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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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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3.10.24 13:30
최근연재일 :
2023.12.1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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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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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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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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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8화 허장성세

DUMMY

8화 허장성세



간신히 일어난 장의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동녀였다.


그런데 그 작았던 몸이 더욱 줄어든 채였다. 열 살은 되어보이던 그녀가 이제는 다섯 살 정도로 보일 정도였다.


“그......회춘하신 겁니까?”


빠악!


동녀의 주먹이 장의호의 정수리를 꿰뚫었다.


“크으으윽.”


“멍청한 녀석. 주위를 좀 둘러 보거라.”


동녀의 말에 따라 장의호는 그때가 되어서야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


뭔가 뒤죽박죽 엉망진청이었던 공간이 더욱 난장판이 되었다. 아니....처참하게 박살났다고 말해야 하나.


“그.....꽤나 어질러진....”


장의호는 뒷말을 잇지는 못했다. 혹여나 또다시 무자비한 구타가 날아올 것만 같기에 말을 골랐다.


뻐억.


물론 그녀의 손이 움직이는 것은 말을 하든, 하지 않든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그녀의 마음에 달린 일이었지만 말이다.


“끅.”


“하아.....말했을 텐데. 내가 죽으면 너도 죽는다고.”


“지금 이렇게 된 게 제 탓 인 겁니까?”


“그럼 누구겠어?”


“......”


뭐라 할 말도 없었다. 이유라도 알아야 할 것이 뭐라도 대꾸할 것이 아닌가.


“하아아아아아....”


장의호의 그런 낌새를 느꼈는지 동녀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말했을 텐데. 너와 난 일심동체라고. 너의 목숨이 간당간당하니 여기도 이 모양, 이 꼴이지.”


“.....”


장의호가 살펴보니 동녀의 몸이 마치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이 흐렸다.


“이 공간은 당신과 연결되어 있습니까?”


동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르니 말해두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동녀의 몸이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마치 사라지는 것처럼...


“강해져. 강해지는 것만이 너와 나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한 가지만.. 한 가지만 물어보겠습니다. 허공법계를 복구시키면 강호의 전설처럼 모든 무공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겁니까?”


“.....법계와 한순간 연결되었다고 자만하지마라.”


“무슨 소리입니까.”


말하는 사이에 그녀의 몸이 빛으로 화하기 시작했다. 발끝부터 천천히.


“육체를 지니고 한순간 법계에 접하는 것은 너의 지각과는 전혀 다른 영역에 이르러 움직이는 것과 다름없다. 그때 그 순간 억지로 움직인 후에 따른 반동이 육체뿐이라고 생각하느냐?”


“.....그게 무슨...”


“너의 심력 또한 소모가 심하다는 말이다. 마치 깨달음이라도 얻은 기쁨에 너 스스로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겠지만. 계속해서 그렇게 법계에 접하고 있다면...”


“있다면...”


이어질 다음의 말에 집중하다 자기도 모르게 상대의 끝말을 이어서 말한 장의호였다.


“미치거나......심마에 들 수도 있다.”


“..!!”


“그런 것보다 우선 살아남는 것에 신경 써라. 명심해. 익히고 있는 심법을 대성하거나....더욱 뛰어난 상위의 심법을 익히도록 해라.”


스르르륵.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녀가 사라지며 장의호의 정신 또한 튕겨 나갔다.


“크으으으윽.”


마치 꿈이라도 꾼 것처럼 법계와의 연결이 끝나버렸다. 눈이 떠진 장의호가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자신은 앞으로 엎어진 채였다.


‘......기절한 그대로였던가. 잠깐 그렇다는 건...’


눈을 돌리자 바로 앞에 있던 강규가 눈에 들어왔다.


“으...으.읔.”


갑자기 강규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깨어나려는 건가?’


지금 죽여야 하는가, 잠깐 고민도 들었지만 그럴만한 몸 상태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기절상태에서 간신히 정신만 차린 상황.


‘어쩔 수 없지.’


장의호는 재빨리 가부좌를 틀고 운기하는 흉내를 냈다.


“일어났나. 후우우우우....”


“큭. 너..”


장의호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반응한 강규가 통증에 가슴을 부여잡았다.


“무리하지 말지? 그 몸 상태로 개미 새끼 하나 죽일 수 없을 텐데.”


허장성세였다.


몸 상태만 따지자면 장의호 또한 별다른 것은 없었다.


허나 운기요상으로 몸을 회복한 척을 하고 있었다. 강규의 무공경지는 헤아려 보자면 이제 일류와 이류 사이의 어딘가.


그렇다면 바닥난 내기와 부상당한 상태로 이쪽의 상태를 꿰뚫어 볼 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으로 벌이는 사기였다.


“후우우.”


장의호가 힘 하나 들어가지 않는 다리로 멀쩡한 척 일어났다.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였다. 하지만 그의 등 뒤에선 비지땀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왜 죽이지 않았지...”


“너 따윌 죽일 필요가 있나?”


“이...이!!”


강규의 분노와는 달리 그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꼼짝도 하지 못하는 놈을 말이야. 쯧.”


“난 간다. 가능하면 다시는 보지 말자고. 구석에 찌그러져 있으면 좋겠군.”


“기.....기다리고 있...쿠헉. 컥...쿠헉. 어라. 곧 네놈의 목을 가지러 가주마. 날.....쿨럭. 살려둔 걸 후회하게 될 거다.”


“아아. 기대하지.”


장의호는 아무렇지 않은 척 오른손을 흔들며 발을 천천히 옮겼다.


‘시발. 죽일 수 있다면 벌써 죽였겠지 빌어먹을 녀석아.’


장의호는 시야가 흐려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지다 못해 기허 상태였다. 적어도 반 시진 이내에 운기를 하지 않는다면 경락이 망가져 주화입마에 들지도 몰랐다.


초인적인 의지로 인적이 뜸한 장소까지 걸어간 장의호가 자리에 앉아 운기를 시작했다. 꼬박 반나절이 지나고 나서야 장의호는 거동이 가능한 수준까지 회복할 수 있었다.


‘젠장......귀찮은 걸 적으로 돌렸군. 인적이 뜸한 곳에서 죽여 뒀어야 하는데.’


장의호는 후회했지만 이제 와서는 어쩔 수도 없었다. 흑령회였던가? 놈의 속한 흑도 집단까지 생각하니 골이 쑤셔왔다.


고민해봐야 끝이 없다고 여긴 장의호는 생각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놈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집안의 심부름이나 해야 했다. 거래처가....절강과 강소 사이였던가?


‘그나저나 꽤나 흔쾌히 맡겨주셨군. 그만큼 충격이었던 건가?’


환생 후의 부모들을 생각하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장의호였다. 전생에서야 집안에서 내놓은 자식이었기 때문에 변변찮은 추억도 없는 그에겐 이렇게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뭐....거래처에서 장부를 받아오는 김에 다른 볼일도 겸사겸사 처리해야겠군.’


장의호가 품속의 주머니를 매만지며 길을 떠났다.



***



아직 어려보이는 사내의 손이 뻗어지더니 텁석부리 장한의 목을 잡아 넘어트렸다.


콰당!!


“크윽....”


쓰러진 장한의 얼굴 옆에 보도가 박혔다. 한 치만 옆으로 박혔다면 즉사 했을 터. 장한이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었다.


“자. 가져와.”


장의호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예..옙.”


반 각 전에만 해도 기세등등했던 장한은 풀이 죽은 채 자신의 본거지로 향했다. 그런 장한의 뒤를 장의호가 따랐다.


“꽤나 험한 산세인데.”


“저.....전부 다 가져오면 되겠습니까? 공자님.”


“아아.”


장의호는 쾌활하게 말했다. 심부름을 금세 마친 장의호는 소주 근처의 산적들을 털고 있었다.


“가능하면 장물로 가져오라고. 돈은 들고 다니기도 힘드니까. 귀한 물건들 말이야.”


장한은 잠시 후 자신의 산채에 들어가더니 궤를 들고 나왔다.


“헤에....꽤나 본격적인데? 궤도 있고 말이야.”


“....상단이 지나갈 때 통행료라고 하나 준 것입니다.”


“그래. 그래. 알았으니까 빨리 열어보기나 해봐.”


장의호의 궤적에 장한은 작게 떨리는 손으로 열기 시작했다.


“꽤나 아까운가봐?”


천천히 움직이는 장한의 손에 장의호가 말했다.


“.....그-


장한의 말이 시작되기도 전에 장의호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궤가 아무리 중요해도 목 위의 물건보다 중요하겠어?”


살벌한 경고에 산적이 그때가 되어서야 궤를 급하게 열었다.


철컥!


꽤나 오래 묵었는지 먼지가 날릴 정도였다.


“자아 그럼.”


장의호는 궤를 열어 물건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장의호의 목표 중에 하나였던 돈은 이미 충분했다.


작은 규모의 산채 대 여섯 곳을 털고 나니 이미 들고 다니기도 힘들 정도의 돈이 모인 탓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돈보다도 다른 것이 필요했다.


무가지보(無價之寶)의 물건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귀중한 물건이면 좋았다.


하오문이든 개방이든 어느 쪽이던 정보조직과의 거래가 필요한 상황인데 무엇이라도 귀중한 것이 있다면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에 벌이는 일이었다.


정보집단, 그들과의 거래에서는 당연히 귀중한 정보일수록 비싼 것이 그들의 생리였고, 그 중요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은자 따위로는 한 수레로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최소한 보석 같은 거라도 하나 있기를 하는 마음에 벌인 일이었지만 역시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는 않았다.


산채에는 은전이 그렇게 많지도 않을 뿐더러, 귀중한 물건은 어지간해선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후우....궤는 꽤나 그럴싸하긴 한데. 과연 용이 나올지, 뱀이 나올지...’


장의호는 한 구석에 모여있는 은자를 옆에 꺼낸 후 안의 물건을 하나하나 살피기 시작했다.


‘뭐야 이건. 약초인가? 아니 삼인가 이거?’


당황스러움에 장의호가 장한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가끔 손님이 없을 때 산을 뒤지다 보니....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장의호는 삼이 있기 때문에 당황한 것은 삼에 이빨자국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거.....썩어 없어지기 전에 먹어 치우기나 하지. 먹다 남은걸 왜 여기다 넣어두는 건데?”

“하.....하....아무래도 좀 아깝다는 생각에...”


“후우.....”


장의호는 높아졌던 기대감이 순식간에 꺼져갔다.


‘이래서야.....남은 물건들도 영...’


그다지 값이 나가 보이지 않는 약초를 걷어내니 서책들이 보였다.


‘이건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하나하나 뒤지던 장의호가 궤를 뒤집어 물건을 쏟아버렸다. 그 덕에 궤의 맨 아래에 있던 서책이 물건들의 제일 위에 놓였다.


그 서책이 장의호의 눈을 사로잡았다.


요사한 핏빛으로 서책에 쓰인 제목은 ‘혈경(血經)’ 이었다.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선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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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별격 23.11.15 144 3 12쪽
17 17화 문검 23.11.13 136 3 12쪽
16 16화 이름 23.11.12 158 4 13쪽
15 15화 갈등 23.11.10 161 3 11쪽
14 14화 대성 23.11.09 170 2 12쪽
13 13화 흑령회의 경합 23.11.07 177 4 12쪽
12 12화 호법 +1 23.11.06 202 5 11쪽
11 11화 결투로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 +1 23.11.05 227 7 11쪽
10 10화 기이한 사제 +1 23.11.04 243 5 12쪽
9 9화 혈경 +1 23.11.03 263 4 11쪽
» 8화 허장성세 +1 23.11.01 279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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