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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3.10.24 13:30
최근연재일 :
2023.12.11 19:52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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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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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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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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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비무의 끝

DUMMY

31화 비무의 끝




“꽤나 격식을 차렸구나. 핏빛 귀신아.”


둘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던 손전옥이 말을 꺼냈다.


“.....무슨 말이오?”


“네놈들이 비무첩이라니 가당키나 한 일이냐.”


“뭐 의심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이 모든 일을 혈영방이 주재했다고 오해하시는 것 같아 안타깝소.”


“아까부터 말이 짧다?”


“......”


“네 놈 사부가 살아서 돌아와도 그러진 못할 텐데 말이다.”


“그쪽이야말로 착각하는 것 아니오? 나는 정파가 아닐뿐더러......이제는 혈영방의 장로요.”


“하하하하. 꺄하하하하. 네가 날 웃겨 죽이려는구나. 고작해야 혈영방의 장로 따위가 내 앞에서 거들먹거려?”


두 개의 기세가 피어올랐다.


“그 말.....혈영방까지 능멸하려는 거요?”


혈영방의 장로 중 막내라고 할 수 있는 방홍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아직도 주제를 모르는구나.”


한쪽의 기세가 다른 한쪽을 몰아붙였다.


“읍.....”


“네 스승의 공적 때문에 장로에 올랐으면 분수를 알아야지. 네놈 따위가 혈영방을 논해?”


“크읏”


손전옥은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그를 기세로만 누르고 있었다. 농밀한 기의 압력에 무릎마저 꿇은 방홍이 할딱거렸다.


‘제....젠장.... 바보냐. 나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폐관수련을 하고 나온 자신과 부하들이면 어떻게든 맞상대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조차 있었지만...그런 생각은 금세 눈 녹듯이 사라졌다.


“흐음. 재미있는 순간이 다가오는군. 좀 있다 보자 애송아.”


비무가 점점 흥이 오르는 것을 느낀 손전옥이 기세를 거두었다.


“헉....헉...헉..”


‘젠장.’


방홍은 좀 전까지의 자신감은 어디 가버렸는지 이곳에서 달아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



“두 수가 남았다. 와라. 애송이.”


“정말 괜찮겠어?”


장의호가 놀리듯이 말했다.


“하. 방심 따윈 좀 전에 버렸다. 허나 네놈도 공설 하나를 꺾었다고 자만하는 게 아니냐? 지금의 나는 이미 공설 따윈 넘어섰다.”


“뭐....좋을대로 하라고.”


장의호가 다시 기를 모았다.


‘마침 잘 됐어. 이건 시간이 걸리니까.’


웅. 웅.


검이 다시 울기 시작했다.


혈경의 무공은 특이하게도 딱히 투로는 없었다. 형이 없는 무공, 그것이 혈경이었다. 단지 기를 어떻게 쓰는 기법들만이 존재할 뿐.


그 중 첫 번째. 혈제노룡공(血帝怒龍功)


용의 분노는 세상에 피를 뿌리는 천재 그 자체. 용의 분노란 곧 힘. 허나 분노의 노예는 용이 아닐지니. 분노의 주인이 된 자가 내지르는 포효 그 자체.


웅우우웅!!!


장의호가 쥔 검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간다.”


꿀꺽.


이정지가 침을 삼키고는 말했다.


“와랏!!”


검기를 머금은 검이 움직였다. 검이 움직이자 이정지에겐 마치 천지가 뒤집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종으로 휘둘러지는 검을 가로 막은 것은 묵창이었다.


‘크읏.’


마치 거석을 창으로 받은 듯한 충격에 온 몸이 삐그덕 거렸다. 정면으로 받아낼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을까.


막는 도중 이정지가 무릎을 굽히며 창을 땅에 박아 넣었다. 대지를 이용해 상대의 힘을 흘리며 동시에 막아내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그그그극.


창이 대지를 반장 가까이 할퀴고 나서야 멈추었다.


“허어어억. 후우우우.”


이정지가 숨을 몰아쉬었다.


“...... 마지막 한수군.”


‘쯧. 가능하면 이걸로 끝내고 싶었는데 그리 쉽게 되지는 않는군.’


상대가 세 수를 양보한다는 얼간이 짓 덕분에 펼칠 수 있었던 혈제노룡공이었다. 혈경의 많지 않은 기법 중 가장 첫 번째로 적힌 것이기에 가장 쉬웠지만 장의호는 아직도 몸에 익지 않았다.

그만큼 혈경의 무공은 상승의 공부를 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승의 내공심법일수록 내기의 덩어리를 작게 나누어 몸 구석구석을 운행하는 것. 아무리 영육이라는 상위 경지를 맛 봐서 진전이 빠르더라도 장의호가 육체를 걸치고 있는 이상 이것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실전이라면 이렇게 펼칠 수는 없었겠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장의호가 마지막 한수를 위해 다시 준비했다.


마지막 한수였다.


처음의 두 번처럼 괜한 공력을 소모하기 보다는 다음에 이어질 초식을 위해 힘을 배분하기 위해 잠시 고민했다.


고민은 짧았고, 행동은 신속했다.


최속의 검 놀림과 검의 회수를 위해 삼푼의 여지를 남기고 펼쳤다.


혈경의 내공과 무리를 그대로 담고 있는 횡소천군이 이정지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카앙!!


쇳덩이와 쇳덩이가 부딪쳐 불꽃을 내뿜었다.


“후우우욱.”


이정지가 아직도 저려오는 오른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호흡을 골랐다.


상대의 반격을 대비해 급히 검을 거둔 장의호는 좋은 기회를 놓쳤다 싶어 아쉬워했다.


‘생각보다 충격이 컸나보군.’


처음으로 펼친 무공이기에 실전에서 얼마만큼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르는 탓에 놓친 기회였다.


이정지가 손을 움직이는 것을 보며 장의호 또한 호흡을 골랐다.


‘이제부터다.’


이정지가 손을 푸는 것을 멈추고 움직였다.


획. 획. 홰액


창날이 가를 때마다 핏방울이 튀었다.


창의 거리는 검의 두 배 이상. 장의호는 좀처럼 파고들지 못한 체 생채기만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었다.


이정지가 공설에게 한수 접었던 것은 삭풍검법과 그 자신의 혼원창법의 상성이 좋지 않았던 탓이었다.


혈영방에게서 얻은 호신공은 그 간극을 줄이기에 충분하다고 여겼고, 그는 두 달 동안 미친 듯이 익혔다.


공설을 죽이기 위해 마치 무공을 처음 익혔을 때처럼 미친 듯이 수련을 했건만, 공설이 죽었다고 들었을 때는 허탈감을 넘어, 장의호에게 원한을 품을 정도였다.


허나 지금 장병의 이점을 살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이 되자, 그런 원한은 어느새 모습을 감추고, 묘한 쾌감마저 생겨났다.


삭풍검법은 중후반부는 검기를 주력으로 삼는 바, 자신의 이점은 버린 채 상대의 공격에 휘둘리기 십상이기에 공설을 당해낼 수 없었는데.


이 애송이는 자신의 장병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큭..큭.’


가슴 속에 기묘한 비틀린 욕망이 샘솟기 시작했다.


확실히 좀 전의 양보한 세 수. 그 속에서 죽음을 맛보긴 했지만, 그게 다였다. 어느 덧 오십 합을 주고받았건만 상대는 자신의 창에 제대로 반격 한번 하지 못했다.


대충 윤곽이 그려졌다.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상당한 공력이 있는 애송이. 공설과 마원이 죽은 것은 방심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공설이 땅에 떨어트린 명예도 자신이 주우면 되는 것 아닌가. 그리고 나서는 혈영방이라는 뒷배까지 챙긴다.


그의 머리가 장밋빛 환상에 물들었다.


창 놀림에 오만, 자신이 깃들기 시작하자, 그것을 바로 느낀 것을 검을 맞대고 있는 장의호였다.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단조로워졌어.’


창의 움직임에 조금씩 익숙해지는데다가 움직임마저 좀 전과는 달랐다. 과신인지, 유인인지 어느 쪽인지는 몰라도 기회였다.


장의호는 조금씩 창을 옆에서 비껴내며 반의 발자국 정도씩 다가갔다.


이정지는 그것을 알면서도 내색하지 않은 채 창법을 계속해서 펼쳤다.


장의호는 승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다가왔음을 알았다. 여기서 나아가는 것은 승리 혹은 죽음이었다.


‘쓰으으으읍...간다!!’


호흡을 가다듬은 장의호가 앞으로 뛰어들었다.


어떠한 싸움도 마찬가지. 기회를 잡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선 승리를 얻을 수 없었다.


‘걸렸구나!!’


이정지는 기다렸다. 애송이가 앞으로 튀어나오길. 창을 휘두른지도 벌써 삼십 년이 지났다. 그런 그가 표적이 다가오는 것을 못 느낄 리가 있겠는가?


아직은 투박한 내공운용, 군데군데 끊기는 초식의 흐름. 확실했다. 애송이는 아직 제대로 내기를 다루지 못하고 있음이라.


그렇다면 그 내공을 발휘할 틈도 없이 이쪽이 유리한 거리에서 내기를 발휘할 틈도 없이 숨통을 끊어버리면 되기에 파놓은 함정.


이정지가 창을 가볍게 뒤로 물렸다가 단숨에 앞으로 내질렀다.


이정지 그의 절초.


쇄심파혼(碎心破魂)이었다. 그조차도 생애 몇 번 펼치지 않고 아껴둔 초식을 지금 아낌없이 피로했다.


사선으로 짓누르려드는 묵창이 장의호의 눈앞에 들어왔다.


찌이이잉!


그와 동시에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는 구결.


여리박빙(如履薄氷) 각고면려(刻苦勉勵) 파혼일격(破魂一擊)


장의호의 머리가 비명을 지른다.


주르륵.


상단전을 너무 쓴 탓에 코피가 흘러나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장의호에게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승리의 기회가 바로 코앞이거늘, 육신의 고통 따위가 범접할 수 있는 집중력이 아니었다.


그와 동시에 머리 한 구석에서 누군가의 한마디가 지나갔다.


-“명심해라. 고수란 이들은 결국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찾고, 때로는 만들어서라도 무(武)라는 길을 걸어 나갔음을. 그들이 고수라는 경지에 도달한 것은 결코 정답이 정해진 길만을 찾아 걸었기에 도달한 것이 아님을. 그저 스스로 택한 길을 정답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자신의 의지만으로.”-


-기본에 충실하거라. 너처럼 그렇게 자유롭게 기를 움직이는 것은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


손전옥과 서문옥의 전혀 다른 지론.


어느 것이 틀렸는가? 아니. 둘 다 틀리고 둘 다 정답이었다.


결국 전혀 다른 두 사제의 이야기는 기를 다루는 것을 조심하라는 것에 근간이 있을 뿐, 그 방점이 자리를 지킬 것이냐, 나아감이냐 어느 쪽에 찍었는지가 다를 뿐이었다.


지금 이 순간 목숨을 걸지 않을 수는 없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자연스럽게 움직이지 않았던 내기가 자연스레 손과 검병에 모이기 시작했다.


한데 모였기에 미친 듯이 날뛰고 싶은 내기는 장의호가 제어를 풀어버리자 손과 검병을 통해 노도와 같이 움직였다.


까아아아아아앙!!!


묵창과 보검이 부딪치자마자 굉음이 온 공터를 뒤덮었다. 그 굉음을 이기지 못한 군중들이 귀를 막을 정도였다.


푸욱.


창날과 창대가 충격을 이기지 못한 채 휘어진 채 바닥에 박혔다. 창대에 의지한 채 간신히 서있는 이정지가 입을 열자 그의 하체 부분이 바닥에 쓰러졌다.


푸샤아아아악!!!


막대한 피가 바닥에 뿌려졌다. 허나 몸이 동강난 이정지의 상반신은 여전히 창을 쥔 채로 버티고 있었다.


“너...너어...”


간신히 벌어진 입에서 말이 흘러나온다.


“마....말해라. 십성 이상의 공력을 사용한 ......절초였다. 네.....네놈 도대체 얼마만큼의 힘을.....쿨럭”


무인의 오기였다. 상대방의 몇 할의 힘을 사용했는지 듣기 위해 간신히 붙잡고 있는 숨통.


“말해!!!”


잠자코 바라보던 장의호의 입이 열렸다.


“.....오는 안 넘었던 것 같은데?”


“오......오라고?


휘어진 창대를 간신히 붙잡고 있던 손에 힘이 빠지며 이정지의 상반신이 바닥에 떨어졌다.


‘달라.....저 놈은 .....우리같은 평범한 무인과는 달라. 미완의 대기이지만 타고난 재능이 모든 걸 압도하고 있어.’


이정지의 마지막 사고는 그것이었다. 경악과 질투.


무엇이 그리도 분한지 눈을 감지도 못한 채 숨이 끊겼다.


이정지의 죽음 이후로 주위는 숨막힐 듯한 정적에 쌓여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은 채였다. 장의호가 비틀거리며 강규에게 돌아가고 나서야 중인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와아아아아!”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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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 일 초식의 싸움 23.12.10 58 0 11쪽
32 32화 협박 23.12.09 69 0 11쪽
» 31화 비무의 끝 23.12.08 92 2 12쪽
30 30화 비무첩 23.12.08 92 1 11쪽
29 29화 가르침 23.12.07 100 2 13쪽
28 28화 광화는 광화일뿐이다 23.12.05 112 2 13쪽
27 27화 사손과 사조의 대련 23.12.04 113 2 12쪽
26 26화 광화 +2 23.12.03 118 2 11쪽
25 25화 비도탈명 23.11.28 124 2 11쪽
24 24화 질투 23.11.26 126 3 12쪽
23 23화 사패 23.11.24 129 3 12쪽
22 22화 거래 23.11.23 12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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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별격 23.11.15 144 3 12쪽
17 17화 문검 23.11.13 136 3 12쪽
16 16화 이름 23.11.12 158 4 13쪽
15 15화 갈등 23.11.10 162 3 11쪽
14 14화 대성 23.11.09 170 2 12쪽
13 13화 흑령회의 경합 23.11.07 177 4 12쪽
12 12화 호법 +1 23.11.06 202 5 11쪽
11 11화 결투로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 +1 23.11.05 227 7 11쪽
10 10화 기이한 사제 +1 23.11.04 243 5 12쪽
9 9화 혈경 +1 23.11.03 263 4 11쪽
8 8화 허장성세 +1 23.11.01 279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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