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슨-
한 편당 7500자 이상입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ㅎㅎ 추천곡: Ravenscode - My Escape
제목: 영웅
“허허, 영웅이요? 그건 어릴 때의 꿈에 불과하죠.” 나도 이제 나이를 먹으니, 좀처럼 예전 같지 않군요. 어릴 적 넘쳐나던 패기는 물론이고, 요즘에는 도통 도전 의식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지요. 한때는 세상을 구하는 용맹한 기사나 정의로운 사도를 꿈꾸긴 했지만, 그거 다 옛날이야기잖아요. 이제는 어른이니까 그냥 막연한 기억 저편으로 치워놓은 셈이죠.
“신념이나 가치관은 철과도 같아, 처음엔 단단해 보여도 녹슬기 마련이죠.”
이제는 그저 미련하고 어리석은 철부지 없는 어린아이처럼 보이죠. 살면서, 배운 철학보다도 실전에서 경험한 진리가 더 큰 깨달음과 교훈을 줍니다. 복수를 다짐하기보다는 포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큰 목표보다는 소소하게 내일을 살아갈 목표만을 가지고 삽니다. 나이가 들면, 뼈저리게 느껴져요. 언제까지 행복한 상상만 하며 살 수 없다는 걸요.
그런데 말이에요, 저는 늘 생각해 왔습니다. 그것이 정녕 올바른 것일까? 모두가 그런 책임과 의무를 가지면 그렇게, 나이가 들고 편안한 것만을 추구하고, 무뎌지는 것일까, 하고요. 내 손에 주름진 이 삶의 흔적들은 내게 ‘당신은 이미 많이 고생했어’라고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살아온 것밖에는 한 것이 없어요. 그것만으로, 내가 살아온 시간만으로 고생했다고 단정 짓기에는 너무 초라한 삶을 산 것 같습니다.
다 큰 노인네가 무얼 할 수 있겠냐만은,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적어도 부끄럽지 않은 여생을 사는 것. 내가 만약 죽는다고 하여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는 훌륭한 어른이 되는 것. 신 앞에서 나는 말하고 싶습니다.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고, 참으로 의미가 있었다고.
“그러니 제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신이시여. 가엾은 생명 하나 구원하겠나이다.”
늙은 노인의 마지막 부탁이라 생각하십시오. 정녕 신이라고 하여도, 분노와 어미를 잃은 슬픔을 이해하실 테죠. 만약 나를 막는다 하시면, 저도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할슨-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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