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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인h 님의 집필실 입니다.

강호 운명록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괴인h
작품등록일 :
2018.11.12 13:31
최근연재일 :
2019.04.01 11:20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384,044
추천수 :
5,042
글자수 :
590,746

작성
18.11.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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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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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글자
10쪽

17. 첫 실전(2)

강호




DUMMY

계속 피하는 동안 눈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는 점, 저들이 지쳐서 무기를 휘두르는 속도가 느려졌다는 점이 잘 맞물려 그는 복면 사내들의 공격 사이를 뚫고 들어가는 것에 성공했다.

카앙-!

도를 들어 몽둥이를 막아내면서, 신오진은 무월보를 펼쳐 빠르게 옆으로 이동하다 급격히 방향을 틀며 복면 사내의 배후로 돌아갔다.

걸음으로 치면 단 세 걸음, 무월보의 칠십 이보를 조합한 변화 중 하나를 완벽하게 성공하는 순간, 그는 복면 사내들의 배후를 잡을 수 있었다.

저들이 놀라 몸을 돌리기 직전의 그 짧은 순간, 무방비로 드러난 등을 보며 신오진은 곧바로 도를 휘두르지 못하고 잠시 멈칫했다.

그것은 팔을 베인 것만으로도 과다출혈로 죽음에 이른 복면 사내의 모습이 뇌리를 스치며 잠시 주저한 것에 불과했다.

아주 잠깐의 머뭇거림.

아직 살인에 익숙지 못하고, 첫 실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는 일, 하지만 그 잠시의 주저함은 신오진으로 하여금 큰 대가를 치르게 했다.

“이 새끼가!”

고함과 함께 복면 사내가 뒤로 돌며 휘두른 박도가 번뜩이는 순간, 가슴팍이 화끈하며 피가 튀었다.

“큭!”

다행히 깊이 베여 가슴이 쩍 갈라지는 참사는 면했지만, 박도의 끝에 가슴을 길게 베이며 상의가 순식간에 피로 젖었다.

‘낭패다.’

신오진은 제대로 지혈을 할 줄 몰랐다.

상처를 잠시라도 살피고 급한 대로 꾹 눌러 지혈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그건 불가능했다.

“죽어랏!”

더구나 일격이 성공하자 복면 사내들은 기세등등하게 달려들고 있었다.

‘쳇!’

신오진은 이를 악물었다.

비록 어설픈 마음가짐으로 최고의 기회를 위기로 말아먹었지만, 덕분에 그는 독기를 품었다.

살인에 대한 본능적인 망설임이고 뭐고 지금 자칫하면 죽게 생긴 상황에서 그딴 걸 생각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씨발! 덤벼 개새끼들아!”

신오진은 이를 악물고 다시 저들의 공세로 뛰어들었다.

박도의 공격을 피하며, 그는 자신의 도를 들어 박도를 헛친 복면 사내에게 찔러넣었다.

본래 도는 찌르기를 주로 하지 않기에 그가 제대로 도법을 배웠다면, 그는 도를 찌르기보다는 복면 사내의 허점이 드러난 팔이나 다리, 허리 등을 노리고 매섭게 베었을 것이다.

다만 그 점이 오히려 허를 찔러 복면 사내는 신오진의 도에 쉽게 배를 찔리고 말았다.

“크윽!”

그가 비명과 함께 배를 감싸고 무릎을 꿇는 순간, 신오진은 어깨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빠악!

남은 한 명의 복면 사내가 휘두른 몽둥이가 정통으로 그의 어깨를 후려친 것이었다.

극심한 고통에 그는 비명과 함께 뒤로 물러서야 했다.

“커헉...!”

어깨가 부서진 것처럼 욱신거리고 아팠지만, 그나마 이만한 것이 다행이었다.

만일 이 몽둥이의 일격이 머리를 쳤거나 옆구리를 때렸다면 결코 이 정도로 끝나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물론 위기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죽어! 죽어! 죽엇!”

일격이 들어가자 기세가 오른 마지막 복면 사내는 몽둥이를 마구 내려치며 그를 때려죽이려 들었다.

“이익!”

아직 타격에서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신오진은 무월보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그 몽둥이 공격을 도를 들어 막아야 했다.

캉! 캉! 뻐억!

두 번은 막았지만 세 번째는 무리였다.

다시 어깨를 맞은 신오진이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죽어랏!”

그런 그의 머리통을 향해 복면 사내가 흉악한 기세로 몽둥이를 내리쳤다.

“......!”

하지만 신오진은 의식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고통을 참으며 몸을 옆으로 굴러 그 일격을 피하는 동시에 그 상태에서 안간힘을 다해 도를 휘둘러 몽둥이를 헛친 복면 사내의 다리를 베었다.

“끄아악!”

정강이를 제대로 베인 복면 사내가 비명과 함께 넘어졌다.

그런 그의 목을 향해 신오진이 몸을 일으키며 사력을 다해 도를 휘둘렀다.

동시에 팍! 피가 튀며 그의 얼굴이 피로 물들었다.

“헉... 헉.”

신오진은 고통을 참으려 애쓰며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얼굴에 묻은 피를 대충 소매를 들어 닦은 다음, 당장에라도 다시 주저앉고 싶은 걸 참으며 그는 신중하게 주변을 살폈다.

‘이 새끼, 어디 갔지?’

마당에 피로 물든 발자국이 찍혀 있고, 그것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저 앞에 비틀거리며 걷는 다른 복면 사내의 뒷모습이 보였다.

배를 도에 찔린 그 사내였다.

동료들이 살해당하는 것을 보자, 도망치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배를 찔린 부상이 생각보다 심한 듯, 그는 얼마 가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 뒷모습을 보며 신오진은 살의를 느꼈다.

‘저대로 보내선 안 돼.’

저자가 도망갔다가 나중에 복수라며 동료를 더 데리고 오면 큰일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기회를 노리며 은밀히 주변을 맴돌다 가족들을 해치기라도 한다면?

신오진은 이를 악물고 도망가는 복면 사내의 뒤를 쫓았다.

복면 사내는 부상이 심해 속도를 내지 못내 못해서 그와 신오진의 거리 자체는 그리 멀지 않았다.

신오진은 고통을 참으며 그를 쫓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그를 따라잡았다.

비틀거리며 한 걸음이라도 더 옮기려 애쓰는 복면 사내의 뒷모습을 보며 그는 잠시 복잡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제... 제발...!”

신오진이 따라왔다는 것을 안 복면 사내가 절망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살... 살려줘. 제발...!”

그 애원에 신오진은 말이 아니라 도로 대답했다.

그의 도가 휘둘러지는 순간, 복면 사내의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신오진은 나무토막처럼 털썩 복면 사내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씨발. 기분 더럽네. 에이...”

그는 끙끙 앓으며, 복면 사내의 시체를 끌고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고통스럽고 힘들어 당장에라도 드러눕고 싶었지만, 시체들을 이대로 놔둘 수는 없었다.

그렇게 시체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니, 마당엔 이미 어머니 하수수가 나와 있었다.

하긴 마당에서 그토록 큰 소란이 벌어졌는데, 가족들이 잠이 깨지 않을 리가 없었다.

“애들은요?”

마당에 시체들이 뒹굴고 사방에 피범벅인 상황이라, 아직 어린 동생들이 혹시라도 그 꼴을 봤을까 걱정된 신오진은 어머니를 보자 그것부터 물었다.

“다들 방 안에 있다. 위험하니 나오지 말고 방 안에 있으라고 일러두었다.”

“네...”

그 대답을 듣고 긴장이 약간 풀리자, 신오진은 휘청하며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많이 다쳤느냐? 어디를 당한 거냐.”

“가슴을 베였고, 어깨를 몽둥이로 몇 대 맞았습니다.”

“흠... 어디 보자.”

하수수는 아들의 상의를 벗겨 상처를 살폈다.

“다행히 상처가 내장에 이를 정도는 아니다. 출혈도 피딱지가 져서 슬슬 멎어가고 있으니, 상처를 잘 치료하고 돌보면 문제없을 것이다. 어깨도...”

그녀는 신오진의 어깨를 조심스레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도 뼈에 이상이 있는 것 같지는 않구나. 많이 붓긴 했지만 역시 잘 치료하면 괜찮아질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방으로 들어가서 무언가를 뒤적거려 찾아내더니 그걸 들고 나왔다.

“너는 부엌에 가서 화주(火酒)를 좀 가져오너라.”

신오진은 점소이 일을 할 때 종종 객잔에서 남은 화주를 가져오곤 했었다.

그가 술을 좋아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화주의 주정(酒精)을 이용해 임시로 밤에 기름 대용으로 쓰거나 하려 가져왔던 것인데, 하수수는 그 화주를 이용해 신오진이 박도에 베인 상처를 소독했다.

“으윽!”

화끈한 통증에 신오진이 신음을 흘렸지만, 하수수는 엄살 부리지 말라는 듯 코웃음을 쳤다.

“무림에 살다 보면 이 정도 부상은 생각보다 흔한 일이다. 대단치 않은 상처로 엄살 부리지 말거라.”

하수수는 그렇게 아들을 타박한 다음, 그녀가 가져온 짐꾸러미에서 무슨 가루를 꺼내 상처에 뿌렸다.

“무림인들이 흔히 쓰는 금창약이다. 강호를 떠도는 무림인들이 기본으로 가지고 다니는 물건이지. 이렇게 도검 따위에 입은 상처를 소독하고 뿌려 응급처치하는 물건이다. 강호인들의 상비품 중 하나지.”

그녀는 깨끗한 천으로 아들의 상처를 잘 싸맨 후, 어깨에도 고약을 발라주었다.

“타박상에 잘 듣는 고약 역시 강호인들의 상비품 중 하나란다. 이 고약은 신녀문의 비전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효과가 아주 탁월하단다.”

그렇게 치료를 마친 하수수는 복잡한 시선으로 신오진을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고생했다. 대단치 않은 도적놈들이지만, 그래도 네가 상대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정말 잘했다.”

지금 하수수는 매우 복잡한 심경이었다.

도적놈들이 돈 냄새를 맡고 야밤에 침입한 일은 그녀의 실책이었다.

미리 예상했어야 하는 일인데, 근래 아들의 일로 머리가 복잡해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금쪽같은 아들이 난데없이 도적놈들과 사투를 치루게 되었으니 그녀의 입장에선 정말 재앙이 따로 없었다.

만에 하나 불행한 결과가 나왔다면 그녀는 결코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을 것이다.

솔직히 싸움이 시작되자, 아들이 걱정된 그녀는 당장에라도 뛰어나가 도적들을 공격하려 했었다.

하지만 아들은 그녀의 예상을 넘어 잘 싸웠다.

그래서 그녀는 바로 개입하기보단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아들은 첫 실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뭐 도적들의 수준이 삼류도 못 되는 수준이긴 했지만, 신오진이 무공을 배운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았고 야간에 다수를 상대로 첫 실전을 가졌다는 점등을 고려하면 정말 잘 싸운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아들이 도망치는 도적을 끝까지 쫓아가서 처리한 것에 가장 놀랐다.

‘이 아이에게 이런 독기가 있었다니...!’

만일 거기서 놈이 도망가게 놔두었다면 그녀는 설령 신오진이 반년 안에 무월보와 육합기공을 각각 오성씩 익혀내도 그가 무림인이 되는 것을 반대했을 것이다.

그런 무른 마음가짐으로는 무림에 나가봐야 개죽음 외에 다른 결과가 없다고 말이다.

그러나 아들은 고통을 참으며 악착같이 따라가 기어이 후환을 차단했다.

‘그게 가능했으니 이 아이의 꿈이 희망이 없는 건 아니지.’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아들의 등짝을 철썩 후려쳤다.

“자. 아들. 이제 이 난장판을 치워보자꾸나.”





운명록


작가의말

재밌게 읽어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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