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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영(靑英)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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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봄바람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6
최근연재일 :
2024.09.2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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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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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제갈세가의 공자 (1)

DUMMY


비록 그녀가 입에서 내뱉는 말은 거칠고 비아냥대기 일쑤였으나, 자호는 자기를 위해 위험함도 감수하는 그녀에게 감동하였다.


더 이상 검은 피가 나오지 않자, 서영은 빗물로 손을 씻고는 두 손으로 떨어지는 빗물을 받아 입안을 여러 차례 헹구고 나서 자호의 손바닥 상처를 싸매 주면서 말했다.


“배고프지? 아까도 술만 마셨는데··· 그러고 보니 먹은 게 없구나.”


“그러게요. 아까 뱀을 잡을 걸 그랬어요. 구워 먹으면 먹을 만할 텐데.”


뱀고기라고? 서영은 몸서리쳤다.


“뱀 고기 좋아해? 나중에 내가 많이 잡아 줄게.”


‘괜히 센 척하고 있어.’


밖에는 여전히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바윗돌 밑으로도 빗물이 새어 흘러내렸지만, 서영은 개의치 않고 쭈그려 앉더니 졸기 시작했다.


서영이 잠이 들자 자호는 그녀가 춥겠다 싶어 겉옷을 벗어 덮어 주었다.


그녀의 곁에 앉은 자호도 점차 밀려오는 피곤함에 금세 잠에 빠졌다.


그러나 깊은 잠이 아니라서 천둥소리에 자호는 잠이 깼다. 그러고 보니 가슴이 따스했다.


살짝 눈을 떠보니 한쪽에서는 아직도 모닥불이 타고 있었고 그의 품에는 서영이 안겨 있었다. 그는 품속에서 고단하게 잠이 든 그녀를 보면서 생각했다.


‘언제부터 부둥켜 자고 있었을까? 남녀가 유별한데도 몸을 맞대고도 자고 있다니···. 기묘한 여인이야. 홍지수가 아닌 건 분명해.’


자호는 품속에서 새근새근 자는 서영이 깰까 봐 꼼짝도 하지 않았으나 머릿속은 복잡했다.


‘이 여인의 정체가 뭘까? 이름은 가명일 테고···. 상산이 고향이라는 말도 거짓이고. 얼굴이 어려 보이니 나보다 나이가 많다는 말도 믿을 수 없어. 그러고 보니 난 이 여인을 전혀 모르고 있어. 그런데 왜 내가 이 여인과 함께 고생하고 있지?’


그는 그녀가 겨우 3냥에 자기를 팔았다는 말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백 년 전에는 사람 값이 3냥이라는 말은 들은 기억이 나. 그러고 보면 물가가 엄청나게 올랐네.’


그의 가슴에 안긴 여인은 그가 오래전부터 사모하던 홍낭자와 너무 닮았다. 그는 여인이 홍낭자처럼 죽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잠깐은 내가 같이 있어 주겠어. 하지만 길지는 않을 거야. 만일 합비에 가지 않겠다면 바로 헤어지고, 같이 간다고 해도 그 곳에서는 헤어져야 해.‘


홍지수를 지켜주지 못했던 미안한 감정과 갑작스럽게 싹튼 애틋한 감정으로 혼란스러웠으나 피곤함이 몰려왔다. 그는 겉옷을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덮어 주었다.


그는 낮에는 일거리를 찾아 헤맸고 밤에는 옥에 갇히기도 했을 뿐 아니라 밤새 산속을 헤매기도 했다. 그는 지쳤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아침이 되었다. 자호가 눈을 뜨자 이미 모닥불은 꺼져 있었고 언제 비가 왔나 싶은 정도로 하늘이 개어 있었다.


서영에게 덮어 주었던 겉옷은 그가 덮고 있었다. 서영은 이미 일어나서 정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녀의 옷은 깨끗했고 얼굴과 몸에 묻은 진흙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저고리의 옆구리와 바지가 나뭇가지에 걸려 찢어져 그녀의 뽀얀 살결이 드러나 보였다.


자호는 민망하여 그녀를 보지 않으려고 몸을 돌리며 말했다.


“누이, 일어났어요?”


“응. 어제 여기로 오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더라. 물이 엄청나게 불었던데···. 계속 그 곳에 있었다면 물에 휩쓸렸을 거야.”


말하던 서영은 갑자기 킁킁 냄새를 맡았다.


“좀 씻고 와. 네게서 끔찍한 냄새가 나!”


자호는 코를 킁킁하며 냄새를 맡아 보았으나 별 냄새는 나지 않았다.


“냄새? 없는데?”

“썩는 냄새가 진동해. 어서 씻지 못해?”


자호가 산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졸졸 흐르던 개울이 강처럼 변해 있었다. 간단히 목욕하면서 옷을 빨고 다시 입었다. 옷이 축축했지만 기분이 좀 개운해졌다. 그가 다시 서영이 있는 장소로 돌아오자 그를 본 그녀가 눈을 크게 떴다.


’이 녀석, 왜 이렇게 잘생긴 거야? 완전 내 취향이야.’


그들은 아침 식사도 못 하고 물로 배를 채웠다. 서영이 자호의 경신술을 보자고 하자 자호가 잠시 신법을 펼쳤다. 간밤에 경신술에 익숙해진 자호를 보며 서영은 속으로 놀랐으나 그녀의 입에서는 엉뚱한 소리가 나왔다.


“돌대가리!”

“뭐?”

“가르친 걸 모두 돌에 새겼으니까.”


자호는 어젯밤 대화를 기억하고 머쓱했다. 자호의 움직임에 미세하게 자세에 문제가 있는 걸 본 서영은 몇 가지를 수정해주었다.


“자호야, 오늘부터 매일 연습하면 몸이 더 빨라질 거야.”


“고마워요. 누이.”


만난 지 몇 시간 되지 않았지만, 서영은 자호가 든든했다.


’괜찮은 녀석이야.‘


***


두 사람은 마대위의 농장으로 방향을 잡고 걸어갔다. 산길은 비에 젖은 땅으로 인해 질척거렸으나 서영은 사뿐하게 움직여 신발이 젖지 않았다. 그녀의 모습을 본 자호도 그녀를 따라 흉내를 낸 이후로는 질척이는 땅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일 수 있었다.


그들이 산등성이를 지나 짐승이 지나다니는 길에 들어가는 순간 갑자기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 연놈들아, 이 산을 넘어가려면 통행세 내라.”


어디서 나타났는지 산적 떼인 듯한 이십여 명이 두 사람을 포위했다. 두 사람이 그들을 바라보니 짐승 가죽옷을 입고 곡괭이와 죽창, 몽둥이를 든 사람들이다.


그중 덥수룩한 수염에 머리가 크고 몸 체형이 단단해 보이는 철로 만든 큰 도끼를 들고 있었다. 아까 소리를 쳤던 사람인 것 같다. 그자가 주위를 둘러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바람이 불면 날아갈 듯 여리여리하게 생겼구나. 이 정도면 경국지색(傾國之色)이 따로 없군. 요것아! 넌, 내 마누라가 되거라.”


그의 말에 서영은 발끈하여 그 사내의 위아래를 훑어보며 비아냥댔다.


“키가 작고 허리가 긴 주제에 팔다리가 짤막한 녀석이군. 어깨 위의 호박을 달았는데 곰보가 가득하고 입에서는 똥 내가 잔뜩 나오는 걸 보니 평생 여자 한번 안아 보지도 못한 주제에, 뭐? 선녀 같은 나를 감히 넘봐?”


산적을 도발하는 서영을 얼른 잡아당기며 자호가 앞으로 나섰다. 자호가 말을 하려고 하자 아직도 화가 잔뜩 난 서영이 자호를 옆으로 밀치며 앞으로 나섰다.


“곰탱이 같은 좀도둑들! 꺼지면 용서해 주마!”


곰보는 얼굴이 잔뜩 우그러졌으나 나머지 산적들은 껄껄거리며 웃었다.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소녀가 뭘 믿고 산적을 비웃고 무슨 힘이 있어서 자신들을 물리치겠다는 것인지 가소로웠다.


“요것아! 나는 녹림왕(綠林王) 만전이라고 한다. 아직 어려서 하룻강아지처럼 범 앞에서 짖는구나.”


그때 그녀의 옆에 있던 키 큰 소년이 전력으로 자기들에 달려드는 것을 보았다.


퍽!


“으악!”


순식간에 죽창을 들고 있던 자의 명치에 주먹을 꽂고는 죽창을 빼앗아 몇 차례 휘저으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니 순식간에 서너 명의 사내들이 쓰러졌다.


기습에 성공한 자호는 한 갈래의 기를 운용하며 죽창을 옆구리에 끼고 곰보를 겨누며 소리쳤다.


“녹림왕? 웃기시네! 잡놈들 몇 명쯤은 내가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한 놈씩 처치하기도 귀찮으니 모두 한 번에 덤벼라!”


그러자 만전이 화를 벌컥 내면서 소리쳤다.


“이놈이 세상을 하직하고 싶은가 보다. 이놈을 죽이고 저년을 우리 산채로 데려가 내 마누라로 삼아야 하겠다.”


곰보의 옆에 있던 한 사내가 두목의 말에 발끈하며 짧은 칼을 들고 서영의 곁으로 가까이 가며 음탕하게 웃었다.


“내가 너를 취한 후에 두목의 마누라가 되거라.”


그의 말에 서영은 발끈하여 소리쳤다.


“쓰러져라!”

“으악!”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미쳐 보지도 못했는데도 사내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기절했다. 서영은 기절해 쓰러진 사내의 사타구니를 차버렸다.


“누가 마누라라는 거야? 넌 이제부터는 고자야!”


그녀가 한 번 더 발로 그의 사타구니를 밟아버리자 기절한 놈이 깨나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서영은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산적들을 노려보았다.


“자, 이번엔 누구를 고자로 만들까?”


적들은 악랄한 그녀의 습격에 분노하면서도 내심 겁에 질렸다. 무기만 그녀에게 겨눌 뿐 감히 덤벼들지 못하고 서로 쑥덕였다.


“정말 아프겠다.”

“부두목 기삼이는 이젠 더 이상 사내가 아니야!”

“저 여자는 마녀야, 마녀.”


서영의 공격이 너무나 악랄하자 자호는 눈쌀을 찌푸리며 그녀를 말렸다.


“누이, 그만 해요.”

“왜? 대신 싸워 주려고?”

“그게 좋겠어요.”

“하긴 네 말이 맞아. 연약한 소녀가 싸우도록 내버려두면 사내가 아니지.”


자호는 서영이 절대로 연악하다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다. 그는 더이상 대꾸도 없이 서영의 앞으로 나서며 상대를 살펴 보았다.

적은 대략 20명.

수적 열세를 극복하려면 도끼를 든 두목을 먼저 쓰러뜨려야 한다.

그는 두목을 향해 말했다.


“내 누이를 모욕했으니 당신부터 쓰러뜨리겠소.”


자호는 말을 마치고는 창으로 두목을 향해 찔러갔다.

순식간에 자호의 창끝이 두목의 눈동자 앞에서 멈추자, 두목은 안색이 새파래졌다.

이때 자호는 자비를 베풀어 창대로 두목의 도끼를 든 손목을 내리쳤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도끼가 땅으로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두목은 오른 손목을 부여잡고 주저앉고 말았다.


“아이고 아파 죽겠다. 대체 넌, 넌 누구냐?”

“나는 상산에서 온 조자호다. 이 나쁜 놈아!”


산적 두목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소리쳤다.


“뭐라고? 조기룡 대협이시라고? 웬 놈이 나의 조기룡 대협으로 속여 말하는 거냐?”


‘나의’ 조기룡 대협?

자호는 산적 따위가 자호의 둘째 형의 이름을 말하자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졌다.


“뭔 개소리냐? 조자호라고 말했잖아!”

“조자호? 익숙한 이름인데? 그게 누구였지?”


이놈 바보 아냐?

한번 말했는데 왜 자꾸 묻는 거야?


“조자호가 바로 나다.”


자호의 말을 겨우 이해한 산적 두목은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혹, 혹시 조기룡 대협과는···”


“기룡형은 나의 중형(仲兄)이지. 너, 형님을 아나?”


그러자 산적 두목은 넙죽 그에게 절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고! 제가 죽을죄를 저질렀습니다. 조기룡대협에게서 동생분의 대명은 많이 들었습니다.”

“너, 우리 형님을 알아?”

“제가 소협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오히려 일 초라도 한번 겨뤄 봤으니 저로서는 그 은혜가 백골난망이올시다. 아, 참!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소인의 이름은 마전이라고 합니다. 내 본디 백정 일을 하다가 하북팽가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마전의 말에 자호는 어리둥절했다.


“내 형은 남궁세가의 호법으로 있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하북팽가가 왜 나오지?”


마전이 고개를 들어 주위를 돌아보자 부하들은 당황하여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가 눈짓하자 부하들이 당황하여 엎드리며 머리를 땅에 처박았다. 마전이 다시 고개를 조아리며 말을 이었다.


“남궁세가의 좌호법으로 계셨던 조기룡 대협께서 우리 하북팽가를 돕기 위해 오신 후 저는 그분을 모셨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자호는 강호의 일에는 어두웠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소오태산 근방에서 마물이 출현했기에 우리는 조대협을 모시고 마인과 싸움을 했고 조대협의 경천동지할 무공으로 마물을 없앴습니다.”

“마인이라고요?”

“네. 마인 맞습니다. 그놈의 두 손에서 나오는 번개는 지금 생각해도 끔찍합니다.”


마전의 말을 듣던 서영은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마인이 곧 마물이다. 지난 생에서 초유림은 무림과 백성을 괴롭히는 마물들을 모조리 죽였다. 마지막 놈까지 동귀어진하며 숨통을 끊었다.


지난 백 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무림 제일의 문파가 되었어야 할 상산파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현 무림에서 마물들이 출현했다고?


또 다른 의문이 있다. 상산파의 후계자인 조기룡은 왜 상산파를 재건하지 않고 남궁세가에서 빌어먹고 있는 거야?


자호는 여전히 두목을 믿지 못하고 창으로 마전을 겨누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정파 문하에게 말을 함부로 할 수는 없었다.


“하북팽가라면 정파의 명문가로 알고 있소. 하북팽가의 제자가 어찌하여 산적 노릇을 하는 거요?”


마전은 여전히 머리를 조아렸다.


“조대협이 남궁세가로 돌아간 후, 하북팽가의 가주는 정신병에 걸려 미쳤습니다. 가주였던 팽한복은 우리를 해산시키고 저를 노예로 만들었습니다. 고된 노동에 시달리며 병에 걸려 죽게 되자 저는 서러운 마음이 들어 도주하다가 여기 요동까지 흘러왔으나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산적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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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벽력신개와의 조우 (2) 24.05.17 61 0 12쪽
20 벽력신개와의 조우 (1) 24.05.16 60 0 12쪽
19 혈복마와의 혈투 (4) 24.05.16 67 0 12쪽
18 혈복마와의 혈투 (3) 24.05.15 62 0 11쪽
17 혈복마와의 혈투 (2) 24.05.15 71 0 12쪽
16 혈복마와의 혈투 (1) 24.05.14 77 0 13쪽
15 산채를 벗어나다 (3) 24.05.14 80 1 13쪽
14 산채를 벗어나다 (2) 24.05.13 94 0 13쪽
13 산채를 벗어나다 (1) 24.05.13 104 0 12쪽
12 제갈세가의 공자 (2) 24.05.12 110 1 14쪽
» 제갈세가의 공자 (1) 24.05.12 121 1 13쪽
10 상산파의 무공 (3) 24.05.11 126 2 14쪽
9 상산파의 무공 (2) 24.05.11 126 1 12쪽
8 상산파의 무공 (1) 24.05.10 163 1 12쪽
7 새벽의 도주 (7) 24.05.10 139 1 14쪽
6 새벽의 도주 (5) 24.05.09 164 1 12쪽
5 새벽의 도주 (4) 24.05.09 180 1 12쪽
4 새벽의 도주 (3) 24.05.08 214 1 13쪽
3 새벽의 도주 (2) 24.05.08 297 1 14쪽
2 새벽의 도주 (1) 24.05.08 524 2 13쪽
1 빙의하다 +1 24.05.08 1,607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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