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소설 속 악역 재벌 막내 도련님 되서 헌터 생활 어렵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뭇찌
작품등록일 :
2018.12.14 12:46
최근연재일 :
2018.12.20 13:00
연재수 :
8 회
조회수 :
3,637
추천수 :
80
글자수 :
41,798

작성
18.12.14 12:49
조회
659
추천
12
글자
10쪽

재벌집 막내아들

DUMMY

1


"당신은 정말로 도련님이 아니었군요."


사내가 말했다.


"잘 부탁해."


난 그에게 손을 건넸고, 그는 내 손을 잡았다.


"전 정복구라고 합니다. 도련님의 이름은 한아윤이라고 합니다."


모르는 이름이었다.


"뭐, 그래도 이제부터는 평범하게 재벌 3세로 살아갈게."


하루 아침에 다른 사람이 된 건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나도 사람이라 재벌 3세가 된 게 좋으면 좋았지 싫지는 않다.


갑자기 버려진 내 몸이나 갑자기 몸을 빼앗긴 도련님이 불쌍하긴 한데, 어차피 트럭에 치였으면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소설 속으로 이주하게 되다니 기분이 묘하지만, 사실 소설 속으로 들어가면 다 잘 먹고 잘 사니까 해외로 이민 왔다고 생각해야겠다.


"그럼 당신은 이 세계가 어떤 소설인지 알고 계십니까?"


"몰라."


"그러면 큰일이군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면 결국 우리 그룹은 주인공 때문에 망하게 되는 게 아닙니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면 앞으로의 전개를 상상하면 돼. 말했잖아, 나는 천재 소설가야. 내가 네 도련님 몸을 빼앗았으니까 그 정도는 도와줄게."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안심이 되는군요. 그런데 그렇게 쉽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상상할 수 있는 겁니까?"


"원래 판타지 소설 내용은 뻔해. 게다가 헌터물이면 더 그렇지."


"그럼 지금 당장 주인공을 견제하는 게 급선무군요."


복구가 말했다.


"그렇지. 자금력으로 헌터들을 포섭하고, 시중에 나오는 좋은 아이템을 돈으로 싹 쓸어버려야 해."


"결국 주인공이 혼자 세계를 지배한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럼 주인공만 포섭하면 되는 게 아닙니까?"


복구가 엑스트라치고 똑똑했다.


"주인공은 포섭하려고 하면 무조건 거절해."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당연히 승낙할 겁니다."


그게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판타지 소설 속에서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아니, 무조건 거절해. 판타지 소설 속에서 논리는 통하지 않아. 논리가 아니라 감성적으로 생각해봐. 누구 밑에서 일하면 멋이 안 나잖아."


이것도 문제인 게 분명 처음엔 독자들을 위해서 주인공이 길드에 안 들어가는 거였는데, 요즘은 독자들도 이해 못 할 정도로 주인공이 길드에 안 들어가서 뭔가 이상하게 돼버렸다.


"확실히 애들이 보는 소설이면 부하는 멋이 안 난다고 생각할 수 있겠군요. 돈이 얼마나 필요한 겁니까?"


헌터물은 4~50대가 더 많이 본다고 하면 놀라겠지.


솔직히 쓰는 나도 놀랐는데 일반인이 안 놀라면 말이 안 된다.


"그건 소설마다 다르지만 E랭크 아이템이 하나에 1억이 넘기도 해. 돈이 어찌됐든 결국 헌터가 세계를 지배하기 때문에 반드시 아이템을 선점해야 해."


"지금 도련님께 그 정도로 움직일 수 있는 돈이 없습니다. 도련님이 헌터가 되시면 수십 억 정도는 회장님께서 지원해주실 수도 있겠지만, 그 이상은 어렵겠죠."


"그건 그렇겠지. 원래 헌터물에서 등장하는 재벌 엑스트라들이 엄청난 자본력으로 찍어누르는 경우는 없으니까. 당장 회장에게 가자."


"회장님을 설득하실 생각입니까?"


"응."


"당신은 회장님의 손자도 아니고, 어려서부터 재벌가에서 교육을 받은 재벌 3세도 아닙니다. 그런 당신이 어떻게 회장님을 설득시키겠다는 거죠?"


"너무 걱정하지 마. 나는 천재니까."


나는 웃었다.


2


회장실로 들어가자, 회장과 내 형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허리 숙여 인사했다.


"벌써 돌아다녀도 괜찮은 거냐?"


회장이 말했다.


"괜찮아요."


내가 말했다.


"그래, 할 말이 있다면서? 들어보자꾸나."


"제게 그룹의 전 재산을 넘겨주세요. 사업을 시작할 거예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회장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네가 아파서 헛소리를 하는 모양이구나. 빨리 가서 쉬어라."


예상했던 반응이다.


"그래, 가서 쉬어라. 그게 무슨 소리야?"


형이 말했다.


"제가 이 그룹의 전 재산이 필요한 이유가 궁금하시지 않으신가요?"


나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가 아파서 헛소리를 하는 거다. 빨리 데리고 가서 쉬게 해줘라."


준비는 끝났다.


"가자."


형이 내게 다가왔다.


이번에 내가 하는 말도 회장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 자리에서 쫓겨나 아마 앞으로 몇 년간은 발언권이 사라지겠지.


하지만 그럴 일은 없다.


나는 단 한 마디로 회장의 마음을 사로잡을 거니까.


"할아버지가 처음 부자가 되겠다고 했을 때도, 어른들이 헛소리로 치부하지 않았었나요?"


내가 말했다.


그러자 회장의 표정이 변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많이들 비웃었지. 하지만 나는 해냈다. 남들과 달리 할 수 있는 인간이었으니까. 그래, 너도 내 피를 이은 혈육이다. 그래서 할 수 있겠다는 거냐?"


자수성가했다는 그 자부심, 그 감정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자부심은 자식들을 향한 기대로 변하기 마련이니까.


형의 표정이 언짢아졌다.


"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나는 그 기대에 부응할 뿐이다.


"말은 좋아. 말은. 적어도 너 같이 도전하는 사람을 이 할애비는 싫어하지 않는단다. 하지만 넌 지금 아직 어리고, 배운 것도 적다. 중학생이 뭘 할 수 있다는 거냐?"


"그래, 중학생이 도대체 무슨 헛소리야? 쉬러 가자. 데려다줄게."


형이 말했다.


"워렌 버핏은 초등학생 때부터 주식 투자를 했고, 결국 투자왕이 됐죠.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재능이죠. 할아버지가 가장 잘 아시잖아요.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할아버지처럼 될 수는 없다는 거. 마찬가지로 천재는 아무리 어려도 천재예요."


형이 조금은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네가 그 천재라는 거냐? 요 영특한 녀석. 여자 같이 생겨서 숫기도 없는 줄 알았더니, 이렇게 말을 잘할 줄도 아는구나. 물론 너는 내 손자다. 말하는 걸 보니 확실히 내 손자가 맞구나. 하지만 네가 그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는 거다. 사업하는 것도 좋아. 돈이야 어느 정돈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어떻게 전 재산을 준단 말이냐?"


"세계가 바뀌고 있어요, 할아버지."


나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손 위에서 스마트폰을 공중으로 띄웠다.


사업가들이 프리젠테이션을 하듯이, 사람들을 설득할 때는 이런 퍼포먼스가 중요하다.


"그건 뭐냐? 너도 헌터라는 초능력자가 된 거냐?"


회장의 표정이 더 호의적으로 변했다.


"대단한 건 아니에요. 저는 F급 헌터니까요. 스마트폰을 드는 것 정도밖엔 못하죠. 하지만 S급 헌터들은 전 세계를 들썩일 수 있어요."


"확실히 헌터들은 가치가 있어. 괴물들을 해치우고,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기적을 눈앞에서 보여주는 사람들이니 말이야. 예수처럼, 사람들이 그들에게 열광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것뿐 아니냐? 겨우 그 정도로 네게 전 재산을 맡길 수는 없다."


맞는 말이다.


이 세계가 현실이라면, 회장은 누구보다도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세계는 현실이 아니다.


그렇기에, 내가 맞고 그가 틀릴 수밖에 없다.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헌터들은 너무 강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통제할 수가 없거든요."


나는 회장에게 손을 뻗어 회장을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윽, 윽, 윽!"


회장은 목이 졸려 고통스러워했다.


"야! 뭐 하는 짓이야! 어서 안 놔!"


형이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형을 바닥으로 집어던지고, 회장을 놓았다.


"이놈의 자식, 네가 그러고도 내 얼굴을 볼 수 있겠느냐!"


회장이 시뻘개진 얼굴로 말했다.


나는 다시 회장을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윽, 윽, 윽!"


몇 초 뒤 다시 회장을 내려놓자, 이번에는 회장이 아무 말도 없었다.


"이게 겨우 F급 헌터예요. S급 헌터들은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할 수 있다는 말, 그건 말 그대로의 의미에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뭐냐! 네 할애비한테 이런 짓을 한 의도가 뭐야!"


회장은 숨이 막혀서인지 아직도 제대로 생각하고 있지 못하는 듯했다.


"할아버지는 제가 가고 나면 반드시 경호원으로 헌터들을 고용하겠죠?"


나는 웃었다.


"이 고얀 놈! 헌터들을 고용하고 싶으면 그냥 그렇게 말하면 될 것을! 이 할애비가 좀 늙었다고 그걸 못 알아들을까, 이렇게 말을 해?"


회장의 표정이 그래도 조금은 밝아졌다.


"헌터들을 고용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지만, 우선 제가 사업할 돈이 필요해요. 제게 전 재산을 주세요."


"원하는 대로 해주마. 나가라. 꼴도 보기 싫다."


회장이 웃으며 말했다.


"아니, 할아버지! 그런 게 어딨어요! 제가 장남인데!"


형이 말했다.


"이놈아! 보고도 모르겠어? 네가 싸워서 이길 상대가 아니다!"


"그럼 가볼게요. 나중에 또 인사드리러 올게요."


내가 말했다.


회장실을 나서자, 복구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설마 그 완고하신 회장님을 설득하다니, 당신은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었군요."


복구가 말했다.


"말했잖아. 천재라고."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너무 과격하신 거 아닙니까?"


복구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행동 한 번이 사람을 감동시키는 법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소설 속 악역 재벌 막내 도련님 되서 헌터 생활 어렵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 주인공이 힘을 숨김 +4 18.12.20 320 8 11쪽
7 탑 매니지먼트 18.12.19 223 5 19쪽
6 악역이 너무 많다 18.12.18 241 7 12쪽
5 템빨 18.12.17 258 9 12쪽
4 재벌 vs S급 헌터(2) 18.12.16 273 10 8쪽
3 재벌 vs S급 헌터(1) +1 18.12.15 465 14 14쪽
» 재벌집 막내아들 +3 18.12.14 660 12 10쪽
1 소설 속 엑스트라 +6 18.12.14 1,198 15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