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크리스P의 서재

출근길부터 시작하는 아포칼립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일반소설

크리스P
작품등록일 :
2023.05.10 22:42
최근연재일 :
2023.05.30 18:0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3,522
추천수 :
111
글자수 :
122,784

작성
23.05.16 18:00
조회
122
추천
4
글자
11쪽

역삼역(3)

DUMMY

부동산을 빠져나와 서혜원과 나는 맞은편 지하의 번영마트로, 진태와 원진환 선배는 아까 지나온 식당 골목 근처에 있는 킹마트로 향했다.


나와 서혜원은 사거리를 지나 마트 입구로 향했다.

마트 입구는 마치 비밀의 공간 같이 좁고 숨어 있어서 간판에 있는 화살표를 따라 오지 않으면 찾기가 쉽지 않다. 즉, 괴수의 습격에서 비교적 안전했다. 사람 한명만 겨우 들어가는 크기의 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지하에 도착해 번영마트 입구를 보니 철문이 멀쩡하게 남아 있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 나는 조용히 문을 열었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마트 입구로 들어서니 마트 진열대가 멀쩡하게 서 있었다. 다행이다. 나는 조용히 스마트폰을 들고 플래시를 켜, 마트 안을 천천히 살펴봤다. 아이스크림 냉장고 옆에 음료수와 생수가 있었다. 생수 몇 병을 집어 들고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오픈형 냉장고에는 신선식품이나 유제품이 있었다. 그때,


“누구야! 사람?”


소리가 나는 쪽으로 플래시를 비추며 대답했다.


“아, 여기 사장님 되십니까?”


플래시를 비춘 방향에는 약간 마른 중년의 남성이 있었다.


“그.. 그렇수다. 경찰이나 119인가?”


“아닙니다. 일단, 손님이라고 하죠. 물건 살 수 있을까요?”


마트 사장님은 한숨을 쉬더니 대답했다.


“세상이 이 난린데 무슨 장사요. 필요한 만큼 가져가쇼.”


나는 지갑을 꺼내 가진 현금 전부와 명함을 꺼내 건냈다. 현금은 대략 13만원 정도 있었다.


“아닙니다. 가진 돈은 이게 전부입니다. 금액보다 넘어가는 거 있으면, 나중에 이 번호로 연락주시면 변상하겠습니다.”


물론, 회사가 확정적으로 망해버린 시점에서 나스닥이 멀쩡해야 변상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뒤에서 서혜원도 명함과 돈을 꺼내 건낸다. 5만원권 한 장이 었다.


“저한테, 연락하셔도 되요.”


사장님은 망설이다 우리가 내민 명함과 돈을 받아들고는 말했다.


“용캐 살아남으셨소. 그래도 죽기 전에 사람 얼굴 보니 반갑네 그려.”


“운이 좋았습니다. 사장님도 저희와 함께 가는건 어떻겠습니까?”


사장님은 절래절래 고개를 흔들더니 대답했다.


“나는 처자식도 해외 나가 있어서 지금당장 달리 갈 곳도 여기 뿐이고, 자네들 맹키로 젊지 않아서 느리고 겁도 많아가 여기 있는 거시가 나을거 같수다.”


그러더니 몸을 돌려 가방을 두 개 꺼내더니 나에게 건냈다.


“내가 쓰던 건디, 봉다리에 들고 다니는 것보다는 이거시 나을 거요.”


“감사합니다.”


“저짝에 베터리랑 칼도 좀 있으니까 꺼내가고 버너랑 부탄가스도 좀 챙겨 드려?“


인간 라이터가 여기 있어서 말입니다.


“버너는 괜찮고 먹을거랑 마실거하고 손전등이랑 베터리, 공구 좀 챙겨가겠습니다.”


“허허, 많이도 챙겨가는 구만, 나도 먹고 살 건 있어야 항께. 좀만 남겨두고 가지고 갈 수 있는 만큼 가져가쇼.”


나는 서혜원에게 가방 하나를 건내며 말했다.


“혜원아 통조림하고 봉지라면 위주로 챙겨, 컵라면은 부피가 커서 빼고.”


“네.”


서혜원은 스마트폰을 꺼내 플래시를 켰다. 한참 긴장한 자세로 식료품 코너로 토끼마냥 총총총 걸어갔다.

나는 공구 코너로 가서 진태가 말한 것을 챙겼다. 니퍼와 몽키스패너, 망치를 집어 들었다. 작은 다목적 나이프를 주머니에 두자루 정도 넣었다. 그 중 하나는 나침반도 되는 모델이었다. 로프는 별도로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청테이프, 베터리 여러개와 손전등 몇 개를 집어들고 서혜원이 있는 식품 코너로 향했다.

서혜원은 플래시를 비추며 통조림을 고르고 있었다. 다가가 가방 안을 살펴보니 라면번들 몇 개와 참치캔이나 스팸, 골뱅이 캔 있었다. 나는 골뱅이 캔을 빼면서 말했다.


“혜원아 액채가 많은 골뱅이 캔은 안 챙기는게 나아.”


“아..”


“통조림은 안그래도 무겁기 때문에 액채 있는 건 될 수 있는한, 안고르는게 낫지. 선택의 여지가 없으면 몰라도 지금처럼 풍족한 상황에서는 아, 참치캔은 기름이라 임시 버너로 사용가능하니까 그건 예외.”


“죄송해요.”


“죄송하라고 한말은 아니고 알려주는거야. 우리 당분간은 이런 상황에서 살아야 하잖아.”


서혜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스팸을 여러개 챙겨 가방에 넣었다.

나가든 가방을 열어보니, 검은색 에코백이 들어있었다. 그 에코백을 꺼내 어깨에 살짝 걸쳤다. 그리고는 반대편 코너에서 초콜렛과 초코바를 찾아 넣었다. 이동 중에 끼니를 때울 때는 초콜렛이 최고이다. 그리고 마이X나 밀X카라멜도 한움큼 집어서 가방에 넣었다. 군필자의 행군경험에서 우러나온 간식을 여기저기 챙기며 다음 코너로 이동했다. 의료용 밴드, 소독약도 있어서 가방에 넣었다. 플래시를 비춰 이리저리 살펴보니 진태가 주문한 바세린도 보여, 가방 앞주머니에 알뜰히 챙겨 넣었다. 생수 2L짜리 세병을 어떻게든 넣고 나니 가방이 빵빵해져 더 이상 물품이 들어가지 않는다.


내 가방을 잠시 내려놓고 서혜원을 도왔다. 나의 조언을 듣고 나름대로 열심히 고르고 골랐는지 물기가 있는 황도나 꽁치, 골뱅이, 옥수수캔 같은 통조림은 전혀 없었다.


그녀에게 마음속으로 합격목걸이를 걸며, 물을 2L 생수를 3통 정도 어떻게든 넣었다.

서혜원의 가방이 내 가방과 거의 같은 크기로 부풀어 올랐다.

나는 서혜원을 불러 검은 에코백을 내밀었다.


“혜원아.”


“네, 대리님.”


“여기다 위생용품 챙겨. 가방은 아무래도 공용물품이잖아.”


여성들은 남성보다 챙겨야할 몇 가지 물품들이 더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 일행 구성이 남자쪽이 많다보니 따로 안보이게 챙겨야할 짐도 있을 것이다.

서혜원은 순간 쭈뼛쭈뼛하다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서혜원이 잠시 다른코너로 이동하고

나는 가방 두 개를 점검했다.

아직, 물병을 꽂는 곳이 비어서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을 들러 그 공간에 약품을 챙기면 될 것 같았다.


잠시후, 서혜원이 돌아오자 가방 하나를 건냈다. 이거 혜원이가 들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으나. 서혜원은 씩씩하게 가방을 매더니 가볍게 점프를 하며 말했다.


“아까 마석을 흡수했더니 힘이 세진거 같아요.”


뽀빠이 자세를 취하는 서혜원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고 나도 가방을 맸다.

준비가 끝난 우리는 잠시 계산대로 갔다.

가게 사장님은 계산대 뒤에 의자에 앉아 가게 문틈 사이로 살짝 세어 나오는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희 가보겠습니다. 진짜, 혼자 계서도 괜찮으시겠어요?”

가게 사장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서 가소. 나는 괜찮다니까. 그나저나 미국소식은 좀 어디 들은 것 없수?”


아, 아까 아내분과 자녀분이 해외 나가 있다고 하시더니 미국이 였나 보다. 사실 내가 제일 궁금한 것도 미국의 소식이었다. 나도 마음의 자식이 미국에 있으니 우리는 사해에서 만난 동포나 다름없지 않을까?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에 전화나 데이터가 안돼서 당장 한국도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몰라요.”


미국은 안전해야 합니다. 반드시.

사랑합니다. 나스닥, 아이 러브 아메리카.

가게 사장님은 씁쓸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려, 조심들 하시구. 꼭 살아서 다시 봅시다잉.”


“사장님도 조심하세요.”


우리는 뒤를 돌아 문밖으로 나갔다. 재난 속에서 사람들은 여러 선택을 한다. 이대로 두면 죽을 것을 뻔히 알지만 사장님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한다. 일단, 나부터 여유가 없다. 지금 일행 네명도 벅차다. 그리고, 친절하신 사장님의 얼굴의 한상수의 얼굴이 스치는 것은 내가 예민한 탓이 었을까? 이제 원래 알던 사람이 아니면 믿을 수 없게 되어 버린지도 모르겠다.


나와 서혜원은 계단을 조용히 빠져나와 주변을 살폈다. 괴수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번영마트기준 한블럭 정도 대각선 위쪽에 보이는 에잇일레븐 편의점으로 조심히 발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건물 외벽들을 따라 이동하다보니 엉망진창으로 깨진 편의점 유리벽이 보였다. 조심히 다가가 편의점 내부를 바라보니 이미 몇 명 남성들이 편의점 내부에서 물건을 줍고 있었다. 진태 말대로 생존자들이 물자를 챙기기 위해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 듯 하다.


나는 조용히 깨진문을 밀어서 열고 편의점 내부로 들어갔다.


딸랑딸랑 소리가 나며 문이 열리자

물건을 줍던 남성들이 나와 서혜원을 바라봤다.

남성들은 한무리인 듯 한꺼번에 일어나더니 우리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가까이서 보니 모두 20~30대의 남성이었다. 키가 크고 홀쭉한 사람이 1명, 나와 비슷한

키에 몹시 뚱뚱한사람 2명, 통통한 체형의 사람 1명, 키가 작고 마른사람이 1명 총 5명이었다. 그들은 각목과 식칼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중 키가 작고 마른 사람이 대장 격인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어이, 형씨 여기 물건은 다 우리 꺼야. 꺼져.”

아니, 지들도 지금 절도하면서 뭔 소유권이나 구역을 따지나 싶어 말을 쏘아 붙이려고 했으나.

서혜원이 먼저 말을 했다.


“그 쪽도 계산하고 가져가시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저희도 저희 필요한 것만 챙겨 갈게요.”


혜원이가 묘하게 적극적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혜원의 말을 이었다.


“해열제 몇 개만 가져가면됩니다. 긴급 상황이니 조금만 이해해 주시죠.”


5명의 남자들은 서로를 눈빛을 교환하더니 우리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렇게는 못하지.”

“X발, 누구 맘대로 가져간다 만다야.”

“X발X이 돌았나?”


그들의 말에 나는 두 손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


“진정들 하시고, 그럼 저희는 다른데 갈태니까 편히 일들 보세요.”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나의 말에 대답했다.


“등짐보니까 어디하나 쓸어왔나본데. 내려놓고 가지? 어차피 그쪽도 훔친 물건일거 아냐.”


아니요. 돈주고 산건데요. 마트 사장님한테 가진 전재산 다 드리고 사온 물건입니다만.

내가 난감한 마음에 한숨을 쉬며 대답하려는 찰나.


“아니지 아가씨도 남아봐”

“X발 X나 이쁘네.”

“야! 함줘라.”


우리를 둘러싼 남자들이 외설적인 손짓을 하거나 아랫입술을 혀로 차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서혜원을 희롱하기 시작했다.

그 행동이 그렇게 즐거운지 서로 엄청나게 낄낄 거린다.


선을 넘는다.

재난상황에서는 같은 인간도 위험요소이다. 특히, 법과 질서가 없는 세계에서는 힘이 곳 권력이고 일반적인 경우 인간의 신체능력이 가장 좋은 범주인 1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까지의 젊은 남성들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나도 남성이지만 그 무렵 남성들 중 극히 일부는 성욕이 뇌를 지배하는 부류가 있다.

옆을 돌아보니 서혜원이 주먹을 쥐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몸이 가늘게 떨리는걸 보니 자신을 희롱하는 이 상황에 겁이 난 듯하다.


나는 차오르는 분노에 주먹을 쥐었다. 하지만, 이내 차분히 감정을 가라앉히고 혹시 모를 돌발 상황을 대비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50 취향존중
    작성일
    23.05.16 18:46
    No. 1

    4명뿐이 안 되는데 굳이 둘씩 찢을 이유가 있었나 싶네요

    찬성: 3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 크리스P
    작성일
    23.05.16 21:43
    No. 2

    우선 관심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팀으로 쪼갠건 편의점 씬을 위한 장치였습니다^^
    소중한 피드백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2 다위
    작성일
    23.05.30 19:10
    No. 3

    꼭 여캐넣어서... 꼭 이런전개넣고...여자는 달달떨고
    주인공분노하고...이런건 아포칼립스작품마다 다
    비슷비슷하긴하네여.. 어쩔수없이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출근길부터 시작하는 아포칼립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모텔(3) +3 23.05.30 83 7 12쪽
22 모텔(2) +3 23.05.26 75 5 11쪽
21 모텔(1) +1 23.05.25 78 5 11쪽
20 구출(3) 23.05.24 73 4 11쪽
19 구출(2) 23.05.23 78 4 12쪽
18 구출(1) 23.05.22 83 5 11쪽
17 탈출(2) 23.05.21 92 6 12쪽
16 탈출(1) +2 23.05.20 101 2 13쪽
15 멸망한 도시의 밤(2) +1 23.05.19 108 4 12쪽
14 멸망한 도시의 밤(1) +3 23.05.18 117 3 11쪽
13 역삼역(4) 23.05.17 115 6 11쪽
» 역삼역(3) +3 23.05.16 123 4 11쪽
11 역삼역(2) 23.05.15 127 7 12쪽
10 역삼역(1) +4 23.05.14 149 5 12쪽
9 재회(2) +2 23.05.13 142 3 12쪽
8 재회(1) +1 23.05.12 153 5 13쪽
7 각성(3) +2 23.05.11 195 6 13쪽
6 각성(2) 23.05.11 204 5 12쪽
5 각성(1) +1 23.05.10 221 5 13쪽
4 엘리베이터(2) 23.05.10 209 4 12쪽
3 엘리베이터(1) +2 23.05.10 229 2 13쪽
2 출근길 23.05.10 263 4 11쪽
1 새벽 23.05.10 438 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