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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재미있고 필력좋게 쓰고싶은 판소꿀잼 입니다...ㅎ

용사님 저를 죽여주세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판소꿀잼
작품등록일 :
2020.06.26 11:32
최근연재일 :
2020.08.04 22:01
연재수 :
7 회
조회수 :
306
추천수 :
5
글자수 :
27,289

작성
20.07.24 17:25
조회
28
추천
0
글자
10쪽

하늘로 뻗은 손은 결국 잡혔다.

DUMMY

"오랜만에 뵙네요.“


1대 용사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여신과 친하지 않다.

굳이 말하자면 오히려 싫어한다는 것이 맞을 정도로.

셀리나의 몸을 통해 나에게 이야기하는 여신을 보니 기분이 그다지 좋지는 않지만 상처는 치료해야 하기에 여신의 말에 따라서 행동했다.


"성검을 나에게 주고 저 자리에 누워라.“


나는 여신의 말대로 성검을 여신에게 쥐여주고 책상 위에 올라가 누웠다.


"엘의 이름으로 이 자리에서 너를 치료하리라.“


성스럽고 따뜻한 빛이 나의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항상 아팠던 부분이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진다.


“그럼 이제 어느 정...”


나와 눈을 마주친 셀리나의 몸을 쓰고 있는 여신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 이게 왜...“


그녀는 나를 치료하느라 얼굴을 가릴 수 없었기 때문에 구분할 수 있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나 얼굴만큼은 무표정이다.

그렇다는 건.


"아무래도 셀리나가 눈물이 날 정도 안심한 것 같구나. 너무 크게 신경 쓰지 마라.“


셀리나의 얼굴이 무표정인 상태에서 떨어지는 눈물은 처음 본 나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다시는 이런 거 시키지 않도록 간부와 싸울 때 중상만큼은 피해야겠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괜찮은가?“


여신이 치료해서 그런지 아픈 곳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상쾌할 정도이다.


"네 이제 괜찮습니다.“


여신은 셀리나의 몸으로 얼굴을 가까이 데고는 나에게 말했다.


"나도 너랑 더 이야기하고 싶지만 셀리나가 빨리 너와 이야기하고 싶은 것 같으니 이만 물러가 주도록 하마.“


이런 것에 내가 고마워 할 줄 알았으면 잘 생각한 것이다.

여신이 떠나갔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인지 순식간에 내 몸에 있던 빛들과 주변을 더욱 환하게 비추던 빛들이 모두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다리에 힘이 풀려서 쓰러지는 셀리나를 잡아 부축해줬다.


"아까 울었는데 괜찮은 거야?“

"그거야...네가 진짜 죽을뻔했으니까 그런 거잖아...“


셀리나는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훌쩍거리며 나를 때렸다.

이제까지 죽을뻔한 경험은 차고도 넘쳐서 정말 큰 사건 말고는 잊어버렸지만 그런 상황들을 어떻게 이겨냈는지는 몸이 기억하고 있다.

나는 아프지도 않은 조그만 주먹으로 때리는 셀리나를 안아주며 말했다.


"미안, 빨리 끝낼게.“


셀리나는 그런 나의 대답을 듣고 더 때리기 시작했다.


"어째서 살아서 돌아온다고 해주지 않는 건데! 마왕을 죽인 후에 너도 살아서 돌아와야 할 거 아니야!“


그녀의 울분 가득 찬 말에 나는 더 대답해줄 수가 없었다.

나태의 간부도 겨우 이겼다. 만약 거기에 프리아가 없었다면 이미 죽어있을 것이 뻔하다.

남은 간부들과 마왕까지 합한다면 일곱.

나태의 간부와 싸울 때는 1대 1이었지만 그들이 한 번에 몰려온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이곳으로 침공해온다면?

여신이 나선다고 하더라도 승산은 희박한 것이 현실일 것이다.


"그래 돌아올게“


그녀는 흘린 눈물을 닦으며 나를 바라봤다.


"꼭?“


"그래. 꼭.“


이제 정신을 차린 것인지 갑자기 귀가 빨개지면서 나에게서 빠르게 도망친 후 말했다.


"아, 알겠으니까 방에서 쉬고 있어. 해야 할 게 생기면 내가 갈게.“


나는 뒤돌아 부끄러워하는 그녀를 마지막으로 보고 밖으로 나갔다.


"아저씨? 셀리나님이 눈물을 흘리시는 소리를 들었는데 설마 그런 풀읍...“


나는 대수롭지 않게 프리아의 입을 막아버리고는 방으로 향했다.

가는 와중에도 셀리나에 관한 생각은 끊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의문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셀리나는 이제까지 나에게 형식적인 태도를 고수해왔다. 방금 봤던 행동들은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꼴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제 포도주를 먹고 나에게 이야기한 것 때문인지 다른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행동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나는 내가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으니까.


"푸하!... 아저씨! 이제 저까지 죽이려고 작정하셨어요? 막았으면 풀어야죠!“

"미안.“


거칠게 숨을 내쉬는 프리아를 보고 사과를 했다.

프리아는 한심하다는 말을 담고 있는 한숨을 내쉬며 나에게 말했다.


"아저씨. 잡념에는 뭐가 최고다?“

"밥 먹는 거?“

"대련이잖아요! 아저씨가 항상 하던 말인데! 설마 저랑 하기 싫어요?“


프리아는 내가 고의로 오답을 말한 것을 알고 대련장으로 끌고 갔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끌려가 주었지만.


"델! 여기!“

"그 녀석은 왜 부르냐?“

"그래도 아저씨가 얼마나 강한지는 알고 있어야 나중에 암살할 때 편할 거 아니에요.“

"결국 암살을 시키겠다는 거구만?“


프리아는 내가 한 이야기를 흘려듣고서는 델을 불렀다.

델은 프리아가 부탁했기 때문에 특별히 봐준다며 그늘진 나무 근처에 앉았다.


"그럼 뒤돌고 제가 카운트를!“


쳉!


"이거 반칙 아니냐?“

"말로 센다고는 한 적 없는데요?“


어처구니없는 말장난이지만 애초에 대련을 시작하는 이유 자체가 나를 위한 그녀의 배려이니 딱히 트집을 잡지는 않았다.

사실은 그럴 필요도 없다.


"프리아? 쌍검술 다시 배워야 하는 거 아니야?“


프리아가 들고 있던 단검 중 하나는 내가 휘두른 칼에 맞고는 땅에 처박혔다.


"죄송하지 않지만 아저씨가 가르쳐준 쌍검술보다 제가 터득한 쌍검술이 더 쓸모 있거든요?“


쌍검술은 가벼운 속공으로 적의 체력을 빼두고 그동안 확인한 약점을 공략하는 검술이다.

솔직히 내가 알고 있는 검술 중에서 이만큼 성가신 검술은 없었다.

그녀는 순식간의 땅의 박힌 단검을 빼고 속공으로 반격하기 시작했다.


"아저씨 칼은 성검도 아닌 일반 칼인데 왜 이렇게 잘 버티는 거죠?“

"그녀가 쓰던 칼이니까 이럴 수밖에 없지.“

"그...녀?“


지금만 해도 델이 보기에는 전력을 다해서 싸우는 것 같겠지만 중간중간 약점을 공격하려는 상황을 제외하면 상대가 힘들지 않도록 정당히 하는 대련이었다.

하지만 나의 말을 듣고 나서 발끈한 프리아는 전과는 차원이 다른 속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저 말고 따른 여자가 있던 겁니까?!“


그런 말을 들은 나는 어이없는 헛웃음을 하며 대답해주었다.


"너는 애초에 그녀에 들어가지 않는다만?“


프리아는 나의 말을 듣자마자 온몸에 힘을 풀어버렸다.

그 때문에 막을 줄 알고 찌르려던 검을 손으로 막았다.


"너 미쳤어? 나랑 대련하는 거잖아! 그렇게 하다 잘못하면 죽는다고!“

"죽는 건 제 마음인데 아저씨가 무슨 상관이죠?!“


나는 피가 흐르고 있는 왼손 대신 오른손으로 프리아의 머리를 세게 때려주었다.


"다음부터는 그런 위험한 짓 하지 마라.“

"아직도 저를 애 취급하시는 건가요! 그런 건 이제 질렸다고요!“

"야!“


프리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 쪽을 향해 뛰어갔다.

나는 프리아를 따라잡는 그것보다는 프리아가 떨어트린 단검을 가지고 돌아가는 것을 택했다.


"아저씨. 저 정도 좋아하면 받아주는 게 정상 아!“

"존댓말 하라고 했지?“

"예에...“


사실 이렇게 되면 알 수밖에 없다.

프리아와 만난 이후로 3년.

지금 생각해보니 많은 시간이 흘렀다.

나를 왜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턴가 노골적으로 나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나는 받아주지 않았고 이제는 항상 하는 말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대체 왜 고백을 안 받아주신 거예요?“


고백을 안 받아주는 이유? 당연하다.

내가 다시 못 돌아온다면 그만큼 더 큰 고통은 없을 거니까.


"용사님? 듣고 있어요? 저기요?“

"너는 안 들어도 되는 거니까 연습이나 하자. 이번에 내가 봐줄게.“


일단 델을 훈련하고 나머지를 생각하려는 때에 멀리서 나를 찾는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왜 그러는데?“

"요, 용사님 성녀님이 숲에서 마물 무리가 몰려오고 있다고 하셔서 지금 당장 출전 준비를 하라고...“

"이 녀석 부탁한다.“

"요, 용사님? 어디 가세요!“



--



"왜 나는 안 받아주시는 거지?“


사실 그가 나를 받아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짐작가는 부분은 너무 많다.

일단 처음 만남부터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때 나는 팔려나가는 노예였고 그들과 그는 용사였으니까.

그리고.

거기서 살아남은 것은 나와 용사뿐이니까.

나를 안 받아주는 이유는 솔직히 이것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그래도... 내가 잘못한 것 없잖아...“


내가 그들은 죽였나? 아니다.

내가 마물들을 유인했나? 아니다.


하지만 그가 나를 볼 때는 항상 슬픈 눈빛을 하고 있었다.

아마 죽은 동료들이 기억나서겠지.


"나는 잘못한 거 하나 없는데! 그냥 좋아한다는 순수한 마음뿐이라고!“


이 세계는 무언가 잘못된 게 확실하다.

순수한 마음으로는 되는 게 없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봤자 그것에 대한 합당한 결과마저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다면.

그가 나를 보고 고통스럽지 않도록.


"차라리 도망을 치는...“


"그르르르르...“


나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본능적으로 바닥을 굴러 풀숲 뒤로 숨었다.

방금 소리를 낸 것은 짐승형 마물.

다른 녀석들이 몰려오기 전에 빨리 처리하고 가야...


'단검이 없다!'


상황이 매우 안 좋게 돌아간다.

주변에는 단검 대용으로 쓸만한 나뭇가지도 없을뿐더러 저 녀석은 냄새를 잘 맡기 때문에 곧 나를 찾을 것이 분명했다.

아마 곧 다른 마수들도 몰려올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내가 죽는 것으로 그가 그만 슬퍼할 수 있다면.

나는 죽을 수 있다.


"들어와라 마물 놈들!“


짐승처럼 생겼지만 더 거대한 막연들은 내 소리를 듣자마자 나에게 뛰어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깨달았다.


"뭐하냐?“


나는 또다시 그에게 구해지고 싶다는 것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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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중단 및 후기 20.08.06 46 0 -
7 희망속에는 절망이 있다. 20.08.04 24 0 7쪽
6 과거를 모두 잊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20.07.31 22 0 11쪽
» 하늘로 뻗은 손은 결국 잡혔다. 20.07.24 29 0 10쪽
4 각자의 사정은 서로를 복잡하게 만든다. 20.07.23 27 0 11쪽
3 이상이란 말 그대로 이상일뿐이다. 20.07.21 36 1 11쪽
2 N극과 S극 20.07.20 73 2 10쪽
1 프롤로그 20.07.16 89 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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