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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엉감 님의 서재입니다.

먹어서 강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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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6.05.0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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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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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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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0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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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25. 크레이지 파티 (5)

DUMMY

25. 크레이지 파티 (5)




“지금부터 세 시간 동안 원재료를 사용하여 성을 쌓으십시오! 15분간의 휴식 시간을 갖추고 난 후, 두 시간 동안 공성전을 진행하겠습니다! 성 가운데에 꽂아둔 깃발을 빼앗기면 방어팀의 패배, 세 명의 인원이 모두 전투불능 상태에 빠지면 공격팀의 패배입니다!”


“내가 공격을 고르라고 하지 않았느냐. 방어는 협력이 불가능하단 말이다!”

“입 좀 닫아. 나도 내 손 잘라버리고 싶으니까.”


우리는 바로 공성 준비에 돌입했다. ‘푸드 파이팅’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성곽은 각종 식재료로 쌓아야 했다. 우리 앞에는 갖가지 식재료가 무려 톤 단위로 구비되어 있었다.


“뭐가 좋을까?”

“아이스크림이 좋겠다. 앱솔루트 제로만 제대로 사용한다면 그 어떤 재료보다도 내구성이 강하니······.”


엘르가 성벽의 재료로 고른 것은 바로 초코칩 아이스크림이었다. 나와 희수는 칼과 끌로 아이스크림을 가장 적당한 크기로 잘라 주었고, 엘르는 블링크로 아이스크림 성벽을 쌓기 시작했다.


“헨젤과 그레텔 운운했더니 그게 진짜 현실이 되어버렸네.”

“형, 그럴 소리 할 시간에 하나라도 더 잘라.”


“어, 근데 너무 춥다. 냉동창고에서 생선 나를 때만 해도 이 정도로 춥지는 않았는데······ 야, 강희수. 가서 방한복 좀 받아 와라.”


희수가 방한복을 가지러 달려가자마자 엘르가 달려왔다.


“기단석 안쪽에 인장력을 높이는 재료를 채워 넣어야 한다. 좋은 방법이 있느냐?”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그래, 그게 있었지!”


나는 주저하지 않고 각종 과자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원재료 창고로 달려갔다.




우리는 엉성하게나마 골든타임에 맞추어 둘레 400m, 높이 3m에 달하는 성곽을 완성했다. 이제부터는 물을 뿌리고 앱솔루트 제로를 걸어야 했다.


“15분 남았습니다, 서두르십시오! 특히 킹무성 팀!”


나는 이를 악물고 소화전으로 달려가 소방 호스를 가지고 성벽 곳곳에 물을 뿌렸다. 물을 뿌리는 대로 엘르가 아이스 블래스트로 응급 처치를 했다. 소화전과 가까운 서쪽 성벽부터 뿌리기 시작한 물은 아이스 블래스트와 결합해 단단한 성벽을 이루었다. 이제 절반 남았다······.


“아, 사실 5분 남았네요. 미안해요!”

“저런 개······ 미친······!”


끓어오르는 주화입마의 기운을 라마즈 호흡법으로 억누르면서, 나는 침착하게 물을 계속 뿌려나갔다. 이제 북쪽 성곽은 거의 다 뿌렸고, 동쪽과 남쪽만 뿌리면······.


“형, 이쪽 성곽 금 갔어!”


동남쪽 성곽의 기단석에 균열이 생겼다. 물을 뿌리면 오히려 균열만 가중시켜 붕괴를 불러온다. 하지만 그런 것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야, 그냥 냅둬. 동남쪽 방위는 내가 맡을 게.”


나는 균열이 생긴 부분을 피해 나머지 성곽에 모두 물을 뿌렸다. 그리고 내가 물을 뿌린 부위에 맞추어 엘르가 아이스 블래스트를 깔았다.


“시간 종료! 모두 멈추십시오!”


3일 동안의 훈련이 빛을 발했다. 나는 더 이상 숨을 헐떡이지 않았다.




휴식 시간이 끝나자마자 엘르는 성곽 전체에 마법을 걸었다.


“둘 다 마스크 제대로 써라. 잘못하면 폐가 얼어붙는다. 앱솔루트 제로.”


상공에서부터 극단적인 고기압이 떨어지더니, 곧 성곽이 딴딴하게 얼어들어갔다. 우주에서나 느낄 법한 극한의 추위에 성벽이 쩌엉, 쩡 소리를 내면서 얼어붙었다.


“어어······ 더럽게 춥네······.”


나와 희수는 방한복을 겹으로 껴입고 깔깔이까지 입었음에도 몸이 덜덜 떨려왔다. 나는 콜드 필드를 켜서 추위를 줄일 수 있었지만, 희수는 어느새 코를 훌쩍이기 시작했다.


“야. 왜 내 모자는 군밤장수 모자냐?”

“나 탓하지 마. 그거 밖에 없었어.”


얼굴은 얼어붙을 듯 추운데 몸은 후끈했다. 어느새 9명의 공격 팀 중 우리 팀을 노리고 먼저 세 명이 달려들었다. 지상이 아닌, 허공에서······.


“이거 반칙 아냐? 시작부터 드래곤 타고 날아오는 게 어딨어?”


아성체로 보이는 드래곤을 탄 드래곤 라이더가 성벽으로 급강하했다. 우리 셋은 재빨리 몸을 낮춰 우리를 나꿔채려는 드래곤의 발톱을 피했다. 드래곤은 웅장한 날개를 펼쳐 엄청난 바람을 일으키며 다시 상승했다. 나는 드래곤의 뱃속에서 엄청난 양의 야코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브레스 쏜다. 엘르!”

“여기 있다!”


그녀는 커다란 양산 두 개를 나와 희수에게 던졌다. 상공에서 드래곤이 우리를 노려보면서 입을 딱 벌렸다. 금속 재질로 되어 있는 드래곤의 목젖은 인화성 물질이 가득 묻어 있고, 그 물질은 마찰을 일으켜 위장에서 토해 내는 엄청난 양의 가스와 접촉한다. 그 결과는······.


화아아아아악!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라도 뜬 것 마냥 순간적으로 빛이 번쩍였다. 최소 300m 정도 떨어져 있음에도 엄청난 열과 빛 때문에 녹아버릴 것 같다. 침착하자, 여기서 잘못하면 전자렌지 속 음식물 신세가 되어버린다······.


나는 브레스가 최대한 가까워지는 것을 노렸다가, 엘르가 건넨 그 양산을 재빨리 팽그르르 돌렸다.


위이이이잉- 윙이이이이이-


양산이 일으키는 바람은 앱솔루트 제로가 만들어낸 차가운 기류를 끌어들였고, 회오리치는 그 기류는 위에서부터 내리꽂은 브레스의 뜨거운 공기를 다시 위로 쳐 올렸다. 엘르는 양산 대신 프로스트 블레이드를 만들어 브레스를 향해 휘둘렀고, 그것만으로도 뜨거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 공중에 떠 있는 드래곤을 공격했다.


부오오오!


드래곤은 자신의 브레스를 피하려 다시 밑으로 내려왔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강희수. 네 머리 좀 빌릴 게.”

“지금 뭐라고······?”


파밧!


나는 희수의 머리를 디딤대로 크게 도약해 허보로 드래곤의 꼬리를 잡았다. 드래곤은 바로 요동치면서 나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려 했지만 재빨리 <흑조>를 꼬리에 꽂아 떨어지는 것을 모면했다. 나는 칼을 꽂으면서 천천히 드래곤의 단단하고 미끄러운 가죽을 기어 올라갔다. 라이더도 나를 떨어뜨리려 쇠뇌를 쏘았지만 나는 반사적으로 실피드 필드를 사용해 쇠뇌를 튕겨냈다.


“흐흐흐흐흐······.”


나는 비로소 드래곤 안장 위에 올라섰다. 라이더는 이제 드래곤 조종은 하지 않고 나를 잡기 위해 스피어를 빼들었다. 그가 내 목을 노리고 스피어를 던졌지만 나는 그의 공격을 흘린 후 그의 배를 걷어찼다.


“크윽!”


그는 배를 걷어차이면서도 끝까지 고삐를 잡고 놓지 않았다. 나는 고삐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그를 돌아보지 않고 드래곤과 성곽 사이의 거리를 재 보았다. 최소 250m······.


"파프니르!“


라이더가 드래곤의 이름을 불렀다. 그 외침과 동시에 드래곤이 갑자기 급강하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고 드래곤의 목 쪽으로 미끄러졌다. 아슬아슬하게 목에 붙은 비늘을 잡고 버텼지만, 이제 드래곤은 마구잡이로 날뛰며 자신의 몸에 타고 있는 모든 인간들을 떨어뜨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내 눈 앞에, 움푹 파인 드래곤의 가죽 안에서 드러난 기이한 형태의 비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흑조>를 다시 움켜잡고 그 비늘을 노렸다.


“파프니르, 짓눌러 버려!”


급강하하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진다. 이 각돈로 떨어지면 성벽과 정면충돌한다. 아무리 허보를 사용해도 큰 부상을 면하기 어렵다. 그 순간, 허공중에서 엘르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나는 그녀가 말하는 바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는, 주저없이 역린에 칼을 꽂았다.


부오오오오오!


드래곤은 비명을 지르면서 공중에서 방향을 틀어 성벽 바깥으로 방향을 틀어 떨어졌다. 나는 비늘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최대한 균형을 잡으려 애쓰며 허보를 시도했지만 그것보다 떨어지는 속도가 더 빨랐다. 나는 눈을 감았다.


후욱-


포근한 손길이 내 몸 전체를 감싸는 느낌을 받으면서 나는 눈을 떴다. 엘르가 가동한 실피드 실드 덕에 나는 무사히 땅바닥에 안착할 수 있었다.


쿠우우웅!


거대하고 육중한 물체가 땅바닥에 떨어져 구르는 굉음이 들려왔다. 진동과 함께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드래곤은 아슬아슬하게 성벽을 부수지 못하고 바닥에 굴렀다. 희수가 입을 열었다.


“······ 죽었을까?”

“드래곤은 저 정도로는 안 죽어. 문제는 라이더지.”


“역린을 찌르지 않았느냐?”

“아니야. 근처를 노려서 찔렀어. 역린 근처만 찔려도 드래곤은 극도의 고통을 느끼지. 그리고 엘르······ 고마워.”


엘르의 손을 잡고 성곽에 발을 디디면서 나는 짧게 인사했다. 나는 엘르의 얼굴이 붉게 물드는 것을 보았지만 서로 대화를 주고받을 시간이 없었다. 다른 팀의 성곽이 불길에 휩싸여 있었고,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제 방어 측에서는 우리 팀만이 남았다.


“몇 분 남았지?”

“40분 정도.”


“알았어. 희수 너는 북쪽으로 가고, 엘르는 서쪽에서 공격을 계속해 줘. 나는 남동쪽으로 갈 게!”


나는 바로 축지를 사용해 남동쪽으로 달렸다. 눈치 빠른 상대 공격팀은 바로 남동쪽으로 진격해 왔다. 급조한 트레뷰셋 투석기까지 대동한 채로 공성을 해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가 질렸지만, 나는 야코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파밧! 파파밧! 퍼엉!


각종 검격을 동원해 성벽을 깨부수는 시도를 막기 위해, 나는 성 아래를 향해 찰나공혈파와 열파참을 마구잡이로 써댔다. 내 공격이 거셀 때마다 그들은 뒤로 물러섰지만, 내가 숨고르기를 하면서 다른 공격을 막으려 할 때마다 그들은 성벽의 균열이 심한 부분만을 노려 틈을 벌렸다.


휘익! 휘익!

콰앙! 콰앙!


피격 거리를 확보한 트레뷰셋 투석기도 공격을 개시했다. 엘르가 데펜덴다를 가동했지만 앱솔루트 제로를 이미 두 시간 가까이 사용한 상태에서 데펜덴다까지 가동하니 마법이 원활하게 가동될 리가 없었다. 대부분의 가열 포탄은 막아냈으나, 하나가 데펜덴다를 뚫고 아이스크림 성곽 기단석에 부딪혔다.


쿠우우웅!


가열 포탄이 폭발했다. 기단석이 쪼개지면서 성곽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린 아이스크림에 내가 찢어넣은 쫀드기가 가득 박혀 있었다. 인장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쿠우우웅! 쿠우우웅!


제2, 제3의 포탄이 폭발했지만, 기단석도 부수지 못하거나, 기단석은 부수어도 성곽 안쪽에 움푹 파인 자국만 낼 뿐 성곽 자체를 부수지는 못했다.


“조금만 더 참자! 이제 20분 남았다!”


나는 투석기를 향해 희인요수를 날리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대답하듯 성벽 바로 아래에서 내 목을 노리고 삭인朔刃이 날아들었다. 고개를 뒤로 젖혀 공격을 바로 피하자마자 성벽이 크게 흔들렸다. 포탄이 명중했나?


고개를 돌려보니 성벽 기단석이 쩍 벌어져 있었다. 이제 공격 몇 번이면 기단석이 통째로 무너질 것이다.


“무너진다! 여기만 조져! 이 새끼들만 잡으면 공격팀 완승이야!”


기단석이 전부 무너지면 검격 앞에서 성곽 내부는 프라이팬 위의 버터와 다름없어진다. 포탄의 완충을 우선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베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 나는 성곽 안쪽이 서걱서걱 베어져 나가는 것을 보고만 있다가, 고개를 돌려 성곽 아래로 뛰어내렸다.


“야, 시종! 이상협!”

"저게 미쳤나!“


정신없이 공격을 막고 있던 두 사람이 내게 소리쳤지만, 나는 그 둘의 소리를 무시하고 성곽의 균열점을 찾았다. 그리고 두 손으로 칼자루를 꽉 쥐고 왼쪽 옆구리로 칼을 바짝 당겼다.


내 두 눈동자에 불꽃이 튀었다. 3일 동안 비상사태를 대비해 연마하고 연마한 기술을 드디어 쓸 시간이 왔다.


진위뢰震爲雷!


우르르르- 콰콰과아앙!


뇌성벽력이 몰아치는 소리와 함께 남동쪽 성벽이 폭발했다. 삽시간에 흉기로 변한 수 천 수만 개의 파편이 성곽 바깥에서 공격에 집중하던 헌터들을 날려버렸다. 파편들은 일직선상으로 서 있던 트레뷰셋 투석기까지 쳐서 쓰러뜨렸다. 투석기들은 연쇄적으로 서로를 쓰러뜨리면서 계속해서 굉음을 내뿜었다.




*




“이야. 개쩌네.”


VVIP석에서 ‘킹무성’ 팀의 활약을 보고 있던 주최자, 아니 명목상의 주최자인 최경한이 망원경 너머로 탄성을 내질렀다.


“저거 봐요! 샤흐트 씨! 저 인간들 성벽을 내파시켜서 헌터들을 잡았어!”

“Ach so(그렇군요). 정말 대단하군요.”


“우와······ 이번 크레이지 파티 볼만 한데? ‘리벤저’ 팀에 ‘카르마’, 저 인간들까지 합하면 본전 충분히 건지겠어!”

“최경한 씨가 기쁘시다니 저도 마음에 드는군요.”


“아유, 다 샤흐트 씨가 살펴주신 덕이죠. 야! 여기 와인 떨어졌잖아! 더 가져 와!”


안전요원이 얼음 양동이에 담긴 양동이를 가져왔다. 경한은 와인 병을 들더니, 곧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잔으로 안전요원의 머리를 후려쳤다.


“야! 나 메를로 안 먹는다고 몇 번을 말해! 돔 페리뇽 가져 와!”


잔이 깨졌음에도 헌터답게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안전요원의 표정만으로도 육체의 상처보다도 더 격심한 상처를 입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알겠습니다’ 한 마디만 남기고 다시 돌아섰다.


그는 식식거리면서 얼굴을 구기다가, 옆에 앉아 있는 샤흐트 씨에게 180도 다른 비굴한 표정을 내 보이며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샤흐트 씨. 아랫것들이 와인 하나 제대로 못 가져와서요.”

“아닙니다. 아, 그런데 나는 이만 가 보아야 할 것 같네요. 요즘 카길 재편 건으로 워낙 바빠서 말이죠.”


“아이고, 그러면 살펴 가십시오.”


최경한은 폴더 인사로 그를 배웅했다. 그리고는 그가 문 밖으로 사라지자마자 옆에 놓인 얼음 양동이를 걷어차면서 메이드 복장을 입은 여직원에게 소리쳤다.


“야! 이거 당장 치워!”




*




나는 <흑조>를 땅에 꽂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허억, 헉, 헉······.”


진위뢰를 3일 동안 연습해 보았지만, 성벽을 한 번에 대파시킬 정도로 거대한 진위뢰를 쓸 수 있으리라고는 내 자신도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힘이 없었다. 무릎을 꿇은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것만이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내 양 옆으로 두 명의 헌터가 지나갔다. 아마도 폭발에 휘말리지 않은 공격팀 헌터겠지.

나는 여기서 그냥 주저앉아 있어도 되는 걸까······.


“그럴 수는 없지!”


젖먹던 힘까지 다 짜내서 나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한계를 뛰어넘는다!




*




“젠장!”


투석기의 공격은 이제 성벽 곳곳을 부수고 구멍을 뚫었다. 크게 무너진 남동쪽 성벽을 제외하고도, 곳곳의 성벽이 크게 무너져 있었다. 엘르는 이제 방어가 거의 불가능해진 성벽을 포기하고 안쪽으로 이동했다. 마력만 막대하게 소모하는 앱솔루트 제로와 데펜덴다도 꺼 버렸다. 이제는 성 중앙에 꽂혀 있는 깃발을 놓고 최후의 일전이 벌어진다.


“으아아아! 좀 살살 끌고 가요!”


희수가 소리를 질렀지만 엘르는 무시했다. 그는 희수를 거의 팽개치듯 바닥에 내려놓은 후, 해자 중앙에 설치되어 있는 깃발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간발의 차로 데펜덴다를 설치해 깃발을 향해 달려드는 두 명의 헌터를 막아냈다. 데펜덴다에 부딪힌 헌터들은 곧바로 해자에 풍덩! 빠져들었다.


그러나 장검을 치켜든 또 한 명의 헌터까지는 엘르도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다. 엘르가 손을 들어 그에게 데펜덴다를 쓰려는 순간, 그녀의 마나가 뚝뚝 끊기면서 데펜덴다에 구멍이 나 버렸다. 그리고 그 헌터는 정확하게 데펜덴다 구멍을 놓치지 않고 깃발로 뛰어들었다. 희수가 그를 향해 몸을 날렸지만 간발의 차이로 그의 바짓가랑이를 놓쳤다.


이렇게 패배하는 거야? 여기까지 왔는데?


그의 손이 깃발을 향해 날아가는 장면이 활동사진마냥 프레임 하나하나가 선명하다. 그의 몸이 천천히 떨어지면서 깃발을 움켜잡기 위해 손을 쫙 펼쳤다. 이제 그의 손과 깃발 사이의 거리는 고작 20cm······.


"그렇게는 안 되지!“


순간 벽력같이 누군가가 달려들었다. 그리고 엘르가 막지 못하고 희수가 움켜잡지 못한 그의 몸을 붙잡았다.




*




“후우, 후우······.”


거친 숨소리가 잦아들고 흐려있던 풍경이 선명하게 드러나면서, 나는 깃발의 현황을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


격렬한 공성전 속에서도 살짝 삐딱하게 기울어진 채로 서 있는 깃발은 어느 누구의 손에도 닿아 있지 않았다. 손을 최대한 뻗은 공격팀 헌터가 깃발과 가장 가까웠지만, 정말 간발의 차, 고작 5cm 차이로 깃발을 잡지 못했다.


해자에 빠졌던 헌터 한 명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곧 몸을 뻗어 깃발을 잡으려 했다. 나는 그를 잡으려 했지만 손이 닿지 않았다. 그는 깃발과 고작 10cm 정도 간격만을 두고 있었다.


“안 된다, 이놈아!”


엘르가 달려와 그에게 보스턴 크랩을 걸면서 팔뚝을 앙 물었다. 깃발을 잡으려던 그 헌터는 곧바로 비명을 지르며 깃발을 잡으려던 손으로 엘르를 팡팡 쳤다. 나는 그 사이에 몸을 일으켜 내가 잡고 있던 헌터를 바깥으로 질질 끌어냈다. 그리고 그 순간, 경기의 종료를 알리는 거대한 버저가 귀청을 거세게 때렸다.


지이이이이잉!


“경기가 끝났습니다! 이제부터 심판원들이 들어갈 때까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마십시오!”


“터치다운 실패.”


나는 주문처럼 읊조렸다. 그들은 터치다운에 실패했다. 우리가 막아냈다. 방위전을 성공시킨 것이다.


곧 심판원이 다가와 숨을 고르면서도 실실 웃고 있는 우리의 표정과, 분함의 눈물을 뿌리고 있는 공격팀의 표정을 한 번 번갈아보더니, 녹화 카메라와 현 상황을 살피고는 곧 판정을 내렸다.


“감응 장치가 달린 깃발은 헌터들의 손이 닿으면 바로 붉은 색으로 변합니다. 이 깃발은 어느 색으로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판정을 내리겠습니다······. ‘킹무성’ 팀 방위 성공.”


“다시 한 번 말해주세요.”

“‘킹무성’ 팀, 방위 성공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흐흐흐······ 들었냐? 방위 성공이래.”

“그래, 성공이다······.”


“형, 성공했어! 우리가 해냈다고!”

“40%! 40%의 확률로 우리가 성공했다! 크하하하하!”


“우리가 해냈어! 우리가 해냈다고!”


우리는 눈물 콧물까지 흘리면서(솔직히 춥긴 추웠다) 서로를 얼싸안고 1차전 승리를 자축했다. 희수는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엉엉 울어댔고, 엘르는 나를 껴안았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녀에게 기습적으로 키스를 날렸다. 그녀는 잠시 굳어버리더니, 곧 얼굴이 달아올라 터져버릴 기세였다. 나는 ‘정말 마법 잘 썼어.’라고 해주고는 그녀의 볼을 한 번 가볍게 꼬집어주었다.


작가의말

<크레이지 파티>도 이제 2/3선까지 왔네요. 그러면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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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9 Klous
    작성일
    16.06.03 19:39
    No. 1

    얼른 먹어서 강해져야 할탠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구작가
    작성일
    16.06.06 18:02
    No. 2

    제목에 충실하지 못한 글이라 죄송합니다ㅠㅜ. 곧 그런 글이 나오니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시길…….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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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 전골 국물에 라면사리를 +3 16.05.06 1,529 20 13쪽
5 4. 전골이나 해 먹자 +2 16.05.05 1,413 23 14쪽
4 3. 버섯과 거미 사냥 +4 16.05.04 1,426 22 20쪽
3 2. 개미지옥 대피소 +3 16.05.03 1,799 26 16쪽
2 1. 왜 초고수가 튜토리얼 던전에 +7 16.05.02 1,897 28 18쪽
1 0. 프롤로그 +4 16.05.02 2,252 2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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