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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3.10.24 13:30
최근연재일 :
2023.12.1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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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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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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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0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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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갈등

DUMMY

15화 갈등




관리자는 장의호가 마지막에 봤던 그대로 어려져 있는 상태였다.


‘아니 원래도 동녀이긴 했지만.....’


열 살도 되어 보이지 않는 모습에 장의호는 왠지 모를 덧없음을 느꼈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한 느낌이랄까.


“삼재심법이 완전히 너의 그릇에 자리 잡은 탓인가. 법계도 나름대로 안정된 것 같아.”


“그렇습니까?”

장의호는 딱히 달라진 게 없어보였다.


“멍청이. 딱 보면 알아야지. 주변을 둘러봐.”


장의호는 주변을 다시 살펴봐도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았다.


빠악.


동녀의 손이 재빠르게 치고 지나갔다.


“읍.”


하지만 장의호는 전에 비하면 왠지 모르게 약한 손속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작아진 탓인가?’


“자 저길 봐.”


동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나름대로 온전한 책장이 몇 개 세워져 있었다. 단지 그 책장에 있는 책이 온전한 것은 없었지만 말이다.


“네 녀석의 작은 그릇이 조금이나마 커졌기에 그나마 온전한 책장이라도 세워진 거다.”


“다행이군요.”


“그래. 다행은 다행이지”


빠악.


“큽. 말이랑 행동이랑 너무 다른 거 아닙니까?”


“왜 맞았는지 모르겠어?”


“그게 무슨.”


“내가 분명히 말했을 텐데. 법계에 함부로 손대지 말라고.”


“아...”


장의호는 지난번 동녀의 말을 떠올렸다.


“하지만 제 마음대로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저절로 흘러 들어온 것이지 않습니까.”


“하아....너는 이미 한번 영체라는 것을 경험했다는 것은 말했는데 기억하고 있어?”


동녀의 물음에 장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의 영혼과 허공법계는 이어져 있는 상태야. 무림에서 말하는 상단전이 반쯤 열려있다고 해야 하나. 사실 이건 문제가 아니야. 네가 법계를 마음속 깊이 바라고 있기 때문에 편법으로 법계에 잠시 접하는 것뿐이야.”


“제가 바란다고요?”


“당연하지.”


“저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 싸웠을 뿐입니다. 상대가 목을 날리려는데 저도 같이 죽으란 말입니까? 관리자 누님도 죽을 텐데요.”


장의호의 어조가 저절로 올라갔다.


“흥분 하지 마. 멍청이.”


“......”


장의호가 달아오른 머리를 식히기 위해 입을 다물었다.


“잘 생각해봐. 너는 지난 생애에 무공을 열심히 갈구했지. 그리고 그 바람과 열정은 지금도 전혀 쇠하지 않았어. 그렇기에 너는 혈경이라는 물건을 얻고도 산채를 또다시 간 것이지.”


“.........”


장의호는 냉정히 생각해보니 자신의 행동 동기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을 깨달은 장의호는 물었다.


“저에게 그런 욕망이 있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바라지 않는다면 열리지 않는 겁니까?”


“......가장 좋은 것은 법계를 의식적으로라도 거부하는 거야.”


“하. 저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법계의 관리자와 계약까지 했는데, 이제 와서 제가 거부하라고요?”


“그렇게 심력을 소모하고도 그런 말이 나와?”


“......”


“검각의 제자 한명 상대하고도 일주일 동안을 꼼짝도 못했어. 계속해서 법계에 접하거나 장시간 접한다면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뭡니까?”


“법계에 의존 하지 마. 그런 짓을 하지 않아도 강해질 수 있어. 법계에 대한 갈망을 정 끊지 못하겠다면 인당혈을 점혈해. 그렇게 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


고함소리에 동녀가 귀를 부여잡았다.


“너......”


“당신이 뭘 알아!!


“......”


“삼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변변찮은 무공도, 인맥도 없이 살아온 무인에게 갈망을 버리라고? 상대의 무공의 투로를 보여주는 가공할 능력을?”


“한 번 죽어보고도 목숨이 중요하다는 걸 몰라?”


“강해질 수만 있다면 이따위 목숨 따윈 얼마든지 줄 수 있다고!!!.”


“이....이....멍청이가.”


동녀가 울먹였다.


“네 마음대로 해!”


동녀가 울먹이며 옆에 있던 책을 집어 던졌다. 그것이 장의호의 법계 속 마지막 기억이었다.


“빌어먹을.”


장의호는 법계에서 벗어나 현실 속 풍경이 눈에 비치자 욕을 참을 수 없었다. 도대체 자신더러 어쩌란 말인가.


둘의 목숨이 달려있으니 강해져라 라고 할 때는 언제고. 법계에는 손을 대지 말라니.


그렇게 쉽게 강해질 수 있다면 무인들이 왜 죽어라 고생을 하겠는가.


장의호는 우울한 기분을 달래고자 방에서 나와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 가는가?”


서문옥이 장의호가 나가는 모습을 보고 물었다.


“잠시 밖에 바람 좀 쐬려고 합니다.”


“그런가?”


그녀는 장의호의 대답을 듣고는 아무 말 없이 장의호의 뒤를 따랐다.


장의호는 서문옥이 따라오는 기척은 알고 있었지만 신경 쓸 기분이 아니었다. 빈 시진 동안 걸어 바람이 불어오는 공터에 도착한 장의호는 옆에 있는 바위에 걸터앉아 열기를 식혔다.


“후우...”


“뭔가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서문옥이 장의호를 살피며 물었다.


“글쎄요.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글쎄.....나보단 자네가 더 뭔가를 말하고 싶은 것 같은데.”


“.......그렇다기보다는 한바탕 날뛰고 싶은 기분이군요.”


“그런가?”


“후우.....한 수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나에게 말인가?”


“예.”


“흠.....뭐 좋네. 헌데 나도 새 검을 구하지 못했고, 자네도 지금 무기가 없군. 저걸 로라도 하겠나?”


서문옥이 나뭇가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장의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서문옥이 나뭇가지를 손날로 잘랐다. 이내 나뭇가지를 주워 손날로 다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잘 다듬어진 목검 두 개가 만들어졌다.


“자. 가볍게 어울려보세.”


서문옥이 내민 장의호가 목검을 집어 들었다.


장의호가 삼재 검법으로 먼저 공격해 들어갔다.


상대는 윗줄의 고수. 아마도 일류 이상의 고수일 터. 그렇기에 장의호는 잔재주 따윈 버리고 시작부터 상당한 공력을 실어 초식을 펼쳤다.


터엉!!


목검이 부딪쳐 투박한 소리가 울렸다.


‘흐음.’


서문옥은 유려한 검놀림으로 장의호의 검을 하나하나 받아넘겼다. 고수된 자로서 무공을 얼마 익히지도 않은 이에게 공격을 펼칠 순 없기에 제자리에 서서 그저 받아 넘길 뿐이었다.


‘젠장. 마치 물을 베는 것 같군.’


장의호의 검식에 점차 그의 감정이 묻어나왔다. 막 시작되는 초겨울의 바람으로도 식힐 수 없었던 감정 때문에 검식이 어그러졌다.


“무슨 일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검을 그런 식으로 펼쳐서야 되겠나?”


장의호의 검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허나 검을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흔들리는 검으로 상대를 잡을 수 없다네.”


어느 사이에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젠장. 뒤인가.’


장의호가 검을 회수하며 뒤로 휘둘렀다. 장의호는 검을 휘두르는 것과 동시에 몸의 방향도 돌렸다.


‘없어?’


“필요 없는 힘이 검에 실려 있다면 오히려 검을 둔하게 한다네. 이것은 검뿐만이 아니지.”


‘칫.’


어느 사이에 다시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의호는 상대의 움직임마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장의호는 그림자와 기감에 의지해 서문옥을 계속해서 쫓았다.


‘움직임을 쫓을 수가...’


아무리 장의호가 일류에 달하는 이들을 꺾을 만큼 성장했다고 한들 일류 고수의 수준. 절정 고수인 서문옥을 상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 이야기였다.


애초에 둘은 신체의 기본적인 능력부터가 천양지차였다.


외기를 자유자재로 다루기 시작한 절정 고수가 되었다는 것은 의념을 자유자재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와 동일한 것.


기와 신체가 의념을 따라 명확한 방향성을 가질 때 그때껏 보지 못한 역량이 생겨난다. 그렇기에 의념을 다루기 시작한 이들은 능히 세상의 이치를 비틀어 바꿀 수 있는 자들로 절정고수라 불렸다.


지금 장의호는 그 절정 고수와의 격차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하아....하아.”


어느 사이에 오십초가 흘렀다.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지만 옷자락은커녕 그림자마저 베지 못했다.


‘이것이.....절정 고수.’


전생에서도 느꼈던 두꺼운 벽이 다시금 뼈저리게 느껴졌다. 어느덧 마음 속 남아있던 앙금도 잊은 채 검에 몰두해 휘둘렀지만 도무지 상대할 길이 보이지 않았다.


“......검이라는 것은 때론 한없이 흔들리는 구름처럼, 때론 거센 파도와도 같이 움직여야 하는 법. 그저 힘만을 쫓아 움직인다면 오히려 스스로의 한계를 낮출 뿐이네. 그런 식으로 검을 휘두르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겠나? 아무것도 베지 못할 테지.”


서문옥은 화두를 던지고 있었다. 마치 장의호를 이끌어주려는 것처럼.


‘구름처럼.’


장의호의 검이 휘둘러졌다.


삼재검법의 초식들이 순식간에 연환 되어 펼쳐졌다.


따따땅!


연이어 펼쳐진 수많은 초식이 점점 지워졌다. 서문옥의 검 놀림 한번에.


‘때론 파도처럼....’


다시 한 번 초식들이 연거푸 펼쳐졌다. 삼재검법뿐만 아니라 전생에서 익힌 수많은 검법까지.


하나의 검이 펼쳐지고, 다시 한 번 다른 초식이 펼쳐졌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검초.

장의호의 검이 조금씩, 조금씩 나아갔다. 서문옥의 그림자에 조금씩 다가갔다.


장의호는 알았다. 명확히 말로 설명은 하지 못해도 무언가 조금씩 깨달아가는 것을 느꼈다.


기란 무엇인가.

기의 운용이란?

검이란 어떻게 휘둘러야 하는가.

초식의 나아감은?


수많은 화두가 떠오르고 사라졌다.


순간적으로 화두가 떠오르고 사라졌지만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 모두가 장의호의 몸에 녹아들고 있었다.


이치가 아닌 몸으로의 체득.


치열하게 살아온 전생에서의 경험과 무리들이 지금 이 순간 그의 몸에서 녹아내려 하나의 덩어리로 굳어지고 있었다.


무공의 성취로 기뻐하던 순간.

수많은 심법의 일부분들을 마음대로 운용했던 기억.

주화입마로 기가 움직이지 않았던 기억.

삼류 고수의 수준으로 강호를 떠돌았던 시간


그 모든 인고의 시간이 녹아내려 새로이 만들어지려 하고 있었다.


막 탄생하려 하고 있는 초식은 장의호 삶 그 자체였다.


장의호는 아직도 붙잡고 있는 후회를, 그리고 미련까지 모두 잊어버린 채 그 자신의 인생과도 같은 검을 펼쳤다.


‘의미가 없는 검이라면...아무것도 베지 못할 검이라면........’


“아무것도 베지 못할 검이라면 휘두르지 않는다!!”


장의호의 머릿속에 가득 차있던 서문옥의 화두 또한 그의 입과 검을 통해 다시 흘러나왔다.


번쩍.


장의호의 목검이 그림자를 베었다.


투둑.


서문옥의 들고 있던 목검의 반 토막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털썩.


장의호의 경지로는 아직 제대로 펼치는 것도 무리인 초식이었기에 그 또한 초식을 온전히 다 펼쳐내는 것과 동시에 혼절해 쓰러졌다.


서문옥은 그런 장의호가 아닌 매끄럽게 잘린 목검의 단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온 몸은 소름이 돋아 있었다.


또한 그녀의 머리는 방금 전에 펼쳐진 초식으로 머리가 가득 찼다. 일견 보기에는 단순한 삼재심법이었지만 수백 수천의 변화가 담겨져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어디로도 피하지 못한 채 받아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해불능의 존재. 그것이 서문옥이 바라보는 장의호였다.


마치 번개의 움직임과도 같이.....헤아리려 하는 것이 바보스럽게 느껴질 정도의 잠재력이 그에겐 분명히 존재했다.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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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 일 초식의 싸움 23.12.10 5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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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비무의 끝 23.12.08 91 2 12쪽
30 30화 비무첩 23.12.08 91 1 11쪽
29 29화 가르침 23.12.07 100 2 13쪽
28 28화 광화는 광화일뿐이다 23.12.05 112 2 13쪽
27 27화 사손과 사조의 대련 23.12.04 11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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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비도탈명 23.11.28 123 2 11쪽
24 24화 질투 23.11.26 12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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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거래 23.11.23 12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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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절정고수와의 싸움 23.11.18 145 2 12쪽
19 19화 수련 23.11.17 138 3 12쪽
18 18화 별격 23.11.15 144 3 12쪽
17 17화 문검 23.11.13 136 3 12쪽
16 16화 이름 23.11.12 158 4 13쪽
» 15화 갈등 23.11.10 162 3 11쪽
14 14화 대성 23.11.09 170 2 12쪽
13 13화 흑령회의 경합 23.11.07 17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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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혈경 +1 23.11.03 26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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