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소설 속 악역 재벌 막내 도련님 되서 헌터 생활 어렵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뭇찌
작품등록일 :
2018.12.14 12:46
최근연재일 :
2018.12.20 13:00
연재수 :
8 회
조회수 :
3,638
추천수 :
80
글자수 :
41,798

작성
18.12.15 12:45
조회
465
추천
14
글자
14쪽

재벌 vs S급 헌터(1)

DUMMY

1


"그래서, 결국 헌터가 강해지는 방법에는 뭐가 있는 겁니까?"


차를 운전하고 있는 복구가 물었다.


"그런 건 딱히 없어. 헌터물에선 주인공이 만년 F급 헌터거나 하는 설정도 있지. 그건 보통 헌터들은 자신의 주어진 재능 이상으로 성장하지 않는다는 거야. 내가 평범한 재벌 3세 악역이면 높아봐야 D급이 한계일 걸."


내가 말했다.


"판타지 소설가면 강해지는 방법을 다 알고 계신 거 아닙니까?"


"아니, 요즘 주인공들은 트럭에 치이거나 여자친구한테 차이고 갑자기 자다 깼다고 무슨 게임 시스템이 보여서 강해지거든."


"이런 말씀드리기 뭐 하지만, 그건 정신병 아닙니까?"


"정신병이라고 하면 모든 게 납득이 가긴 하는데, 독자들은 그런 진실은 원하지 않아."


"전부 자다 깨서 강해지는 건 아닐 거 아닙니까?"


"요즘은 신들이 과거로 보내주거나 소설 속으로 보내주기도 해. 또 번역되지 않은 소설이 읽고 싶어서 강해지기도 하고."


"신이 왜 사람들을 과거나 소설 속으로 보내주는 겁니까?"


"이유 없어. 그냥 작가가 재밌으라고 보내는 거야."


"소설 속으로 들어가면 뭐가 재밌는 거죠?"


"초등학생이 게임에서 핵 써서 남들 학살하는 거랑 똑같아.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이 IMF나 비트코인으로 수백 조원씩 벌거나 남의 답안지 베껴 써서 장원급제하거나, 소설 속에 들어가서 아이템 스킬 다 선점하는데 남들한테 어떻게 당하냐? 주변에서 주인공 최고, 주인공 대단해 이러는 거 보고 자위하는 소설들이지."


"그게 재밌나요?"


"판타지 독자들은 다 재밌게 봐. 요즘 웹소설들은 죄다 미래를 아니까 싫어하는 사람들은 웹소설을 못 읽지."


"근데 그럼 저도 소설 등장인물인가요? 정말 충격적이군요. 제가 소설 내용대로 행동하고 있었다니."


참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아니, 여기가 무슨 소설 속인지는 몰라도 너는 엑스트라서 대사 있었어 봐야 몇 줄 안 될 걸."


"그런 건 소설마다 다른 거 아닙니까? 무슨 소설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설정을 아시는 듯이 말씀하신 거죠?"


"아니, 마블 영화 알지? 아이언 맨이나 캡틴 아메리카 같은 거. 마블 영화도 감독들은 다르지만 세계관이 이어지잖아. 우리나라 판타지 소설도, 특히 헌터물은 죄다 서로 베껴서 그것처럼 설정들의 99%가 동일해."


심지어 전개도 똑같다.


"할리우드 영화 같은 협업이라니, 그렇게 들으니까 엄청 대단한 것 같네요."


"그냥 베낀 거거든."


"아무튼 그러면 번역되지 않은 소설들을 구해보겠습니다."


"아니, 그걸로 안 돼. 그렇게 강해지는 건 주인공만 할 수 있는 거야. 세계에 번역되지 않은 소설 읽고 싶은 애가 주인공 하나뿐이겠어?"


"그 주인공이란 인간은 대체 어떤 인간입니까?"


어려운 질문이다.


누군가를 한 마디로 정의내리는 것이 원래 그렇다.


"주인공은 최근에 여자친구에 차인 뒤 각성한, 예쁘고 똑똑하지만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망설이는 여동생이 있고 자신을 무시하는 동창들이 있는 동창회에 나가는 F급 헌터거나 가는 곳마다 사건을 터트리고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랭크가 오르지만 자기 자신은 힘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못 믿는 정신병자거나 둘 중 하나야."


"생각보다 구체적이군요."


복구가 당황해서 말했다.


"이걸로 밥 벌어먹는데 모르면 안 되지. 그것 외에도 주인공들은 대부분 무직이거나 편의점 알바생이야. 가끔 중소기업 회사원이어서 갑질 당하다가 헌터 되고 곧바로 상사한테 밖에서 만나면 뒤진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주인공의 마나를 측정할 땐 측정기가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거나 고장나는 경우가 많아. 그럴 땐 대부분 F급을 주고 넘어가는데, 사실 엄청난 능력을 숨기고 있는 경우가 많아."


"아무리 공무원들이 측정을 한다지만, 괴물들이 나타났는데 그렇게 일처리를 하겠습니까?"


"아니, 그건 공무원이 귀찮아서 그런 게 아니라 소설가가 귀찮아서 그렇게 되는 거야.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너무 논리적으로 생각하지 마."


그래야 힘을 숨긴 주인공 클리셰를 쉽게 쓸 수 있다.


"도대체 그 소설 세계의 사람들은 그런 머리로 괴물들의 습격에서 어떻게 살아남는 겁니까?"


"사실 세계는 주인공이 없으면 멸망해."


"도련님이 말씀하신 정신병자가 사람을 못 믿는 이유를 알겠군요. 아무튼 주인공은 찾아보겠습니다. 그럼 아이템은 어떤 아이템이 좋은가요?"


"가장 좋은 건 성장형 아이템. 이건 작가가 아이템 만들기 귀찮아서 초반에 얻고 성장시켜서 엔딩까지 쓰는 경우도 많아. 이건 나라를 팔아먹어도 선점이야. 그리고 영구적으로 신체 능력이나 마나 혹은 스킬을 상승시킬 수 있는 아이템. 이건 누가 봐도 좋지? 그리고 대개 급이 낮은 장비품들은 중요도가 떨어지지만, 악세사리류는 후반에 가서도 쓸만한 게 많으니 이것도 선점하는 게 좋고."


"이런 말 하기 뭐 하지만, 작가들이 너무 귀찮아하는 거 아닙니까?"


"청문회 하지 마. 그것보다 헌터들을 포섭해야 해. 포섭할 헌터들은 결국 예쁘고 어린 여자 헌터야. 이 여자들은 히로인, 주인공의 연애상대이기 때문에 강하거나 쓸만한 초능력이 있는 경우가 있어. 이 여자들은 F급에서 SSS급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있으니까 F급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미리 포섭해야 해."


"찾아보겠습니다. 다른 능력은 없습니까?"


"일단 뭔가 남들과 다른 능력이면 돼. 방어 능력이든 약화 능력이든 무슨 연금술 같은 거든 아니면 아이템 같은 걸 낳는다거나. 거기에 얼굴 예쁘고 어린 거지. 아무튼 이러이러해서 주인공이 필요함이라고 하는 그런 여자."


"아무튼 이러이러해서 주인공이 필요하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데요. 예쁘다는 건 어느 정도 이야기입니까?"


사실 아무튼 이러이러해서 필요한 역할을 부여받은 게 히로인인데, 정작 쓰다 보면 주인공이 혼자 다 해먹어서 없어도 되는 소설이 태반이라 나도 설명하기 어려웠다.


"연예인보다 예뻐. 그것보다, 내가 쓸 수 있는 돈은 얼마 정도야?"


"헌터 아카데미 설립과 가상 현실 연구에 드는 비용을 제외하면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돈은 1조원밖에 안 됩니다."


"많은 건지, 적은 건지 도통 감이 안 드는 금액인데, S급 장비를 전부 맞출 수 있을까 모르겠네. 일단 좀 잘게."


트럭에 치여서 그런지 좀 피곤했다.


나는 눈을 감았다.


2


"도련님, 이제 곧 만나실 분은 A급 장비를 판매하겠다고 하는 헌터 분입니다."


복구가 차 문을 열어준 뒤에 말했다.


"겨우 A급 장비 따위론 아무것도 안 돼. 어떻게든 S급 장비를 사야 해."


내가 말했다.


"상대는 자기가 쓰고 있는 장비를 절대로 팔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도련님이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말입니다. 그리고 만약 산다고 하더라도 겨우 장비 하나에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하는 건 비효율적입니다."


"그건 맞는 말이야. 원래 S급 장비는 재벌 3세 엑스트라가 가질 수 없는 물건이지. 하지만 상대가 S급 헌터일진 몰라도 결국 이런 고액의 거래는 많아야 몇 번밖에 해보지 못한 초짜야. 그 점을 노리면 돼."


"하지만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잖습니까?"


"걱정하지 마. 내가 원래 말은 잘하거든."


"당신, 도대체 원래 세계에선 어떤 사람이었던 겁니까? 아무리 목숨이 위험하다고 해도 여장까지 하다니."


복구가 내 옷차림을 바라봤다.


"그런 사람 아니야! 아니, 판타지 소설에선 여성 특혜가 많아. 주인공들이 동료한테 배신당해서 죽어서 과거로 돌아가면 남자는 복수해서 칼같이 죽여버리는데, 예쁜 여자는 안 죽이고 결국 아이 낳게 하고 잘 먹고 잘 살거든. 재벌 3세 악역 남자는 사망률이 100%에 달하니까 이 정돈 해야지."


"뭐 그런 거라면 이해는 갑니다. 그런데 주인공이 죽으면 과거로 돌아가는 이유가 뭡니까?"


"다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거지. 나도 과거로 돌아가는 소설을 쓰다 보면, 가끔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진다니까. 좀 더 빛났던 시절로."


"아무튼 들어가시죠."


우리는 CLOSED 팻말이 붙어있는 텅 빈 카페로 들어갔다.


나는 적당한 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다.


"그런데 S급 헌터들은 대체로 어떤 성격입니까?"


복구가 물었다.


"S급에는 주인공이 쓰러뜨려야할 라이벌로 명문대 출신의 잘생기고 키 크고 지위 높고 재능 있고 성격이 좋아보이지만 사실 나쁜 녀석이나 아니면 대놓고 성격 나쁜 녀석, 그리고 주인공에게 보물을 헌납하는 보물 고블린 같은 녀석들이 있지."


"동료는 없는 겁니까?"


"주인공은 혼자 마왕도 신도 죽일 수 있어서 동료가 별로 필요 없어. 요즘은 여자들한테 팔아먹으려고 잘생긴 남자 동료가 대세기도 한데, 솔직히 없어도 주인공이 다 해먹을 수 있지. 그 외에는 주인공이 좀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길드 영입 제의를 하는 예쁘고 강한 여자가 있어. 엄청 독하거나 엄청 착하거나 둘 중 하난데, 어쨌든 여자는 이용하는 편이야."


"듣고 있자니 저도 소설 한 편 쓸 수 있을 것 같네요."


실제로 쓸 수 있어서 문제다.


"뭐 7영웅인지 최초의 7인인지 같이 이상한 놈들도 떼거지로 있는데 어차피 다 모여도 주인공한테 안 돼."


"7영웅이라니,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입으로 말하기 너무 부끄러운 거 아닙니까?"


"나 그만 괴롭혀. 아니, 이제 막 나이도 한 30은 먹은 애들이 칼 들고 다니면서 자기 보고 염제, 마왕, 극독왕 이러고 다니니까 미리 적응 해둬."


"뭐요? 그게 판타지 소설가들은 멋있어서 쓰는 건가요?"


"나는 다른 사람들이 써서 그렇게 쓰는 건데, 솔직히 도통 이해를 못하겠어. 요즘 소설들에선 애들이 나는 마왕 김민수다, 이러는데 솔직히 무슨 감성인지 이해가 안 가."


"뭐요? 마왕 김민수요? 마왕 김민수라고요? 주인공이 무슨 중학생 일진 그런 겁니까?"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나도 믿고 싶지 않지만 사실이다.


"아니 그거면 이해라도 가는데, 대부분 나이 서른 가까이 먹고 그러고 있다. 그리고 심지어 주인공들 얼굴이 평범한 경우도 많으니까, 동네에 투블럭에 뿔테 끼고 다니는 놈들이 칼 들고 다니면서 상태창! 외치는 장면 상상하면 진짜 끔찍하지. 그게 예전에는 그나마 카르세아린이든 뭐든 판타지 이름이어서 그나마 괜찮았는데, 요즘은 뭐 그냥 이름은 내 친구 이름인데 걔가 마왕이니 극독왕이니 해서 미칠 지경이다. 또 그거 보고 독자들은 뽕 진짜 지리네요, 이러고 댓글 달고 있으니까."


"예전에는 주인공들이 대부분 잘생긴 고등학생 아니었어요? 왜 그렇게 갑자기 아저씨들이 된 겁니까?"


"독자들이 아저씨가 돼서 그래. 그때가 나았지. 원래 이런 판타지 소설들은 다 대리만족 하는 거라 독자랑 주인공이 닮는데, 지금은 독자들이 나이만 먹어가지고 주인공들도 죄다 나잇값 못하고 못생겨졌다. 하다하다 주인공들 중에 류준열 닮은 놈도 있을 지경이야. 근데 류준열 외모에 또 수염까지 기른다 그놈은."


"류준열 외모에 수염이라니, 그건 도대체 무슨 의도입니까?"


"그냥 작가 취향이야. 그게 소설 쓰는 걸 보니 유독 그 작가가 못생긴 것 같은데, 매번 소설마다 너무 못생겨서 사람한테 무시당하는 애를 주인공을 쓰더라고. 솔직히 직접 만나서 얼굴 한 번 보고 싶더라."


"그러고 보니 도련님 원래 얼굴도 궁금하네요."


"어렸을 땐 잘생겼었어. 여자애들이 나 보러 몰려온 적도 있었으니까, 지금 이 얼굴하고는 비교도 안 되지만. 그런데 왜 이렇게 안 와?"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리자, 마침 한 남자가 차에서 내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한세준이라고 합니다."


한세준은 잘생기고 키가 크고 어깨가 넓은, 뭐 하나 빠진 것 없는 누구나가 호감을 가질 만한 외관의 소유자였다.


왠지 차갑게도 느껴졌지만, 이 정도 외모면 어느 성격인지도 예상이 갔다.


나는 그에게 손을 먼저 건넸고, 그가 내 손을 잡았다.


이런 자리에선 악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는 하나윤이에요! 앉아서 이야기해요. 재능 있는 S급 헌터라고는 들었는데, 이렇게 패션 감각 있고 얼굴까지 잘생기신 분일 줄은 몰랐네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의 표정이 밝아졌다.


사람과의 만남에 있어선 당연히 상대의 호감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


그건 고액의 거래를 할 때에도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어설픈 방식으로 칭찬하는 건 역효과만 낳지만, 헌터들의 마인드는 뻔하다.


헌터들은 비싼 차와 비싼 옷을 좋아한다.


지금 막 비싼 옷을 사서 신나서 자랑하고 싶은 참에, 나 같은 재벌 아가씨한테도 그 패션을 인정받는다면 당연히 기분이 좋겠지.


자신이 바로 상류층이라도 된 기분이라도 들 거다.


"아닙니다. 나윤 씨 외모가 더 출중하죠. 미모로 유명하셨을 것 같은데, 제가 몰랐다니 이상하네요."


세준이 웃으며 말했다.


"저희 그룹에선 언론 노출을 좋아하지 않아서요. 일단 커피라도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해요. 저는 핫초코요. 세준 씨는 뭐 마실래요?"


내가 말했다.


협상할 때는 따뜻한 음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단순해서, 따뜻한 음료를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가 따뜻하다고 착각하니까.


"저도 핫초코 마시겠습니다."


반응이 좋았다.


복구가 핫초코를 타러 갔고,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그럼 준비하신 물건 볼 수 있을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소설 속 악역 재벌 막내 도련님 되서 헌터 생활 어렵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 주인공이 힘을 숨김 +4 18.12.20 320 8 11쪽
7 탑 매니지먼트 18.12.19 223 5 19쪽
6 악역이 너무 많다 18.12.18 241 7 12쪽
5 템빨 18.12.17 258 9 12쪽
4 재벌 vs S급 헌터(2) 18.12.16 273 10 8쪽
» 재벌 vs S급 헌터(1) +1 18.12.15 466 14 14쪽
2 재벌집 막내아들 +3 18.12.14 660 12 10쪽
1 소설 속 엑스트라 +6 18.12.14 1,198 15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