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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인h 님의 집필실 입니다.

강호 운명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괴인h
작품등록일 :
2018.11.12 13:31
최근연재일 :
2019.04.01 11:20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382,145
추천수 :
5,042
글자수 :
590,746

작성
18.11.1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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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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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글자
12쪽

6. 치명적인 오산

강호




DUMMY

그리고 그런 그를 바라보고 흉한들이 비릿한 미소와 함께 협박을 내뱉기 시작했다.

“크크. 이놈. 결국엔 이 어르신들의 손에 갈 운명이었구나. 그때는 천운이 네놈에게 있었지만, 지금도 그런 요행이 있을 것 같으냐? 흐흐흐.”

“추하게 발악하지 말고 목을 늘어뜨린다면, 이 어르신이 특별히 덜 고통스럽게 죽여주마.”

이미 다 잡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건지, 흉한들은 여유만만했다.

“으으... 제... 제발...”

신오진은 일단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주춤거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실제로 긴장되고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었고, 그게 아니어도 저들의 방심을 끌어내려면 겁먹은 모습을 보여야 했다.

꿀꺽.

신오진은 주춤 뒤로 물러서며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내심 침착하려 애쓰지만, 왠지 모르게 입안이 바싹 마르는 기분이었다.

‘이건 그냥 연기야. 그냥 연기라고. 떨지 마라, 신오진!’

막상 실전 상황(?)에 들어가자, 그것은 급조한 계획 속에 그렸던 그림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는 걸 그는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분명 머리로는 승산이 있고,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이 섰다.

그러나 실제로 다시 저 시퍼런 칼 앞에 서자, 일단 머릿속에서 계산한 것처럼 태연하게 움직이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살기’를 품은 이가 자신을 노리고 다가온다는 것은 그의 생각 이상으로 더 큰 압박감이 느껴지는 일이었다.

‘내 계산 밖이었어. 제기랄...’

더구나 오산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가 ‘은인’에게 구해지기 전, 저들에게 느꼈던 죽음의 공포, 몸으로 느낀 그 공포가 저들을 보자 다시 살아나는 것도 문제였다.

머리로는 이러면 끝장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신오진은 마음속 깊숙이 떨려오는 것을 쉬이 멈추지 못했다.

그런 그의 모습이 도마 위에 올라간 생선처럼 보이는지, 흉한들은 느긋한 표정으로 그저 다가올 뿐이었다.

‘정신 차려. 신오진! 이러다 정말 죽는다!’

그는 이를 악물고, 배에 힘을 꽉 주었다.

“으아아아아아아!”

그는 온몸을 스멀스멀 조여오는 것 같은 그 두려움을 날려버리려는 듯, 크게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그대로 흉한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호오?”

“저놈이 미쳤군. 가소로운걸. 크크.”

그 모습이 흉한들의 눈에는 불길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보인 모양이다.

그들은 신오진을 비웃으며 곧장 도를 뽑아들었다.

그들을 향해 달려가며, 신오진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저 둘의 사이로는 피해 지나가기 어렵다. 결국 둘 중 한 명의 옆을 바깥쪽으로 돌아 도망쳐야 한다.’

운명록의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은 저들 뒤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으니, 무조건 저들의 매복을 돌파해야 했다.

‘우측 놈의 바깥쪽으로 빠져나간다.’

우측의 흉한을 목표로 한 이유는 간단했다.

두 흉한은 모두 오른손에 도를 쥐고 있었다.

그러니 그가 볼 때 왼쪽 놈의 몸 바깥으로 돌아 빠져나가려고 하면 오른손으로 자연스럽게 도를 휘두를 수 있고, 무공이랄 것을 아직 제대로 익히지 못한 신오진 그로서는 그 공격을 제대로 피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니 그가 볼 때 오른쪽의 흉한, 그의 왼팔 방향 바깥으로 빠져나간다.

오른손의 도로 그곳으로 빠져나가는 그를 공격하려면, 몸을 돌려서 도를 휘두르던가, 역수 방향으로 휘두르든가, 아니면 그냥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휘둘러 옆으로 빠져나가는 신오진의 등 쪽을 베어버리거나 해야 한다.

‘그 한 번을 피한다면 도주할 기회가 생길 거다.’

신오진은 이를 악물고 과감하게 계획한 대로 뛰어들려고 했다.

‘분명 여기서 놈이 도를 휘두를 거다. 그것을 옆으로 뛰어 굴러 일어나며 피하고...’

그가 세운 계획의 성패가 갈리는 중요한 승부의 시점, 신오진은 이를 악물고 계획한 경로로 몸을 던지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의 본능이 소리쳤다.

위험해-!

그 본능의 외침에 반응해, 신오진이 바로 멈출 수 있었던 것은 운명록에 의해 체질이 강화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밖에 달리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 무의식에 가까운 반사적 반응이었지만 그것이 그의 목숨을 구했다.

쉐액-!

매서운 파공음과 함께 그의 몸 바로 앞을 한줄기 섬광이 가르고 지나갔다.

“.,.....!”

도저히 피하고 자시고 할 엄두도 나지 않는 쾌속한 도격에 신오진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만일 그가 멈추는 것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그는 방금의 일격에 그대로 베여 토막이 났을 것이다.

간발의 차로 죽음을 모면했다는 생각이 들자, 식은땀이 전신에서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허어? 그걸 피해?”

도를 휘두른 흉한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져 있었다.

그리고 옆의 흉한은 그런 그가 우습다는 듯 큭큭큭 거리며 비웃기 시작했다.

“무공 한 자락 모르는 무지렁이 상대로 회심의 일도를 헛쳤다고 소문나면 참 볼만하겠다. 크크크크”

“이런 씨발.”

자존심이 상했는지, 도격을 헛친 흉한의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감히 맞설 엄두가 나지 않아, 신오진은 뒤로 급히 물러서 그와 거리를 벌렸다.

‘제기랄. 완전 오산이었다.’

이미 그전에도 몇 가지를 오판했지만, 지금의 오산은 비교할 수 없이 치명적인 것이었다.

‘놈의 도격은... 그때 내가 본 그 속도가 아니야. 그때는 적당히 휘둘렀음이 분명하다.’

애초에 신오진의 계산은 저들이 그 날 그에게 휘두른 도격 정도라면 피해서 도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은 그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터무니없는 오산이었다.

그 날, 흉한이 휘두르던 도격은 사실 전력을 다한 것이 아니었는데 그 사실을 생각하지 못하고 저들의 전력을 오판한 것은 단순한 실수라기엔 너무도 치명적이었다.

‘제기랄. 머리가 좋아졌다고 해도 그 좋아진 머리를 제대로 써먹질 못했어.’

아무리 머리가 좋아졌다고 해도, 사고판단의 기준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의 범주를 넘지 못하기 마련이다.

무공에 사실상 문외한인 그가 자신의 눈으로 흉한들의 실력을 단정한 것이 치명적인 실책이란 걸 미리 깨달았어야 했다.

‘더구나, 계획이 실패했을 경우 대비책이나 차선책도 생각해두지 않았으니, 그야말로 미친 거지.’

이 모두가 전반적인 경험이 적어서 저지른 뼈아픈 실책.

무엇이 실책이었는지,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깨닫기는 했지만, 너무 늦었다.

그걸로는 이미 최악인 상황을 만회할 수는 없었다.

신오진은 속수무책으로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왜 그러느냐? 다시 뭔가 수작을 부려보아라.”

자존심이 상한 흉한은 단칼에 그를 베어버리겠다는 듯 다가오고 있었다.

이젠 뒤돌아 도망을 칠 수도 없었다.

저들의 속도는 그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 괜히 도망을 치려고 등을 돌리는 순간 그대로 등에 칼을 맞고 죽을 것이다.

‘이대론 안 돼. 죽는다. 일단 뭔가 다른 대책을 생각할 때까지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야 해.’

살기를 풀풀 풍기며 다가오는 흉한에게서 거리를 벌리려 뒤로 물러서며, 신오진은 다급하게 외쳤다.

“잠깐! 죽을 때 죽더라도 궁금함은 풀고 죽자. 날 죽이라고 네놈들을 사주한 게 누구냐?”

급한 김에 겸사겸사 던져본 이야기였지만, 흉한은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

그는 피식 비웃음을 흘리며 계속 다가올 뿐이었다.

다급해진 신오진은 에라 모르겠다 싶어 입에서 나오는 대로 사기를 치기 시작했다.

“네가 날 죽이면, 너도 죽게 될 거다.”

“음?”

살기를 품고 다가오던 흉한이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었다는 듯 멈칫하고 멈춰 섰다.

“호오. 널 죽이면 나도 죽는다? 어떻게?”

“저번에 날 죽이려고 할 때, 날 구하신 분이 널 그냥 놔둘까?”

“음?”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은 말이지만, 그건 효과가 있었다.

신오진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며 그럴듯한 말을 지어내기 시작했다.

“그분이 한번 구한 사람을, 자신의 경고도 무시하고 너희 같은 것들이 죽인다면... 그분은 자신의 체면이 손상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궤변에 가까운 말이었지만, 흉한은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적엽비화의 가공할 절기를 목격한 이상, 만에 하나라도 그런 고수와 척을 지게 되는 것만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어? 란 생각이 들면서도, 강호엔 워낙 기인이 많고 성격이 이상하거나 독특한 이들이 적지 않기에 그럴 리 없다고 단언하기도 힘들다는 점에서 신오진이 한 말은 예의 흉한들이 갈등하게 하기 충분했다.

‘통했나?’

신오진은 태연한 표정을 지으려 애쓰며 내심 부르짖었다.

‘태연해야 한다, 신오진! 조금이라도 두려운 기색을 보이거나 해서 사기 친 게 걸리면 끝장이다.’

그는 최대한 태연한 표정을 지으려 애쓰며 당당하게 서 있으려 노력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문제의 흉한은 갈등하고 있었다.

‘설마 그럴 리가 싶지만... 저놈이 저리 태연한 걸 보면 정말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인데? 이런 망할!’

뭔가 믿는 구석이 없으면 감히 저런 무지렁이가 어찌 자신들 앞에서 태연할 수 있겠느냔 생각에, 그는 쉬이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뒤에서 구경하던 동료 흉한이 푸하하 웃음을 터뜨리며 입을 열어 그를 비웃기 시작한 것이다.

“뭐야. 너 겁 먹었냐?”

“닥쳐!”

“야. 뭘 저런 놈이 아무렇게나 지껄인 소리에 그리 고민하는 거야. 개인 보표도 아니고 그만한 고수가 저런 놈 뒤를 그렇게까지 봐줄 리가 있냐. 설령 그런다고 쳐도 여기서 쥐도 새도 모르게 묻어버리면 우리가 저놈을 죽였다는 걸 어떻게 알겠어? 안 그러냐?”

“음...”

그 말이 신오진의 말에 혹시? 하고 주저하던 흉한의 마음에 쏙 든 모양이었다.

“후후. 그건 그렇지. 여기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면, 그자가 그걸 무슨 수로 안 단 말이냐? 크흐흐흐흐.”

“......!”

신오진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절망의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궁여지책으로 친 공갈도 통하지 않는 이상, 그에겐 남은 방법이 없었다.

‘무력하다. 난 정말 무력해. 빌어먹을...!’

아무리 머리를 쓰고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봐도, 눈앞에 저 두 명의 흉한들과 그들이 들고 있는 칼 한 자루 앞에서 아무 의미도 없었다.

‘바보 같았어. 운명록에 의해 조금 강화된 것에 고무되어서 바보 같은 짓을 한 거야.’

이 길로 쭉 간다면 자객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면, 굳이 이리 무모하게 정면 돌파하는 것 말고도 차분히 생각해보면 다른 방법이 있었다.

그들을 피해 우회하거나 좀 더 기다리며 마을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에게 혹시 수상한 사람들에 대해 알아본다든지 하는 식으로 머리를 쓴다면 분명 얼마든지 다른 방책이 있었다.

그런데도 굳이 일종의 정면 승부를 선택한 것은 미숙함, 그리고 어설픈 호승심과 자신감 등이 어우러져 다른 생각을 애초에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눈이 어두워져 있었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그는 운명록이라는 기연을 얻은 것에 크게 고무되어 있었고, 마음속 어딘가에선 저들 앞에서 느꼈던 무력감과 자괴감 등을 보상받고 싶고, 되갚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떠올리지 못했다.

상대의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뒤가 없는 계획을 세우고 그걸 깨닫지도 못했다니!

‘이 위기를 벗어난다면, 다신 이런 실수를 하지 않을 거다.’




운명록


작가의말

연참을 부탁하신 댓글이 있어 한 편 더 올려보았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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