 대답을 해주다니!

하수수는 감당할 수 없다고 극구 사양을 했지만, 암혼객은 대수롭지 않게 그 말을 흘려 넘겼다.

사실 암혼객의 입장에서 이건 별 대단한 일도 아니었다.

소양이도가 뭐 대단한 고수들도 아니고, 그들을 사주한 하가장 역시 그의 입장에서 그리 대단한 곳은 아니다.

속되게 말하자면 그 정도 수준의 인물이나 장원은 암혼객 정도 되는 거물의 콧바람만으로도 날아갈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신오진의 목숨을 구해주거나, 하가장에 경고해서 손을 떼게 해주는 것 등은 그리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강호의 협객으로 일반적으로 행할 일상적인 협행이라고 할까?

따지자면 그냥 그렇게 협행을 하고,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기억 저편으로 흘러갈 그런 인연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그 모친이 상당한 무공을 익히고 있는 것 같고, 그가 구한 청년은 스무 살에 무공을 하나도 모르면서 무림에 뛰어든다고 말하니 약간의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일 것이다.

하룻강아지(?)의 무리한 부탁에 이런 관대한(?) 제안을 한 것은 말이다.

‘어차피 대단한 절기도 아니고 기초적인 내공심법을 가르쳐주고, 거기에 입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도에 불과하다. 대단한 일은 아냐. 그저... 앞으로 늦은 나이에 무공에 입문하면서도 반드시 성공하고 말겠다고 다짐하는 그 결의가 마음에 들어, 약간의 호의를 베푼 것뿐.’

암혼객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바로 일처리에 들어갔다.

그는 먼저 소양이도에게 말했다.

“다행히 무고한 사람이 상하지 않았으니, 너희들도 목숨은 건졌다. 너희들을 놓아줄 테니, 하가장에 가서 내 말을 확실히 전하거라. 이 청년에게 더 손을 대는 것은 이 암혼객이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누구의 말이라고 소양이도가 거부하겠는가.

일단 살길이 열린 셈이라 그들은 즉각 암혼객에게 연신 절을 한 다음, 혹시라도 암혼객의 마음이 바뀔까 두려운 듯 뒤도 안 보고 줄행랑을 놓았다.

그들은 얼마나 급한지, 사로잡혀 있는 하가장의 하인을 챙겨 데려갈 생각도 안 하고 도망치듯 사라져버렸다.

덕분에 기절한 채 묶여 있던 하가장의 사내는 신오진이 풀어서 보내야 했다.

그야말로 쾌도난마 같은 신속한 일처리.

그렇게 하가장의 일을 단숨에 정리한 암혼객은 무거운 표정인 하수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부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을 진행해 미안하오. 하지만 어차피 부인은 아드님이 그 나이가 되도록 전혀 본신의 무공을 가르치지 않았고, 무림에 나가는 것도 반대하시니 내게 남의 문하에 함부로 개입한다 말하기도 어려울 거요.”

하수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가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무슨 말을 해도 이미 결정을 내린 암혼객과 신오진의 결정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였다.

그리고 그 순간, 신오진의 눈앞에 운명록의 새로운 글귀가 떠올랐다.


-운명록 임무 2: 사람을 도우려면 끝까지 도우라 하였으니...를 완수했습니다. 보상으로 육합기공을 얻게 됩니다.-


‘좋았어. 운명록 임무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완료되는지 대충 알겠다. 이제 나머지 임무들도...’

그러나 그는 다른 생각에 잠길 틈이 없었다.

그 순간, 그에게 암혼객의 전음이 들려온 것이다.

[내가 이제부터 네가 가르쳐줄 것은 육합기공이라고 한다. 이것은 비록 기초적인 심법이지만, 그만큼 안전하고 주화입마의 위험이 낮다. 더구나 훗날 다른 심법을 배우게 되더라도 진기의 충돌이 없이 익힐 수 있게 해주니, 육합기공이야말로 내공의 기틀을 잡기에 아주 적당한 기본공이라 할 수 있지. 이제부터 구결을 알려줄 터이니, 집중하여 기억하거라.]

일단 결정을 내린 암혼객의 일처리는 신속했고, 주저함이 없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육합기공의 전수를 시작한 것이었다.

“......!”

신오진은 심호흡하며 암혼객의 전음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토납이란 오래된 기운은 뱉고, 좋은 기운만 받아들인다는 것으로, 내부의 악기를 내뱉고 천지 간의 정기를 받아들여 내부의 기운을 정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완전한 의미의 축기를 할 수 없으니, 육합기공은 이 축기에서 좀 더 발전되고 완성된 방식으로 천지 간의 기를 모으는 축기 방법을 육합의 원리를 통해 구현하며 시작되었다. 육합이란...]

신오진은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온 정신을 다해 암혼객이 전음으로 구술해주는 구결과 해석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암혼객의 눈에는 기이한 빛이 떠올라 있었다.

본디 암혼객은 신오진에게 아예 하대하진 않았었다.

하지만 육합기공을 가르치는 지금, 그는 자연스럽게 말을 내려 신오진에게 하대하고 있었다.

그것은 미묘한 의미가 있었지만, 신오진은 구결에 집중하느라 그 점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흐음.’

지금 암혼객이 전수하는 육합기공은 그렇게 복잡한 심법이 아니었다.

그것은 가장 기본적인 토납법에서 발전해, 축기의 기본과 행공의 기본적인 방법을 익히고 심법의 개념을 잡아 토대를 닦는 기초적인 내공심법이었다.

본디 무림에서 내공에 정식으로 입문하는 나이는 세 살에서 많아야 다섯 살 사이, 달리 말하면 이런 기초 내공심법은 그 나잇대의 아이들이 들어도 그럭저럭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게 아주 복잡하진 않다는 말이었다.

물론 사실상 무공의 문외한이나 마찬가지인 신오진의 입장에서는 그것도 제법 복잡하고 까다롭게 느껴졌다.

그나마 운명록을 통해 오성을 크게 강화한 상태라, 일단 암혼객이 말해주는 구결과 설명을 무조건 외워두는 것이 가능하단 점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육합기공의 구결과 그 설명을 끝까지 한번 마친 암혼객은 시험하는 듯한 눈으로 신오진에게 물었다.

[기억하지 못하거나 의문인 것이 있으면 어서 묻거라. 육합기공이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내공심법은 내공심법. 글자 하나 잘못 기억하거나 해석한 것으로 큰일이 날 수도 있다.]

물론 신오진은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일단 구결은 대충 다 외운 상태였지만, 그 설명이나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곳이 제법 많았다.

그러나 그는 전음을 쓰지 못해서, 쉬이 질문을 던지지 못했다.

‘암혼객이 전음을 써서 내게 육합기공의 구결과 해석을 말한 것은 어머니나 동생들이 듣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일 거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그 내용을 물어도 되는 건가? 다 들릴 텐데?’

그렇게 주저하는 사이, 암혼객은 그가 질문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처음부터 육합기공의 구결과 해석을 전음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운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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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0. 신오진의 고민 +4 18.11.30 5,217 68 12쪽
22 19. 운명록 특별 임무 +6 18.11.29 5,430 72 12쪽
21 18. 추교를 얻다. +4 18.11.28 5,311 75 13쪽
20 17. 첫 실전(2) +8 18.11.27 5,270 68 10쪽
19 17. 첫 실전 +4 18.11.26 5,313 6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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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1. 신오진의 항변 +11 18.11.20 5,838 81 12쪽
» 10. 육합기공을 전수받다. +5 18.11.19 6,075 75 12쪽
11 9. 신오진의 승부수 +6 18.11.18 6,036 77 11쪽
10 8. 생각지도 못한 사실(2) +8 18.11.17 6,220 8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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