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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숲에 사는 사냥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하은수
작품등록일 :
2023.02.20 01:13
최근연재일 :
2023.03.29 03:39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1,042
추천수 :
39
글자수 :
126,367

작성
23.03.14 14:36
조회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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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17. 만다라

DUMMY

귀신 들린 인형, 아니 옥토끼는 끊임없이 내게 말을 걸었다.


{선생. 타인이 품은 불순한 의도를 조심하시오. 선생은 지금 겁에 질려, 과하게 자신을 낮추는 경향이 있소. 물론 인간은 끊임없이 번뇌에 고뇌에 시달리는 나약한 존재지만, 그 나약함을 파고드는 타자에게 파괴되면 애통하지 않겠소. 우리의 만남은 비록 불새의 시험에서 파생되었으나 선생은 내 존재를 존속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은인이니 지켜드리겠소.}


한 손에 쥘 수 있는 옥토끼의 모습으로 나를 지켜준다고 말하니 참 든든하기도 하다. 혹여나 떨어뜨리지 않도록 꽉 움켜쥐고 있는데, 엘레나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작게 속삭였다.


"지금 들고 계신 것이 국장실을 부순 아니마인가요?"


깜짝 놀라서 쥐고있던 옥묘아씨를 떨어뜨릴 뻔했다. 어떻게 안거지?


"옥으로 만들어진 토끼조각... 아까 전에 국장님을 해치려고 한 아니마군요. 여기까지 쫓아와서 이러다니... 아니마를 괴수와 동급으로 취급해야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겠어요. 코타 이만의 만다라가 오늘 도착했는데 잘됐군요."


엘레나가 내가 쥐고있던 옥토끼를 보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다.


{저 자는 아니마를 곱게 보지않는 구려. 아니마를 짐승처럼 사냥하고 싶어하오.}


그리고 옥묘아씨는 텔레파시로 엘레나를 험담했다. 하지만 일리가 있는 말이다. 엘레나는 코타 이만이라는 도시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뉘앙스가 풍겼으니 말이다. 코타 이만의 만다라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괴수에 대한 취급이라는 건 분명 안좋은 것이겠지. 옥묘아씨의 말대로 사냥 대상으로 보겠다는 의미인 걸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질문했다.


"괴수와 동급으..."


"만다라에 대해서 궁금하시죠? 코타 이만을 모르시니 당연히 낯선 단어이실 거라 생각합니다."


나와 동시에 말을 꺼낸 엘레나가 먼저 말을 쭉 이어나갔다. 만다라... 아주 낯선 단어는 아니다. 미술 기법 중의 하나로 알고 있을 뿐이지. 그런데 미술 기법에게 도착했다는 표현을 쓰진 않을테니 내가 모르는 것이 맞겠지. 그러니 맞춰주자.


"코타 이만에서 온 만다라는 무엇인가요?"


"코타 이만은 아니마와 공생하는 길을 선택한 도시입니다. 이건 말씀을 드렸었죠. 아니마에 대해서는 어디까지 알고 계시죠?"


"이능력을 사용하는 사람이 아닌 것이라는 데까지만 알고있습니다."


"딱 핵심을 알고 계시네요. 맞아요. 그것들은 인간이 아닙니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져서 비슷한 껍데기를 쓴 것들도 많지만... 본질이 다르죠. 그러고보니 국장님께선 이틀동안 아니마들에게 꾸준히 위협을 받고 계시네요. 국장님께선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나요? 내일 만다라와 만나실 때 그 부분을 언급하시면 좋겠어요."


엘레나가 또다시 은근슬쩍 아니마에 대한 혐오감을 표출한다. 바로 옆에서 듣고 있는 아니마가 있으니 그만해줬으면 한다.


"지금은 '만다라'가 무엇인지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머, 그랬죠. '만다라'는 코타 이만의 종교적 수장입니다. 옛날에 존재했다는 천주교의 교황이나 불교의 달라이 라마와 비슷하겠군요. 코타 이만에서 제일 영향력이 큰 권력자입니다. 행정국장보다 더 영향력 있는 존재이니, 엄청난 권력이죠. 코타 이만의 시민들이 투표로 결정하고 3년마다 그의 존속을 투표로 결정한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 만다라가 저희가 비 맞으며 아니마랑 한바탕 하는 동안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내일 국장님께서 만나게 되실 거에요."


만다라가 직위 이름이었구나. 그나저나 당장 내일 회담이 잡혀 있다고 하니까 당황스럽네. 나 근무 이틀째인데 그런 거 해도 되나. 회담은 내일이니까 그때 되면 사흘째구나. 아무튼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내일 만다라 만나면 국장님이 들고 계신 아니마 꼭 가져가세요. 코타 이만 그쪽 사람들은 아니마만 보면 끔뻑 죽거든요. 혹시 압니까. 아니마의 탄생을 축하한다면서 보너스 넣어줄지."


"야~ 그거 그럴 듯하다. 아스트룸에서 아니마 새로 태어났다고 하면 잘됐다며 춤이라도 출 사람들이잖아."


"춤은 됐으니까 돈이나 달라 그래."


근처에 있던 다른 직원들이 우리의 대화에 끼는 듯 하더니 자기들끼리 떠들었다. 그들의 대화 속에 신경쓰이는 점이 있다.


"만다라가 저희에게 급여를 주는 사람인가요?"


만다라가 왜 우리에게 보너스를 주고말고를 결정한다는 거야. 그 사람이 우리의 고용주라도 돼? 종교지도자라며.


"그건 아닌데, 인사행정국이 코타 이만에 있거든요. 행정국장이 만다라 말을 들어요. 그래서 최종보스죠. 만다라가. 비위 맞춰주는게 좋아요."


키가 큰 아시아계 남자가 내 질문에 답을 해줬다. 엘레나는 남자의 대답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각 도시는 서로 평등한 관계입니다. 만다라가 최종보스라느니 하는 우스갯소리가 국장님 앞에서 할 말이라고 생각하세요? 안전보안국보다 인사행정국이 더 마음에 드신다면 자리를 옮길 수 있게 절차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니... 비서님,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고요..."


"변명하려 하지말고 사과드려, 멍청아."


남자는 엘레나의 날카로운 반응에 진땀을 흘렸고, 그 곁에 있던 단발머리의 여자가 그런 남자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찍었다. 남자는 아프다고 오두방정을 떨었는데, 내가 봐도 팔꿈치로 갈빗대를 정통으로 찍어서 엄청 아파보였다.


"코타 이만은 도시 중에서 유일하게 자원을 채취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모든 도시의 재정을 담당하고 있죠. 속되게 자금줄을 쥐고있다는 말을 하며 코타 이만을 숭앙하는 이들도 있는데 굉장히 위험한 생각입니다. 우리는 평등한 존재에요. 코타 이만에게 자금이 있는듯이, 아스트룸 시티에는 군사력이 있고 이데아 스테트에는 기술이 있습니다. 코타 이만의 뜻에 따르려고 저희가 노력할 필요는 없어요."


수석비서는 옆에 있는 청년들끼리 때리고 엄살 피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보였다. 그저 내가 만다라를 사장님처럼 여길까봐 신경쓰이나 보다. 하지만 코타 이만이 자금줄을 쥐고 있는데다가 인사행정국이 있다고 하니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는 건 분명해보였다. 그렇다고 시키는대로 따를 생각은 나도 없지만 말이다.


"그렇군요. 내일 회담을 위해 제가 따로 준비해야 하는 건 없습니까?"


"국장님 스스로의 이능력에 대해서 파악해두십시오."


갑자기 국장실 안쪽에서 걸어오던 부국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능력... 내가 그런 걸 갖고 있던가.


{선생은 이능을 지니고 있소. 혼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능력일 뿐이지.}


"국장님의 이능력은 3종 이능력 중에서도 굉장히 독특한 이능력입니다. 도감에서 이능력의 종류를 살펴보시면 아시겠지만 서포트형 이능력은 정말 귀한 능력입니다. 만다라는 옛날부터 국장님의 이능력을 흠모했죠. 아마 내일 만난다면 국장님의 이능력을 보고싶다고 할 것입니다."


부국장과 옥묘아씨가 나에게는 이능력이 있다고 못을 박아줬다. 그러고보니 캡슐인가 거기서 눈을 떴을 때 이능력인지 그런 걸 써봤던 것 같기는 하다. AI가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지만.


"부국장님의 말씀이 일리가 있어요. 국장님께서 이능력 사용하는 법을 미리 연습하시면 좋겠군요. 거기, 김... 사혁 씨?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엘레나가 아까 말을 섞었던 남자를 불렀다. 당황하며 남자는 일행으로 보이는 여자에게 다시 오두방정을 떨었지만 곧 이쪽으로 왔다.


"네! 김상혁입니다. 수석비서 엘레나 루인님! 저를 국장님의 마루타로 쓰시겠다고요."


방금 전까지 엘레나가 자기 이름을 안다며 발 동동 굴렀으면서 왜 저렇게 도발적으로 나오냐.


"국장님의 각인 대상이 되는 건 당신에게 좋은 일입니다. 당신의 노바레 파장이 강화되는 일이니까요. 평소에 파장이 약해서 하지 못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대신에 국장님의 명령을 안들으면 죽지 않슴까. 손만 닿으면 다들 노예로 만들어버리는 이능력이잖아요."


"일시적이니 괜찮습니다."


김상혁이라는 남자는 오만 인상을 쓰며 손을 내밀었다. 그의 일그러진 표정에는 많은 감정이 내포되어있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하기 싫지만 그렇다고 이 이상으로 상사에게 반발할 수 없는 슬픔과 무력함, 그리고 상사에 대한 분노가 한 곳에 뭉쳐있는 것이 피카소의 그림처럼 보이기도 했다.


"상혁 씨가 싫으시면 하지 않겠습니다."


내 말에 김상혁의 표정이 180도 달라졌다. 그 표정에는 오로지 기쁨만이 찬란하게 담겨있었다.


"정말이죠? 무르기 없습니다! 국장님의 성품에 대한 이야기는 교과서로 많이 접했는데 이렇게 직접 겪어보니 더 영광이네요! 감사합니다!"


김상혁은 내가 말을 무를 새라 재빨리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가버렸다. 엘레나가 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보며 말했다.


"저런 인물일수록 이능력으로 붙잡아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국장님의 이능력은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개인을 통제하기 좋아요."


김상혁이 내 이능력을 사용한 대상은 내 명령을 안따르면 죽는다고 했었지. 처음엔 농담처럼 들었는데 엘레나의 반응을 보니 진짜였나보다. ...무섭다. 사실 그 말에 살짝 겁이 나서 안하겠다고 한 것이긴 한데, 그러길 정말 잘했다. 난 타인의 목숨줄을 쥐고 명령을 내리고 싶지 않아.


"본인이 싫어하지 않습니까. 억지로 싫어하는 짓을 해서 공포에 질리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내 말에 엘레나가 그 점이 중요한거라며 중얼거렸다. 작게 말해도 다 들려. 맘에 안드는 사람을 겁줘서 고분고분하게 만들려고 하지 마.


"직원들이 국장님의 이능력에 대해 너무 두려워하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닙니다. 이능력을 강화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한 일인데 국장님의 이능력은 그걸 곧바로 이뤄주는 것이니까요."


부국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웃고 떠드는 직원들을 보면서 말했다.


"조만간 기획실장과 이야기해서 국장님의 이능력에 대한 홍보를 따로 만들어야겠군요. 인식이 너무 부정적이라 좋지 않습니다."


그러고보면 부국장은 내가 이능력을 사용한 처음이자 유일한 대상이다. 잠깐 기절시키려고 사용했을 뿐, 그 이후로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부국장님은 제 이능력을 받은 이후로 눈에 띄는 변화가 있습니까?"


"완의 이능력은 파장의 세기에 따라 7단계로 나뉩니다. 파장이 강할 수록 이능력으로 낼 수 있는 힘이 크지요. 저는 그날 이후로 약 2단계가 상승했습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두드러지는 변화가 있던 모양이다.


"프로파간다를 하겠다는 기획은 좋지만 당장 내일이 걱정이군요. 만다라 앞에서 국장님의 이능력이 두려워 벌벌 떠는 저희 직원들을 선보여야 한다니 망신이 따로 없어요."


"두려움을 잊을 수 있게 손을 써놓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최면 이능을 가진 완 직원은 도와주지 않을 것 같네요."


부국장과 수석비서가 위험한 소리를 이러쿵저러쿵 떠들었다. 그런데 저쪽에 국장실 수리한다고 직원들이 몰려있는데 이런 얘기 막 떠들어도 되나. 괜히 찔리고 미안해서 직원들이 있는 쪽을 힐끔거렸다.


"괜찮습니다. 그냥 꼭꼭 숨기려고 하는 것보다 이렇게 드러내시는 편이 저흰 더 마음 편해요. 어차피 보안국 안에선 비밀은 없습니다. 바깥으로 안새어나가면 그만이죠. 참고로 제 이능력은 독심술입니다."


김상혁이 나를 보며 엄지를 치켜세우고 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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