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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31님의 서재입니다.

황실기사가 사상을 숨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기하학
그림/삽화
기하학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8
최근연재일 :
2023.05.26 03:16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026
추천수 :
24
글자수 :
77,835

작성
23.05.18 02:36
조회
39
추천
2
글자
10쪽

5. 그는 실패하지 않는다. - 2

DUMMY

1.


연철이 덜덜 떨며 그보다 여섯, 여덟 발자국 앞서 나가는 소년을 죽이지 않은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어두컴컴한 하수구 통로.


앞서 나가던 고아 소년의 눈앞에 두건을 쓴 남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어두컴컴한 통로 탓에 아직은 연철을 눈치채지 못한 그.


“뭐냐. 네가 왜 여기 있지? 문지기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이런 애새끼한테 문이나 열.......”


그의 의문은 밝혀지지 않았다.


목과 머리를 동시에 관통한 칼날이 일격에 목숨을 앗아갔으니까.


확실히 익숙한 얼굴, 고아라는 배경, 거기다 아직은 어린 소년이란 특성은 방심을 유도하기 편하단 말이지.


괜히 그가 이 귀찮은 반동세력의 끄나풀을 살려서 이 지하까지 끌고 온 게 아니었다.


“저, 기사님. 이 조직 내부에는 진짜 위험한 흑마법사가 대기 하고 있는......”


“걱정마라. 내가 더 강하니까.”


너무 성의 없이 대답해서 일까, 꼬맹이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가 젊어서 일까, 녀석은 연철이 근거 없는 오만함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모양인 데 괜한 걱정이었다.


애초에 연철은 그 개 같은 백작가의 훈련을 통해 흑마법사를 포함한 모든 마법사들에 대한 경험을 쌓은 지 오래였다.


‘절대 잊을 수 없도록 고문을 곁들인 덕분에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난단 말이지.’


그렇기에 자신 있었고, ‘이시리스의 눈’이 아파올 정도로 삿된 기운이 뭉쳐 있는 하수구의 안쪽으로 향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마주치는 적들을 베고, 뇌를 관통해 마법진을 무력화 시킨다.


그렇게 두 자리 수가 넘는 적을 암살하며 내부를 진입하길 한참.


어느 순간부터 구더기처럼 들끓던 놈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문지기를 죽인지 시간이 꽤 지났다는 걸 생각하면, 아마 놈들이 침입자를 눈치 채고 대응에 나섰어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긴 했다.


‘이상한 건 그에 대한 대응이 수색이 아닌 도피라는 건데.’


백작의 대숙청 이후 바뀐 혁명 잔당들의 소극적인 태도를 생각하면 이상한 건 아니지만, 그건 점조직을 이끄는 상층부이야기고.


끄나풀들은 시간을 벌기 위해서 뭉쳐서 나타날 만한데.


하지만 어두컴컴한 하수구를 걷고 또 걸어도 우리 둘을 반기는 건 사각거리는 벌레의 움직임과 도저히 적응 할 수 없는 매캐한 구정물의 냄새.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저 멀리서 작은 체구의 로브를 뒤집어쓴 인영 하나가 나타난다.


“아, 선배님.”


그를 향해 인사를 하려는 꼬맹이. 처음에는 대답하는 것조차 벌벌 떨더니, 익숙해졌는지 이제는 자신이 먼저 말을 거는 게 참 대담한 놈이었다.


하긴, 꼬마의 태도를 보니 좋아서 이 조직에 가입한 게 아닌 것 같던데. 연철을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고 있을지도.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질문보다 빠르게 사출 된 보이지 않는 칼날이 상대의 숨통을 끊었으니까.


잘려나가는 목과 구멍 뚫린 머리.


안 그래도 어두운 데 로브를 뒤집어 쓴 탓에 확인이 어려웠지만, 터져 나오는 붉은 물결을 봤을 때 죽었다고 보는 게 맞으리라.


하지만 연철의 지배는 목표를 완수하고도 물러서지 않았다.


타오르듯 뜨거운 ‘눈’이 경고하고 있었으니까. 두건으로 가려진 진실에 대해서.


구정물 속으로 날아간 목과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무너지는 몸. 하나 몸의 움직임은 무언가 석연치 않았다. 저건 실이 끊어진 인형이라기 보단······.


멈칫.


“어?”


당혹감에 찬 꼬마와 쓰러지는 채로 멈춘, 부자연스럽게 정지한 목 없는 시체.


소름끼치는 기괴한 상황이었으나 연철의 시선은 그곳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가 바라본 곳은 시체가 아닌 오른쪽. 흘러가는 구정물-


솨아아-!


일순간, 검은 구정물이 폭발하며 사방을 덮친다.


구역질나는 파도에 가려지는 시야.


하나 그 역겨운 상황 속에서도 연철의 감정은 요동치지 않았다.


고문에 가까운 훈련을 통해 완성된 판단능력은 이정도론 흔들 수 없었기에, ‘눈’은 흔들림 없이 사방을 주시한다.


그렇기에 놓치지 않았다.


자신의 등 뒤에서 뻗어지는 검은 손아귀를.


그게 무엇인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기사들이 지배를 통해 칼날을 만들어 냈다면, 마법사들은 주어진 지배의 축복을 뒤틀어, 자신들 만의 기적을 빚어냈으니.


흑마법으로 만들어낸 저주의 손길.


그 삿된 기운에 눈이 반응한다.


눈을 통한 인식과 동시에 준비하고 있던 어깨와 팔의 근육이 폭발적으로 요동친다.


팔이 허리로 향하는 동시에 비틀어진 허리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몸이 한 지점에 온 힘을 집중시키니.


일순간 폭발하듯 검집에서 풀려나는 백은의 칼날.


탁한 구정물로도 숨길 수 없는 빛을 뿌리며 드러난 검이 주인을 향해 다가오는 부정한 접근을 베어낸다.


기습이 통하지 않았다는 걸 눈치 챘는지, 물결이 만들어낸 암영 속에서 다가오던 상대는 도망치려 했지만 사냥개는 한 번 물어뜯은 적을 놓치지 않기에.


뱀처럼 늘어진 검이 마법으로 만들어낸 가짜를 베어나간 끝에, 피와 살점으로 이루어진 진짜 목표를 베어낸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깔끔한 손맛.


평소에 열심히 칼날을 갈고 닦아서 그런지, 살덩이를 베어나는 칼날엔 일말의 저항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상대가 되질 않는 다는 걸 눈치 챈 건지, 도망치듯 저 멀리 물러나는 상대.


과연 무슨 카드를 준비 했기에 거리를 벌리나 궁금한 동시에 긴장했거늘.


“마법사. 신의 축복을 뒤틀어 기적을 만들어 내는 존재. 기적을 만들어 낸다더니, 이정도로 끝인 건가?”


이건 좀 실망인데.


어린 시절, 머릿속에 각인 된 공포 탓에 놈을 상대하기 위해 꽤 많은 준비를 했다.


그런데.


“도망치듯 물러나 놓고서 보여준다는 게 비장의 기술이 아니라, 되도 않는 인질극이라고?”


“으아아.......”


“흐흐흐. 기사님. 미안하지만 기사님이 생각하시는 옛 전설 속 대마법사들은 이미 다 사라진지 오래거든.”


그리고 실전에선 어설픈 대마법보다 비열한 한 방이 더 위협적이라며, 꼬마의 목을 부여잡은 채 연철을 바라보는 흑마법사의 꼴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주술이 실패한 반동인지, 아니면 그에게 팔 한쪽이 잘려나간 탓인지 핏물을 흘리는 흑마법사.


흑마법사라서 그런지 녀석의 외형은 추레하기 짝이 없었는데, 구정물을 속에서 나타난 덕분에 안 그래도 더러운 놈의 외형은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덜덜 떨리는 손으로 꼬마의 목을 붙잡은 채 연철을 바라보는 꼴이란.


“추하군. 너희 마법사들이 평생을 바쳐 만들어냈다는 경지도, 어설프기 짝이 없는 그 인질극도.”


마법사들은 모두 똑똑하다던데. 거짓말인 걸까.


“물론 기사님이 이 친구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건 알지만, 인간은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거든.”


단순하지 않긴 무슨.


꿈을 잊고 살던 그였더라도 여기선 주저 없이 저 꼬마와 흑마법사를 날려버렸을 테고, 황녀님의 말에 목표를 되찾은 지금의 그 역시 다른 판단을 내릴 이유가 없었다.


저런 애새끼 하나의 목숨이 무슨 대수란 말인가?


“그냥 뒈져.”


주저 없는 선택, 자비 없는 칼날이 놈과 인질을 향해 내리 찍힌다.


이에 흑마법사 역시도 한 치의 주저 없이 꼬마를 내던지며 몸을 가린다. 그 와중에 꼬마의 목 뒤로 저주의 파도를 내던지는 건 덤.


저주가 부딪힌 순간, 꼬마는 산산조각 나며 인육밖에 남지 않으리라.


하나 그런 미래는 찾아오지 않았다.


“!!”


모습을 드러낸 지배의 칼날이 뒤틀린 저주를 도려냈으니까.


같은 검은색이라도 격에 차이가 있다고 말하듯, 칼날이 저주를 분쇄한다.


어설픈 인질극이 성공해서 일까, 아니면 눈 앞의 기사가 정에 이끌려 자살을 선택했다고 생각한 걸까.


“흐흐흐!!”


연철의 빈틈을 향해 조준되는 흑마법사의 검붉은 주문.


맞는 순간 연철은 이 세상에서 하직하겠지. 맞는 다면 말이다.


“뭘, 쳐, 웃고, 지랄이야!”


사람이 어떻게 웃는 것조차 기분 나쁜 걸까.


똥내 나는 녀석의 입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기까진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연철에게 던져진 인질에 막혔다고 생각했던 칼날이 반원을 그리며 튕겨지듯 놈의 머리를 향했으니까.


그에 기겁하듯 준비하던 큰 주문을 다급히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흑마법사.


꼬마의 머리 위로, 지하에 떠오를 리 없는 달빛을 담은 검과 심연에서 빚어진 저주가 부딪힌다.


멍청한 선택이었다. 애초에 스스로 기사의 거리 안으로 접근 한 순간, 흑마법사에게 살 방법 따윈 존재하지 않았으니.


단순히 신에게 선물 받은 힘이 아닌, 피땀 흘려 쌓아올린 검이 마법을 분쇄한다.


“커헉!”


저주를 뭉개고 내리쳐진 검이 어깨부터 시작해 녀석의 더러운 몸을 절단한다.


혹시라도 자폭이라도 할까 싶어 경계했는데, 다행히 ‘눈’은 아무런 경고도 말하지 않았다.


아니, 잠깐.


“흐흐흐. 기사여. 강하구나. 어설픈 자비가 아닌, 강자의 여유란 말인가. 하! 상관없다. 어차피 이 목숨이 다한다 한들, 게임의 승리자는 내가 될 테니까.”


죽기 직전임에도 기분 나쁜 웃음을 버리지 않는 상대의 팔목 위로 묶여 있는 주술의 끈.


그 끈이 향하는 곳은 저 멀리, 그와 꼬마가 처음 출발했던 장소.


그 말은 즉.


“이 개 같은 범죄자 새끼들이 또.”


테러.


이 흑마법사는, 흑마법사와 손을 잡은 혁명 잔당은 무차별 적 테러를 준비하고 있었다.


황녀 전하께서 봉사 중인 고아원을 향해 더러운 흑마법을 동원해서.


작가의말

글을 읽어주신 독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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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30 CHEK
    작성일
    23.05.18 02:41
    No. 1

    다 읽어봤어요!
    욕하는 거 아니고 진심으로 노벨피아 가면 더 잘 먹힐 글 같아요(진짜로ㄹㅇ)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기하학
    작성일
    23.05.18 02:45
    No. 2

    사실, 노벨피아의 탑버지 돈 타먹다가 욕심 나서 문피아 기웃거렸는데......
    가끔 후회가 드는 것 같?기도?
    아무튼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독자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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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 그는 진급이 기쁘지 않다. - 1 23.05.10 71 2 10쪽
3 1. 극단주의자들의 사랑을 받고있습니다. - 2 23.05.10 94 2 11쪽
2 1. 극단주의자들의 사랑을 받고있습니다. - 1 23.05.10 152 2 11쪽
1 0. 그는 근본이 없다. 23.05.10 176 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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