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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영(靑英)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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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봄바람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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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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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산채를 벗어나다 (2)

DUMMY

“맞았다!!”

“명중이야!”


토끼를 잡는 걸 본 네 병사는 환호성을 질렀다.


소이는 토끼와 단검을 회수하러 뛰어가면서 벽력신개에게 물었다.


“어떻게 한 거예요?”


[별거 아냐. 휙 던지면 딱 하고 맞는 거지. 세상 이치가 원래 이래. 던지면 맞게 되어 있어. 쉽지?]


“무슨 소리예요?”


[휙 하면 딱 하고 맞는다고! 연습해. 휙! 딱! 휙! 딱!]


소이가 토끼를 회수하고 단검을 꺼내자 벽력신개가 말했다.


[한번 해봐. 휙! 딱!]


휙-.


또다시 소이의 의지와 상관없이 단검이 하늘로 날아갔다. 그러자 오장의 발아래에 단검이 꽂힌 산비둘기가 떨어졌다.


오장을 비롯한 네 사람은 입을 벌리고 얼이 빠진 얼굴로 소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껏 토끼와 비둘기를 잡은 자는 소이가 아니었다. 벽력신개가 소이의 몸을 움직인 것이다. 이를 깨닫고 소이가 화를 내면서 말했다.


“내 몸이에요. 함부로 내 몸을 움직이지 마세요. 몸에서 못 나가면 구석에서 찌그러져 있던가!”


[흥! 배고파 죽겠다. 빨리 고기가 구워라.]


“아직도 찌그러져 있지 않았어요?”


[멍청한 녀석! 먹을 걸 잡아 줬으면 고마워해야지. 아~ 배고파. 그만 투덜거리고 먹기나 해라.]


소이가 잡은 고기를 먹으며 일행은 소이를 칭찬하기 바빴다. 그러나 굶었던 다섯 사내에게는 작은 토끼와 산비둘기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식사를 마치고 쉬고 있는데 멀리서 사람의 비명이 들려왔다. 적어도 한 사람의 비명은 아니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며 꼼짝도 하지 않자 오장이 벌떡 일어나며 화를 냈다.


“뭐해? 사람 비명이잖아! 사람이면 사람답게 행동해!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필요하면 도와야지.”


그리고 그는 단검을 소이에게 주면서 말했다.


“이제부터 이 단검은 네 거야. 넌 무기도 없었잖아?”

“그래도···. 이 검은 오장님이 아끼던 건데···.”

“군소리 말고 받아!”


소이가 고마워하며 단검을 받자 오장이 외쳤다.


“가자.”


***



머리를 굴리던 서영은 제갈소칠이 한 말을 기억했다.


“그거 아세요? 흑산적.”

“갑자기 웬 흑산적?”

“천하를 호령하는 녹림왕이시니까 아시겠죠?”

“알지. 나쁜 놈들이지.”


산적 주제에 나쁜 놈이라고 말하는 마전을 힐끗 본 서영은 말을 이었다.


“놈들이 이곳 창려에서 백 리 밖에서 주둔하고 있어요.”


그 말을 듣자 마전은 깜짝 놀랐다. 그 덕분에 술잔에서 술이 쏟아지자 그는 다리를 움직여 입고 있던 바지로 바닥을 쓱쓱 문질러 닦으며 말했다.


“흑산적은 지독한 놈들이야. 그들이 지나간 곳은 사람들의 시체만 남아. 마을의 닭과 개도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약탈하는 악질 중의 악질이야. 놈들이 창려현 근처에 있다면, 우리도 큰일났어. 도망쳐야지.”

“네?”

“안 되겠다. 빨리 피난 갈 궁리를 해야겠어.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하나?”


서영은 마전의 말을 믿지 않았다. 도망치려면 산속이 최고가 아닌가? 그가 도망치려는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도망은 무슨 도망이에요? 오히려 기회죠.”


기회라는 말에 마전의 귀가 솔깃했다.


“한낭자, 어째서 기회가 되는 거지?”


거짓말에는 적당히 잘 짜인 세부 정보가 있어야 한다.

적장의 이름이 있으면 더 그럴싸하겠지?

뭐가 좋을까? 왕당. 그래. 결정했어.


그녀가 말했다.


“그 책임자가 소두목인 왕당(王當)인데 욕심이 매우 많은 사람이에요. 양평성에 재물과 식량이 쌓여 있다고 소문을 퍼뜨리면 그는 반드시 양평성을 공격할 거예요.”


요동 지역 전체를 전쟁터로 만들겠다는 그녀의 말에 마전과 자호는 놀라서 얼굴빛이 바뀌었다. 그러나 그녀는 말을 계속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곽현위도 양평성을 구하러 군사를 이끌고 떠날 거예요. 군사가 없는 마을의 관아는 텅 비어 있을 터···. 관아가 비어 있으면 터는 거야 간단한 일이에요. 참, 쉽죠?”


말을 듣던 마전이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끙! 그 계책은 너무나도 어려워. 누가 감히 왕당을 만날 수 있단 말인가? 설사 만나더라도 왕당이 하찮은 산적의 말을 믿지 않을 거야. 곽현위가 양평성을 구하러 갈지 안 갈지도 모르고···.”

“가재는 게 편이라고 했어요. 녹림왕이 말하는데 흑산적이 왜 안 믿어요?”

“그게··· 그게··· 가재라도 집채보다 더 큰 가재라면 이야기는 다르지. 도망가는 게 상책이야.”


서영은 마전이 왜 도주하려고 했는지 생각해냈다. 그녀는 술잔을 만지작거리면서 그의 눈치를 슬쩍 봤다.


“마을에 있는 관아가 텅 빌 것이니 뭐든지 챙겨 가실 수 있어요. 식량도 포함해서요. 어차피 여기 산채도 식량이 부족할 테니까···.”


실제로 마전은 식량이 부족하여 골치가 아팠다. 서영이 어떻게 그 일을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은 마전의 심장을 후벼 파는 것 같았다.


마전은 짐짓 놀랐으나 능글맞게 대답했다.


“낭자, 왜 우리가 식량이 부족할 걸로 생각하는 거야? 우리는 매우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


서영은 하하 웃으며 만지던 술잔에 술을 가득 부었다.


“녹림왕 전하!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걸 숨기려 하세요?”


서영이 그의 머리 위를 기어오르려 한다고 생각한 마전은 얼굴을 붉히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한낭자, 아무리 우리가 하찮은 산적이지만, 나는 하북팽가에서 무공을 닦은 사람이야. 그만큼 내 무예 실력이 뛰어나니 우리가 걷어 들인 재물과 식량이 좀 많겠느냐?”


그러나 그녀는 마전의 호통에 주눅 들지 않고 조곤조곤 설명하기 시작했다.


“녹림왕이시니 무예 실력이야 인정하죠. 그러나 산채는 식량이 없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요.”

“어디 말해 보시게. 쓸데없는 소리겠지만, 경청은 해 주지.”

“첫째 이유는 창려현이 가난한 마을이에요. 마을 사람들이 가난하니 그들에게 약탈해도 큰돈은 벌지 못해요.”

“그건 맞는 말이지. 앗! 실수! 그래도 부자는 몇 명 있어.”


용천산의 산적은 세 개의 파벌이 있어서 산속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도 제갈소칠에게 들었으나,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둘째는 녹림 대왕님의 무공이 너무 강해서 사람들은 산을 피해서 돌아갑니다. 산을 지나는 사람이 없으니 통행세를 수금도 할 수 없죠. 당연히 산채에는 쌓아둔 재물이나 식량이 부족할 거예요.”

“내 무공 솜씨는 뛰어나긴 하지. 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아.”


마전은 거들먹거렸으나 산채에 쌓아둔 재물과 식량이 없다는 사실을 바로 앞에서 듣고 상한 기분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이번 겨울을 지낼 정도의 식량은 있어.”


서영이 웃으며 말했다.


“녹림왕께서는 머리가 좋군요. 식량이 없다고 하면 졸개들이 흩어질까 두려워 이를 숨기고 있는 거죠? 하지만 식량은 보름도 버티지 못할 거예요.”


마전은 갑자기 정색하고 서영에게 손뼉을 치며 감탄하듯 말했다. 그의 말투도 마치 선생에게 하듯 공손해졌다.


“더 이상 나를 녹림왕이라고 부르며 비아냥대지 마시오. 생각해 보니 한낭자의 생각이 깊소. 낭자의 말대로 이곳의 식량은 닷새 정도 버틸 수 있소. 하지만, 열심히 수금에 힘을 쓴다면, 이번 달까지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오.”


마전이 너무 쉽게 자기 약점을 말해 버리자 오히려 그녀가 당황했다.


“방금 제가 흑산적을 흔들어 양평을 공격하게 하자고 말했지만, 실은 그럴 필요도 없어요. 단지 곽현위에게 왕당의 병력이 양평을 친다고 말하고 마을에 소문을 퍼뜨리면 충분해요.”


마전은 곰곰이 생각했다. 마을에 소문을 퍼뜨리는 거야 어렵지 않다. 문제는 곽극달이다. 그는 꾀가 많으며 돌다리도 두드려서 건너는 사람이다.


“누가 곽극달을 만나지? 조아우는 살인범으로 수배 중이고 낭자도 공범이오. 호랑이같이 용맹한 나는 그와 만나면 바로 목이 달아날 테니 누가 그 일을 한단 말이오?”


그의 말을 들은 서영이 미소를 지었다.


“제가 본의 아니게 석굴 속에 청년이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를 이용합시다.”

“어? 그 녀석은 어제 잡혀 왔던 가난뱅이 서생인데···. 한낭자가 그자를 어찌 알고 있지?”


만전은 서영의 생각에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곽극달은 신중하여 아무나 믿을 사람이 아니다. 석굴속의 청년도 곽극달에게 거짓 정보를 전할 리도 없다.


“한 낫 서생을 어찌 믿고?”


이미 마전의 생각을 짐작하고 있던 그녀가 잔을 비우고 소매로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두목이 그를 풀어 주세요. 곽극달 앞에선 제가 그의 포로가 된 척할 거예요. 배운 게 있는 서생이 곽극달에게 거짓 정보를 흘려주면 믿을 거예요.”


서영의 말에 자호가 펄쩍 뛰며 반대했다.


“누이가 희생할 이유가 뭐가 있어요? 그냥 그 인간만 곽극달에게 보내면 될 텐데.”

“아니야. 내가 없으면 의심이 많은 곽극달은 처음 보는 그의 말을 믿지 않을 거야.”


만전이 술을 마시고 결정했다.


“좋소. 관아가 빌 테니, 한낭자가 집히면 자호 아우와 내가 당신을 구하겠소.”

“두목은 관아를 털 준비를 하세요. 저를 구하는 건 자호 혼자서 충분해요. 우리 세 사람만 먼저 산채를 떠날게요.”


자호와 서영을 극진히 대했기에 그를 배반하지는 않을 거라고 마전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번 기회에 식량을 얻을 수 있다면 시도할만한 일이었다.


***


소이와 오장 일행이 힘들게 관목과 수풀을 헤쳐 나가니 넓은 평지가 나왔다. 대략 지름이 백 보는 되어 보이는 공터였다. 공터 끝은 절벽으로 막다른 곳이라 더 갈 곳도 없었다.


맥이 풀린 오장이 중얼거렸다.


“비명이 이 근처에서 들렸는데···. 아무도 없으니 이상하다.”


검둥이가 땀을 닦으며 말했다.


“여기서 잠시 쉽시다. 먹고 난 후에 쉬지도 못하고 움직이니 힘들어 죽겠소.”


다섯 패잔병은 공터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투덜이가 소이에게 말했다.


“인석아, 너는 신병이라 잘 모르겠지만, 우리 오장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모를 거다.”


소이도 숨을 고르며 말했다.


“오장님이 제비뽑기에 재주가 없다는 건 알아요. 아무래도 제가 줄을 잘 못 잡은 것 같아요. 다른 오에서 수군대든 말을 들으니 우리 오장님은 제비뽑기에서 언제나 운이 없다고 들었어요. 싸움에선 언제나 맨 앞줄을 고르고, 식량을 구할 일이 있으면 인가가 아닌 산속을 맡게 되니까요.”


그 말을 들은 오장이 말했다.


“소이야, 불평은 그만 해라. 나도 좋은 패를 뽑고 싶지만 어쩌겠나. 내 손이 꽝 손이니. 애당초 나는 오장 노릇하기 싫다는데 투덜이와 검둥이가 나보고 억지로 시킨 일 아닌가?”


검둥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긴, 자네가 잔꾀가 많으니 우리가 지금까지 죽지 못해 살고 있지. 내가 오장이었으면 우린 열 번도 더 죽었어.”


그의 말대로 오장은 아주 신중한 사람이었으며, 전투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들의 무공담을 열심히 듣고 그 원리를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는 모험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저 살아남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검둥이가 주변을 보다가 말했다.


“아무도 없으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 조금 쉰 후에 군기를 잡을 테니 소이는 기대해라.”


군기를 잡는다는 말에 소이는 아연실색했다. 고참이 신병에게 군기를 잡는다는 건 그저 괴롭히겠다는 말과 같은 말이었다.


머리 박아.

좌로 굴러.

우로 굴러.

토끼 뜀 실시.


지쳐서 제대로 못 하면 주먹과 발길질이 날아온다. 심지어는 잠도 자지 못하게 하고 나무에 거꾸로 매달아 놓을 때도 있었다. 이런 가혹 행위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쉬지 않고 계속되었다.


소이가 오에 배정되자 검둥이는 며칠째 그를 괴롭혔다.


고참이 군기를 잡고 혼을 빼놓으면, 신병은 주눅이 들어 고참에게 감히 대들지 못한다. 이런 방식으로 흑산적은 신병을 길들이고 명령에 복종하게 만들고 있다. 너그러운 성품을 가진 오장도 군기 잡을 땐 소이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오장은 잠시 쉬더니 투덜이에게 명령했다.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아. 네가 경계를 서야 하겠어.”

“에이. 보세요! 아무도 없으니 좀 쉽시다.”

“투덜아, 주변을 좀 살펴봐. 아까 비명도 그렇고···. 지금은 산새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아.”


새소리도 들리지 않는 건 수상하다. 투덜이는 오장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고 일어나서 창을 들고 어슬렁거리며 낭떠러지 주변으로 걸어갔다. 장소가 그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려니 벽력신개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장이라는 놈 빼고는 모두 글렀군. 경계하려면 숲부터 봐야지. 한심하긴!]


“...”


벽력신개가 비웃었으나 소이는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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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산채를 벗어나다 (1) 24.05.13 102 0 12쪽
12 제갈세가의 공자 (2) 24.05.12 105 1 14쪽
11 제갈세가의 공자 (1) 24.05.12 117 1 13쪽
10 상산파의 무공 (3) 24.05.11 124 2 14쪽
9 상산파의 무공 (2) 24.05.11 124 1 12쪽
8 상산파의 무공 (1) 24.05.10 159 1 12쪽
7 새벽의 도주 (7) 24.05.10 137 1 14쪽
6 새벽의 도주 (5) 24.05.09 161 1 12쪽
5 새벽의 도주 (4) 24.05.09 178 1 12쪽
4 새벽의 도주 (3) 24.05.08 211 1 13쪽
3 새벽의 도주 (2) 24.05.08 295 1 14쪽
2 새벽의 도주 (1) 24.05.08 51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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