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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31님의 서재입니다.

황실기사가 사상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기하학
그림/삽화
기하학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8
최근연재일 :
2023.05.26 03:16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024
추천수 :
24
글자수 :
77,835

작성
23.05.17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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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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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5. 그는 실패하지 않는다. - 1

DUMMY

1.


연철은 백작을 필두로 한 귀족세력이 싫었다. 자유 평등을 외치는 혁명 세력 역시도 혐오했다.


작금의 시대 제국을 양분하는 두 세력 모두를 적대한다니.


물론 이러한 성향엔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백작이 만민평등의 적이라? 아니, 아니다. 애초에 개인에 따라 축복이라는. 말도 안 되는 불평등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무슨 평등.


그가 백작가와 귀족들을 적대하는 건, 그들이 옳고 틀린 것 이전에 세상에 존재하는 자원들을 모두 독점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귀족들의 적인 혁명가들을 싫어하냐고?


그야 진심으로 ‘자유’를 외치던 혁명가들은 이미 전대 백작의 손에 교수형 당했으니까.


‘그 새끼들이 귀족들이 뺏어가고 남은 얼마 되지 않는 것조차 혁명을 위해서랍시고 뺏어가지만 않다면 거리에서 굶어 죽어가는 아사자들이 지금보다 절반은 줄어들었겠지.’


어느새 집이나 다름없어진 기사단의 요새를 나와 황궁의 입구를 넘자 보이는 제국의 수도.


그 거리를 황녀님의 호위대로서 널찍한 대로를 통제하며 나아간 끝에 도착한 곳은 익숙한 빈민가의 풍경이었다.


같은 황도의 거리라곤 믿기 힘든 서쪽의 빈민가.


낡고 퀴퀴한 옛 주택들이 늘어선 거리의 모습은 앞쪽의 상업지구와 비교되며 가난이란 단어를 장소로서 표현하는 것 같았으나 연철은 모르지 않았다.


이 정도면 제국 전역을 표본으로 잡았을 때 평균 수준이라는 걸.


당장 황녀님의 손길을 받는 고아원의 아이들만 봐도 그렇다.


“저 마른 팔다리 좀 보세요. 너무 불쌍해라.”


“햇빛을 못 보고 자라서 그런가. 아이들이 창백한 것 같습니다.”


황녀님의 시녀들이 보기엔, 귀족 출신인 그녀들이 보기엔 저 정도가 힘들게 자란 아이의 모습이겠지.


하지만 중앙이 방치한 지방, 그러니까 연철이 눈을 뜬 고향에선 하얀 피부의 고아나 빈민은 볼 수 없다. 하루 종일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밭일을 해야 간신히 입에 풀칠이나 할 수 있었다.


메마른 몸뚱이? 대다수의 고아원에서조차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대다수의 지방의 고아들에겐 마른 것 정도는 문제 축에도 속하지 않았다.


그들 대다수는 성인이 되기 전, 사지 중 한 곳이 사라지거나 손가락 한두 개 잘려 있었으니까.


‘독식’이란 최근 트렌드에 맞게 진짜로 제국의 모든 부를 독식하려 했던 원작 주인공.


그리고 수단이 목적이 되어버린 혁명군의 환장의 콜라보.


‘이런데도 아직 나라가 돌아가는 건, 소수의 잘난 일부가 나라를 지탱 한 덕분이겠지. 그것도 슬슬 맛이 가는 모양이지만.’


말라 비틀어가는 촌구석 영지에서 아득바득 살아남은 기억이 있어서인지.


후원자가 왔는데도 절은커녕 멀뚱멀뚱 어색하게 고맙다는 말 밖에 하지 않는 꼬맹이들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녀들이나 몇몇 기사들은 그 모습에 더 안타까움을 느끼는 듯 했지만, 그는 그 진짜 원인을 알고 있다.


저 어색한 태도의 원인이 고아원에 영향력을 끼치는 반동 세력 때문이라는 걸.


그가 듣기로 이곳 고아원은 나름 교회에서 운영해 도시 경비대의 보호를 받는 단체라고 하긴 하나, 그렇다한들 법의 심판은 멀고 범죄자들의 칼날은 가까운 법이다.


아이들이 반역자들의 사상에 동조하든 하지 않던, 은연중에 그러한 태도에 물들 수밖에 없단 말이지.


그럼에도 신기한 건, 마리안나 황녀님에게 만큼은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다가갔다는 점. 그녀의 신분을 생각하면 오히려 어려워 해야하는 게 맞을 텐데도.


“이런 걸 보면 참 신기합니다. 저게 바로 황족이 가진 타고난 분위기란 겁니까?”


“...황녀님의 어머니이신 선황제께서도, 그 조부께서도 진정한 캅치크 전사만이 가진 패도적인 기세를 가지고 계셨으니. 황녀님께서도 그 기세를 물려받으신 거겠지.”


캅치크 전사는 무슨. 패도보단 배신을 더 잘하시던데. 그리고 아이들이 친근감을 느끼는 거랑 패도적인 기세가 무슨 상관인지.


연철의 말에 대답해준 선배 기사는 누가 보더라도 캅치크인. 저들은 스스로 저런 말을 꺼내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의외입니다. 선배님은 2황녀님의 호위대 소속이신데도 마리안나 황녀님과 친분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그야 나도 한때는 1황녀님의 호위대 소속이었거든. 내가 이제 막 평기사에 올랐던 때였나. 황실에서도 가장 뛰어난 이들만 들어갈 수 있다던 마리안나님의 호위대에 소속되어 얼마나 기뻤었는지.”


“가장 뛰어난 이들만 모인다고요.”


“후배님만 봐도 그렇지. 황실 근위대에서 가장 유망한 기사이자 마리안나님을 지키게 된 새로운 방패.”


글쎄다. 그가 본 호위대는 그렇지 않았는데.


마리안나님의 호위대 보다 2황녀님의 호위대 기사가 마리안나님과 더 친분이 있는 것 같은 이 상황.


한 때는 가장 뛰어났다던 호위대가 어느 순간 개판이 됐다. 이 일에 누구의 개입이 들어간 걸까.


꽤 중요한 떡밥 하나를 찾긴 했지만, 지금은 이 일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슬슬 그가 맡은 진짜 임무를 시작 할 순간이 찾아왔으니까.


“정말 혼자서도 괜찮겠나? 쉽지 않을 텐데. 소문으로나, 내 눈으로 본 자네의 모습으로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부기사단장님이 승인하신 작전입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야노스 경이 허락했다는 건, 충분한 가능성을 봤다는 말이니까.


2.


이번 일에 대한 연철의 자신감은 단순히 그의 경력 때문이 아니었다.


경력을 포함해, 그가 속한 두 집단의 존재. 정확히는 그 둘에게서 얻어 낼 수 있는 정보가 있었기에, 그는 자신 있게 나설 수 있었다.


적당한 순간에 근위 기사들의 무리에서 떨어져 고아원 내부에 들어선다.


마치 이 고아원 출신인 것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런 움직임을 눈치 챈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내부에서 뒷정리를 하던 수녀 한 명과 눈이 마주쳤지만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황녀의 호위기사가 위험요소를 확인하는 건 이상하지 않은 일이니까.


그렇게 적당히 내부를 뒤적거린 끝에, 그는 원하던 목표를 찾을 수 있었다.


“새끼. 눈빛 봐라.”


이제 막 열 다섯이 지났을까.


황족께서 오신다는 말에 몇 달 만에 깜은 듯 보이는 더벅머리, 그리고 그 아래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반항적인 눈빛까지.


“꼬맹이가 살면 얼마나 살고, 겪으면 얼마나 엿 같은 일을 겪었다고 세상 다 산 것처럼 궁상을 떨고 있는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생의 어린 시절 자신이 떠올랐기에 더더욱.


그럼에도 저 꼬맹이 앞에 다가간 건.


“야 꼬맹아.”


“...왜 그러십니까. 기사 니...!?!”


비명이 튀어나올 거라 예상했기에 꼬마의 입을 막는 건 어렵지 않았다.


황녀를 지키는 근위 기사의 품에서 반동분자들의 표식이 튀어나오는데 비명을 지르지 않을 리가 있나.


“눈치 챙겨라. 탄광에서 눈을 뜨고 싶은 게 아니라면.”


“예, 예.....기사님.”


“황녀 암살 건으로 상부에 전달한 내용이 있다. 길 안내해.”


녀석이 3지구를 지배하는 반동 세력의 간부였다면 수상한 점을 느꼈을지 모르겠으나, 저 꼬맹이는 점조직의 말단 중의 말단이며, 아무리 눈치 빠르다 한들 아직은 애송이인 녀석이다.


심지어 한창 내부 다툼으로 바쁜 놈들이 이런 끄나풀들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을 리가 없었으니.


토벌을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손쉽게 달성됐다.


3.


고아라곤 해도, 나름 어느 정도 교육을 받았을 녀석이 이렇게 손쉽게 넘어간 건 연철의 팔목에 박힌 이 표식이 큰 지분을 차지했다.


흑마술로 만들어진 이 매개체는 근위대의 은밀 기동대조차 구하지 못하는 반역자들의 기밀이니까.


그런 귀중한 표식이 그의 손에 들어온 이유?


그야 우리 대단하신 ‘자유의 불꽃’께서, 이번 기회에 말을 안 듣던 경쟁 세력을 연철의 손을 빌려 제거하려 한 덕분.


그가 옛 친구를 통해 연락을 넣자마자 곧바로 확답을 보내줄 정도니.


솔직히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지구의 원 역사만 봐도 소비에트 내부에서 수많은 숙청이 있었으니까.


아무튼 원조 반동세력이 만든 덕분인지 효과는 놀라웠다.


꼬맹이를 따라간 끝에 나타난 허름한 복층 잡화점 안.


변장을 끝마친 연철이 보여준 표식에 대한 반응은 문지기라 해서 다르지 않았다.


“황실 근위대에 까지 끄나풀이 있다고? 염병. 윗대가리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이려는 거야.”


“황녀 암살 건으로 윗선에 연락하러 왔다고?”


“그래. 급한 일이다. 네 놈들도 윗선의 성격을 알 텐데?”


잡화점 직원이자 문지기를 맡던 두 끄나풀은 기묘한 도구로 표식을 확인 한 후 잠깐 고민하는 듯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윗선이 숨어있는 내부 통로의 문을 열어주었다.


사실상 복제가 거의 불가능한 암호.


그 안전함이 만들어낸 빈틈은 치명적이었다.


문이 열린 이상, 더 이상 얼굴을 마주할 필요는 없을 터.


“누가 보기 전에 어서 들...켁!”


“헙!!”


그 둘의 머리 뒤에서 뇌수를 뚫으며 튀어나오는 흐릿한 두 윤곽. 소리 없이 드러난 지배의 칼날은 자비가 없었다.


본래라면 문지기가 죽는 동시에 흑마법사에게 연락이 가야 하겠지만, ‘눈’이 가르쳐준 지점을 정확히 관통하고 지나간 두 칼날 앞에 그들의 머릿 속에 박힌 마법은 무력화 됐다.


그렇다면 다음 교대 까지 시간을 번 셈인가.


“꼬맹아. 조용히 따라올래. 이 아저씨들 곁으로 갈래.”


“...조용히 따라갈게요.”


“얼굴의 핏물은 닦고 내려와라.”


내일이 오는 게 두려운 환경 속에서 자라서 그런가, 눈치가 빠른 게 마음에 드는 꼬맹이였다.


작가의말

수상할 정도로 화가 많은 주인공.

가정환경은 핑계고, 사실 애초에 성격부터가 반사회적인?

+아마도 이번주 주말이나 금요일 쯤 해서 1인칭으로 글을 수정 할 것 같습니다.

글을 읽어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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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2. 그는 진급이 기쁘지 않다. - 2 23.05.12 68 2 10쪽
4 2. 그는 진급이 기쁘지 않다. - 1 23.05.10 71 2 10쪽
3 1. 극단주의자들의 사랑을 받고있습니다. - 2 23.05.10 94 2 11쪽
2 1. 극단주의자들의 사랑을 받고있습니다. - 1 23.05.10 151 2 11쪽
1 0. 그는 근본이 없다. 23.05.10 176 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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