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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3.10.24 13:30
최근연재일 :
2023.12.1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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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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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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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4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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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화 기이한 사제

DUMMY

10화 기이한 사제




강규가 나타났다는 것을 느끼자마자 장의호는 기감으로 주변을 살폈다.


적어도 근방에는 누군가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설마 하니 기감까지 숨길 수 있는 고수를 데려 온 것 같지는 않고.

뭐지 이놈? 하는 마음에 장의호는 상대를 응시했다.


“뭐야? 누군가 오기로 되어 있나?”


“웃기지 마라. 네놈 같은 피라미를 잡는데 다른 이의 도움 따위를 요청할 꺼라 생각하느냐?”


장의호가 보기에 상대는 독이 바짝 올라보였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긴장이 풀리는 것을 스스로도 느꼈다.


혼자서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바보 천치가 아닌가.


하지만 장의호는 그런 바보가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었다. 자신 또한 전생에서 그런 바보였기에.


몇 번 이고, 몇 번이고 무학을 포기 할 수 없어서 무모한 짓을 벌여왔던 그였기에 강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 짓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는 그 마음.

자신도 비슷한 마음을 가졌던 적이 있었기에 장의호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훗.”


그런 장의호의 웃음에 강규는 모욕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뿌드득.


“그래서? 여기까지 와서 뭘 하자고?”


상대가 이를 갈든 말든 장의호는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승부다. 다시.”


‘큭....’


장의호는 속에서 터져 나오는 실소를 억누를 수 없었다. 이놈 역시나 바보였다. 흑도에서는 보기 드문, 아니 어떻게 보면 이런 놈이야 말로 흑도라고 불려야 될지 몰랐다.


흑도의 특성 상, 협잡을 일삼는 쓰레기들이 많건만 저 나이에도 저렇게 자존심과 오기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건 타고난 천성임에 틀림없었다.


“자세 잡아라. 애송이.”


“아아.”


어딘지 모르게 여유롭고 허허로운 장의호의 태도에 강규는 머리까지 피가 끓어 오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한번 우연찮게 이긴 걸로 내가 네놈의 졸로 보이느냐!! 최선을 다해라. 방심 따위로 시시한 싸움으로 만들면 죽어도 다시 죽여 버린다.”


“그래서 언제까지 떠들 건데?”


“건방진!!”


싸움의 시작은 강규의 공격이었다. 장의호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는 발차기가 머리카락을 뒤흔들었다.


***


“헉. 헉...”


땀이 비가 오듯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미 옷은 흠뻑 젖은 상태, 강규는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은 채였다.

내기는 이미 옛날 옛적에 바닥나 있었기에 그저 의지로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이봐, 무리하지 말라고.”


“닥쳐!”


강규는 참지 못하고 지친 몸으로 일어서며 다시 주먹을 내질렀다.

허나 정상일 때도 맞지 않았는데 지금처럼 지쳐버린 몸으로 날리는 공격 따위가 맞을 리는 없었다.


의지는 흘러 넘쳤고, 내기는 충만했다. 방심 따위는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십성의 공력을 사용해서 사용했는데....


강규는 혼란스러웠다.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저 놈이 무슨 무의 신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단순히 재능만으로? 저런 재능이 천재의 편린이라고?


인정할 수 없었다.

무공을 익힌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놈 따위에게 무시당하기 위해 여태껏 무공을 닦아온 것이 아니었다.


콰당.


빗나간 주먹에 몸이 이끌리며 강규는 다시 바닥으로 넘어졌다.


“하아......네놈.....무공을 숨기고 있었나?”


강규가 바닥을 짚고 몸을 장의호에게 돌리며 말했다.


“아니.”


“큭.....크크크큭. 말도 안 되는.....인정할 수 없다. 재능 따위..”


바닥의 짚은 손이 무너지고, 강규는 바닥에 쓰러졌다.


강규의 생각처럼 둘의 차이가 벌어지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장의호의 내공이 늘긴 했지만 극적으로 늘어나서 상대를 가지고 논 것은 아니라, 그저 앞서 벌어진 싸움에서 강규의 호흡이 모두 읽혔을 뿐.


무인에게는 모두 특유의 형, 즉 호흡이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공격을 날아올지 뻔히 예측하는 상대와의 싸움. 그것만큼 무섭고 허무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열심히 무공을 수련했다고 한들 강규가 익힌 것은 서너 가지의 무공.


전생에서 무치라고 불릴 만큼 수많은 무공을 보고 연구해왔던 장의호에게 있어 강규의 무공을 읽는 것은 보지 않고도 머릿속에서 저절로 그려질 정도였다.


더군다나 방심하지 않고 의욕이 너무 충만했던 것도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너무 과한 의욕에, 초식에 힘이 너무 실려 있기에 오히려 더 읽히기 쉬웠다.


물론 다른 이가 장의호처럼 새 삶을 얻었다고 해도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한 번의 싸움으로 상대방 초식의 형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면 누가 미쳤다고 무공을 열심히 닦겠는가.


그만큼 치열하게 살아온 전생의 경험 그 자체가 밑거름처럼 장의호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흐음.”


장의호는 고민했다. 이 정도로 순수한 바보를 죽여 버리기에는 뒷맛이 씁쓸했다.

더군다나 강규는 자신이 보면 어린아이나 다름없는 수준. 껄끄러웠다.


자라나는 새싹을 다시 태어난 자신이 꺾어버린다니.....


장의호는 강규의 옆에 모닥불을 조그마하게 피우고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강규가 간신히 깨어났다. 역시나 그는 깨어나자마자 으르렁거렸다.


“네놈.....무슨 생각이냐. 이번에도 또!!!”


“아아. 아침부터 시끄럽군. 길바닥에서 나자빠져 죽지 말라고 불까지 피어주었는데.”


뿌드득.


“이 상할라.”


장의호가 넉살좋게 말했다.


“네놈이 무슨 생각으로 이 따위 짓을 벌이는지는 모르겠다만 기억해둬라. 네놈이 베푼 은혜는 칼날이 되어 네놈 모가지에 박힐 거다. 반드시. 그리고 네놈을 죽이는 것은 분명히 나다!!!”


“이거야 원. 불이 너무 따뜻했나? 아침부터 너무 뜨겁군. 입이 돌아가게 내버려 둘걸 그랬군. 뭐.....열심히 해보라고.”


장의호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기다리고 있어라!!!!!”


장의호의 뒤통수로 고함이 날아왔다. 그런 상대의 외침에 장의호는 손을 들어 화답했다.


‘열심히 해보라고. 애송이.’


장의호는 피할 생각 따윈 없었다. 그는 이미 전생에 무의 길에 목숨을 걸었기에. 상대가 더욱 강해져서 온다면 그것을 즐길 뿐이었다.


그것이 바로 전생의 무치(武痴)라고 불렸던 이였기에. 바보는 괜히 바보가 아닌 것이다.


상대가 더욱 절치부심해 강해져 온다면 그것은 자신에게 있어 즐거운 일일뿐이다.


더군다나 본인은 모를지도 모르겠지만 살기를 품지 않고 그저 승부를 가리기 위해 오는 상대를 죽일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상대가 진심으로 살기를 품었다면 모르겠지만.

흑도의 특성상 저렇게 짖어대는 것은 일상인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전생의 경험으로 알고 있는 그에겐 조금 쓰다듬어 주고 싶은 애송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



개방에서의 볼일을 끝으로 장의호는 다시금 도시 밖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한 번 손맛을 본 도둑놈은 결코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이 없다고 했던가.


혈경이라는 당첨을 뽑은 그는 왠지 모르게 다시 한 번 산채를 털고 싶었다.

기적이 다시금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이성으로는 이해해도 사람의 마음이란 그렇게 쉽게 다스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어려움을 뚫고 얻어야 더욱 값진 것이 아니겠는가는 일말의 마음까지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발걸음이 다시 산속의 산채들로 향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장의호의 눈에 산채가 보이기 시작한 순간 땅이, 아니 산이 뒤흔들렸다.


‘뭐야.’


착각인가? 아니 분명히 한순간 대지가 흔들렸다.


분명히 산 어딘가에서 무슨 일인가 벌어지고 있었다. 호기심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산채에 좀 더 가까이 다가온 순간 귀에 병장기 소리가 들려왔다.


챙! 챙!


‘젠장, 어느 놈이 내 먹이를.’


장의호가 경공을 쓰며 산채로 향했다.


간신히 산채에 도달한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마치 검귀처럼 날뛰는 여 검객과 바닥을 나뒹구는 시체들이었다.


“이....이건.”


놀라움이 입으로 튀어나왔다.


“산적이더냐?”


의식하지 않고 있던 뒤에서 들려온 소리.


“챠앗.”


반사적으로 검이 튀어나갔다.


캉!!


검날이 흔들렸다. 장의호가 의도했던 대로의 검로는 끝까지 그려지지 못한 채 휘두르던 팔이 누군가의 손에 붙잡혔다.


“이런, 이런. 상대가 누군지는 알고 검을 휘둘러야 할 게 아니냐.”


장의호는 당황스러웠다. 자신의 먹이가 가로채인 것은 물론, 이런 산골짜기에 고수까지 있다니. 게다가 고수는 여자였다.


“흐음....행색이 산적은 아닌데. 더군다나 검을 들고 이런 산까지? 혹 무공을 닦기 위해 온 것이더냐.”


부드러운 음성이 들려왔다. 장의호는 머리를 그 어느 때보다도 빨리 굴렸다.


고수인 상대에게 검까지 잡힌 채였다. 적어도 산적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기에 그저 고개만을 끄덕였다.


“흐음....요즘 같은 시대에 의협을 아는 아이로구나.”


그녀가 검을 놓으며 말했다.


‘휴우...’


다행히 정답을 고른 모양이었다. 칼 밥을 먹은 이로서 눈앞에 자신을 언제든 죽일 수 있는 정체모를 고수가 있다는 것은 긴장되는 일이었다.


“긴장을 풀거라. 나는 산적이 아니니까 말이다.”


“....저기 저 분은..”


“내 제자니라. 적당히 실전경험을 겪을 때가 되었다 싶어 같이 왔지.”


젊은 여자는 마치 야차라도 된 양 검을 미친 듯이 휘두르고 있었다. 얼굴에는 피까지 묻히며 검을 휘두르는 모습은 솔직히.....장의로서도 겁이 날 정도였다.


‘흑도는 아닌데.....이렇게 실전 경험을 시킨다고?’


기이했다.


정파는 그 고상함과 체면 덕분에 이런 일은 거의 벌이지 않는다.

혹여나 제자들이 상하면 그것만으로도 문파의 체면에 먹칠을 하게 되기에 되도록 안전한 곳에만 제자들을 보낼 뿐이었다.


말 그대로 짜인 판에 상대의 전력을 송두리째 파악하고 충분히 검토한 후 인원을 대량으로 보내어 토벌을 할 뿐, 이렇게 혼자서 날뛰게 내버려두는 일은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어디지? 혹 정사 중간인가.’


계속해서 추리하는 장의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여 고수가 말을 걸어왔다.


“우리는 검각(劍閣)에서 나왔단다. 우리 꼬마 소협은?”


“아.....저는 지나가던 기인을 사사했습니다. 저에게 무공을 알려주시고는 바로 떠나신지라 성함까지는...”


혹여나 출신을 묻는 일이 언젠가는 일어나지 않을까 해서 미리 암기해둔 답변이었다.


“흐음....그럼 혼자 수행을 온 것이더냐?”


“네.”


‘보타암....검각이군.’


장의호는 상대의 정체를 듣고 곰곰이 생각에 잠긴 채로 답했다. 여고수의 눈은 장의호의 대답을 듣고 이채를 띠었다.


혹여 장의호가 이것을 보았다면 잠시 후의 운명을 조금이나마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크아아악!”


마지막 비명을 끝으로 산채의 정리는 끝이 났다. 달아난 자도, 살아 있는자도 없었다.


달아나는 자는 스승인 여고수가, 살아서 덤비는 자는 모두 제자인 젊은 여자가 처리한 것이었다.


‘굉장하군. 강호엔 소문이 그다지 나지 않아 잘은 몰랐는데.....정파에도 이렇게 무서운 곳이 있었던가.’


강호에서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손속이지만, 정파가 이렇게 손을 쓰는 것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여 고수와 산적정도로 수준 차이가 나면 체면을 생각해, 근맥을 절단하고 무공을 폐하는 정도로 마무리 하는데 반해, 여기 이 두 사제는 숫제 살상만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정리 된 것 같구나.”


“아.....예. 그럼 저도...”


인사를 하고 떠나려는 장의호의 귓가에 여 고수의 추상(秋霜)같은 말이 파고들었다.


“옥란(玉蘭)아. 이 아이를 제압해 보거라!!”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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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흑령회의 경합 23.11.07 17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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