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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31님의 서재입니다.

황실기사가 사상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기하학
그림/삽화
기하학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8
최근연재일 :
2023.05.26 03:16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010
추천수 :
24
글자수 :
77,835

작성
23.05.20 04:32
조회
33
추천
1
글자
10쪽

5. 그는 실패하지 않는다. - 3

DUMMY

1.


‘물은 답을 안다.’


이 말도 모두에게 통하는 건 아니다.


흑마법사의 뒤통수를 잡은 채 거칠게 하수구에 처박는다.


바동거리는 놈의 몸뚱이. 하나 그것도 잠시일 뿐, 어느새 녀석의 몸은 저항을 멈춘 채 운명을 받아들인다.


허세냐. 아니면 진심이냐.


연철과 녀석 사이의 신경전.


안타깝게도 고문 전문가가 아닌 연철에게 있어 흑마법사는 좋은 상대가 아니었다.


서로 간의 눈치 싸움에서 끝내 먼저 백기를 든 건 연철 그였으니까.


“푸흡! 흐흐.”


구정물속에서 익사 할 뻔한 주제에 뭐가 그리 신난 건지.


이래서 흑마법사들이 싫었다.


합리와 이성을 외치지만, 목적을 위한 그들의 맹목적인 행동은 광신도들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결국 놈을 고문하는 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어설픈 고문으로 시간을 낭비하느니, 가진바 능력으로 때우는 수밖에.


“포기한 건가? 지금이라도 도망치는 게 좋을 거다. 기사여. 그곳에서 퍼져나간 연기는 이곳까지 닿을 테니까. 브겐츠 참사를 직접 체험해 보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지. 크크크.”


패배해 죽음 만을 기다리는 처지에 기세등등한 게 정말 정말 마음에 안 들었지만, 지금은 침착해야 했다.


브겐츠 참사를 입에 올렸다는 건, 그 끔찍한 참사에 사용됐던 광역 환각 마법을 준비했다는 거니까.


상당한 수준의 지배의 축복을 갈고 닦은 자가 아니라면, 마약에 빠진 것처럼 정신이상에 빠져 서로를 죽이게 된다는 금지된 저주.


그런 재앙이 저 위 고아원에서 폭발한다? 그 여파는 상상하기도 싫었다.


“이곳까지? 너희 조직원들이 휘말리는 건 신경 쓰지도 않나 봐.”


그의 말에 빙그레 웃는 흑마법사.


이놈 반응을 보니, 상층부 몇 놈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는 버림패로 사용 된 듯 보였다. 마법의 발동을 위한 시간 벌기, 그리고 연료로써.


아무리 그가 가진 ‘눈’이라 한들, 제물로 바쳐진 시체를 찾아내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주술을 찾는 건 불가능하지 않아.’


외신이 내려 줬다는 축복. ‘이시리스의 눈’


연철의 두 안구 속에 담긴 이 축복에 대해 그는 아는 것이 많지 않다.


그저 우리가 볼 수 없는 세계를 보여주고, 물질 세상을 더 선명하고 정확하게 보여 준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그에 더해 그가 성장하는 만큼 눈 역시 더 성장하는 점.


두 안구 위로 축복이 덧씌워진다.


그와 동시에 ‘눈’은 보이지 않던 세계를 시야 속에 담아낸다.


“그 눈은, 설마?”


자신 만만하던 흑마법사의 말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낄낄거리던 놈의 입이 쥐 죽은 듯 조용해진다.


“당신이 바로 그 열쇠의 기사인가. 아니, 아니야. 그렇다 한들 의미 없는 일이다. 알아차린다 한들, 이곳에 있는 당신이 무슨 수로 남은 몇 분 안에 마법을 해제할 수 있단 말인가.”


불안 해진 걸까. 혀가 길어지기 시작한 녀석.


그럴 수밖에.


압도적인 격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모든 신비는 ‘눈’에게서 도망 갈 수 없었으니까.


“찾았다.”


“그렇다 한들, 소용없다.....!”


광기는 어디 가고 이성을 되찾은 꼴을 비웃어 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놈의 말대로 시야에 보였을 뿐, 해결된 게 아니니까.


우리가 왔던 고아원 방향, 하수구 끝의 위쪽 부분.


그쯤에서 느껴지는 저 강렬하게 반짝이는 회색빛은 분명 흑마법을 말하는 것일 터. 점차 반짝임의 주기가 느려지며 완전해지는 걸 보니 완성은 얼마 남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지금 뛰어서 그곳에 도착하는 건 불가능. 지원군을 부르는 것도 불가능. 처음부터 준비된 마법인 만큼, 지금 시전자를 죽인다 한들 중단시키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결국, 깔끔하게 마법을 멈추는 법은 하나 뿐이란 말이었다.


“염병, 지배를 믿긴 싫었는데. 꼬맹아. 넌 가서 황녀님을 호위하는 황실 근위대에게 경고를 전해라.”


“예?!”


“이걸 전해주고, 여기서 있던 사실을 간추려 전달해. 성공만 하면 고아원의 지원을 늘려 줄 테니까.”


이제 다 죽게 생겼는데 그게 무슨 의미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런 와중에도 침착하기 짝이 없는 연철의 눈빛은 사람에게 신뢰감을 주기 충분했다.


“다, 다녀오겠습니다....... 꼭 살아 계셔야 합니다.”


“꼭은 무슨.”


그가 원해서 죽고 사나.


긴장한 꼬맹이가 몸을 돌림과 직후, 연철은 칼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찔렀다.


“크흑!!”


터져 나가는 살점. 하나 아직 멀었다. 연철이 원하는 건, 그가 집중하는 동안 이 비열한 작자가 완전히 무력화되는 것이니까.


첫 번째 허벅지에 뒤이어 연속해서 마법사의 사지를 찌르는 칼날. 출혈은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했으나, 이젠 혼자 힘으로 일어서는 것조차 불가능.


상대가 움직이지 못하게 된 순간, 그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


칼침을 맞아 애벌레처럼 빌빌 기는 환자를 앞에 둔 채 조용히 눈을 감자, 검은 칼날이 그의 옆에 솟아난다.


사람의 발걸음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를 뿜어낼 수 있는 지배의 권능.


“마음 같아선 보내는 목적지를 향해 직전으로 보내고 싶지만.”


그가 여기기에, 이 지배의 힘으로 검을 만드는 행위는 무협에 나오는 어검술(御劍術)과 비슷했다. 아니 거의 비슷했다.


그걸 증명하듯, 극의에 도달한 지배의 힘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주인의 명령에 절대복종하며 상대를 갈아버린다고 한다.


아직 그에겐 불가능한 일.


하지만 비슷하게 나마 따라 할 순 있었다.


마음을 다잡은 채, 세 갈래의 칼날을 일렬종대를 유지한 채 한 방향으로 날려 보낸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보이는 거라곤 불길한 회색 둥지 밖에 보이지 않은 어둠 속으로.


당연하지만 질주하던 검은 벽에 부딪치고, 정지한다.


그렇다면 이제 그 뒤를 비행하던 칼날의 차례였다.


앞의 실패를 담아 경로를 수정하고 장애물을 회피한다. 튕겨 나간 칼날들은 곧바로 꼬리칸으로 붙어 다시 차례를 기다린다.


검이 부딪힐 때마다, 점차 자신에게서 지배의 창조물이 멀어질 수록 두통과 오한이 덮쳐왔으나 참아낸다.


그렇게 부딪치고, 선두를 교체하고를 반복하길 한참.


“하아...하. 역시, 한낱 기사 따위가 눈 하나 있다고 해서 마법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나!”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위험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걸 눈치챘는지 흑마법사가 다시 기세등등해지려던 순간.


“마법의 흔적이, 사라졌어?!”


저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손끝에서 느껴지는 이 짜릿함.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방을 가득 채웠던 마법의 흔적을 그의 권능이 파괴했다.는 걸.


“아니, 아니. 이건? 말도 안....... 컥!”


당혹감에 정신을 못 차리는 마법사의 면상에 주먹을 꽂아 넣는다.


이 정신 병자 때문에 무슨 고생을 한 건지.


과도한 지배의 활용으로 인해 머리가 멈추기 시작한다. 시야가 흔들려온다.


그런데도 저 개자식의 박살 난 면상 꼬락서니를 보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던 탓에.


“아 몰라. 뒷정리는, 알아서 하겠....지.......”


올라가는 입꼬리와 함께 그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고함 소리조차 듣지 못한 채.


“...!..”


2.


기절하는 와중에도 그가 웃을 수 있던 건, 스스로가 정말로 달라졌다 느꼈기 때문이다.


별 볼일 없이, 무난하게 살아갔던 전생에 비해 능력도 갖췄고, 자신감도 채웠지만 이런 큰 무대에 올라본 적은 없었으니까.


아니, 애초에 도전할 생각조차 없었으니.


말 그대로 단역 엑스트라가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꼴.


하지만 연철은 완벽하게 해냈다.


미친 테러리스트들로부터 도시를 구한 건 물론, 황녀님을 위한 복수 역시 해냈다.


그렇기에 눈을 감기 직전, 그는 많은 기대를 했다.


과연 어떤 대우가, 보수가 기다리고 있을지.


행복한 꿈을 꾸던 연철.


그런 정신을 차린 건 머리맡에서 느껴지는 말랑한 촉감이 가져온 충격 때문이었다.


‘말?...랑?’


분명, 그는 시궁창 아래에서 기절했는데 이 마음이 안락해지는 기분 좋은 촉감과 코끝을 간지럽히는 달콤한 향기는 무엇이란 말인가.


황실 근위대가 구조하러 온 건가? 아니, 근데 황실 근위대에 이런 촉감과 향기를 가진 인물이 있나? 모르겠다.


지배를 남용한 여파 탓일까. 머리가 사고를 거부한다.


하지만 일순간, 이 향기의 정체를 깨달은 그 순간.


말 그대로 뇌세포가 타는 듯한 공포감을 느끼며 연철은 다급히 눈을 떴다.


그리고 그는 마주할 수 있었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뜻 모를 감정이 담긴 눈동자를. 고귀한 황족의 머릿결에서 느껴지는 향기를.


“이제 일어나셨군요.”


순간 머리가 굳는 다는 게 이런 걸까.


“.......예?”


3초 간의 침묵. 그 3초가 끝났을 때, 그는 척추를 타고 흐르는 직감을 느꼈다.


‘x됐다.’


연철의 생존본능이 힘들다 아우성치는 몸을 무시하며 허리를 벌떡 일으킨다.


하나 그의 머리를 지그시 누르는 손길, 그리고 귓가에서 속살 거리는 목소리에 그는 얌전히 몸을 누일 수밖에 없었다.


“경이 불편한 건 알겠지만, 지금은 주시하는 ‘눈과 귀’가 많아요. 일단은 불편해도 잠깐만 참읍시다.”


'몸 뉘일 공간 하나 없다 더니.'


테러라는 단어를 들은 순간보다 지금이 더 어지럽다고, 연철은 생각했다.


작가의말

예정보다 2시간 가량 늦어져 죄송합니다.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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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극단주의자들의 사랑을 받고있습니다. - 1 23.05.10 151 2 11쪽
1 0. 그는 근본이 없다. 23.05.10 173 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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