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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듀글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의 스승은 마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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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듀글
작품등록일 :
2024.05.16 15:51
최근연재일 :
2024.08.14 21:31
연재수 :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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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2
추천수 :
5
글자수 :
334,794

작성
24.05.3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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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4. 드라코니-4

DUMMY

붉은 머리칼과 불꽃을 연상시키는 눈동자.

그러한 외형으로 노아는 어릴 적부터 그녀를 자신도 모르게 ‘불의 마녀’라며 부르곤 했다.


“엄마?”

“우리 딸. 오랜만이네.”


노아와 카일린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얼굴.

그녀의 단 하나뿐인 어머니, 이리스 부인이었다.


“왜 여기서 나와요?”

“그럼 내가 어디서 나오니? 딸이야말로 무슨 일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도망가고 있었을까?”


재밌는 일을 목격한 사람처럼 흥에 겨운 표정을 한 이리스 부인은 세 사람을 안으로 들였다.

익숙하게 쿠키와 음료를 테이블에 준비하기 시작했다.


“앉아서 쉬렴. 오랜만이야. 노아. 많이 성숙해졌구나. 못 알아봤어.”

“부인은 하나도 늙지 않으셨습니다.”

“그래? 고마워. 호호.”


그녀는 말과 다르게 눈에서 불이라도 나올 기세로 강하게 째려보고 있었다.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는 이유를 안다는 듯한 식은땀이 용사의 이마에 조금씩 흘러갔다.


“린, 멀쩡히 돌아와 줘서 고마워.”

“내가 누구 자식인데.”


언제 그를 째려보았다는 듯이 따뜻한 미소로 카일린에게 말했다.

사실 이리스가 노아를 살갑게 쳐다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어린 나이에 모험을 떠나겠다는 카일린과 그것을 극심하게 반대하는 부모의 입장인 그녀 사이에서 자주 다툼이 있었다.

어린 그녀가 모험을 원하게 된 계기가 다름이 아닌 노아였기 때문이다.


물론, 방금의 따가운 눈빛을 포함해서 진심으로 그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집이 많이 넓어지셨네요.”

“응. 사실, 난 더 작아도 되는데 이카루스가 꼭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면서 억지를 부려서 말이야.”

“그러고 보니 걔는 어딨어?”


이리스 부인의 아들이자 카일린의 하나뿐인 남동생인 이카루스.


“요즘 많이 바빠. 작년에 관리자가 되었거든.”

“엥? 관리자? 이카루스가?”



예전부터 사고 치기만 하면서 어딘가의 리더가 되는 것은 질색하던 녀석이다.


“믿기지가 않네.”

“그치? 엄마도 그래. 철이 든 건지, 열심히 살더라고.”

“잠깐, 작년이라고 하셨나요?”

“왜 그래요?”


노아는 쿠키를 와작와작 먹으며 부인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그러자, 잊고 있었던 사실 하나가 떠오르게 되었다.


‘드라코니 폐기 사건.’


저번 생의 노아가 마신 비르삭스를 물리치고 한참 영웅 대접을 받으며 지내던 때였다.

그가 고향인 드라코니로 돌아가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 수밖에 없던 이유이기도 했다.


정거장에 ‘패들’이라 불리는 환각 약물이 대량으로 검출되면서 동시에 주민 전원이 한 명도 빠짐없이 그 약물에 중독 상태인 것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드라코니는 봉쇄 상태에 이르렀다.

그렇게 사라지진 않았으나, 이후의 소식은 모두 끊기면서 어떻게 되었는지는 당사자만이 알 것이다.


그 사건이 세상에 나타나는 것은 지금으로부터 몇 년 뒤의 일이지만, 중독 사건에 전말은 바로 현재를 기준으로 작년에 시작되었다고 판결이 났었다.



“이카루스를 얼른 만나야 해.”


녀석의 성격이라면 충분히 패들을 들여오고도 남았겠지.


“왜, 걔가 또 무슨 사고라도 쳤니? 요즘은 열심히 일만 하는 아인데.”

“큰일은 아닙니다.”


섣불리 나설 상황이 아니었기에 어찌해야 할 지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근데, 저희 이러다 정말 범죄자 취급받는 거 아니에요?”

“그거라면 괜찮아. 오해받는 입장을 역이용해서 다가가면 되니까.”

“저기... 내가 도와줄 일은 없을까?”


용사는 하나의 방법을 떠올렸다.

그와 동시에 이리스 부인이 그들을 딱하게 느낀 것인지 조심스럽게 도와주고픈 의사를 표현했다.


“그렇다면 제일 중요한 시작 부분을 맡아주십시오.”

“내가?”


노아는 부인의 말에 씨익하고 입꼬리가 올라간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리스는 툭 던진 말에 중요한 일이 되어버리자, 부담스럽다는 듯한 몸짓을 했다.


용사는 테이블의 가운데로 머리를 가까이 대었다.

나머지 사람들도 귀를 기울이기 위해 의자를 당겨 가까이 다가갔다.




“정말 카일린 언니 혼자서 괜찮을까요?”

“...위험하진 않을 거야.”


바로 작전을 수행하기에는 늦은 시간이었기에 이리스 부인의 동의로 저택에서 시간을 조금 보냈다.

휴식을 취하다 최대한 사람이 다니지 않을 이른 새벽 시간대에 서하늘과 노아는 부인의 집을 나섰다.


“그래서, 저희는 뭘 하러 가는 건데요?”

“...너 내 설명 안 들었지.”

“그...그렇게 긴 내용을 어떻게 다 기억해요!!”


두 사람은 저택에 남은 이리스 부인과 카일린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용사가 무엇을 하러 가는지도 모르는 채로 무작정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


“이카루스는 그녀한테 맡기고, 우리는 이카루스의 계획을 방해하러 가는 거야.”

“무슨 계획인 줄 알고요?”

“그냥 조용히 따라오기나 해.”


귀에 따박따박 꽂혀오는 서하늘의 질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상황에 용사는 자신도 모르게 조금 언성을 높였다.



“설마 저 공장으로 가는 거에요?”

“맞아, 여기야.”


두 사람은 얼마 전에 그가 몰래 잠입했었던 포그피쉬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이스카리온. 있으면 나와.”

“내 이름을 기억해 주다니, 영광인걸.”

“뭐야? 사람??”


용사가 갑자기 아무도 없는 공장 입구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억양의 목소리로 소리를 쳤다.


“역시나 우리 형씨도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포그피쉬가 수상해 보이지??”

“아니, 수상한 것이 아니라 이미 확신했어.”




하루 전.


“됐어. 용건이 뭐야.”

“형씨, ‘패들’이라는 물건을 알아?”

“패들....”


이스카리온은 그에게 의미심장한 미소로 얼굴을 내밀며 기분 나쁘게 웃었다.

노아는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단어에 기억을 잠깐 되새겼다.


“반응을 보니까 아는 모양이네? 복용 중이야?”

“...그런 쓰레기를 왜 복용해.”

“호오. 거짓말처럼 보이진 않네.”


그는 용사를 보며 팔뚝에 주사를 놓는 몸짓을 하면서 노아를 슬그머니 떠보는 눈치였다.


“그래서, 안은 어땠어. 얼른 말해줘.”

“...별거 없었어. 지극히 평범한 공장이야. 하나만 빼고 말이지.”

“하나만 빼고? 그 하나가 뭐였는지를 얘기해 줘야지, 그럼.”


이스카리온은 호기심이 한층 짙어진 눈동자로 더 가까이 다가왔다.


“굳게 닫힌 X자 문양의 문이 하나 있었어. 안을 들여다볼 수도 없었고.”

“호오, 그럼 거긴가.”

“거기라니?”


그는 흥미롭다는 듯이 턱을 쓸어내리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그걸 알아? 저 공장에 근무하는 인원은 오백 명 정도라는 걸.”

“물론 알지. 식스테의 9할이 여기서 일한다고 들었으니까.”


이스카리온은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는 아이의 표정으로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하지만, 형씨가 본 공장의 근무자는 오백이 넘었어?”

“...절반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지.”

“그렇다면 나머지는 어디에 가버린 걸까?”


멍한 모습의 용사를 두고 만족스럽다는 듯이 손을 흔들며 자리를 유유히 떠났다.




돌아와서.


“나를 다시 찾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어. 그것도 이 꼭두새벽에 말이야.”

“나도 마찬가지야.”


노아의 부름으로 머리에 나뭇잎이 붙은 줄도 모르는 채로 뭉그적거리며 귀찮다는 표정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패들을 없애는 걸 도와달라는 거지?”

“헉, 어떻게 알았어요?”


무슨 일을 도와달라고 말하지도 않았음에도 불러낸 이유를 단번에 맞춘 그를 보고서 서하늘은 조금 놀란 반응이었다.


“뻔하지, 저 형씨랑 나눈 얘기라고는 약 얘기뿐이었으니까. 계획은 있어?”

“아니, 일단 들어간다.”

“큭, 재밌는 사람이네. 마음에 들어.”


계획도 없이 자신을 불러냈다는 사실에 이스카리온은 코웃음을 치며 무릎을 쳤다.



“형씨가 봤다면 더 잘 알겠지만, 아마 패들을 생산하는 곳은 지하나 위층에 숨겨져 있을 거야.”

“아마 지하겠지.”


드라코니는 일반적인 땅이 아니라 무수한 철판과 철제로 이루어진 거대한 정거장이다.

한 층의 바닥 두께가 건물 3층 정도라지만, 함부로 지하를 파냈다간 드라코니 전체가 무너질 위험이 생겨난다.


하지만, 이카루스라면 그런 걸 신경 쓸 녀석이 아니었다.


“그럼 들어가지.”

“좋아, 좋아.”


보안 요원과 공장의 근무자들이 이곳에 출근하게 되면 곤란해지기에 서두르기로 했다.



“정말 완벽하게 잠겼군.”

“부수면 그만이야.”


콰득.


단단히 잠긴 철문을 향해 망설임 없이 발길질을 힘껏 날렸다.

굳게 잠겼던 자물쇠와 잠금장치도 그의 공격에 허무하게 끊어져 나갔다.


“무단 침입자 발견. 즉시 제거.”

“뭐야? 저게.”


문을 부수자, 경보음과 동시에 뒤에서 사람 형태의 기계가 다가왔다.

붉은 눈을 하고서 팔에는 손 대신 톱과 미사일이 장착된 녀석이었다.


“귀찮게 됬네.”

“빠르게 진행한다.”


노아는 가차 없이 프라가라흐를 뽑아 한 녀석당 한 번의 공격으로 순식간에 정리가 끝이 났다.


“오호, 엄청 강한데? 나설 일이 없어서 좋군.”


이스카리온은 자신이 나서지 않았다는 점에 좋아하며 문 너머로 걸음을 옮겼다.


“침입자는 무조건 제거한다. 제거한다.”

“뭐야? 다른 녀석이잖아?”


기계가 쓰러지자, 가오리 모양을 하고서 날아다니는 다른 기계가 소리를 내며 날아왔다.


“하, 찌그러져라.”

“호오, 보통이 아니었잖아??”


용사는 몰래 들어가긴 글렀다는 표정으로 녀석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캔이 구겨지듯 기계들이 하나같이 일그러지면서 바닥으로 내팽개쳐지는 모습이었다.


“절대, 절대, 절대로 제거한다.”

“저건 너무 크잖아?”


역시나 다음 기계가 나타났다.

덩치가 거대해 천장에 머리가 닿을듯한 녀석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바보 같긴, 문 너머도 들어오지 못할 거야. 무시하고 들어가자.”

“좋아요! 얼른.”


덩치가 너무 큰 바람에 기계를 무시하고 세 사람은 안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역시 지하군.”

“이카루스, 이 녀석.”


문과 이어진 통로를 계속 나아가자, 이스카리온의 예상대로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다.



“길이 두 갈래로 나뉘는군. 형씨랑 누님이 오른쪽으로 가봐. 난 혼자서 이리로 갈 테니.”


계단을 내려가니 두 갈래로 나뉜 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왼쪽 길을 엄지로 가리키며 먼저 통로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우리도 들어가자.”

“네.”


그녀는 용사의 말에 긴장한 듯이 침을 꿀떡하고 삼켰다.



“우왓. 정말 뭐가 나왔어요.”

“역시 그의 말이 맞았던 건가.”


그 통로의 끝에는 정말 무언가를 비밀리에 제조하는 장소가 나왔다.

놓여있는 원재료는 확실하게 환각을 일으키는 약품이었다.


“조심해. 환각 약물이 있는 곳이니까.”

“노아니?”


서하늘에게 주의를 주던 순간이었다.

두 사람이 들어온 입구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며 이내 근무자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셀린 아주머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방독면을 끼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를 듣고 단번에 그녀임을 알아챘다.


“결국 들키는 구나.”

“크헉!!”


놀란 목소리를 하는 셀린의 뒤에서 누군가 저벅저벅 걸어오더니, 그녀의 몸통을 날카로운 무언가로 관통했다.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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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3. 마계-4 24.06.30 7 0 11쪽
33 32. 마계-3 24.06.29 7 0 11쪽
32 31. 마계-2 24.06.28 9 0 11쪽
31 30. 마계-1 24.06.27 10 0 12쪽
30 29. 언카스텔란-9 24.06.14 7 0 12쪽
29 28. 언카스텔란-8 24.06.13 9 0 11쪽
28 27. 언카스텔란-7 24.06.12 8 0 12쪽
27 26. 언카스텔란-6 24.06.11 8 0 12쪽
26 25. 언카스텔란-5 24.06.10 11 0 11쪽
25 24. 언카스텔란-4 24.06.09 11 0 11쪽
24 23. 언카스텔란-3 24.06.08 7 0 11쪽
23 22. 언카스텔란-2 24.06.07 10 0 11쪽
22 21. 언카스텔란 24.06.06 9 0 12쪽
21 20. 쌍둥이 기사의 무덤-2 24.06.05 10 0 12쪽
20 19. 쌍둥이 기사의 무덤 24.06.04 12 0 12쪽
19 18. 드라코니-8 24.06.03 9 0 12쪽
18 17. 드라코니-7 24.06.02 12 0 12쪽
17 16. 드라코니-6 24.06.01 11 0 12쪽
16 15. 드라코니-5 24.05.31 13 0 12쪽
» 14. 드라코니-4 24.05.30 13 0 12쪽
14 13. 드라코니-3 24.05.29 12 0 11쪽
13 12. 드라코니-2 24.05.28 15 0 11쪽
12 11. 드라코니 24.05.27 14 1 12쪽
11 10. 코트 24.05.26 17 1 12쪽
10 9. 저택의 악마 24.05.25 16 1 11쪽
9 8. 악마의 저택 24.05.24 1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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