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여엉감 님의 서재입니다.

먹어서 강해지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일반소설

구작가
작품등록일 :
2016.05.02 17:46
최근연재일 :
-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3,266
추천수 :
331
글자수 :
235,002

작성
16.06.02 18:00
조회
316
추천
4
글자
20쪽

24. 크레이지 파티 (4)

DUMMY

24. 크레이지 파티 (4)




“좆같은 새끼! 회를 쳐서 초장에 찍어먹을 새끼!”


사이먼과의 상황이 진정된 후에도 도저히 화가 풀리지 않았던 나는 벽을 걷어차 구멍을 내 버렸다. 단단한 바위 한 가운데 내 발자국이 정확하게 찍혔지만 나는 돌을 마구 걷어차면서 괴성을 질러댔다.


“내가 막아서 산 줄 알아. 형 그 새끼하고 붙었으면 목숨 건사 못 했어. 아무리 짜증나고 더러운 새끼라도 그 새끼, 완전히 괴물이야.”


“그래. 이 애 말이 맞다. 우리는 돌아가서 자축의 회식이라도······.”

“난 회식 안 할란다.”


“왜? 도대체 왜에?”


엘르가 나를 붙잡고 늘어졌지만 나는 엘르의 손을 뿌리쳤다.


“빡쳐서 안 되겠어. 뭐라도 하나 패 조지기 전에는 안 들어가. 너네 먼저 들어가. 난 피트니스 센터라도 가야겠다.”




“흐아아아앗!”


호텔 지하실에 마련된 헌터 전용 피트니스 센터에는 개인의 야코에 맞추어 가상의 상대를 구현하는 VRS(가상현실시스템) 장치가 있었다. 뇌파까지 측정하는 메슈어 수트를 입고 새하얗게 표백한 방에 들어가면 그 위에 이미지가 입혀지고 더미 인형에 가상의 상대가 입혀진다. 나는 <흑조>를 뽑자마자 그 상대를 향해 치고 들어갔다. 나의 두뇌가 구현한 상대는 두말 할 것 없이 사이먼이었다.


파바바바밧!


요수의 파생형인 희인요수希燐妖手. 희미한 인광燐光만이 보일 정도로 빠르다고 해서 붙은 기술명이다. 1/10초라는 극히 짧은 시간 내에 최소 5회에서 최대 50회 사이의 요수를 찔러넣어야만 이 기술명이 붙는다.


“칫!”


가상의 사이먼은 에크퓌로시스로 반격해왔다. 나는 불이 가장 늦게 미치는 하단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가랑이에서부터 정수리까지 참격을 휘둘러 가상의 사이먼을 깨끗하게 쪼개버렸다.


파앗! 찌지직······.


이미지가 벗겨지고 창백한 방의 전경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둘로 깨끗하게 쪼개진 더미 인형은 불꽃을 튀기며 반으로 쪼개졌다. 불균형을 이기지 못한 인형의 반쪽은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씨바아아알!”


나는 반쪽만 남은 인형의 복부를 걷어찼다. 인형은 벽을 부수면서 처박혔다.


하지만 이런다고 분이 풀리지는 않았다. 가상의 사이먼을 이긴다고 해봤자 정신승리밖에 더 되나. 나는 빠르게 머리를 식히면서 펀치머신이라도 치고 갈 생각으로 방을 나섰다.




“왔어?”

“응······.”


엘르와 희수는 TV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모니터에서는 우리가 통과했던 던전과 똑같은 던전을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장면을 송출하고 있었다.


“예선 하이라이트야? 누군데?”

“‘리벤저’ 팀. 볼래?”


“그래. 봐야지.”


주최 측에서는 우리에게 예선을 통과한 팀들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제공해주었다. 그 중에서도 ‘리벤저’ 팀의 실력은, 인정하기는 싫지만 군계일학이었다. 특히 다이아몬드 레이피어를 들고 리자드 몬스터를 베어나가는 사이먼의 검술 실력은 방금 전까지 부글부글 끓던 내 속을 한 방에 가라앉힐 정도로 놀라웠다.


아름다웠다. 그의 검술은 강력하다기보다는 유려했고, 날카롭다기보다는 섬세했다. 곡선의 윤무가 지나는 대로 리자드 워리어들은 토막으로 변하면서 쓰러졌다. 그는 최소한의 동작으로, 가장 적은 움직임으로 적들의 목숨 위에 사뿐히 내려앉는 날개 없는 사신이었다.


“저게 마법사라고요?”

“마법사라기보다는 마법검사지. 스스로 마법과 검술에 모두 능통한, 그야말로 서포터조차 필요하지 않은 출중한 능력이다.”


“혈우성풍血雨腥風······.”

“형, 뭐라고?”


“혈우성풍. 저 기술의 이름이야. 말 그대로 피바람을 일으키는, 던전 내에서 다대일로 싸우는 데 가장 효율적이면서 화려한 기술이지. 상급 헌터들이 가장 먼저 익히고 가장 많이 사용하지만, 제대로 시전하려면 1갑자를 소비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수준 차이가 많이 나는 기술이야.”


“형이 보기에 저 녀석의 기술 시전은?”

“사무사思無邪. 수 하나하나에 삿된 생각이 하나도 없어. 말 그대로 완벽해.”


“진짜 완전 돌아이네. 저런 놈을 본선에서 맞닥뜨려야 된다고?”

“그런데 좀······.”


“왜?”

“······ 아니다. 혈우성풍 연습 시작도 안 한 내가 할 말은 아니지. 야, 배고프다. 먹을 거 있니?”


“너 없이 자축 회식을 어찌 하느냐. 대충 파스타나 만들어 먹고 때웠지. 벌이다. 컵라면이나 사 먹거라!”

“옘병······ 그래, 내 탓이다.”


나는 결국 슬리퍼를 직직 끌면서 컵라면을 사러 나갔다. 음식 만들기가 너무 귀찮아!




나는 컵라면을 후후 불어먹으면서 다른 팀의 하이라이트를 계속 살폈다. 이번에 나오는 영상은 조창환이 속한 ‘카르마’ 팀이었다.


“아, 우리 팀은 없냐?”

“같은 팀은 제공 안 해준다던데?”


“그 새끼들, 도대체 무슨 꿍꿍이 속인 거지······. 그걸 다 찍어서 텔레스크린에 보내는 거 아냐?”

“여기에도 도청기가 있을지 모른다.”


“그딴 건 없을 거야. 있으면 사이먼같이 의심 많은 놈이 굳이 참가할 리가 없겠지. 다른 헌터들도 자신의 실력이 노출되는 대가로 여기에 참가하는 것을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왔겠지. 호텔까지 도청했으면 이 대회 벌써 엊저녁에 엎어졌어.”


“전략 파악에는 도움이 되는데, 왜 굳이 이런 짓을 할까?”

“내야 모르지.”


스크린 너머로 비치는 창환의 전략은 나와 비슷했다. 창환은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해물 칸으로 달려가서는 갑오징어를 집어들고 얼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꼴을 보자마자 빵 터져버렸다.


“갑오징어······ 흐흐흐······.”


창환은 그 갑오징어로 클러를 만들어 들어갔다. 그리고 능숙하게, 훈련받은 전문 헌터답게 리자드 워리어의 급소만을 노려 찌르면서 던전을 돌파해나갔다. 때로는 리자드 워리어를 넘어 통과하기도 했다. 내가 던전 안에서 깨달았던 것처럼, 리자드 워리어는 일정 거리 이상을 벗어나면 공격해오지 않고, 쫓아오지도 않았다. ‘카르마’ 팀의 결과는 2등이었다.


“그러고 보니, 형이 신속 안 익혔으면 우리 얄짤 없이 예선 탈락했겠네.”

“전투력 자체보다는, 일정 수준을 파악하려 드는 예선 같았어. 아마······ 리자드 워리어들은 보이지 않는 야코 끈으로 묶여 있었겠지.”


“그래도 아마 ‘리자드 워리어 머리만을 신속으로 밟고 지나간다’는 생각은 우리만 할 수 있었을 걸? 다른 팀 보니까 다 무식하게 지나가려고 하던데.”

“그래봐야 16등이야. 실격한 팀 하나 빼야 15등. 너무 느렸어. 본선 1차전까지 얼마 남았지?”


“앞으로 사흘······.”

“좋아. 사흘 내에 C급 상급에서 B급 하급까지 실력을 끌어올릴 게.”


“어떻게? 시간이 너무 짧잖아.”

“다 방법이 있어. 강희수, 너 합법적 도핑이라고 혹시 들어봤냐?”


희수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그에게 지어보였다.




예선 탈락을 자축하는 헌터들과, 탈락을 위로하는 헌터들의 시끌벅적한 얘기들로 호텔은 밤이 새도록 시끄러웠다. 그리고 그 소리들이 가라앉은 새벽 찬 공기를 뚫고 나는 야외 피트니스 센터에 들어왔다.


‘인페르노 치킨 닭가슴살 준비됐지?’

‘물론이다.’


‘내가 얘기한 그 약은?’

‘여기 있다. 엄청 독하니까 반드시 물에 타서 마시거라. 하루에 다섯 방울 이상 마시면 다음날 하루 종일 일어날 수 없으니 절대 하지 말거라.’


검은색 반팔 티셔츠에 추리닝 바지로 차림으로 피트니스 센터에 들어선 나는 액화한 비장의 약 희석액을 한 모금 삼켰다가 하마터면 뱉을 뻔 했다.

"뭐야 이거! 왜 이렇게 독해!"

진짜로 위장을 긁어내는 맛이다. 나는 물로 속을 달랜 후 몸을 가볍게 몸을 풀 요량으로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일단은 팔굽혀펴기로 몸을 풀어준 후, 5km 이내의 조깅을 실시했다. 그리고 벤치 프레스, 래트 풀 다운, 풀 스쿼트, 레그 컬, 윗몸일으키기, 백 익스텐션, 숄더 프레스, 레그 프레스, 투암 컬을 세트로 실시한 후, 마무리 운동으로 전체 프로그램을 끝낸다.


“뭐하쇼, 이런 데서?”


누군가가 어깨를 툭 두드렸다. ‘카르마’ 팀의 리더 창환이었다. 나는 바로 일어서서 그와 눈을 마주쳤다.


“간단하게 몸이나 푸는 거죠. 그것보다 ‘카르마’ 팀 영상 잘 봤습니다. 잘 하던데요.”

“당신네들도 꽤 하던데? 솔직히 탈락할 줄 알았는데 그 상황에서 그런 방법을 생각해 낼 줄은 몰랐어.”


“운이 좋았죠.”

“그것보다, 이런 고철 덩어리로 운동하는 것보다는 직접 헌터와 붙는 게 훨씬 나을 텐데, 안 그래?”


그의 눈빛은 이미 나와 어떻게 싸울 지에 대한 생각만이 가득해 보였다. 나도 그와의 대련을 피할 생각이 없었다.


“그거 좋죠.”




그는 족히 200kg은 나가 보이는 슈리켄을 한 손으로 들어 어깨에 메었다. 나는 수건으로 감아 놓았던 <흑조>를 집어들었다. 검집에서 뽑아든 <흑조>를 본 창환의 눈이 커졌다.


“오, 진짜 명검인데? 대대로 내려온 앗삼 흑강의 비전으로 단련한 강검을 탄소 처리하고, 거기에 마르센 지방의 명물 흑주석을 입혀 인장력을 극대화했어. 그러면 강하면서도 부러지지 않고 휘지도 않지. 이런 명검 구하기 진짜 힘든데, 도대체 어디서 구했어?”


“스폰서가 다 있지요.”


나는 싱긋 웃으면서 먼저 대련장으로 올라갔다.




그는 다른 무기 없이 오로지 슈리켄만을 들고 왔다. 나는 검집을 허리띠에 단단하게 동여매고 정자세를 취했다.


“셋을 세면 시작하겠습니다. 하나, 둘······.”

“셋!”


우리는 동시에 소리를 지르며 서로를 향해 뛰어갔다. 그는 달려오는 자세 그대로 방향을 틀어 등의 슈리켄을 나를 향해 쏘았다.


시작부터 슈리켄이냐! 나는 바로 도약해 슈리켄을 피했다. 슈리켄은 정면으로 원을 그리며 날아갔고, 나는 요수를 그의 목에 꽂아넣었다. 그러나 그는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옆으로 피하면서 내 목과 옆구리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칫!”


나는 바로 뒤로 물러섰다. 슈리켄은 내가 물러서는 궤적을 아슬아슬하게 베지 못했다. 하지만 주먹은 내 옆구리에 확실히 꽂혔다. 나는 고통에 기침을 토했다. 피 섞인 기침이었다.


“좀 따끔할 거야. 야코를 실어 치면 칠수록 내상은 강해지지.”


뒤늦게 내장에 통증이 밀려온다. 하지만 옆구리를 부여잡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창환은 나의 궤적을 미리 예측해 내가 피할 방향으로 슈리켄을 던져넣고, 나를 사각으로 밀어넣고 허벅지나 복부, 어깨 같이 움직임을 제한하는 부위에 한 방씩을 먹였다. 일격을 넣었다고 생각하면 그 신경 거슬리는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사각지대로 물러나 있었고, 때로는 집중력을 흩뜨리는 지구전으로 내 신경을 더욱 긁어놓았다.


나는 터진 입술에서 흐르는 피를 닦고 숨을 골랐지만, 그는 여유롭게 풋워크까지 하면서 나를 농락했다.


“어때? 곧 A급으로 승급할 B급 상대하기가 쉽지 않지? 그래도 F급 치고는 아주 특출 나. 놀라워.”


대놓고 이죽거리는 사이먼보다 저런 말이 자존심에 더 금이 가는 말이다. 하지만 일단은 ‘딱’ 소리의 정체부터 밝혀내야 했다.


“앞으로 다섯 번 안에 끝낼 게. 각오하라고.”


눈에 들어간 땀을 털어내자마자 그가 처음으로 슈리켄을 던지지 않고 달려들었다. 나는 가드를 들어 올렸지만 십 수 년의 권투 경력으로 다져진 것이 분명한 그의 타격은 하나하나가 묵직하고 강렬했다.


“기억났다. 무슨 기술인지.”

“응?”


나는 바로 창환의 옷자락을 잡고 반대쪽 팔꿈치로 그의 얼굴을 가격했다. 그는 급히 물러났지만 입가에 흐르는 피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나는 그에게 두 번째로 씨익 웃어 보이면서 말했다.


“짝수 동작에 회피. 맞지?”




야코 컨버전이라는 기술이 있다. 일정량의 야코를 소비하는 대신, 무조건적으로 가능한 기술 하나를 습득하는 것이다. 대신 특정한 조건을 하나 더 걸어야 한다. 헌터들이 비기 개념으로 하나씩 장착하지만, 한 번 만들면 해지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창환의 컨버전은 바로 짝수 동작에 무조건 회피였다.


나는 <흑조>를 한 바퀴 휘두르고는 아래로 내렸다. 어느새 대련장에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헌터들이 몰려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슈퍼루키인 ‘카르마’의 조창환과 대등하게 싸우는 F급 헌터가 있다는 사실이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이다.


“하아압!”


창환은 대량의 야코를 끌어내고는 나를 한 방에 척살하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나는 유수불부流水不腐로 그 공격을 흘리고는 찰나공혈파로 그의 목을 노렸다. 그는 컨버전을 사용하여 피하려 했지만, 내가 진짜로 노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바로 몸을 돌려 반대쪽의 허공을 베었다.


파아앗!


옷가지와 살점이 베이는 느낌이 정확히 손끝에 전해온다. 그는 뒤로 물러섰지만, 왼쪽 어깻죽지부터 오른쪽 가슴팍까지 명확하게 남아버린 검붉은 자상은 숨길래야 숨길 수 없었다. 그의 얼굴에 당혹과 분노가 어리고 있었다. 반대로 나는 숨 한 번 고르지 않고 냉정하게 다음 수를 계산했다.


“크읏······ 이 자식······.”


나는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한 번 혈우성풍을 써 볼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써 보지도 않은 기술을 실전에 투입하는 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다. 나는 그가 슈리켄을 집어들어 던지는 궤도를 미리 예측하면서 희인요수로 이 대결을 끝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는 나를 공격하는 대신 땅바닥을 내리쳤다.


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바닥에 깔린 두꺼운 화강암 판이 요동쳤다. 나는 순식간에 출렁이는 바닥과, 날아드는 파편에 휘말렸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에서 짐승처럼 달려드는 창환의 인영을 보았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 순간에 주위에 몰려든 헌터들은 침도 삼키지 못한 채 대결을 보고 있었단다. 먼지구름이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나와 창환의 모습이 드러났다. 창환은 트라이앵글 초크로 내 가슴을 압박했고, 나는 역수로 쥔 <흑조>를 그의 목 바로 위에 대고 있었다. 그의 트라이앵글 초크는 부정확하게 들어갔고, <흑조>를 겨누는 내 손도 덜덜 떨려 금방이라도 칼을 놓칠 기세였다.


“시합 종료! 무승부!”


심판원의 외침이 들려오면서 나는 주위의 소리에 다시 귀를 기울였다.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 탄성 소리가 들려왔다.


곧 창환은 초크를 풀었고, 나도 그에 맞추어 검을 거두었다. 나는 그에게 악수를 청했지만, 그는 내 악수를 받지도 않은 채 돌아섰다. 자신 있게 내게 다가와 인사하던 첫 모습과는 전혀 다른 태도였다.


나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부상을 치료할 생각으로 옆의 보건실로 향했다.




3일이라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 어느새 크레이지 파티 본선을 시작하는 화려한 축제의 물결이 무영도 전체를 뒤덮었다. 바람직하고 적절하게 헐벗은 여자들의 물결이 섬 전체를 뒤덮었고, 나는 흐뭇한 표정으로 그 개최식 장면을 감상했다. 그리고 곧 내 허벅지에 지옥의 꼬집기가 들어왔다.


“으어어어······.”


“지금 감히 어디에 한 눈을 파는 것이냐. 1차전 치르기도 전에 통구이 되고 싶지 않거든 상황판이나 잘 보거라.”


엘르는 입에서 유황 연기라도 뿜을 기세로 나를 향해 공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나는 바람직한 풍경을 더 감상하고 있었지만, 하는 수 없이 작전 테이블로 시선을 돌리는 수밖에 없었다.


“잘 들어라. 1차전은 3 vs 3 매치가 될 것이다. 상협이가 탱커, 희수가 서포터를 맡고, 나는 뎀딜러 역할을 맡을 것이다. 아마도 팀 단위 전투가 될 것이니 평지라면 공성전, 산악지형이라면 유격전이 되겠지.”


“공성전을 어떻게 해? 재료라도 주나?”

“이번 크레이지 파티의 주제가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느냐?”


“‘푸드 파이팅’이었지.”

“그래. 그 말대로 될 것이다.”


“오케이. 어쨌거나 여기까지 왔어. 이게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와 버린 거야. 이대로 우승까지! ‘킹무성’ 화이팅!”

“화이팅!”


그리고 우리는 보무도 당당하게 방을 나섰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셨던 제 8회 추계 크레이지 파티! 그 자랑스러운 10일 간의 일정을 시작하겠습니다!”


환호성이 터졌다. 크레이지 파티를 관람하러 오는 관객들은 대회 당 1천 명으로 제한한다. 엄격하고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거쳐서 나타나고, 경기장에서는 절대 핸드폰 및 전자기기의 반입을 금하기 때문에 크레이지 파티의 본선 영상물을 개인적으로 녹화해 배포하는 일은 지금까지 일어나지 앉았다. 하지만 그러한 철저한 통제를 거치고도 이 파티의 재미만으로도 사람들은 벌떼처럼 입장권을 구입하려 몰려든다.


“그러면 회장님의 축사가 있겠습니다.”


지루한 축사가 벌어지는 동안 나와 엘르는 최종적인 구상을 짜 나갔다. 그리고 지루한 축사와 참가 인원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고서야, 드디어 진 주제인 상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다들 떡고물 궁금하시죠? 오늘은 3위까지 공개합니다! 우선 5위부터, 5위 상품은 바로 『산해경』 곽박본입니다!”


몬스터 소환의 3대 경전 중 하나라 일컬어지는 『산해경』이 5위 상품이었다.


“이어서 4위는, 왕의 검이라 일컬어지는 주아이외즈입니다!”


희미한 윤곽만으로도 그 예리함을 가능케 하는 명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저 상품이 고작 4위라고?


“그리고 마지막 3위. 3위는······ 두구두구두구두구······.”


상황에 어울리지도 않는 저런 개드립 치는 모습은 여전했다. 보다 못한 안내걸이 먼저 덮개를 벗겨버렸다. 크리스털 병에 담긴 물품이 모습을 드러냈다.


“많이 기다리셨죠? 3위는 바로 진품 엘릭서! 16세기 북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지방에서 만들어진 것이 99.99% 확실한 진품 엘릭서입니다! 무려 마녀의 보증서까지 있는 진품이지요!”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엘르조차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아니, 저 엘릭서가 왜 저기 가 있냐고요!


“자, 다들 구미가 당기시죠? 그러면 이제 본선 1차전을 시작하겠습니다! 본선 1차전의 주제는 바로······ 이겁니다!”


사회자는 대답 대신 전광판을 가리켰다. 전광판은 암흑으로 물들더니, 곧 흘림체로 글자를 수묵 위에 흘려 넣었다.


‘2 vs 3 공성전.’


“네! 바로 크레이지 파티 전통의 명물 공성전인데요! 이번 시즌에는 좀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바로 15팀을 5팀으로 나눠서, 두 팀이 성을 방어하고 세 팀이 공성을 하는 것이죠! 결과에 따라 최대 9팀, 최소 6팀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 공성전에서 과연 떨어질 팀은 누구일까요? 솔직히 떨어졌으면 하는 팀이 있긴 한데······.”


곧 사회자 놈의 마이크가 꺼져버렸다. 주최 측에서도 저 전파낭비를 더 틀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우리는 바로 공/방 제비뽑기를 위해 올라갔다. 나는 사이먼과는 불꽃 튀는 눈빛교환을 나누었지만, 창환은 이상하게도 나를 쳐다보지 않은 채 다른 헌터들과의 친교를 다지는 데 열중했다. 그 미묘한 분위기 변화를 읽으면서도, 나는 내색하지 않고 제비를 뽑았다.


‘공격이 유리하느니라. 공격이······. 공성전 공격 측 총 승률이 무려 60%를 넘어가느니라!’


엘릭서 쇼크 때문에 엘르의 말이 머릿속에서 가물거렸다. 나는 손 안에 넣은 종이를 꽉 쥐었다가, 그 종이에서 손을 떼고는 다른 종이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눈을 딱 감고 종이를 펼쳤다. 뒤에서 지켜보던 희수가 헉! 소리를 냈다. 나는 급히 눈을 뜨고 종이에 적힌 글자를 살폈다. 딱 한 글자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防(막을 방)’

“염병할······.”


시작부터 우리 앞길에는 구비구비 구절양장이 펼쳐졌다.


작가의말

와, 오늘 진짜 덥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 작성자
    Lv.99 Klous
    작성일
    16.06.02 18:40
    No. 1

    스크롤 같은건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구작가
    작성일
    16.06.03 18:05
    No. 2

    스크롤과 비슷한 점이 있겠군요;;. 무조건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스킬 하나를 얻는 대신, 일정량의 야코와 강제성이 있는 제약 하나를 주어야 합니다. 저의 설정 중에서 야코를 기술로 변환하는 거의 유일한 항목이기 때문에 컨버전Conversion, 즉 변환이라는 즉물적인 기술명을 붙였습니다. 글을 항상 꼼꼼하게 읽어주시는 Klous님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먹어서 강해지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입니다 +2 16.06.07 587 0 -
28 27. 크레이지 파티 (7) +2 16.06.07 506 4 22쪽
27 26. 크레이지 파티 (6) +2 16.06.06 362 4 21쪽
26 25. 크레이지 파티 (5) +2 16.06.03 292 4 19쪽
» 24. 크레이지 파티 (4) +2 16.06.02 317 4 20쪽
24 23. 크레이지 파티 (3) +2 16.06.01 350 4 20쪽
23 22. 크레이지 파티 (2) +2 16.05.31 294 4 21쪽
22 21. 크레이지 파티 (1) +2 16.05.30 394 6 20쪽
21 20. 지하수의 운디네 +2 16.05.27 636 9 19쪽
20 19. 일상으로 돌아오다 +2 16.05.26 444 8 17쪽
19 18.뛰어들다 (4) +2 16.05.25 469 8 25쪽
18 17. 뛰어들다 (3) +2 16.05.24 419 8 20쪽
17 16. 뛰어들다 (2) +2 16.05.23 406 7 18쪽
16 15. 뛰어들다 (1) +4 16.05.20 510 8 18쪽
15 14. 비박Bivouac 수련 +2 16.05.19 826 7 19쪽
14 13. 변곡점 +2 16.05.18 537 5 18쪽
13 12. 수맥이 흐르는 성 (2) +2 16.05.17 663 9 15쪽
12 11. 수맥이 흐르는 성 (1) +2 16.05.16 652 10 17쪽
11 10. 전을 부쳐먹기 위해 필요한 것 +2 16.05.13 820 14 18쪽
10 9 한 알의 밀알이 썩으면 (2) +6 16.05.12 892 12 21쪽
9 8. 한 알의 밀알이 썩으면 (1) +2 16.05.11 932 14 18쪽
8 7. 불닭을 잡아라 (2) +3 16.05.10 1,081 15 22쪽
7 6. 불닭을 잡아라 (1) +2 16.05.09 1,145 19 17쪽
6 5. 전골 국물에 라면사리를 +3 16.05.06 1,529 20 13쪽
5 4. 전골이나 해 먹자 +2 16.05.05 1,413 23 14쪽
4 3. 버섯과 거미 사냥 +4 16.05.04 1,426 22 20쪽
3 2. 개미지옥 대피소 +3 16.05.03 1,799 26 16쪽
2 1. 왜 초고수가 튜토리얼 던전에 +7 16.05.02 1,897 28 18쪽
1 0. 프롤로그 +4 16.05.02 2,252 29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