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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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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3.10.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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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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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2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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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6화 이름

DUMMY

16화 이름




“일어났는가?”


장의호는 기절한지 반 시진이 되어서야 간신히 깨어났다.


“우욱.”


“억지로 일어나려 하지 말게. 살펴보니 기맥이 조금 들끓고 있더군.”


“후우....”


장의호가 간신히 상반신을 들어올렸다.


“너무 서둘고 있는 게 아닌가?”


“....무슨 말씀이신지?”


“자네는 아직 젊어.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릴 필요가 있겠나?”


“......누군가도 비슷한 말을 하더군요. 오히려 제가 묻고 싶군요. 눈앞의 산을 가장 빨리 오를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무인이 그 길을 돌아서 갈 수 있습니까? 그 길이 오를 수 있을지 없을지, 위험할지 아닐지 따위는 아무래도 좋습니다. 그저 오를 뿐.”


“.......”


서문옥은 잠시 말을 잊었다.


‘그래. 그랬지. 무인이란.’


‘잠시 빛나는 재능에 눈이 멀었던 걸지도 모르겠군.’


서문옥은 눈앞의 원석과도 같은 재능을 보면서 잠시 무인답지 않은 생각을 한 것을 후회했다.


그리고 장의호의 이말은 서문옥에게만 던진 것이 아니었다. 법계의 관리자에게 향하는 말이기도 했고, 스스로에게 던지는 말이기도 했다.


끊임없이 불타는 욕망. 그가 강해진다는 목표는 버릴 수 있었다면 애초에 이 자리에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르는 것이 실패했다면 다시 오를 뿐.


재주 좋아서 심법을 여러 개 운용하다 한 번 실패한 것이 어쨌단 말인가. 바라마지 않았던 두 번째의 생을 허락 받았다면 그저 다시 한 번 오를 뿐.


“미안하군. 의도치 않게 자네를 방해해버렸군. 무인.....아니 인간의 성장이란 누구나가 같지는 않지. 가끔씩 우화하듯이 남들을 훌쩍 뛰어 넘는 이들이 있다네. 그들을 가리켜 천재니, 괴물이니 떠들어 대지만, 결국 그들은 남들이 선택하지 않았던 험난한 길을 도전해 성공한 것 뿐 일지도....”


“그만 두십시오. 저는 그저 바보일 뿐입니다. 무공에 미친 바보.”


“후후후. 정말이지 자네는. 재미있군.”


“딱히 웃긴 소리는 하지 않았습니다만...”


멋쩍은 기분에 장의호가 너스레를 떨었다.


“자네에게 하나 제의하고 싶은 일이 있네만.”


“뭡니까?”


“내 제자가 되지 않겠나?”


“.....뭐....뭐라구요?”


생각지도 못한, 아니 백이면 백 떠올리지 못할 이야기에 장의호가 경악했다.


“그....말씀을 잘못한 게 아니신지?”


“자네가 들은 게 맞네.”

“그렇겠죠. 하하. 설마 남자인 저를...”


서로의 말이 엇갈렸다.


“그.....그....농담이 짓궂으십니다.”


“농이 아니라네.”


“제가 들은 바로는 검각은 여자들만 받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자네 말이 맞네.”


“설마하니 제가 남성을 포기하고 입문하라는 말씀이라도...”


“끔직한 생각이군.”


“아니 그럼 도대체 여자만 받는 보타암의 검각에서 남 제자를 어떻게 받는다는 말입니까.”


“제자는 제자이지만 좀 다른 것이라네. 기명제자 라고 들어봤나?”


‘아.’


장의호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그녀의 의도를 이해했다.


모종의 이유로 이름만을 빌려주는 형식적인 사승관계. 그것이 기명제자였다.


“굳이 저를... 기명제자로 삼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기명제자가 뭔지는 알고 있나 보군.”


“예.”


“굳이 자네에게도 손해가 아닐 걸세.”


“그렇다고 저에게 이득이 되는 것도 아니지요.”


“하하하. 그것을 그렇게 대놓고 말하는 걸 보니 역시 자네는 자네의 나이대의 아이들과는 역시 틀리군.”


“......”


“그렇게 경계할 것 없네. 기명제자를 알고 있으면 잘 알 텐데. 자네가 나의 기명제자가 된다고 한들 자네가 보타암에 속하는 것이 아닐세. 당연히 자네가 보타암의 제자로서 받아들여야 할 책임도 없고. 그저 나 개인의 이름뿐인 제자일세.”


“이유가 뭡니까.”


“이유라.....”


“적어도 이유는 들어보고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막상 말하자니 여러 개가 떠오르는군. 우선 자네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조금 가까이서 보고 싶다고 해야 하나. 나도 제법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몰라도, 자네만한 재능을 처음으로 목도하고 나니 자네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궁금해.”


“우선이라면 다음 것도 있겠군요.”


“그야 물론. 자네의 부모님은 평범한 일반인이더군. 무림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


“헌데 자네는 이미 무림에 발을 디뎠어. 더군다나 자네처럼 눈에 띠는 이는 좋건 싫건 주위를 끌어들이지. 그렇다면 만약에 주위에 안 좋은 바람이라도 분다면? 이렇게 긴 머리를 하고 있어도 나도 나름대로는 불가에 속한 이로서 굳이 그런 일을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지 않겠나?”


장의호는 그로서도 여러모로 생각하고 있던 부분을 정확히 꼭 집어 지적당해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잠시 생각해봐도 되겠습니까?”


“물론. 결정은 온전히 자네의 뜻이니까.”


그녀가 시원시원하게 내뱉었다.



***



장의호는 집에 돌아와 갑작스러운 기명제자 제의를 고민했다. 흑령회의 문제도 그렇고 언젠가는 거쳐야 할 문제이긴 했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길이었기에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좀처럼 판단이 서지 않았다. 딱히 서문옥 그녀에게 나쁜 의도가 있다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의 성정을 생각하면 이쪽에서 가볍게 무공에 대해 물어도 세심하게 가르침을 내려줄 것이다.


허나 정파라는 것이 문제였다.


굳은 심지의 올바른 정파인 조차도 마물로 만들어버리는 것 바로 정파였다. 정파라는 이념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모두를 제약해, 개개인의 의도와 선함과는 상관없이 움직이게 만들어버리는 것이 정파의 정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 생에 자신과 어울렸던 삼인방이 그러했으며, 혈경의 주인 또한 그러했다. 물론 자신조차차도.


그들은 불순분자를 용서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있어 색은 흰색 뿐. 회색 따윈 용서치 않는다. 그렇기에 바를 정(正) 자를 쓰는 정파인 것이다.


언제나 올바르다.


하지만 그것을 결정하는 이는 언제나 정파의 기득권, 그들 스스로일 뿐. 그렇기에 무서운 것이었다. 정파라는 이념 자체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개개인을 짓뭉개려고 하기에.


“쯧.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르는군.”


장의호의 뇌리에 스쳐 지나가는 것은 전생의 기억이었다.


정파의 비주류였던 삼인방, 정파의 무공비급을 해석하는 역할로서 그들과 어울렸던 자신을.


장의호가 생각을 멈추고 발걸음을 밖으로 옮겼다.



장의호는 바람을 맞으며 생각을 정리하려 좀처럼 정리되지 않았다.

전생의 원수들을 떠올리니 머리가 끓어올라 진정이 되지 않는 탓이었다.


법계의 문제도 그렇고, 갑작스런 기명제자의 이야기까지.


한동안 바람을 쐬던 장의호는 주위를 살피고 운기를 시작했다. 소주천이 몇 번이고 반복되고 머리 속을 채우던 잡념과 열기가 사라졌다.


어느 사이에 장의호는 자신이 법계에 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기에.


온갖 서재들이 조각난 기묘한 공간. 장의호의 눈 앞에 관리자가 들어왔다.


하지만 허공법계에 자신이 들어왔음에도 여전히 동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관리자는 장의호를 보려고 하지 않았다. 자신이 왔음을 모르지는 않을 터. 의도적인 무시였다.


“큼큼. 누님.”


“......”


‘무시냐.’


한바탕 싸우고 나서 껄끄럽긴 했지만 그녀와 대화를 나누어야 했다. 미우나 고우나 일련탁생이지 않은가. 앞으로 같이 지내야 할 판국에 이런 상태는 좋지 않았다.


“저기....”


홱홱.


발바닥은 바닥에 붙이고 무릎을 세워 이마를 대고 있는 동녀는 마치 자고 있는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장의호가 손으로 바람을 일으켜 보내도 반응이 없었다.


“이런.....잠자고 있나...”


“잠자고 있는 거 아냐. 멍청아.”


싸늘한 목소리가 장의호의 귓가에 들려왔다.


“지금까지처럼 네 멋대로 알아서 할 일이지. 뭐 하러 날 부르려 들어?”


“.....아직도 화가 안 풀렸습니까?”


“.......”


동녀는 다시 조개처럼 입을 다물었다.


“저기 누님. 얘기 좀 하시죠.”


장의호는 계속해서 동녀를 불렀다.


“누님....얼굴을 마주보고 얘기하지 않겠습니까?”

“누님.....여기는 얼마나 오래 계셨습니까?

“누님....

“누님..


몇 번이나 말을 붙여도 요지부동이었다.


“....어차피...#$”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어차피 너도 금방 질리게 될 건데.....뭐 하러 자꾸 들어오는 거야.”


“질려요?”


“......”


“하아....얘기를 들려주셔야 뭐라도 알 것 아닙니까. 이곳이 뭔지. 누님은 왜 여기 있는지.”


“....여기는 모든 무공의 기록처. 무의 유적지.”


조금씩 말문이 트이자 장의호는 조심스럽게 질문을 이어갔다.


“그런데 그런 곳이 왜 이렇게 망가져 있습니까?”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너를 살리기 위해 힘을 쓴 후유증. 이 공간을 유지할 힘이 모질라. 또 하나, 너의 그릇은 너무 작아.”


“그릇이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무공서적을 너의 머리에 한꺼번에 집어넣으면 어떻게 되겠어?”


“.....터지지 않을까요?”


“그래. 그렇기에 너의 지각능력은 지금의 법계 정도밖에 인식하지 못하는 거야. 너 스스로가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지.”


“호...”


장의호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번쩍.


동녀가 드디어 고개를 들어 장의호를 바라보았다.


“여기는......나는.....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너를 강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야.”


“......”


“그래도 내가 필요해?”


“.....필요합니다.”


“거짓말.”


“모두들 여기 왔을 때는 똑같이 말해. 무의 보고(寶庫)라고. 허나 모두들 이곳에 실망하고 떠나가지.”


“......”


“이곳은 단지 만들어진 무공이 그대로 기록될 뿐이야. 결코 모든 무공을 전지(全知)하는 것도, 전능한 것도 아니야. 수많은 무공이 있다고 한들, 그것을 모두 익힐 수 있는 것도 아니지. 게다가 너처럼 법계와 연결된 이들은 막대한 심력의 소모로 법계를 포기해버리지. 그러니-”


동녀의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작게 부들거리는 손을 장의호가 붙잡은 탓에 말을 멈췄다.


“그런 건 됐으니, 날 도와달라고. 누님.”


장의호는 말하면서도 두려워하는 동녀를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주화입마한 무인으로서 어디에도 환영받지 못한 탓이었을까.


지난 생애의 기억이 그를 행동으로 이끌었다.


“멍청이...”


“그래요. 그래. 제가 멍청이죠. 그래서 누님의 이름은?”


“이름?”


“앞으로 계속 봐야 될 사이인데 이름은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이름....없어”


그녀가 당황한 것처럼 고민하다 말했다.


“그럼 제가 붙여드리죠. 어떻습니까?”




“뭐?”


“이름을 붙여 드리려고 하는데, 싫은 겁니까?”


“아...아니! 이름. 내 이름.”


그녀는 기쁜 것처럼 중얼거렸다.


“연옥(娟玉). 어떻습니까?”


“연옥. 연옥. 연옥.”


동녀는 자신의 이름을 잊지 않겠다는 듯이,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수없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것과 동시에 그녀의 몸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마치 장의호를 밀어내는 것 같았다. 그의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는 법계와 그녀.


“...다려!!!”


장의호는 외치면서 일어났다. 가부좌를 틀고 있던 다리가 어느새 일어서 있는 채였다. 순식간에 지나간 법계에서의 시간.


“하아.....쫓겨난 기분이군.”


아직 못 다한 말도 남아 있지만 오늘은 이것으로 족했다. 장의호는 여태껏 수없이 법계에 들어가려고 한 시도로 알게 된 것이 있었다.


잡념을 떨쳐내고 운기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때 법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깨달았다.


거기다 들어갔다 나온 이후에는 마치 머리가 축 늘어지는 것처럼 무거웠다.


‘심력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지치는 거겠지.’


알 수 있었다. 지금은 다시 들어가려고 한들 지금의 상태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체내의 기는 충만했지만 그것뿐이었다.


“후우....”


장의호는 마음을 정리하고 공터에서 나와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쿠웅!


장의호의 귀에 무거운 충격음이 들려왔다. 의아한 생각에 고개를 돌리자 그의 눈에는 범강장달처럼 건장한 이가 눈에 들어왔다.


“네가 장의호냐?”


획!!


건장한 사내가 손에 있던 것을 던졌다.


쿵.


사내의 손에서 떨어진 것은 살아있는 인간이었다. 단지 온 몸이 피투성이였을 뿐.


장의호가 떨어진 이의 얼굴을 살펴보니 아는 얼굴이었다.


“너는...”


강규였다.


“거기 죽다만 제자 놈을 네 녀석이 제압했다지? 어디 한번 이 몸 앞에서도 재롱을 부려봐라.”


문검(刎劍)이 찾아왔다.


절강성에 악명이 자자한 흑도의 절정고수가.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선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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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수련 23.11.17 138 3 12쪽
18 18화 별격 23.11.15 144 3 12쪽
17 17화 문검 23.11.13 135 3 12쪽
» 16화 이름 23.11.12 158 4 13쪽
15 15화 갈등 23.11.10 161 3 11쪽
14 14화 대성 23.11.09 170 2 12쪽
13 13화 흑령회의 경합 23.11.07 177 4 12쪽
12 12화 호법 +1 23.11.06 202 5 11쪽
11 11화 결투로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 +1 23.11.05 227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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