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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영(靑英)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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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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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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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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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력신개와의 조우 (1)

DUMMY


여러 곳에 모닥불이 타오르자 주변이 환해졌다. 소칠은 비로소 공중에 철잠사가 팽팽하게 가로 세로로 매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잠시 후 철잠사가 부식되면서 녹더니 땅으로 떨어졌다. 투덜이가 허리를 굽혀 이를 만지려고 손을 가까이 대려고 하자 소칠이 급히 말렸다.


“투덜씨, 만지지 마세요. 독이 묻었을지도 몰라요.”


소칠의 경고에 투덜이는 깜짝 놀라서 몇 걸음이나 뒤로 물러섰다. 흙에 닿은 철잠사들은 곧 짙은 녹색 연기가 피어오르며 지렁이와 같은 자국을 남기고 사라졌다.


병사들은 모닥불에 들더니 긴장이 풀리자 괴물과의 싸움을 이야기하며 금세 웃고 떠들기 시작했다. 주변이 시끄러워지자 곽극달은 자호를 향해 손가락을 움직이며 불렀다. 자호가 다가오자 그는 부관에게 영을 내렸다.


“부관은 듣거라. 우리는 여기서 야영하고 날이 밝으면 관아로 돌아간다. 당장 저놈을 포박해 가둬라.”


자호가 큰 소리로 외쳤다.


“이제 당신도 알 것이오. 채화 아가씨를 죽인 범인은 내가 아닌 혈복마요.”

“시끄럽다. 너는 그날 밤 중년인을 살해했어. 그러니 순순히 포박받고 재판을 기다려라.”


그의 명령을 받은 병사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이미 혈복마와 싸우느라 힘을 다 써버린 자호는 반항 한 번 못하고 묶이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 과정을 지켜본 곽극달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부관이 건네주는 수건을 받아 얼굴에 묻은 피를 닦으며 서영을 향해 소리쳤다.


“한서영! 너도 이리로 오거라.”


서영은 피식 웃더니 병사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노고를 칭찬하며 소매 속에서 뭔가를 꺼내 그들에게 주고 나서 태연하게 곽극달에게 갔다.


“왜 불렀어요? 곽나리, 제가 그리웠어요?”

“흥! 뭐가 좋다고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겠나? 저 녀석을 데리고 도망간 이유나 들어보자.”


“곽 나리도 참. 제가 언제 같이 도망간 거겠어요? 저 사람이 저를 잡아간 거지.”

“잡혀가기는 개뿔! 아까 괴물과 싸울 때 보니 저 녀석보다 무공 실력도 훨씬 뛰어났어.”


“나리, 연약한 제가 어찌 건장한 사내를 이길 수 있겠어요?”


그 물음에 곽극달은 떨떠름한 표정이 얼굴에 드러났다.


“시끄럽다. 말 같지 않은 소리는 집어 쳐라. 그런데 넌 객잔에 매여 있는 몸이 아니냐? 객잔 주인에게 빚도 있을 텐데.”


서영은 그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


“이제 살인범을 잡았으니 어떻게 하실 건가요?”

“당연히 심문하고 재판 후, 처형해야겠지. 자네도 알겠지만, 살인범은 목숨으로 그 값을 치러야 하는 게 법이다.”

“하지만 저 사람이 범인이라는 증거가 있나요?”


곽극달은 모든 게 귀찮았다. 이대로 사건이 종료되어야 승진에 지장이 없었다. 자호가 범인이 되면 모든 문제는 사라진다. 혈복마를 놓쳤으니 가짜 증인을 내세워 자호를 객잔의 살인사건과 채화 죽음의 살인범으로 처형하면 되었다.


“그는 객잔 살인사건의 현행범이었다. 같은 수법으로 채화도 살해했다. 아마도 네가 그 증인이 아닐까 싶은데?”


서영은 그의 생각을 알 것 같아 피식 웃었다.


“용의자일지라도 현행범은 아니었죠. 그가 살인하는 것을 목격한 사람은 없으니까요.”

“아니지. 네가 목격을 했을 거다. 그렇지?”


갑자기 병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절벽에서 투덜이가 기어 올라와서는 밧줄을 끌어당기자 시신이 딸려 올라왔기 때문이다.


이윽고 여러 구의 시신들이 모두 올라 온 후에 오장과 소이가 마지막으로 올라왔다. 그들이 동굴에 버려진 시신들을 수습하여 온 것이다.


시신들이 올라오자 서영이 말했다.


“곽나리, 한두 구의 시체도 아니고 꽤 많이 올라오네요. 이번에도 나리는 승진하지 못하겠군요.”


곽극달은 인상을 찌푸리며 벌떡 일어나자 서영이 계속 말했다.


“이젠 혈복마가 연쇄 살인범의 진범이라는 걸 공표하고 방을 붙이는 편이 낫겠어요.”

“시끄럽다.”

“시체를 살펴보고 나서 계속 말하기로 하죠.”


곽극달과 서영이 절벽에서 올라온 시신들을 검사해 보니 그들의 목에도 구멍이 두 개가 나 있었다. 서영이 자세히 검사해 보고는 말했다.


“피가 흘러나왔지만 빨린 것 같지는 않아요.”


그 말을 들은 소이가 말했다.


“그럴 리가 없어요. 혈복마는 제게 생피를 먹어야만 자신의 공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보세요. 저들의 얼굴을 보면 창백하잖아요. 몸의 피가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 않아요?”


소이가 흥분하여 말하자 소칠은 그를 말리며 자기 생각을 말했다.


“잠시 쉬는 게 좋겠네. 자네는 아마도 혈복마에게 속은 것 같아. 사람의 피를 빨아먹어야만 공력이 유지된다는 주장은 언뜻 보기엔 그럴싸하지만 깊이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이야.”


이때 벽력신개의 소리가 들렸다.


[멍청한 녀석! 놈은 상처를 통해 기를 흡수한 거야. 피로 흡수한 게 아니라고.]


그 말을 들은 소이가 말했다.


“놈은 상처를 통해 기를 흡수했었군요. 나쁜 놈!”


묶여 있던 자호가 소이의 말을 듣고 크게 웃었다. 뒷짐 지고 생각에 잠겨 있던 곽극달은 얼굴을 붉히며 화를 냈다.


“죄인은 대체 왜 웃느냐? 재판이고 나발이고 지금 당장 처형받고 싶으냐?”

“박쥐가 그럴싸하게 흉내를 낸 겁니다. 저자의 말대로 놈은 두 손가락으로 목에 구멍을 내고 희생자의 기를 흡수 했을 겁니다. 그러고도 자기가 살아 있는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다고 거짓말을 하여 공포를 조성했겠죠. 그자는 피를 빨아 먹는 박쥐란 의미의 혈복이란 별호를 내세울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자 곽극달이 깨달았다는 듯이 오른손으로 이마를 쳤다.


“옳지! 그랬었군! 그런 기막힌 가능성이 또 있었네!”


그는 주변의 병사들을 돌아보면서 명을 내렸다.


“저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 죄인을 몹시 쳐라!”


그러자 몇 명의 병사들이 달려들어 자호를 차고 밟았다. 자호는 얼른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몸을 웅크려 최대한 자기 몸을 보호해야만 했다. 그러나 서영의 눈빛은 초롱초롱했고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자호가 몸을 웅크리며 몸을 보호했기 때문인지 주먹으로 맞고 발에 채는데도 아픈 느낌은 없었다. 이때 한 병사가 한 손으로 자호의 머리를 잡아당기더니 얼굴에 재빨리 진흙을 발랐다. 그러나 곽극달은 어두워서 그 광경은 보지 못했다.


군사들이 한참을 더 때리자 분이 풀리는지 곽극달의 얼굴빛이 밝아졌다.


“자, 이제 충분하다. 저놈이 다시는 헛소리하진 않겠지. 여봐라. 내 옆에 서 있는 이 여자도 포박하거라. 저 죄인과 한패다.”


명이 떨어지자 병졸들은 쭈뼛거리며 서영에게 다가가고 있었지만, 혈복마와 싸운 때 보여 준 그녀의 괴력에 겁을 먹은 먹었는지 주저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서영은 곽극달의 기막힌 명령에 주변의 큰 돌을 발로 차올리자 50근이 넘는 돌이 공중에 붕 떴다. 그녀는 공중에 뜬 돌을 오른손으로 잡아채더니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큰 돌을 공중으로 던졌다가 다시 받는 모습을 보니 큰 돌로 공기놀이를 하는 듯 보였다.


“제 장난감이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니 모두 조심하시는 게 좋겠군요.”


그녀의 말에 병사들이 서둘러 뒤로 물러섰다. 비록 창으로 그녀를 겨누기는 했으나 창을 든 팔이 떨리고 다리도 후들거렸다. 그녀는 병사들은 신경 쓰지도 않고 큰 돌로 공깃돌 놀이하며 말했다.


“곽 나리, 이제 죄인이 탈옥한 것에 대해 분풀이는 하셨을 테니 이제 풀어 주시죠. 계속 심술을 부리시겠다면 제가 들고 있는 작은 장난감을 나리의 머리에 살짝 올려 드릴 수도 있어요.”


그녀의 말에 놀라 곽극달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 이··· 기어코 나라와 조정을 배신하려는 거냐?”


서영은 그에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보조개를 드러내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물론 아니에요. 일개 백성이 어찌 나라를 배신할 수 있겠어요? 나리님이야말로 나라의 녹을 먹으면서 흑산적을 도우려 하시니 나라와 조정을 배신하고 있겠죠.”

“흑··· 흑산적이라니?”


흑산적이라는 말에 곽극달의 얼굴색이 변하자 서영은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 돌을 살짝 나리의 머리통 위로 살짝 내려놓는다면, 저도 조금은 애국을 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곽극달이 버럭 화를 냈다.


“뭐라고? 어째서 내가 흑산군을 돕는단 말이냐?”

“곽 나리의 나라에 대한 애국 충절을 저는 알지만···. 한번 생각해 보세요. 범죄 수법은 완벽하게 박쥐랑 똑같은데도 이를 무시하고 애꿎은 젊은이와 저를 살인범과 공범자로 몰고 가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요?”


서영은 큰 돌을 번쩍 들고 계속 말했다.


“흑산적 10만 군대가 식량을 얻으려고 양평성을 친다고 소문이 자자한데, 이를 막아야 할 나리께서는 하찮은 실적만 생각만 하는군요.”


곽극달은 10만 군대라는 말에 경악하였다.


“뭐··· 뭐라고 했나?”

“곽 나리가 실적만 올리려고 무고한 사람에게 누명 씌우려 한다고요.”

“아니, 그 말 말고.”

“채화 살해 수법이 박쥐의 살해 수법과 같다고요.”


서영이 계속 딴소리하자 곽극달이 흑산적에 관해 물었다.


“흑산적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더냐?”


“자세한 사항은 잘 모르겠지만 황산군인지 흑산군인지 하는 군대가 여기 양평 근처에 와 있다고 하더군요.”


곽극달은 충격적인 소식에 정신을 못 차리고 반문했다.


“황산군? 흑산적이 아니고?”


“저기 서 있는 선비가 자세히 말해 줄 거예요.“


서영은 들고 있던 돌을 던져 버리고 멀찌감치 있는 소칠을 손짓으로 불렀다. 소칠은 서영이 자신을 부르는 이유를 짐작하고 어떻게 말할 것인지 생각하며 천천히 걸어왔다. 곽극달이 그를 보고 말했다.


“아직 어린 녀석이군. 너는 이 근처에 도적 군대가 집결되었다는데 그 사실을 아느냐?”


소칠은 자기가 알고 있는 내용을 소상히 설명했다. 그러면서 덧붙여 말했다.


“최소한 칠만 병력이 이 근방에 남아 있습니다. 제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궁금하시면 저곳에 쉬고 있는 병졸들을 불러서 물어보십시오.”


곽극달도 조잡한 갑옷을 입고 있던 병졸들을 보면서 어느 소속인지 궁금했던 참이다. 즉시 주변의 부하에게 영을 내려 그들을 이곳으로 데려오라고 했다. 이윽고 오장과 투덜이가 대표로 곽극달에게 다가왔다.


“그대들은 어디 소속의 병졸들인가?”


그러자 오장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우선 저희를 구해 주신 관리 나리께 감사 말씀드립니다. 저희는 왕장군 휘하의 군사입니다.”


곽극달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왕장군? 그게 누구지?”

“흑산군 소속의 선봉장이십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라.”

“저희는 일개 말단 병졸이라 자세한 사항은 모릅니다.”


곽극달은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이 두 놈은 흑산적의 잔당이다. 모두 체포하고 저곳에 서성이는 세 놈도 잡아 오너라.”


그러자 병사들이 달려와 오장과 투덜이를 묶는 동안 몇 명의 병사들이 소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소이 등 세 사람이 걸어왔다. 소이는 오장과 투덜이가 묶여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곽극달이 묻고 주정뱅이와 검둥이가 대답하고 있는데 갑자기 벽력신개가 소리쳤다.


[유, 유림이? 으하하. 백 년 만에 드디어 만났구나!]


‘드디어 실성했나 보군.’


소이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곽극달이 말했다.


“흑산적의 본진에 대해 말해 봐라.”


소이에게는 곽극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벽력신개의 애절한 소리가 소이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소이, 네가 저 여인에게 말을 전해줘. 벽력신개가 여기에 있다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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