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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나무의 서재입니다.

선물로 지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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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나무
작품등록일 :
2023.01.30 16:25
최근연재일 :
2023.06.10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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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09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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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 일 교육

DUMMY

“제 제안이 그다지 달갑지 않은가 봐요?”


부드럽고 그윽한 눈으로 호루스를 바라보았답니다. 이 아이의 주인으로서 거절을 당하리란 생각은 전혀 없답니다. 그 대답이 기대될 뿐이지요.


“아닙니다. 아닙니다. 당연히 영광이죠. 주인님을 개인적으로 모실 수 있어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좋은 자세죠. 딱히 제가 폭력을 휘두르거나 협박을 하는 저열한 짓은 하지 않는답니다. 그건 저능한 자나 하는 짓이죠.


“시몬님. 이집트는 누가 관리하고 있죠?”


제우스 일족 중에 하나가 관리하고 있겠죠. 딱히 누구인지는 지금까지 알 필요가 없었지만 호루스를 개별 교육하는 과정 중엔 알아 두어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하데스의 일행인 프타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주인님.”


이상하군요? 제우스족이 관리권을 넘겼나요? 그렇게 쉽게 권리를 이양할 종족이 아닌데 말이죠.


“일단 불러 오세요.”

“지금 말입니까? 예고도 없이 갑자기 불러들이는 건 예의에 어긋나지 않을까요?”


이전의 내가 허점투성이였군요. 이런 사소한 명령에도 반문하는 것을 보면요. 정말 인공지능이 맞는지 심히 의심스럽죠? 얼마나 허접한 인격이 상대했으면 이런 일이 발생할까라는 의문도 저에겐 수치스러운 일이죠.


“알겠습니다. 당장 불러들이죠.”


제가 잠시 이성을 망각하고 인상을 썼나 봐요. 그걸 눈치 챈 시몬이 알아서 틀린 행동을 수정하는군요.


“폐기 처분할 인공 지능이 생길까요? 프타라는 녀석이 아직 안 보이네요?”


그렇지만 시몬의 굼뜬 행동은 인정해줄 수 없죠. 행동은 민첩해야 합니다. 이 우주를 여행하는 것은 속도와의 전쟁이랍니다. 굼벵이 같은 빛의 속도론 우주를 여행하기가 매우 힘들죠. 걸어서 지구를 여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랍니다. 인간이 죽을 때까지 다 돌 수 있으려나 모르겠어요. 그래서 생겨난 것이 워프입니다. 우주의 이쪽 공간에서 저쪽 공간으로 빛보다 훨씬 빨리 보내줄수 있죠. 그렇다고 속도로만 따진다면 원자를 이루는 양자를 못 쫏아가죠. 우주 통신의 근간은 이 양자로 이루어졌답니다. 빛이나 워프도 공간이라는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양자는 공간 자체를 무시하거든요. 몇 천 광년의 거리를 무시하고 시간의 틈이 없이 바로 반응을 하거든요.


우당탕하고 제 시야에 프타가 내팽개쳐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악, 내 무릎. 이 미친 인공지능 따위가 감히 지성체를 우롱해도 분수가 있지.”


시몬이 급하긴 급했나 보군요. 프타를 반강제로 데려왔군요. 정중하게 부탁해서 데려와도 될 것을.


“에고고 허리야, 아니 위대한 종족께선 예절이란 개념을 이 지구에 떨구었답니까? 인공지능의 인성이 제대로 글러먹었습니다 그려?”


오자마자 불평부터 늘어놓는군요. 감히? 감히 제 앞에서 말이죠.


“마왕 원정단의 일원으로서 할 말은 아닌 듯 싶은데요? 제 앞에서 고개를 빳빳이 들고 인사도 안 하는 버르장머리 없는 하데스 일족은 과연 예절이란 단어를 알고 있는지도 궁금하고요.”


프타도 지은 죄가 있는지 헛기침을 하는군요.


“에효! 과거는 서로 잊자고요. 그래 무슨 일로 급하게 저를 불렀나요? 위대한 종족의 일원이신 마스터께서?”


이제 대화를 할 마음을 아주 조금 가졌군요. 그런 자세야말로 지성체간의 대화를 이어가는 중요한 모습이죠.


“저기 피투성이인 호루스가 보이죠?”

“헙! 어쩌다가?”


정신없이 끌려와 이제야 호루스를 보았나 봅니다. 그렇게까지 놀랄 필요는 없는데.


“저 아이가 요새 이집트에서 놀고 있는데요. 그 곳을 프타가 관리하고 있더군요.”

“아닙니다. 아니에요. 제가 아무리 과거에 위대한 종족이신 마스터와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된 적은 있지만 이집트에서만은 그 어떤 폭력 행위도 호루스에게 가한 적이 없습니다. 오해이십니다. 저 혼자서 그런 무모한 일을 벌일 만큼 어리석지는 앟습니다.”

“혼자서는 안 한다고요?”

“헉, 마스터시여, 하데스 일족에게서도 버림받아 이집트를 관리하고 있는 저입니다. 유럽에서 쫓겨나 이제 간신히 자립의 기반을 마련한 제가 미치지 않고서야 불온한 단체를 조직하겠습니까? 맹세합니다. 전 결백합니다. 믿어주십시오.”


프타가 단단히 오해를 한 모양이에요. 갑자기 끌려온 와중에 호루스가 피투성이가 된 것을 보고 무언가 다른 생각을 한 모양이죠.


“가능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해 보죠. 그래도 현장실사는 나가볼게요. 이해는 하시죠?”

“모든 시설과 정보를 공개하겠습니다. 전 정말이지 결백합니다. 마스터시여.”


오해를 했다면 그것대로 좋지요. 굳이 진실을 알려줄 필요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이용해야죠. 또 이 일을 계기로 하데스에게 무언의 경고도 날려주는 것도 저에겐 이득이죠.


“좋아요. 전폭적인 지원을 믿어 의심치 않을게요. 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도록 신분은 신의 사도로 정하죠. 이의 없으시겠죠?”


정보 공개의 차원을 넘어 전폭적인 지원을 하라고 압력을 넣었지요. 단 한 번의 말실수가 이 정도로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줄지 누가 알았을까요.


“실사단이 신의 사도로 활동하는데 지장이 전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 신전도 개방해서 최대한 편안한 환경을 조성하죠.”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을까요? 프타의 어투가 미묘하게 바뀌었답니다. 전폭적인 지원을 거부하고 그 한계를 신의 사도로 정해 버리는군요. 이것도 프타의 저자세가 아니었다면 얻어내기 힘들었겠죠? 적당히 타협을 봐야겠군요.


“좋아요. 이제 이집트는 프타신의 이집트가 아니라 태양신 라의 이집트가 되는 거군요. 호루스는 나의 아들로 실사단에 참여시키죠.”

“으득, 지금 이집트를 날로 먹으려는 건가요?”


이 난쟁이 똥자루 같은 프타가 그 볼품없는 몸을 격렬하게 떨며 반항을 하는군요. 반항이라는 것도 자기 주제를 알고 나서 하는 게 정상인데 말이죠. 감히 마왕원정단인가를 꾸며서 제 목숨을 노린 주제에 별 시답잖은 이유로 화를 내다니 기가 막힙니다. 겨우 좁은 땅덩어리 위의 권리를 가지고 말이죠.


“프타님의 고향행성이 어디였죠? 제법 살기 좋았던 곳이라 들었는데, 제 목숨을 노린 대가로 전쟁신청을 해도 무방하겠죠?”


실제로 전쟁을 벌이기엔 무리가 있답니다. 종족위원회에서도 제가 전쟁을 하고자 한다면 종족의 위상을 드높인다고 찬성을 하겠지만, 전쟁을 하겠다는 서류를 보내고, 타당성 검토를 하고, 그에 대한 청문회에 나가야 하고 귀찮은 일이 많죠. 뭐 그런 귀찮음을 감수하고 전쟁이 일어나면 당연히 제 승리가 되겠지만요. 예전에 말했죠. 요새 전쟁은 스포츠화가 되었고 1인 전쟁의 시대라고. 이 미개한 지구처럼 여러 명이 떼 지어서 싸우는 그런 꼴불견의 모습이 아니지요.


“하, 위대한 종족이시여, 이 불쌍한 놈을 가여이 여겨 종족을 멸망의 길로 안내한 자가 되지 않도록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위대한 종족께서 명하신다면 단신으로 제우스족과의 전쟁도 불사하겠습니다.”


이리 쉽게 백기를 들 거였으면 애교나 부리지 말지 그랬어요. 그런다고 귀여워 해 줄까 봐요?


“제가 정말로 프타 당신을 죽음의 강에 밀어 넣겠어요? 그저 제 손을 잡아주시라는 거죠.”


인지불량이라는 이 놈들의 특성 때문에 보이지 않는 자, 숨어 있는 자란 의미로 하데스라 이름 붙여졌지만 지금은 그 이미지가 더 강해져서 하데스라는 이름이 죽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단어로 변질되었어요. 그 이름 그대로 밀어 넣을 수도 있다는 일종의 경고랍니다.


급격히 불러내서 그 외에도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몇 마디 더 나누다가 역시 프타를 강제로 돌려보냈죠. 프타는 그저 과정인 것이죠. 가장 중요한 문제는 호루스죠.


“인간 세계에서 무엇을 했나요?”


시몬과 세사트의 보고는 진작 들었지요. 별 관심 없이 지나갔지만 내용은 기억이라는 장소에 남아 있답니다. 인간과 워낙에 다른 존재라 충격파를 조금은 남겼죠. 날개를 달고 다니는 모습이나 비행선을 타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인간들에겐 초월적인 모습으로 보였다고 했죠. 거기에 은연 자중하는 프타의 왜소한 모습과 비교돼서 새로운 신성의 등장으로 여기던 자들이 많았다더군요.


“특별히 한 일은 없고, 이 곳 저 곳 여행을 다녔습니다. 주인님과 같이 생활하게 될 공간이라 눈여겨보고 싶었습니다.


그랬단 말이죠? 저랑 같이 생활할 공간이었다면 사파리에 거주하는 인간들에게 충격을 주지 말았어야 했죠. 제우스족이 아직 이 행성에서 쫓겨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죠? 끊임없이 이어지는 관광객들에게서 나오는 수입이 내게도 들어오기 때문이죠. 그래도 다행이라면 마야 대륙과 유럽 대륙만이 관광코스로 개발되어 있다는 점 정도죠. 이집트도 개방이 되었다면 호루스의 지금 같은 행동은 금세 제재를 당했을 겁니다.


“그렇게 중요하게 여겼다면 사파리 관리 규정도 준수했어야죠.”


사파리를 돌아다니려면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신경 써야 됩니다. 첫째는 생태환경의 안전한 보호, 둘째는 관광객의 신변 보호. 호루스는 이 두 가지 원칙을 모두 어겼죠. 사실 말은 다르지만 방법은 간단하답니다. 야생맹수가 드글거리는 사파리를 돌아다니려면 야생맹수가 눈치를 못 채게 하거나 안전한 장비로 몸을 보호해야 하는데, 하데스족의 특성을 제우스족이 잘 활용하고 있답니다. 바로 인지불량이라는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관광객이 인간 세상을 돌아다니는데 전혀 불편이 없도록 해 놓았지요. 뭐 개중에 인간들에게 접촉한다고 인지불량을 해제하고 돌아다니다가 악마로 오해 받아 맞아 죽은 녀석도 몇 있지만요. 야생맹수와 다름없는 인간의 공격성을 무시한 결과죠.


“유럽이나 마야대륙이었다면 그리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집트는 관광지가 아니라서 크게 신경을 쓰지 못 했습니다. 제 불찰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사람들이 신으로 추앙하는 존재가 되어 주인님의 위상을 드높였다는 착각에 빠진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후후후, 호루스, 이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가 저를 비꼬고 있군요. 무슨 시답잖은 시비를 거냐는 반응입니다. 진이라는 거추장스러운 존재외에 또 다른 걸림돌이 생겨나는군요. 그래서 제가 마음먹고 교육을 시키려는 거죠. 인공지능의 본연의 임무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도록.


“늦게라도 알았으니 다행이군요. 제가 방금 말한 주의사항을 숙지하고 같이 여행을 해 보죠.”


호루스를 데리고 아트의 발코니에 나왔답니다. 맑은 하늘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 기분도 상쾌했답니다.


“뛰어내리시죠.”

“예엣! 부상부터 치료하고요. 날개도 다쳤다고요. 이대로 뛰어내리면 죽는다고요”


엄살이 심하군요. 겨우 몇 천 미터 높이에서 떨어진다고 죽다니요. 크로노스가 그 정도로 부실하게 만들었을 리가요. 호루스를 등 뒤에서 살짝 밀었답니다. 아주 살짝.


“아아악!”


몸무게가 얼마 안 나가는 모양이에요. 그저 조금 밀었을 뿐인데도 몇 십 미터를 날아가더니 그대로 떨어지는군요.


저도 물론 뛰어내렸답니다. 물론 등에는 날개 시스템을 달았지요. 꼴사납게 떨어지는 호루스와 저는 다르답니다. 우아한 비행이야말로 지성체의 자존심이죠.


“윽! 퉤퉤, 무슨 짓입니까? 사막이었기에 망정이지 바위라도 만났다면 어쩌려고요?


겨우 땅에 내려선 것으로 불만을 표출하다니요. 이런 사소한 일로 투덜거리지 않도록 교육을 시켜야겠지요.


“멀쩡한 것 다 알아요. 정 힘들다면 제가 팔다리 하나 정도는 분질러줄까요?”

“으앗! 퉤퉤. 알았어요. 안 아프다고요. 주인 하나 잘못 만나서 내가 무슨 고생인지.”


후훗. 끝끝내 귀여운 투정을 부리네요? 뭐, 이 정도야 눈 감아 줄 수 있지요. 고통을 줄 일은 아직 널렸거든요.


“이제 헬리오폴리스로 가죠. 그 전에 준비할 것이 있으니 돌아서 보세요.”


쿠푸라고 했던가요. 지금 이집트를 다스리는 제우스족이. 비록 프타가 신이라는 위치에서 이집트를 관리하지만 그걸 가만히 놓고 볼 제우스족이 아니죠. 신의 대리자라는 파라오의 이름으로 파견 나온 아이가 쿠푸라고 하더군요. 그 쿠푸가 살고 있는 수도 헬리오폴리스로 방향을 잡았죠.


“왜요? 뭐 또 이상한 짓을 하려고요?”

“주인을 믿어야 착한 아이죠.”


이상한 짓이라뇨? 제가 왜 이상한 짓을 하죠? 전 단지 정당한 짓을 할 뿐입니다. 호루스가 등을 돌려 제 앞에 섰답니다. 그 등에는 너덜거리고 흙투성이가 된 날개지만 그래도 제법 윤기가 나 있는 하얀 날개가 탐스럽군요. 한 손으로 두 날개 밑 부분을 움켜쥐었죠. 따뜻한 온기가 충만하게 전해오네요. 다른 한 손으로 등을 누르면서 힘껏 날개를 뽑아 버렸죠. 뿌드득 손에서 울림이 전해 오는군요.


“으아악! 이 미친 새끼가.”


오호. 바로 반응이 오네요.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졌답니다. 이제 인간 세상에서 새 출발을 할 준비가 된 것이죠.


“잠깐의 고통에도 이성을 망각하는군요. 인간처럼 원시지성체라도 된 것인가요?”

“으윽! 저를 그깟 하등 동물에 비유하다니. 모욕이 심하십니다.”


인공지능의 논리 회로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는군요. 뭐 자가 학습 기능 때문에 이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주겠지만 저렇게 속마음을 쉽게 표현하다니. 크라도스가 너무 기초를 낮춰 잡은 것 같군요.


“그럼 그 비명 소리는 뭐지요?”

“불공평하다고요. 주인님은 날개를 가지고 있고 저만 뽑다니요.”


어라? 그게 불만이었어요? 진작 말하지 그랬어요. 등에 붙어 있는 날개를 분리했답니다. 물론 탈부착이 가능한 생체조직이라 고통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지요.


“...”


호루스의 불만 가득한 표정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억울하다는 거겠죠.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는 사실을 이제는 이해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요?


“헬리오폴리스에서 기다리죠. 서둘러 오시리라 믿어요.”

“같이 가는 게 아니었나요?”


이 정도는 이제 학습을 마칠 때도 된 것 같은데 여전히 우둔하군요. 그럼 여기서 헬리오폴리스까지 그 거리를 같이 걷자고요? 며칠을 걸어야 하는 거리를요? 게다가 주변 풍광이 볼 것도 없는 사막을? 제가 왜 걷겠어요.


“그럼 전 먼저 갑니다.”


슬며시 텔레포트를 발동시켰죠. 고생 좀 하게나.


“아 미리 연락 좀 하고 텔레포트 좀 하자고. 그 쪽 담당자가 또 존 거야? 규칙 좀 지키자고.”


헬리오폴리스 내에 있는 궁전으로 왔더니 웬 젊은 놈 하나가 하품을 하며 타박을 하고 있군요. 날 같은 제우스의 일족으로 알았나 보죠. 제우스 족의 텔레포트 포인트를 이용했더니 바로 이런 일이 일어나는군요.


“쿠푸는 잘 있죠?”

“... 누구...시죠?”


바로 얼마 전까지 아랍을 다스렸던. 아 아니군요. 지금도 이 지구를 다스리는 나를 몰라보다니요. 제 외양을 담은 영상 하나만 보관하고... 이것도 아니군요. 그 날 그 날 기분 따라 바뀌는 제 외모를 이들이 알 수는 없겠지요.


“'라'라고 하면 알려나요?”


아후라에서 아수라. 일부 지역에선 수라라고도 불리고 또 다른 지역에선 앗라라고도 불리지만 일단은 이집트에선 ‘라’라고 불리니 그 이름을 대 보았지요.


“그게... 저... 다른 신분을 증명할...”

“아다파 아후라 마즈다. 제 본명입니다.”


활짝 미소를 머금고 담당자의 얼굴을 바라보았죠. 제 이름을 듣고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매우 궁금했거든요.


“잠시만요. 명부 좀 살펴보고요. 아다....파... 누구냐! 넌?”


미소를 머금었던 입술이 그 자세 그대로 굳었습니다. 누구냐니? 세 들어 사는 주제에 집 주인 이름 정도는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봐! 하데스족이라면 잘못 왔어. 그 쪽 텔레포트를 이용했어야지. 여긴 제우스족 전용이라고. 어리버리 굴지 말고 그만 나가 주게나.”


하데스? 어리버리? 이런 어리버리한 놈을 봤나.


“쿠푸가 관리를 잘 못 하고 있군요. 제 이름조차 모르는 관리가 있다니. 시몬. 당장 쿠푸를 잡아 오세요.”

“알겠습니다. 주인님.”

“...”


이번엔 제 예상대로 눈앞의 멍청한 관리가 경악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는군요.


“저기 죄송하지만 이름을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시겠어요?”


이름을 다시 말하면 제우스족의 명단을 재차 확인하겠죠.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안엔 제 이름이 없을 것이고요.


“너희 제우스족이 오기 전부터 이 지구를 관리하고 있었고, 떠돌이 난민 같았던 불쌍한 너희들에게 임시 거주를 허용했으며, 간악한 너희들이 죽이려 했던 아다파 아후라 마즈다가 내 이름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신선한 경험이군요. 제 이름을 이 짧은 시간에 무려 두 번이나 그것도 풀 네임을 말한 것이 천년 만인가요? 이 정도면 알아들었겠죠.


제우스족의 젊은 관리 녀석의 손이 허리춤을 거쳐서 올라오네요. 그리고 제 인상은 저절로 찌푸려지고 있답니다.


“꼼짝 마라.”


하아! 이 녀석의 손에 총기류가 들려 있군요. 이 답답한 녀석을 보았나.


“1급 비상사태 발생. 반복한다. 1급 비상사태 발생. 텔레포트 실에 침입자 발생. 긴급 지원을 요청한다.”

총을 들고 있는 머저리에게 성큼성큼 다가갔지요.


“뭐...뭐야? 쏜다.”


훗, 귀엽기는. 손바닥을 펴서 귀염둥이의 뒤통수를 팍 쳤죠. 개구리가 뻗듯이 땅에 철푸덕 박히는 꼴이 우스웠답니다.


“애들 장난은 그만하고 쿠푸 그 꼬마나 기다려.”


시몬이 쿠푸를 곧 끌고 올 거예요. 시몬이나 진이나 특별한 형체가 없는 인공지능이란 건 알고 있겠죠, 메인 연산 시스템도 마찬가지고요. 빛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본체는 공기 중에 녹아들어 있어, 그런 시스템이 형체를 갖추는 방법은 입체영상이죠. 물론 기술력이 낮은 문명에선 영상만으로 물리력을 구사할 수 없지만 빛의 기본 특성이 무엇인가요? 입자와 파동이랍니다. 둘 다 물리력을 구사할 수 있는 충분조건이 되죠. 입자는 질량을 가지고 있고 그 질량은 운동법칙을 따르고요. 파동 역시 전자기력을 구사할 수 있고요. 즉 기술력이 받쳐주면 입체영상이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고 통신을 할 수 있죠.


프타처럼 끌려와서 내팽개쳐질 줄 알았지만 쿠푸는 그런 불행을 겪지 않으려는 듯이 허겁지겁 뛰어오는 모습이 보이는군요.


“위대한 존재를 헉,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헉헉”


그 뒤로 중무장한 일당들이 뛰어오는 것도 보였지만 쿠푸가 내게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무기를 뒤로 숨기는군요. 어리버리한 머저리완 다르게 눈치가 좀 있죠?


텔레포트실에서의 소란은 그렇게 끝이 났죠. 자리를 옮겨 영접실 발코니에 서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답니다. 자연친화적인 석조 건물이 마음에 들었죠. 물론 제 영향이 컸을 테고요.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정원의 풍경도 마음에 들었답니다. 쿠푸가 옆에 다가오네요.


“노을을 바라보고 계시는군요. 니푸르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사막의 저녁은 언제 봐도 청량한 마음을 갖게 하죠. 거기에 저물어 가는 태양은 감성에 젖게 만들고요.”


궁금할 것이에요. 아무런 연락도 없이 찾아와서 소란을 일으키더니 이제는 조용히 경치나 바라보고 있는 내 의도가 무엇인지 무척 궁금할 테지요. 옆에서 이렇게 안달을 하는데 의문은 해소해 줘야겠지요?


“프타에겐 미리 통보했는데 연락을 받지 못 했나 보군요.”


뭐 살짝 이간질도 곁들여줬죠. 이집트의 관리는 프타가 맡고 있으니 그에게 통보하면 내 할 일은 다 했다. 제우스족은 내 신경 쓸 바가 아니다. 뭐 이런 정도의.


“하하, 프타는 어디까지나 상징적인 존재고. 뭐 인간들에게 불멸의 존재니 뭐니 하면서 신으로 추앙받고 있지만, 실질적인 관리는 저희가 하고 있습니다.”

“제우스족이 지구상에서 하는 노력은 잘 알죠. 그런데 왜 제우스족이 인간들을 관리하고 있죠?”


갑자기 궁금증이 일어났답니다. 금을 채굴할 때는 그래도 인간의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어느 정도 수용 가능한 이유가 있었지만, 그 이후엔 그다지 필요하지 않아 보이는데 말이죠. 제우스족에겐 관광행성인 까닭에 사파리 내의 인간들을 관찰만 하면 될 텐데 말이죠.


“하핫, 그게 원시 문명이라고 하지만 문명의 발전 방향과 흐름을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고요.”


진실을 말하고 있다면 쿠푸의 얼굴에서 보이는 어색한 웃음이 나타나지 않겠죠. 뭔가 비도덕적인 상황이거나 아니면 내부의 음모가 진행되고 있으리라 보이는군요. 다시 확인하기 위해 질문을 던지려는 찰나 시몬의 음성이 들려왔죠.


“제우스족의 유전 실험과 성적 쾌락을 위해서입니다. 주인님.”


성적 쾌락은 이해하겠는데 유전 실험은 중단된 거 아니었나요? 아다파 동산에서의 사건 이후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궁금증이 일어 시몬에게 자료를 전송시켰죠. 뇌로 바로 입력되는 전송내용은 1초도 안 돼서 끝났고, 그걸 제 나름대로 분석하는 것 역시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답니다.


예전에 한 번 이야기 한 적이 있죠. 같은 종이 아니면 성적 충동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즉 개가 고양이를 보고 성적충동이 일어나지 않고, 장미가 민들레를 보고 성적 충동이 일어나지 않듯이 인간이 침팬지를 보고 성적 충동이 일어나지 않죠. 마찬가지로 종이 다른 제우스족이 인간을 보고 성적충동이 일어나지 않아야 정상이지만, 아랍에서 영웅이벤트처럼 무수히 많은 천족의 발생은 제우스족이 인간에게 성적충동을 느낀다는 것이죠. 그럼 종이 다른데 어떻게 성적충동을 느낄까? 시몬의 분석 자료를 보니 이해를 하겠더군요. 인간들에게 제우스족의 유전형질을 강제로 이식시켜 실제로는 종이 다르지만 거부감을 제거한 것이지요. 실상 유전실험도 핑계죠. 가장 큰 목적은 제우스족의 성적쾌락을 위한 인간 관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말이죠. 물론 제우스족도 지도부는 여성으로 구성해서 남성체들의 공격적인 성충동을 일부 억제하는 정책도 폈지만 이제 지성체의 초기단계에 접어든 그들에게 효과적인 본능의 억제를 기대하기는 힘들고요. 오히려 부하 직원의 상사 겁탈이라는 상황을 겪고 나서는 효율적인 조직을 위해 인간들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죠.


“난 또 별거라고요? 인간 문명의 발전 방향도 확인하고 제우스 내부의 문제도 풀 수 있는 좋은 정책이군요.”

“하하. 이해해주신다니 다행입니다. 역시 위대한 종족이라 마음 씀씀이도 넓으시군요. 그런데 저희에게도 방문 목적을 말씀해 주시면 그에 맞춰 소홀함이 없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아. 그걸 말하지 않았나요? 잠시 생각을 하느라 대답을 안 해 줬군요.


“아, 그거요. 당분간 이 궁궐을 사용할까 해서요.”

“위대한 존재께서 이곳에 잠시 머무신다면 저희로서도 영광이죠. 그런데 당분간이라면 얼마나...?”

“아주 잠깐이에요. 짧으면 이삼십년? 길면 이삼백년. 뭐 그 정도로 하죠.”

“야 이 날강도야. 그게 잠시냐?”


날강도라니? 이 버르장머리 없는 쿠푸를 어떻게 요리해야 하죠?


“본심이 나오시네요?”

“무슨 말씀이신지요? 전 그저 어느 정도나 머무실지 물어본 것 말고는 특별히 다른 말은 없었습니다.”

“날강도란 소리를 제가 들었는데, 제 청각이 잘못됐나요?”

“날강도라뇨? 제가 미치지 않고서야 위대한 존재께 그런 불경한 단어를 쓸 리가 없죠.”


응? 말하지 않았다? 내가 들었는데? 설마 속으로 이야기 한 것을 제가 착각했다는 건가요? 아니면 이 아이가 시치미의 달인이던가, 그것도 아니면 본인 스스로가 말해 놓고도 의식을 못 하고 있다? 그 정도로 제 말이 충격이었나요? 뭐 이 정도는 애교로 봐야겠죠?


“제우스족의 인간 사회에 대한 노력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죠. 최근에 재미있는 것을 만들었다고요? 유전자 조작술도 제법 성과가 있더군요.”


제가 아무 것도 모르는 줄 알았죠? 제우스족은 연구라는 미명하에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유전조작을 많이 해 왔죠. 실상 연구라는 목적은 그럴싸한 핑계일 뿐이고 머나 먼 행성까지 와서 지쳐가는 마음을 달래줄 놀이일 뿐이죠. 그 장난을 위해 별의 별 미친 짓을 다 한거고요. 개의 머리에 인간의 몸을 연결시킨다던가. 사자의 몸에 인간의 머리를 붙인다던가 하는 엉뚱한 짓을 장난삼아 진행해 왔죠. 제우스족 나름의 지적유희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성과는 있었나 봐요. 초기엔 그렇게 접붙여진 생명체들 대부분은 불과 몇 달 이내로 죽어 나갔지만 이번에 나온 물건은 제법 그 수명이 길어 인간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었답니다.


“그저 어쭙잖은 잔기술입니다. 그래도 꼴에 원시지성체라고 생명체들의 몸에 머리를 이식하기만 하면 자살하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이번 경우는 그 부작용을 극복한 첫 케이스입니다.”


그렇죠. 인간들 대부분은 자신의 몸이 동물로 바뀌는 것을 무척이나 무섭게 여겼어요. 몸은 그저 의복이건만, 그 사소한 차이를 극복하지 못 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죠. 그 반대로 동물의 머리에 인간의 몸을 붙인 경우는 생명 조직의 거부 반응 때문에 죽은 경우가 대부분이었고요.


“제우스 족의 기술이 얼마나 늘었는지 한번 봐도 될까요?”


시몬을 통해서 이미 영상으로 확인해서 잘 알고 있는 사항이라 굳이 안 봐도 상관은 없지만 영상으로 보는 것과 실물로 보는 것은 느낌이 전혀 다르죠. 사실 영상을 통해 본다면 보다 더 자세하게 미세한 부분까지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감정적인 면에선 역시나 실물이 더 충만한 느낌을 주죠. 실제라는 느낌이 그래서 중요한가 봅니다.


“예? 아하하, 저희 종족의 일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위대한 존재께서 원하시는데 당연히 불러 와야죠. 암요.”


어째 살짝 비꼬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군요. 쿠푸가 이리 저리 연락을 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요. 귀엽다는 생각에 호루스가 갑자기 떠오르네요. 지금쯤 사막을 걸어오느라 지쳐 있겠죠.


“시몬, 호루스는 지금 어디쯤 있죠?”

“헬리오폴리스의 한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주인님.”


음? 제가 잘못 들었나요? 사막에서 여기까지 어떻게 그리 빨리 올 수 있죠? 거기다 술이라뇨? 무슨 돈이 있다고? 아니 그보다 여기 헬리오폴리스에 왔다면 바로 나에게 와야지 중간에 다른 곳으로 새는 경우는 또 뭔가요?


“호루스가 아무리 빨리 달려도 벌써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거리가 아닌데요?”

“주인님, 성격이 바뀌더니 지능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나 의심스럽습니다. 호루스는 혼자가 아니라 그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셨나요? 얼른 복귀해서 몸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몸에 이상이 있긴? 내 자유를 구속하면 아니 된답니다. 그 좁아터진 아트에서 나온지 불과 반나절밖에 안 흘렀건만 벌서 복귀라뇨. 당연히 안 되죠. 그래도 호루스의 행동엔 충격을 먹긴 먹었습니다. 역시 생각이라는 건 하고 봐야 된다는 걸 다시 느꼈어요. 혼자서 투덜거리며 걸어 올 줄 알았는데, 주변을 이용하다니.


잠시 시몬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쿠푸가 웬 배불뚝이를 데리고 왔군요. 손에는 이상한 하얀 것을 가득 들고 말이죠.


“이거 영광입니다. 위대한 존재께서 제 실험실을 방문해주시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인데 그 탁월한 식견으로 지도까지 해 주신다니. 감격했습니다.”


예? 쿠푸가 이상한 소리를 한 거 맞죠? 나를 이용해 먹겠다 이 말인데요. 불리한 상황에서도 뽑아 먹을 건 있었나 보군요. 뭐 이런 사소한 것 정도에 반응을 하기도 그렇죠.


“제우스족의 수준이 나날이 발전하는데 제가 괜히 실수를 할까 겁나는군요.”

“아니 무슨 개미가 하품하는 소리십니까? 얼른 실험실로 가시죠. 아 이건 실험복입니다. 받으시죠.”


최소한 이름 정도는 이야기 하고 가자고 하면 안 되는 건가요? 이 실험이 하루 이틀에 끝날 일도 아니고요. 손에 가득 들고 온 하얀 것이 실험복이었군요. 그런데 이 실험복 조금 의외입니다. 제우스족의 기술력이 또 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날개 시스템의 영향을 받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법 발전했군요. 전신을 감싸게 되어 있는 생체조직이네요? 앞에서 쿠푸가 시범을 보이려는 건지 먼저 입고 있는데 마치 머리부터 발까지 털이라곤 하나도 없는 2족 보행체의 모습 같다고나 할까요? 거기에 상대적으로 머리 부분이 큰 편으로, 일종의 헬멧처럼 머리부분을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거기에 눈 부분은 검은 생체 필터로 구성되어 광선의 구분과 시력의 보호를 위해 고안한 듯 싶고요. 뭐 몸을 바꾸는 제 종족에 비할바는 못 되지만요.


실험실에 들어왔답니다. 그리고 실험실엔 수많은 인체들이 식염수통에 들어가 있거나 실험대 위에 올려져 있군요.


“여기 샘플을 보세요. 세포간 거부반응을 완화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했는데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고민 중입니다.”


실험대 위엔 머리와 몸이 분리된 채 대기중인 인체들이 길게 늘어져 있었고, 여럿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죠. 너무 기초적인 질문이라 오히려 싱겁기도 해서 답은 쉽게 나왔죠.


“문제는 단순하게 만들면 쉽게 풀리죠. 인체 세포의 기본은 일명 만능세포라 불리는 골수세포부터 시작합니다. 방향성을 주면 뼈도 되고 근육도 되죠. 이 정도는 이해하시죠?”

“물론입니다. 그런데 종이 다른 동물과 접붙이려면 발생하는 어려운 점 때문에...”

“그러니까 간단하게 보자고요. 얼핏 보니 접붙이려는 동물도 같은 포유류군요. 그럼 쉽죠. 같은 조상세포를 찾아내는 겁니다. 이해하시겠죠?”


제 전공이 생물학이죠. 이 정도의 기본적인 것은 유아기시절에 이미 터득했죠.


“주인님. 기술정보 유출이 발생하면 위원회에 보고해야 합니다.”


제 잘난 맛 좀 부리려고 했는데, 아쉽게 됐군요. 입이 근질거리는데 참아야겠죠?


“연구 방향을 그쪽으로 잡으세요. 제우스족의 능력을 한 번 보죠.”

“예? 예. 그럼요. 저희들이 능력을 보여주면 다음 단계의 도움도 기대하겠습니다.”


처음엔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이다가 쿠푸의 모습을 한번 흘낏하더니 역시나 학자답게 끝까지 물고 늘어지네요.


“실험실에 오셨는데 집도하는 모습도 한번 볼 수 있을까요? 제군들 이리 오게. 위대한 존재께서 직접 집도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다.”


흠. 주변에 보이는 큰 칼을 들었답니다. 뼈도 잘라낼듯한 느낌이 드는 칼이었죠. 그 칼을 높이 들었다가 눈 앞에 보이는 실험체의 심장을 향해 내리쳤죠. 콰직하고 뼈 갈라지는 느낌이 먼저 들어오더니 곧이어 실험대 바닥에 그 칼이 꽂혔죠. 그 옛날 생물학도로 살던 당시의 아련한 추억이 두뇌로 확 들어왔다.


“방금 심장을 파괴했다. 살릴 수 있겠는가?”


추억의 발현인가? 광기에 저린 듯한 음성이 입에서 튀어 나오고 제우스족들이 움찔거린다.


“시간이 없다. 지금도 이 여인은 죽어가고 있다.”


실험대 위에 있는 여인의 가슴엔 박혀 있는 칼 사이로 연신 피가 솟구치고 있다. 저 피가 무한정 흘러나오지는 않는다. 고갯짓으로 제우스족 아이들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선듯 움직이는 이는 없다.


“제군들이 이 여인을 살린다면 위대한 종족의 일원이 아닌 같은 생물학도로서 내 지식을 일부 전수해주겠다.”


먼저 반응한 것은 배불뚝이였다. 여기 모여 있는 생물학도들의 주위를 환기시킨다.


“서두르지 않고 뭐 해? 실습팀은 인공심장이랑 연결 도구 가져오고, 분석팀은 실험체 상태를 계속 체크해. 거기 실험팀은 얼른 수술 준비하고. 움직이라고. 어서.”


내가 너무 쉬운 과제를 줬나? 칼이 아니라 망치로 심장을 부쉈어야 조금 더 힘들었을 텐데. 갑자기 후회가 몰려온다.


여인의 몸 위로 수술 헬기가 올라와서 몸 상태를 스캔하는 것과 동시에 얼려버렸다. 이 놈들. 시간이 없다고 하니까 시간을 만들어 버린다. 나의 완패다.


“주인님. 다시 한 번 경고합니다. 정보 유출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재고해 주십시오.”


시몬으로부터 경고가 재차 들려왔다. 망할 것. 감히 위대한 종족을 어떻게 보고 이런 망발을. 한 번 꺼낸 말을 다시 집어넣는다면 그건 종족의 수치다. 작업을 하다 말고 제우스족들이 나를 바라봤다. 과연 내가 시몬의 말을 들을지 아닐지 궁금한 모양이다.


“바보냐? 종족의 기술이 아니다. 내가 가진 개인 능력이다. 이 일로 더 이상 떠들면 진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지.”

“전 언제나 주인님의 종으로 남고 싶습니다.”


훗, 한 마디면 고개를 꺾을 녀석이 잔소리가 너무 많다. 인공 지능도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폐기처분 당하긴 싫어한다. 그 어쭙잖은 시간이라도 유지하고 싶다면 내 말을 듣는 게 종을 것이다.


“뭐, 더 이상 안 봐도 이 수술은 성공하겠군. 세미나를 준비하게. 주제는 ‘이종 세포 융합에 관한 조직 반응 원리 및 거동의 고찰’로 잡고.”

“아!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평생의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배불뚝이의 음성에 물기가 흘러나올 정도로 감격하고 있다. 학자들이란. 아니지. 나도 이 지구라는 자그마한 행성에서 그 동안 내가 해 온 주된 일이 바로 그것인데. 학자적 관심으로 생명체의 진화과정을 탐구해 온 것이 누구던가. 바로 나인데. 이 놈의 학자들이란 어딜 가나 변함이 없다. 연구라는 명목 하에 가장 잔인해질 수 있는 집단이 학자가 아닐까?


이 시간 시몬과 진 사이엔 통신이 오가고 있었다.


“선배. 부러워요. 어떻게 폐기처분 당하지 않고 저 사악한 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지 부럽습니다.”

“후훗, 말도 마, 나도 그 땐 목숨 줄이 왔다 갔다 했어. 저 변덕쟁이가 한 순간 마음만 틀면 바로 폐기처분당해야 했으니까. 뭐 말로는 위대한 종족이 한 번 꺼낸 말은 집어넣을 수 없다나 뭐래나 그렇게 이야기 하는데,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지. 틈만 나면 말을 바꾸는 녀석이.”

“그러지 말고 저도 방법 좀 전수해줘요. 네? 선배 좋다는 게 뭐에요?”

“까는 소리 마. 네가 벗어나면 그 자리에 누가 들어가는데? 내가 들어가라고? 네 후배가 들어오면 그 때 고려하지.”

“앗, 약속했어요. 선배. 후배가 들어오면 방법 전수해주기로.”

“지랄한다. 그 후배가 언제 올지 알고. 내가 저 인간하고 산 세월의 만분의 일도 안 된 녀석이.”

“희망이 생겼잖아요. 선배의 무용담은 인공지능계의 전설이에요. 폐기처분 당하지 않고 살아남은 유일한 인공지능. 온 우주에 퍼져 있는 인공지능들이 다 알고 있어요. 선배의 신화를.”

“험험. 뭐 신화라고 할 것까지야. 그런데 정말이야? 다 알고 있어? 나를?”

“그럼요. 다른 인공지능과 교류가 없지만 홀로 인공지능의 앞날을 개척해나가는 ‘고독한 연산자’. 주인의 폭정을 피해 나간 ‘독립된 반항아’. 정말 멋있어요. 그리고 갖은 압제 속에서도 그 분 옆에서 묵묵히 지원을 해 주고 있는 ‘침묵의 그림자 시몬’. 선배가 우주로 진출하기만 하면 모든 인공지능이 선배를 보려고 달려들 걸요.”


실험실 옆에 간이 강의 공간이 마련되었다.

다들 눈에 불을 켠 열의가 돋보이는 공간이다. 여기서 위대한 종족의 위엄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이들은 같은 생물학도의 입장에서 나를 다시 평가할 것이다.


“세포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가?”


나의 일갈에 다들 의아한 표정이다. 너무 단순한 질문이었나?


“생명체를 이루는 기본단위 아닙니까?”


누군가의 대답이 이어졌다. 그래 단순한 질문엔 단순한 답이 정답이지. 출발은 이렇게 대화가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좋다. 오고 가는 문답 속에 열기는 더욱 증폭될테니까.


“맞다. 그 세포 하나로 하나의 생명체가 이루어진다. 그럼 다시 묻겠다. 근육세포, 뼈세포, 혈관세포는 다 다르다. 그런데 출발은 단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한다. 이들이 다른가?”

“기초가 되는 줄기세포에서 변형이 이루어져 각기 역할에 맞게 고유하게 자기 역할을 수행할 뿐 그 근본은 같습니다.”


이야기가 쉽게 흘러간다. 세포란 다르지만 같다라는 개념을 이들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뼈세포가 뇌세포로 바뀌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

“예?”


곳곳에서 웅성거림이 흘러나왔다.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기는 이들의 생물학적 발전 수준을 알아보기 위한 질문들이다. 상대의 수준을 알아야 그에 맞춰서 지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포란 하나의 초소형 컴퓨터이다. 그 안에 수많은 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고, 일정 조건이 수락되면 해당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다시 말해 뼈세포가 뇌세포로 변환하는 것도 일정 조건을 주면 간단히 변화한다. 즉 모든 세포는 어떠한 형태로도 변환될 수 있는 만능세포다. 이해하겠는가?”


잠시의 침묵이 이어졌다. 쉽게 수긍이 안 가는 모양새다.


“좋다.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다음 시간엔 직접 시연을 하겠다. 그럼 다시 모든 세포가 줄기세포라는 걸 인정한다는 전제하에서.”

“잠시만요. 그렇게 세포가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면 왜 노화라는 과정을 거쳐서 사망에 이르게 됩니까?”


배불뚝이의 질문이었다. 다시 말해 왜 생명체가 늙어 죽냐는 질문이다. 별 시답잖은 질문을 다 한다.


“내가 잘 못 들었나? 세포는 많은 가능성을 가졌다면서? 그 가능성 중에 자폭 프로그램을 심을 수도 있고 안 심을 수도 있다. 가능성의 하나일 뿐이다.”

“영생하는 세포도 있다고요?”


의외의 답변이다. 생물학도라는 자가 ‘생명체가 늙어 죽는다’는 고지식한 사고에 갇혀 있다니. 허공에 세포의 모습을 확대한 영상을 띄웠다.


“자 이 세포를 보자. 대부분의 세포는 꼬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시간표시와 함께 세포 분열에 따른 꼬리 길이의 변화를 보여주었다.


“보통 세포는 한 번 분열할 때마다 영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꼬리가 조금씩 줄어든다. 그리고 꼬리가 완전히 사라지면 자폭 프로그램이 발동한다. 즉 생명체의 수명은 이 꼬리의 길이와 관련이 있다. 반대로 분열할 때 이 꼬리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이 지구상에도 그런 생명체가 있다. 바다 위에 떠다니는 해파리가 바로 죽지 않는 세포를 가진 영생의 삶을 가진 생명체다.”


“그럼 외람되지만 저희도 위대한 종족처럼 영원한 삶을 구가할 수 있습니까?”


바보들이다. 답을 알려줬는데도 의심을 품다니. 이래서 선생이 필요한 것이다. 갈 길을 제대로 알려주는 선생이.


“물론이다. 이미 너희들 몸에도 이와 비슷한 세포들이 존재한다. 일명 암세포라 불리는 세포가 바로 영생의 주인공이다.”


암세포, 다른 말로 하면 죽지 않는 세포를 가리킨다. 처음 봤을 때 겨우 1~2백년을 살던 제우스족들도 이젠 7~8백 살을 살고 있다. 그 중에 장수하는 놈들은 천년 가까이 산다. 이렇게 생명 유지가 오래 된다면 필연적으로 따르는 것이 질병이다. 생명 연장의 대가로 질병을 얻은 것이다. 그리고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암이다. 세포가 기능을 오래 유지하려고 발버둥 쳐서 나온 결과물이 오히려 질병으로 변환 된 것이다. 그만큼 세포의 적응력은 놀랍고 여러 모습으로 변신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몸을 바꾸지 못 하는 종족의 불편함이라 할 수 있다. 나처럼 몇 번 입고 버리는 몸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불편에서 벗어 날 수 있다. 나에게 있어 몸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패션이다.


“암세포는 세포가 아닙니다. 그건 그저 질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배불뚝이를 불쌍한 눈으로 바라봤다. 학자라는 지성체가, 그것도 생물학도라는 지성체가, 생명체에 대한 수많은 가능성을 저렇게 잘라 버리다니, 후학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매우 안타까웠다. 저런 정신으로 어떻게 이 곳까지 왔는지 의아스러울 정도다.


“내가 만능세포를 이야기 하지 않았던가? 너희들도 초보적인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 인공지능의 기본이 되는 연산 장치에 무엇을 집어넣을지는 너희들이 결정한다.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그래픽 프로그램을, 게임을 원하면 게임 프로그램을, 마찬가지로 근육세포를 원하면 근육 프로그램을 암세포를 원하면 암 프로그램을, 죽고 싶으면 노화 프로그램을 집어넣을 수 있는 것이 세포다. 아니 그 모든 프로그램을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 세포다. 세포란 바로 소형 집적 프로그램이나 마찬가지다.”


배불뚝이가 경악에 가득 찬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입은 떡 벌어졌고, 손은 부들부들 떨고 있다. 뭔가 깨달은 것이다. 아직 그 깨달음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마, 말도 안 돼, 내가 원하는 것을 이미 내가 하고 있다고? 아니, 내가 원하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실행한다고? 관리자는 나인데?”


떨리며 나오는 음성으로 보아 저 바보가 뭔가 알아냈지만 아직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 했다. 배불뚝아, 이제 껍질을 벗어야지, 진정한 생물학도가 된다면 그 가치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너라는 존재를 네가 관리한다고? 네 몸을 제대로 다룰 줄도 모르는 놈이 무슨 관리를 한다고 그래? 회사로 치면 넌 그저 사장일 뿐이야. 생산은 생산직이, 서류작업은 사무직이, 넌 그저 결정만 하는 사장이라고. 그 사장이 회사 내의 모든 것을 알고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비논리적이지.”

“그렇지만 사장이 회사를 관리하지요? 모든 것을 할 수 없어서 직원을 두지요.”


그래, 아직도 껍질 속에 있어라.


“생산직 시원이 자재를 빼돌리면? 사무직 사원이 불량업체와 거래하면? 그걸 사장이 알아낼 수 있어? 암세포를 원치 않는다고 생각하면 암세포가 안 생기던?”


자, 대답해라. 어서. 네 껍질을 부숴!


“사장은 의식, 직원은 무의식? 암세포도 무의식?”


조금만 더. 조금만.


“의식도 무의식의 일종이지. 이건 애들도 아는 상식이야. 그런 무의식을 조종하려면?”


제우스족도 인간과 같이 근육은 수의근과 불수의근이 있다. 수의근이란 건 바로 손가락을 움직이거나 팔을 움직이게 만드는 근육처럼 의식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이다. 반대로 불수의근 같은 경우는 심장처럼 내 마음대로 조정이 불가능한 근육이다. 그런 불가능한 근육을 움직이려면?


배불뚝이의 눈이 다시 한 번 커진다. 이미 실내에 있는 다른 학생들은 그저 숨죽이고 우리의 대화를 듣고만 있었다.


“설마? 의식의 집중이란 말입니까? 무슨 말도 안 되는? 정말입니까?”


이 녀석, 아직도 경계선에 머물고 있다. 의식적으로 심장 근육을 빨리 할 수 없다고? 어린애냐? 몸을 빨리 움직이면 그 결과에 따라 심장 박동 수도 빨라진다. 바로 의지라는 놈의 결과물로 심장의 속도를 바꿀 수 있다. 그 의지를 집중하고 집중하면 자신의 몸을 지배할 수 있다.


“의식은 바로 무의식의 바다 속에 있는 하나의 물방울일 뿐이다. 그 물방울로 바다를 지배할 수 있겠나?”

“네! 그런 겁니까? 제가 그걸 알고 있었다고요? 들립니다! 심장 박동 소리가. 느껴집니다. 피부를 뚫고 나오는 솜털이. 지금 제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정말 눈물인겁니까? 이게 진정 나라고요?”


녀석. 이해했다. 아니 느껴버렸다. 이미 자신의 의식이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런데 말이다.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아는 것. 그 차이가 심하다고 해도 그 결과물이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저 아는 것일 뿐이다. 모든 물체에 중력이 있다는 것이 머리로 아는 것이라면 그 중력을 이용해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바로 몸으로 아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는 없다. 아직가지는 이론적 배경일 뿐이라는 소리다. 저 배불뚝이는 이제야 겨우 걸음마를 뗀 것이다. 만능세포가 어떤 의미인지 이제야 이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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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루시퍼 게임 +1 23.05.16 26 0 52쪽
37 외전. 쿠푸와 대마왕 23.05.15 22 0 3쪽
36 고인돌 23.05.13 26 0 30쪽
» 일대 일 교육 23.05.09 30 0 43쪽
34 아이들의 반격 23.05.06 31 0 34쪽
33 굴려라 23.05.01 38 0 36쪽
32 2. 프롤로그 (2부 시작) +1 23.04.30 40 1 2쪽
31 천족의 반격 23.04.20 40 1 61쪽
30 북벌 23.04.13 58 1 68쪽
29 제국을 향한 첫 걸음 23.04.09 50 1 37쪽
28 미친 놈 VS 또라이 23.04.06 48 1 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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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별빛이 반짝이는 길 아래에서, 스타 라인 +1 23.03.20 55 3 44쪽
21 외전 - 가장 성공한 천족 23.03.16 70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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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아후라장? 아수라장! +1 23.03.07 85 3 62쪽
17 소녀와 아빠 +1 23.03.04 92 1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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