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북경_41. 쾌속의 유령(13)
허구의 역사밀리터리입니다. 동명이인 및 내용은 모두 평행세계입니다.
-13-
한승범의 출현.
의문의 전차 2대가 자금성 북쪽에서 내습했다는 보고에 연합국 주둔지마다 출동 신호가 접수되었다.
-조선군이 팔달령장성에 있다는 소문은 거짓 정보일 수 있다. 아군의 신경을 분산하려는 획책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발더제를 포함한 독·영·프·러 4개국 수뇌부는 다른 나라에게 비밀로 하고 비상계획을 세웠다.
조선의용대 혹은 의화단이 준동할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전투력이 약한 2만 명을 팔달령으로 보내고, 최정예 보병과 전차 150대를 자금성과 북경 근처에 매복했다.
-일본군이 치안을 목적으로 일승창과 여러 곳에 불시검문을 시행 중이랍니다.
예상외의 사건도 발생했다.
팔달령에 숨었다는 의화단과 조선군을 소탕할 별동대에 일본군이 지원을 거절했다.
북경 도심의 치안을 맡겠다며, 미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을 포함한 독·영·프·러시아군 일부가 합류한 작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발더제는 일본군의 노골적인 약탈 행위를 보고받은 터라, 화를 내며 지적할 찰나. 독일군 참모본부에서 일본군이 청국인으로부터 미움을 받는 게 산동지역 조차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에 입을 다물었다.
-본국이 산동전체를 조차할 수 있으면 아국의 교역액은 조선제국과 러시아에 이어 3위 교역국으로 뛰어오릅니다.
영·프와 달리 해외 식민지가 별로 없던 독일제국의 딜레마.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걸친 방대한 식민지를 통해서 경제효과를 톡톡히 보는 프랑스를 누구보다 부러워했다.
과거 보불전쟁에서 얻어낸 배상금 50억 프랑도 해외 식민지를 짜내다시피 굵어 모은 탓에 1년 8개월 만에 갚았고, 전쟁 배상금을 핑계로 프랑스-독일 요충지의 요새를 차지하려는 계획을 포기하게 만든 해외식민지.
-무한한 시장을 가진 청나라의 산동 지방을 차지할 수 있으면 조선과 일본으로 이어지는 동북아시아의 교역로에도 손을 내밀 수 있습니다.
유럽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 중인 조선의 경제력.
독일 관점에서 러시아를 견제하는 한편,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산동을 얻을 희망에 젖어있었다.
-가장 큰 경쟁자, 일본제국의 수탈이 심하면 심할수록 청국을 설득해서 식민지를 얻는 게 쉬워집니다. 일승창을 포함한 금융가의 약탈을 모른 척하고 비난하는 게 본국에 유리합니다.
독일 원정군 참모들의 의견.
발더제가 일승창 약탈을 눈감아주며 일본이 팔달령장성으로 출동하지 않은 이유였다.
그러나.
“한승범이 신무문을 파괴하고 어하원의 연합국 수뇌부를 잡아 가뒀답니다.”
“당장 지도를 가져와.”
연합국에 소속된 각국 장교들은 난리법석을 떨었다.
북경 외곽과 천진의 주요 지역마다 주둔한 연합국은 북경의 자금성 북쪽문까지 오는 도로를 확인하며 의문을 표했다.
“전신소에 연락한 결과, 전차의 기동을 목격한 곳이 한 곳도 없다는 보고입니다.”
유령처럼 출현한 한승범.
모두 머리를 싸매며 황당함을 토로했다.
“여기까지 어떻게 온 거야?”
“도무지 들키지 않고 이동할 경로가 없습니다.”
“진짜 유령처럼 이동하는 기계를 만든 게 아닐까요.”
의혹.
이 와중에 프랑스와 영국군 측에서 새로운 가설이 튀어나왔다.
“이쪽 방면으로 왔을 경우, 들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곳은 미국이 지키는 곳이다.”
8개국 연합국에 합류한 미국.
태평양 진출을 국가 시책으로 삼으며 필리핀을 식민지로 삼을 계획에 육군 1만 1천 명을 파견 중이었다.
필리핀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 아기날도는 미국의 짓거리에 결사항전을 선언했고, 미국도 아기날도 정부를 범죄자 집단으로 지칭하며 식민지에 대한 야욕을 드러냈다.
“필리핀을 발판으로 청국에도 조차지를 확보하려는 속셈이 분명합니다. 조선정부와 손을 잡고 한승범의 이동 경로와 은신처를 제공한 게 미국 정부일 수 있습니다.”
아시아의 이권을 두고 다투는 미국과 영·프 세력.
미국의 행보에 대한 의심은 훗날, 영·프의 지원을 받는 멕시코군이 미국 남부를 공격하는 계기가 되었다.
“신대륙의 광활한 땅을 가진 주제에, 열강의 식민지를 빼앗고 태평양과 아시아의 이권까지 욕심내다니.”
유럽 전체와 버금가는 신대륙을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쿠바를 차지할 요량으로 스페인과 전쟁을 벌였다.
미국의 행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태평양 서쪽에 있는 아시아까지 눈독을 들이며 필리핀을 공격해서 식민지화를 진행 중이며 청국의 이권까지 끼어드는 행위에 대한 반발심리였다.
프랑스 참모본부는 격앙했다.
“유럽에 불량식품이나 만들어 파는 미국이 조선과 야합했다니. 그들을 가만히 놔두면 안 됩니다.”
유럽의 이류 국가보다 못한 군사력을 가진 미국에 대한 불만.
20세기에 들어서자, 유럽 열강의 강력한 경쟁자로 주목받기 시작하는 모습에 불안한 감정을 감추지 않은 영국과 프랑스였다.
이와 달리 일본 측도 비상이 걸렸다.
“뭐! 연합국 총사령부가 유령의 학살자에게 점거되었다고.”
시바 고로 중좌는 깜짝 놀랐다.
팔달령에 숨어 있을 거로 예측한 한승범이 자금성에 출현했고, 발더제를 포함한 연합군 수뇌부를 포로로 잡았다는 사실에.
“임시 사령부에서 각국에 지원 병력을 보내달라는 파발이 도착했습니다.”
허나, 상황이 좋지 못했다.
북경 시내에 있는 일승창 지점의 압수수색 중에 진상의 은행원과 충돌했고, 금고를 강제로 개봉하면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무려 100명이 죽고 다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일승창과 관련된 무장조직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선혈이 낭자했다.
“부관은 전령에게 준비하겠다며 시간을 끌어라.”
“알겠습니다.”
부관이 등을 돌리며 전령을 상대하러 간 사이.
무리타 소총에 장착한 총검 앞에 엎드리고 있는 일승창 직원들.
원독 어린 눈빛으로 노려보는 게 보복하겠다는 의사였다.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는 속담처럼, 청국인의 복수심은 대를 이어서 전해진다. 청국 정부와의 전쟁이라면 모르지만, 사기업의 재산을 갈취한 것은···.’
뒷일이 암담했다.
누구의 눈에는 은행을 턴 것이지만, 청국 전역과 동남아, 조선에도 지점이 있는 일승창 표호는 호되게 뒤통수를 당한 꼴이라 보복하지 않으면 똑같은 일을 당할 수 있었다.
북경에서 내로라하는 부호와 황족, 왕공이 주고객이라 원한을 사게 된 상황에서 보복이 중첩될지 모른다는 상상에 진저리를 치는 시바 고로 중좌.
청국에서 십여 년 동안 주재무관 생활을 한 터라 일본제국의 청국 조차지 획득과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중좌님, 저들을 어떻게 할까요?”
“모조리 본영으로 끌고 가서 가둬라.”
어차피 벌어진 일.
시바 고로는 눈을 감고 일을 진행하기로 작정했다.
다른 연합국이 눈치채기 전에 일승창 지하에 있는 독일제 금고에서 은원보를 챙기라는 명령을 내렸다.
“일본귀들, 가만히 두지 않을 거다.”
“우리 재산을 마음대로 가져가!”
“연합국이 인정한 사유재산이야. 너희 일본군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원성이 터져 나왔다.
몇몇 은행원이 일본군의 개머리판에 맞고 쓰러졌다.
청국말을 모르는 통에 악악거리는 말이 욕설인지 알고 두들겨 패는 일본군의 만횡.
시바 고로는 외면했다.
본국이 경제난에 빠진 지금, 후쿠시마 사령관이 오욕을 뒤집어쓰겠다며 작전을 지시할 때부터 결심했다.
“중좌님, 은행원과 조직원을 전부 이송했습니다.”
“지하금고에 있는 재화의 가치는?”
“청국 마제은 100만 냥과 러시아제국의 은화 50만 루블, 조선 돈 40만 원,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식민지성에 발행한 200만 피아스타···.”
제국주의 식민지에서 발행한 무역은들.
네덜란드령 인도네시아 식민지청의 굴덴을 포함해서 교역을 목적으로 찍어낸 실물 은화가 대부분이다.
“정확한 금액을 따져봐야 알겠지만, 총 100만 파운드에도 못미칠 것 같습니다.”
금고에 있으리라 예상한 수백만 파운드 혹은 일본 돈 수천만 엔 상당을 얻을거라는 기대가 무너져 내렸다.
“채권은?”
후쿠시마는 일승창에 보관된 채권에도 눈독을 들였고, 시바 고로에게 반드시 입수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대본영에서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청국 부호들이 혼란한 시대에 재산을 분산할 목적으로 조선의 국공채를 사들였고, 죽은 공친왕과 친분이 깊은 이하응의 배려로 많은 양을 배정받았다는 정보를 알려주었다.
“대본영과 대장성에 파악한 바에 따르면 엔화 가치로 약 2억 엔에 육박하는 국공채가 일승창 표호에 보관 중이다. 바닥과 벽, 천장까지 뜯어서 살펴라. 대일본제국의 경제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부관과 장교들을 닦달했다.
1시간 동안 폐허로 만들다시피 해체한 일승창 내에는 1위안짜리 하나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액면가 1만 원짜리 국공채 2만 장이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참을 찾던 중에.
손이 피로 범벅이 된 군조가 다가왔다.
“중좌님, 말씀하신 국공채가 이틀 전까지 있었답니다.”
의자에 양손을 뒤로 묶인 채 고문을 받은 일승창 지점장, 그의 얼굴이 피로 물들었고, 가슴을 풀어헤친 곳마다 칼자국이 생겼다.
“뭐! 어디로 갔단 말이냐?”
“연합국의 약탈을 우려해서 북경에 있는 조선중앙은행지점과 이야기했고, 전액을 맡겼답니다.”
“칙쇼! 조선이 개입했어?”
시바 고로 중좌가 경악했다.
불과 이틀 전에 조선중앙은행의 북경 지점에 있는 행원들이 방문했고, 높은 보관료를 받는 대가로 국공채의 보관을 책임지기로 했다.
“안돼!”
“조선중앙은행의 북경 지점을 공격합니까?”
“미친 소리 작작 해라. 본국이 조선과의 전쟁을 바라지만, 선전포고의 주동자가 될 생각이 없다. 연합국이 나서야 본토가 책임을 회피하고 공격을 피할 수 있다.”
전쟁 빌미를 제공하는 즉시, 일본 본토가 조선 해군의 공격 범위에 드는 까닭에 우려를 표했다.
현재 일본국은 도쿠가와 막부와 메이지 정부로 국토가 분단되었고, 홋카이도의 도쿠가와 정부는 조선군과 조선해군을 부채질하며 혼슈를 노리고 있었다.
“으드득! 이곳에 보관 중인 은화와 지폐 다발을 모조리 옮긴다. 병사 일부를 남기고 전차대는 어하원으로 간다.”
시바 고로 중좌는 이를 갈면서 전쟁의 단초가 될 한승범을 잡을 결심을 했다.
일본국이 기사회생할 수 있는 연합국 대(對) 조선의 전쟁을 만들어야 경제적 압박을 피할 수 있었다.
다른 이유도 포함되었다.
“프랑스에서 입수한 청태조 누르하치의 무덤에 묻힌 보물을 얻으려면 조선과의 전쟁은 필수다. 전차대에 일러 출동 준비를 하고 임시연합국 사령부에 알려라. 일본의 전차대도 합류한다고.”
표지는 인터넷임시발췌...문제시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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