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북경_10. 칠흑의 공주와 밝혀지는 진실(3)
허구의 역사밀리터리입니다. 동명이인 및 내용은 모두 평행세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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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제국령 요양에 설치된 군정(軍政).
그곳에 조선중앙은행 요양지점이 있었다. 사람들은 만주의 상거래를 위해서 설립한 은행으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여러 종류의 금속화폐를 흡수하기 위한 환전소 역할을 도맡았다.
혁전이 피해를 감수하고 전쟁 초기에 요양을 공격한 이유도, 요양지점에 은닉된 자금을 얻어서 군자금으로 사용할 목적이었다.
어림잡아서 수백 상자의 지폐와 은자, 금괴가 사라졌고 추가 무기 대금으로 받은 은화를 기차에 싣고 이동하다가 잃어버린 로벨리타 일행이었다.
로벨리타가 화들짝 놀랐다.
“그 돈이 비자금이었어?”
톰이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아가씨, 잊어버렸습니까? 그분께서 신신당부하면서 지폐를 제일 먼저 언급하시지 않았습니까.”
로벨리타가 토라진 얼굴로 말했다.
“흥, 그까짓 종이 쪼가리가 얼마나 가치가 있다고 그러는 거야?”
톰은 손바닥으로 이마를 쳤다.
“어이쿠! 내가 미칩니다.”
산체스도 끼어들면서 말했다.
“조선국의 지폐 따위가 뭐 대단하다고 큰소리를 질러! 은화도 아니고 금화도 아니고 종이로 가치를 대신하려고 발악하는 노랭이의 돈이 뭐 대단하다고.”
톰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이 머저리야! 조선국의 화폐는 영국 지폐와 마찬가지로 금본위제도에 연동되어 있다고. 너는 그게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어?”
그제야 두 사람의 표정이 놀란 얼굴로 변했다.
톰이 말한 금본위제도라는 말은 금의 보관량과 연동해서 화폐를 찍어낸다는 의미였다. 1819년에 산업혁명으로 영국의 경제 규모가 급격하게 커지면서 금화 주조량을 감당하지 못해서 금본위제도를 제시하며 파운드 지폐를 찍어내었다.
“그럼, 우리가 가진 종이가 모두 금이라는 말이야?”
“예, 아가씨.”
“어머, 그것도 모르고 창고에 처박아 두었잖아. 여태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
톰이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요양성을 함락하고 은행을 털면서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숨겨두었다. 당시에 만주와 시베리아를 오가면서 대규모 전쟁 물자를 운송하기 위해서 조선 지폐를 운반할 여력이 부족했다.
“제가 신신당부하지 않았습니까? 요양지점의 중앙은행은 조선 본토를 제외한 지역에서 제일 큰 은행지점이라고 말입니다.”
톰은 구구절절하게 다시 말했다.
그가 말한 중앙은행은 정조 선황제 시절에 조폐권을 가진 국립은행과 별도로 민간금융을 선도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금융회사였다.
섭정왕 혹은 대원왕으로 불리는 이하응이 만주의 내지화를 위하여 금융자본을 집중적으로 키운 곳이 요양이고 돈이 유통되고 쌓이는 곳이 중앙은행지점이었다.
또한 국경을 접하고 있는 러시아, 청나라의 북방지역, 몽골 등에 이르기까지 통용되고 있는 은과 금의 환전을 장악할 목적으로 설립된 금융기관이었다.
“만주를 할양받고 집중적으로 청나라의 화폐와 통용되는 여러 나라의 은화를 조선 화폐로 바꾸기 위해서 종이돈을 쌓아둔 곳이기도 합니다.”
조선의 화폐가 아니면 만주의 토지를 살 수 없게 만든 정책으로 얻어지는 환전 이익이 어마어마하게 설계되었다.
톰의 설명이 이어지자, 로벨리아는 경악했다.
“그, 그럼······.”
톰은 인상을 찡그렸다.
“우리가 혁전 버일러에게 받은 금액을 다 합쳐도, 열차의 적재한 은괴를 소실하고 압류를 당했다고 쳐도, 비교가 안 되는 거액이라는 말입니다.”
조선 화폐가 유럽에서 사용되지 않고 있었지만, 동북아시아에서 금 태환 화폐 중에서 신용도가 가장 높았다. 로벨리타가 종이 쪼가리라고 무시했던 지폐가 금과 같은 가치가 있다는 소리에 충격을 받았다.
“설마, 설마 했는데······.”
“그 악마 같은 섭정왕이 죽었다고 저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특히 K라고 불리는 제국익문사의 사냥견들이 저희를 맹렬히 추격할지 모른다는 뜻입니다.”
그 말에 산체스도 경악했다.
반세기 동안에 악명을 떨친 동방의 이름 모를 국가의 K라는 조직에 대해서 유럽 암흑가의 요직에 있는 자 중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
“제기랄, 똥을 밟아도 제대로 밟았다.”
그 말에 톰도 수긍했다.
“이제야 너도 알았군. 지금 우리는 그들의 눈을 피해야 합니다. 연합군을 공격해서 정체가 드러나는 일은 삼가야 합니다.”
그러면서 손가락을 뻗었다.
벽 너머의 한승범과 생존자를 지칭했다.
“꼭 하겠다면 저들을 이용하셔야 합니다. 우리가 전면으로 나서게 되면 끝장입니다.”
로벨리타는 불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전쟁에서 진다고!”
톰은 고개를 저었다.
“산체스, 네 녀석이 이스탄불에서 K와 만난 이야기를 해드려.”
산체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젠장, 그 미친놈들하고 연관이 되었을 줄 몰랐습니다. 개자식들한테 얽히면······.”
말꼬리를 흐렸다.
톰은 알고 있었다.
조직에서 오래전에 조선과 전쟁을 일으키고 배상금을 얻을 요령으로 암계를 획책한 일을.
‘나도 젊어서 철이 없었지. 그들을 무시했으니까.’
샨체스가 진저리를 치면서 말했다.
“아가씨, 악마 같은 개자식을 상대로 승산을 점치기 어렵습니다. 아쉽지만 톰의 말대로 해야 합니다.”
로벨리타가 욱! 하고 말했다.
“흥, 5대 기사 가문이라고 불리는 공중의 샨체스가 약한 소리를 하다니.”
샨체스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자존심이 세고 자부심이 강한 그에게 그 말은 모욕이나 다름없다.
톰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이하응의 암살은 어쩔 수 없지만, K를 적으로 만들면 안 됩니다. 아가씨는 모르지만, 현재 5대 기사가문이 대놓고 K조직과 척을 지지 않으려는 이유를 아십니까?”
그 말에 로벨리타가 고개를 저었다.
동시에 샨체스의 입가 한쪽이 괴이하게 올라갔다.
톰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샨체스가 거느린 공중함대가 몇 척인지 아십니까?”
로벨리타가 당연히 아는 투로 답변했다.
“다섯 척 아냐? 샨체스의 기함 칼캐로돈과 까를로, 마테오, 엔쪼, 발렌티노도 내가 모를 줄 알아!”
5대 돌격대의 하나인 공중의 산체스 전대를 모르는 이는 조직에 없었다. 로벨리타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톰은 고개를 크게 저었다.
“모두 열두 척이었습니다. 그들이······.”
샨체스가 말을 중단시키며 끼어들었다.
“젠장, 그다음 말은 내가 할게. 제 삼촌이랑 숙부들이 K와 일전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빌어먹을 K의 사나운 엽견(獵犬)에게 물어 뜯겨서 황천으로 가셨죠.”
그 말에 로벨리타가 황당한 얼굴을 했다.
공중전함이 어떤 물건인가?
현존하는 과학으로 따라오지 못하는 최첨단의 산물로 전장 230미터가 넘고, 전폭이 90미터이다. 여기에 최고속도가 시속 136km이다. 무장으로는 45mm 2문과 37mm 8문, 8mm 기관총 5정을 장착하고 승조원 98명이 탑승했다.
칼캐로돈의 전력으로 중무장 보병 1개 연대를 전멸시키는 데 드는 시간은 30분 남짓이다. 단일 전력으로 유럽의 중소국가를 초토화시킬 수가 있다는 공중전함이 파괴되었다는 말은 충격에 가깝다.
샨체스는 입술을 질겅질겅 씹으며 말했다.
“30여 년 전에 그들과 공중함대와 충돌했습니다. 우리 측 열두 척의 공중함대가 북해도 상공에서 맞닥뜨렸습니다.”
조직의 오랜 비사(秘史)가 흘러나왔다.
프랑스와 미국과 전쟁, 일본 내전에서 조직의 계획을 송두리째 말아먹게 만든 조선과 K를 징계하기 위해서 공중함대를 움직인 적이 있었다.
당시에 관측장비의 수준이 낮았고, 함선들도 속도가 느린 증기선과 기범선이 혼용되는 시기라서 유럽 열강도 찾아내기 힘든 시대였다.
샨체스의 숙부와 삼촌들은 여태껏 남모르게 해적질하면서 수장시킨 화물선처럼 조선 해군을 흔적도 없이 파괴할 작전을 전개했다.
이 작전에 조직의 공중함대가 모두 투입되었고, 바다 밑에서 도사리고 있던 잠수함 전대도 참여했다.
아스라이 과거를 떠올리던 샨체스가 두 사람을 향해서 주저리 입을 열었다.
“수중의 울프 전대도 같이 참가했지요. 아가씨도 들어는 보았을 것입니다. 빈터 제독이 이끄는 울프 함대는 잠수함 9척으로 이루어진 부대였죠.”
“설마, 루이 빌렘 드 빈터를 말하는 거야? 그는 잠수함 1척을 거느리고 대서양에서 해적질을 일삼고 있어.”
“그가 유일하게 살아남은 울프 8호의 함장입니다. 빈터 제독은 그의 부친이었습니다.”
“말도 안 돼. 울프는 물속에 들어가면 누구도 잡아내지 못해. 누가 그를 공격해?”
“후유, 그놈들은 흔적도 없이 울프 전대를 찾아내고 격파했습니다. 빈터 영감은 후방에서 서포터를 전담한 덕분에 살아남았습니다.”
“맙소사!”
로벨리타가 경악했다.
울프전대의 잠수함은 바닷속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므로 수면에 떠오르기 전까지는 찾아내는 게 불가능했다.
조직을 적대하는 상대방의 해상무역로를 흔적도 없이 파괴하는 작전에 참여한 적이 있는 로벨리타에게 끔직한 악몽과 다름없다.
수중에서 발사하는 어뢰가 항주하며 수백 톤에서 수천 톤의 함선을 두 동강 내어버렸다.
“K와 저희 조직은 큰 전투, 아니 전쟁을 벌였습니다. 일본인들이 말하는 보신센소에 개입해서 메이지 정부군의 항구와 보급물자를 공격하려는 조선의 함대를 수장시켜 버리려고 했습니다.”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는지 샨체스가 진저리를 쳤다.
톰도 피었던 시가를 꺼내 불을 붙였다.
30여 년 전에 발발한 은밀한 전쟁은 조직 최대의 참사였다.
이 전쟁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고, 아는 사람도 드물었다.
오로지 K와 조직의 일이었다.
샨체스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과거의 기억은 끔찍하다 못해서 처절했다.
“우리가 목표물에 접근하자 그자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절대 우리보다 과학력이 뒤떨어지지 않았지. 톰도 알 것입니다. 저 녀석은 육지에서 요인 암살 작전에 투입되었죠.”
잠시 떨리는 손 때문에 위스키병을 잡고 병나발을 불었다. 술기운이 들어가자 대화가 이어졌다.
“그날 비바람이 몰아치고 태풍이 불지 않았으면 공중함대는 사라졌을 것입니다. 일곱 척의 전함이 K가 부리는 공중함대의 공격에 추락했고, 측면을 지원할 요량으로 우회하는 우리에게 후퇴하라는 숙부의 명령 때문에 살아남았습니다.”
그날의 공포 때문인지 샨체스가 부들부들, 떨었다.
톰이 말을 이었다.
“K는 역사의 전면에 나서지 않습니다. 그들이 나타나면 한쪽은 사라집니다. 대외적으로 조선제국의 국가기관이지만, 그림자 속에 있는 실체는 베일에 가려진 살인자 집단입니다.”
표지는 인터넷임시발췌...문제시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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