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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의 스승은 마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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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듀글
작품등록일 :
2024.05.16 15:51
최근연재일 :
2024.08.14 21:31
연재수 :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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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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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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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프롤로그

DUMMY

검붉게 물들어버린 하늘 한 가운데.

지상의 멀쩡한 건물이라고는 남아있지 않으며, 세계의 살아있는 생명체라고는 마신 비르삭스와 최후의 용사 노아뿐이었다.


“대단해. 그렇게 망가진 몸으로도 기어코 내 전력을 모두 몰살시키다니 말이야.”


시간이 지날수록 거칠어지는 호흡.

두 전사의 무기가 서로 부딪치며 일어나는 날카로운 소음만이 울려 퍼지던 용사의 귀에 들려오는 마신의 께름칙한 웃음소리.

전투 중에 왼쪽 눈과 오른팔을 잃었음에도 노아는 세계의 미래를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마신과 대적하고 있었다.


사실 용사 노아는 마신과의 전투가 처음이 아니었다.


7년 전.

인간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종족과 탈 없이 함께 더불어 살아왔다.

수인이나 도깨비, 천사와 악마까지.


평범한 일상들을 보내던 이 세계에도 갑작스러운 위협이 닥쳐왔다.

세계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나, 마신 비르삭스가 직접 세계에 강림한 것이다.

마신은 호칭 그대로 악마들의 군주이자 신과 같은 존재.


본래 신과 같은 불멸의 존재는 필멸자의 세계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룰이 존재했었다.

그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비르삭스는 자신의 힘으로 하나둘 도시를 파괴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한 마신의 행보를 막아서기 위해 세계의 이름을 떨치던 모험가나 전사.

강한 힘을 이어온 가문의 일원들까지 전부 마신에게 맞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를 막아서기는커녕 잔혹한 학살만 이어지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모두의 희망이 점점 사라지고, 세계의 빛이 꺼져가던 와중.

누군가 마신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터무니없는 소식을 물어왔다.

소문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지만, 아무도 그 소식을 믿지 않았다.


그 소문의 주인공은 용사 노아.

유명하지도, 특별하고 강한 힘을 가진 가문의 일원도 아니었다.



그 소문이 사실이었다고 알리듯이 비르삭스의 행적은 감쪽같이 끊겼다.

적응하지 못한 정도로 갑자기 찾아온 평화와 동시에 마족과 악마는 모조리 다 쥐 죽은 듯이 세상에 모습을 감추었다.


용사 노아는 어딜 가든지 세계의 구세주, 최고의 영웅이라는 호칭을 사람들의 입에서 달고 살았다.


어느덧 마신이 죽은 지 정확히 5년 후.

여느 때와 같이 마신의 죽음으로 평화가 찾아온 날을 기념하며 모두가 노아를 찬양하는 축제를 즐기던 때였다.

용사 노아를 포함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비르삭스의 부활과 함께 이 세계는 또 한 번 위기가 닥쳐온 것이다.


그동안 숨어 살았다고만 생각했던 악마와 마족도 사실 두 번째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반면, 평화에 취해서 아무런 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이들은 손써보지도 못한 채로 처음 전쟁보다 더욱 잔혹하고 무자비하게 학살당하기를 기다리고만 있어야 했다.


마신 비르삭스가 죽었다고 얘기하고 다닌 노아는 순식간에 용사에서 인류의 배반자 취급을 받게 되었다.

그럼에도 용사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번 세계를 위한 싸움을 시작했다.



“꽤 만족스러운 여흥이었다. 최후의 인류여. 그 점은 이 몸이 칭찬해 주지.”

“칭찬은 지랄.”


빠악!


“어허, 용사가 그런 천박한 단어를 뱉으면 쓰나.”


비르삭스는 비웃음과 함께 용사를 바라보며 꽉 쥔 주먹으로 그의 복부를 후렸다.


“...아직 안 끝났어.”

“좋다. 마지막만큼은 인상 깊은 전투로 남아야 하지 않겠나? 살려달라고 빌빌 기는 꼴보다는 훨씬 마음에 드는군.”


노아는 입 안에서 맴도는 씁쓸한 피를 퉤 하고 뱉으며 마신을 죽일 듯이 째려보았다.


처음 전투와는 다르게 동료들이 없고, 한쪽 눈과 오른팔도 없었다는 것.

더 이상 마신의 상대가 아닌 장난감에 불과해진 자신의 처지에도 굴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쥐어짰다.


“좋다. 내 기분이 좋으니, 궁금한 것을 하나 들어주도록 하지.”

“...넌 그때 죽었던 것 아니었나?”


비르삭스의 여유 가득한 말투와는 다르게 한 단어를 뱉는 것도 고역인 용사가 물었다.


“맞다. 네 녀석의 손에 죽었던 것은 사실이나, 지금의 나는 부활했다고 하는 게 맞겠지.”

“어떻게...?”

“어떻게 하긴, 내가 살렸다.”


푸욱.


노아의 뒤에서 누군가 나타나 창으로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스승님...?!”

“곧 죽을 녀석이 뭐가 그리 궁금하더냐.”


노아는 익숙한 얼굴의 등장에 머릿속의 사고가 잠깐 정지한 모습이었다.


마족처럼 검게 물든 피부와 악마의 상징인 두 뿔이 있었음에도, 저 얼굴과 목소리는 분명히 용사가 아는 그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젠 네 스승이 아니다.”

“......”


왜 자신의 하나뿐인 스승이 저런 모습이 되어 나를 찌른 것인지.

마신에게 정신 지배를 당한 것인지.


머리에서 오만가지의 생각이 떠올랐지만, 그 모든 생각들은 하나같이 분노로 바뀌어 용사의 마음 깊이 침투했다.


“멜키르!!!”


멈추지 않고 차오르는 분노라는 감정에 손을 까딱이는 것도 힘겹던 노아는 얼마 남지 않은 힘을 쥐어짜기 시작했다.


“어째서... 크흑, 그런 선택을... 하셨...습니까...”

“포기해라. 그게 너도 편한 길이다.”


더 이상 본인의 생사는 중요하지 않았다.

용사는 가슴에 박힌 창을 손수 뽑아서 멜키르를 찌르기 위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힘으로는 공격을 막지 않아도 창으로 스승의 피부를 뚫기에는 너무나 버거웠다.


“넌 내 선택을 알 필요도, 알 이유도 없다.”

“끄으윽!!!”


힘들게 뽑아 든 창을 멜키르가 뺏어 다시 그의 심장에 또 한 번 박아 넣었다.


“세계는 신의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

“깨나 재밌는 장면이군.”

“시간이 지체됬습니다. 얼른 가시지요.”



마신 비르삭스는 멜키르의 등장 이후부터 대놓고 무기도 내려놓은 채로 두 사람의 대화를 즐겁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노아는 움직여야 했기에 계속해서 부들댔지만, 육체는 더 이상 말을 듣지 않은 채로 눈이 감기는 것을 그저 기다리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크헉!!”

“정신이 드세요? 용사님?”

“...라니엘?”


죽었다고 생각한 노아는 외부 마력이 흘러들어오는 느낌에 눈을 번뜩이며 일어났다.

꿰뚫렸던 가슴의 구멍이 멀쩡했다.

괜히 욱신거리는 심장 부근에 손을 대고서 몸을 일으켰다.


“아, 아직 일어나시면 안 돼요! 사람을 불러올게요.”

“괜찮아?”

“린.”


평범한 여관의 방 내부.

어딘가 익숙한 광경에 주마등이구나 하는 생각에 몸의 힘을 풀고 누웠다.


다급하게 문을 열고 방 밖으로 나간 그녀는 다른 사람들을 여럿 데리고 들어왔다.


“회복 마법이 효과가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처음 눈을 마주친 이 성녀의 이름은 라니엘.

분명 그가 알기로는 죽었던 사람이다.

이어서 그녀를 따라 들어온 이들 역시 모두 용사의 눈앞에서 죽었던 그의 일행들.

네 사람은 처음으로 마신과의 전투에서 함께 승리를 거머쥐게 해준 일행들이다.


“하운드. 타냐.”

“왜 부르시오. 어딘가 불편하오?”


성녀 라니엘.

도적 타냐.

늑대 수인 전사 하운드.


“아직 정신이 덜 깬 건가.”


마지막으로 가장 오랜 기간 노아와 함께했던 동료 카일린까지.


“사후세계인가.”

“뭐래, 너 안 죽었어. 정신 차려.”

“내가 더 꼬집어줘?”


노아는 오른쪽 볼을 스스로 꼬집으며 꿈인지 확인하는 것을 일행들이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카일린이 반대편 볼도 꼬집어 주려고 손을 내밀었다.


‘죽지 않았다는 건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어? 팔이...”

“원래 없는 것처럼 말하네.”


분명히 전투 중에 잃었던 팔과 눈이 무사하다는 사실이 이제야 느껴졌다.


“다들 고생했어. 마신도 너도 겁나 강해서 끼어들 틈이 없었잖아.”

“그러니까 말이에요.”


분명히 전에도 들어본 대화와 익숙한 이 구도.


“무슨 상황이지.”

“뭐긴, 네가 마신에게 멋있게 일격을 날리고 곧바로 뻗어버리는 바람에 하운드가 여기까지 널 업고 왔잖아.”

“별로 무겁지 않았소.”


의도치 않게 노아의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말로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 덕에 이해가 가지 않던 상황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혹시 지금 몇 년도지?”

“몰라서 물어? 242년이잖아.”

“여관이 아니라, 치료소로 데려갈 걸 그랬나 보오.”


그의 질문에 동료들은 용사가 머리를 크게 다친 것인지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지금 비르삭스를 처치했었던 5년 전의 과거로 돌아왔다는 건가.

그 사실이 전혀 믿기지 않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현재의 상황이 설명되지 않았다.



“다들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이오?”


적막이 흐르던 분위기 속에서 하운드가 먼저 입을 열었다.


“흐흐, 난 고향의 성주에게 찾아가 저 머리를 바쳐서 보상을 왕창 받아서 평생 놀고먹으려고.”


타냐는 흐르는 군침을 닦으며 실실 웃으며 이야기했다.

나머지 일행들은 타냐답다면서 깔깔거리며 호탕하게 마구 웃어댔다.



그랬었지.

오직 마신을 막아야 한다는 사명 하나만으로 함께하는 동료로 만들어 준 것이기에.

처음 만났을 때부터 모두의 목표가 이루어지고 끝이 난다면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기로 정한 일이다.


“그러니까, 이 모가지는 내가 가져간다. 아무도 불만 없지?”

“당연하지.”

“없어. 없어.”


타냐가 따로 챙겨온 죽은 비르삭스의 머리통이 든 보따리를 가리키며 웃었다.


“그럼 나 먼저 간다?”

“저도 타냐 씨랑 같이 가겠소.”


하운드는 예전부터 떠돌이 늑대였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계획이 없던 그는 타냐의 호위로써 그녀의 고향에 같이 가겠다고 말하니 흔쾌히 그녀도 수락했다고 한다.


“라니엘.”

“네, 용사님.”


두 사람이 떠나고 성녀를 조심스럽게 불러보았다.


“아르카디아로 돌아갈 거지?”

“물론입니다.”

“우리랑 같이 가자.”


그녀는 노아의 말에 적잖이 놀란 눈빛으로 미어캣처럼 허리를 펴고 눈을 둥그렇게 뜨는 모습을 했다.


“저야 정말 좋죠.”

“와, 지금 축제 기간 아니야?”

“네, 한창 준비하고 있을 거예요.”


모험을 함께하면서 고향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 해준 라니엘.

매년 이맘때쯤이면 아르카디아의 몇백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축제가 열린다.


“여정도 끝이 났으니, 축제라도 즐겨 볼까 싶어서 말이야.”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용사님.”


푸근한 미소로 바라보는 성녀.

사실 그녀를 바라본 그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축제가 아니었다.


‘아르카디아의 재앙.’


노아가 비르삭스를 처치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악마들이 벌인 재앙이다.

그 사건으로 인해 아르카디아라는 도시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동시에, 라니엘도 그 재앙에 휘말려 죽음을 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후에 전해 듣게 된다.


아르카디아와 라니엘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둘 수는 없지.


작가의말

공모전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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