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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 : 열두번째 마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작품등록일 :
2023.10.23 21:52
최근연재일 :
2024.01.19 21:34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7,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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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수 :
453,617

작성
24.01.0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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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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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6화

DUMMY

쿠당탕탕!!!


"커헉!! 허억!! 헉!!!"


이미 처음 도망을 시작한 순간부터 그 반푼이가 자신을 추적하고 있지 않음을 알았음에도 도저히 경공을 멈출 수 가 없었던 해존은 그제야 울화가 치밀어 올라 괜히 나무에다 화풀이를 했다.


콰아아앙!!!


"아아악! 지랄!! 그 반푼이 새끼는 도대체 뭐야!!!"


파사사사사!!!


해존의 일격에 웬만한 장정 네명은 두를만한 거목이 세차게 흔들리던 그 순간.


그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살랑.


"뭐야? 가을에 웬 매화가..."


겨울이 가까운 늦가을 나무란 응당 앙상한 가지만 남아 허공이 훤히 뚫려 보여야 하는데.


나무에 수천. 아니, 수만개의 매화잎이 흐드러져 해존의 사이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것 아닌가.


'아.'


엄청난 공력을 소모한 탓에 흐려졌던 시야와 기감이 조금씩 돌아온 해존은 그제서야 하늘을 가득 메운 저 매화가 진짜가 아님을 알아챘다.


쐐애애애애액!!!


매화잎- 정확히는 매화잎의 모양으로 벼려진 공력의 조각이 해존을 향해 쏟아졌다.


해존은 저것이 자신의 공력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살벌한 위력을 가졌다는걸 느끼고 어떻게든 피하고자 했지만, 사방 어디에도 저 매화를 피할 곳은 없었다.


퍽!!


첫번째 잎이 해존의 우측 어깨에 꽂혔다.


쐐애액!!


퍼억!! 퍼억!!


털썩!


두번째 매화잎이 해존의 좌측 팔을, 세번째 매화잎은 오른쪽 대퇴부를 관통하고 지나가며 해존은 그 자리에 그대로 무릎을 꿇고 쓰러져 내렸다.


'아...'


적의 얼굴은 커녕 기감 조차 느끼지 못하는 압도적인 힘의 차이.


난데없는 기습이여서인지, 아니면 본능적으로 너무도 큰 힘의 차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해존은 어떤 분노나 공포도 느끼지 못했다.


그냥 저도 모르는 새에 무기력하게 모든걸 포기했을 뿐이다.


곧 수만개의 매화 조각 모두가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쐐애애애애애애애액!!!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러나 순간, 어디선가 터진 어마어마한 열기와 함께 해존은 후방으로 30여장을 튕겨져 날아가 버렸다.


"흡!!"


후아아아악!!


터엉!!


그 폭발 또한 해존이 감당할 수 없는 위력이었고, 그만큼 엄청난 속도로 암석에 등을 쳐박은 해존의 입에서 시커먼 피가 주르륵 쏟아졌다.


"커헉!!!"


촤학!!!


마른 낙엽들 위를 질퍽하게 적신 자신의 피를 본 해존은 그제야 한줄의 정신을 잡으며 아직 자신이 살아있음을 깨달았다.


'이게 대체 뭐가 어떻게...응? 조인?'


이때 해존은 살아 남았다는 안도보다 여전히 자신의 바로 옆에 쓰러져 있는 조인에게 더 정신이 팔리게 됐다.


정신을 잃은 조인이 여기까지 날아왔음은 물론 멀쩡하게 살아서 숨까지 쉬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만한 충격을 받았는데 저놈이 어떻게? 허면...'


콱!!!


어디엔가 생각이 미친 해존은 거칠게 검을 뽑아 그대로 검을 땅위로 박아 넣어 방정 맞게 후들거리는 두 다리를 지탱했다.


'그 매화의 위력이 겨우 이정도일리가 없어. 여기 한놈이 더 있다.'


분명 누군가가 해존을 덮치던 매화를 막아냈고, 동시에 조인까지 이곳으로 '안전하게' 날려 보냈게 분명했다.


누군지는 몰라도 자기편이 있다는 것이 반갑긴 했으나 문제는 해존이 아직까지도 둘은 커녕 단 하나의 기감도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다.


터벅.


지금껏 많은 위기를 겪었지만 이번만큼 완벽한 무력감은 처음이었던 해존은 이미 완전히 힘이 풀려버린 두 다리 대신 검을 지팡이 삼아 서서히 자신이 날아왔던 곳을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죽더라도 얼굴은 보고 죽자.'


후우우웅-


이 꼴이 되었어도 화경의 고수가 품은 내력이란 실로 웅후하기 그지 없는 것이었기에, 해존은 전신의 기맥에 중구난방으로 흩어졌던 공력을 끌어 모았다.


상당한 양의 공력이 해존의 단전으로 휘몰아침에 몸의 중심을 찾은 해존이 해존이 서서히 검을 들어 올리고 사방으로 기감을 퍼뜨리려던 그때였다.


꾸웅!


"큭!!"


전방에서 엄습해온 거대한 살기에 다시 한번 무릎을 꿇은 해존은 그와 동시에 처음 매화잎을 마주한 그 위치에서 서로 검을 맞붙이고 있는 두개의 신형을 포착했다.


'...역시 두놈.'


해존은 이를 악물고 전신의 공력을 모두 끌어모아 그 대해의 파도 같이 몰아치는 살기를 헤집고 걸음을 내딛었고, 저 멀리서 낯선 목소리 하나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마침 저기 오는군."


"..."


저벅.


힘겹게 그 둘의 얼굴을 식별할 만큼 가까이 다가섰지만 해존이 아는 얼굴은 없었다.


"크큭! 내가 조금만 늦었으면 네놈은 죽었어. 이따가 절이나 한번 올려라."


"..."


상대의 칼이 자신의 급소를 향해 있음에도 여유가 넘치는 왼편의 사내와 달리, 그 앞에 있는 사내는 긴장과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해존과 맞은편의 사내를 번갈아 보며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었다.


그것으로 판단하기에 오른편의 사내가 매화를 뿌린자고, 왼편의 사내가 자신을 살려준 쪽.


"당신들 대체 누구야? 무림맹의 뒷배인가? 사도?"


어쨌든 당장 살길이 열렸다고 판단한 해존의 질문에 왼편에 선- 스스로 해존을 살렸다 말한 사내가 아까보다 더 큰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하핫!! 역시 당돌한 놈이야. 이 상황에서 도망을 안치고 다시 와서 질문을? 흐흐! 그래. 누구 먼저 소개해주랴? 아무래도 널 죽이려던 놈부터 아는게 낫겠지?"


"..."


그 말에 매화를 뿌린 사내의 살기가 더욱 흉흉하게 피어올지만, 그는 어금니를 꽉 물고 있을 뿐 여전히 아무런 말이 없었다.


"크큭! 자, 여기 이분은 새로운 무림맹을 설립한 장본인이자 대 화산파의 28대 장문인, 이지번이다."


"... 화산파? 이지번?"


해존으로썬 처음 듣는 이름.


"아, 넌 모르겠군. 하긴 너희 마교에서도 이놈의 존재는 진작 잊혀졌을테니 그럴만 하지. 한 70년쯤 됐나? 교주의 손에 죽은 전대 장문인 이도의 아들이다. 선친의 복수를 위해 사도들에게 의탁해 현경까지 이룬 불굴의 용..."


콰가각!!!


이지번이 검을 짓쳐들자 두 사람의 검날이 격렬하게 갈려나갔고, 곧 이지번의 살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선친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담지 마라."


"아이쿠, 이거 미안하군. 네놈 아비나 네놈이나 나한텐 어린애 같아서 그만. 크흣!"


"이 새끼가..."


"흐! 진정 좀 하라고. 이 어린놈이 죽을 각오를 하고 여기까지 왔잖나. 그만한 보상을 해줘야지."


"..."


사내의 말에 이지번은 또 다시 분기 가득한 눈으로 그와 해존을 노려보며 입을 닫았다.


"크큭. 그래, 아무튼 이 화산파 장문인께서 열심히 다져놓은 무림맹의 맹주를 네놈이 죽여버렸잖아. 그래서 이놈이 널 죽이려 한거다. 이놈이 꽤나 아끼던 후배였거든."


"!!!"


해존의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다.


"내, 내가 맹주를 죽인걸 알고 있다고? 그걸 어떻게..."


"네놈이 맹주를 죽이고 무림맹 근처에 숨어 감시를 하는 내내 이지번 저놈이 널 지켜보고 있었거든."


"!!!"


"놀라긴. 크하핫!"


"...허, 허면 왜 날 바로 죽이지 않은거지?"


"못죽인거지. 나도 널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뭐?"


자신을 감시하던 이가 둘씩이나 됨에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니.


그런 주제에 조인이나 보면서 실실 웃어 재끼던 자신의 한심함에 해존은 온몸에 힘이 모조리 빠져 나가는 듯 했다.


"미친..."


"흐흐! 난 네놈이 죽는걸 원하지 않거든. 헌데 내가 아주 잠깐, 정말 잠깐 자리를 비운새에 네놈이 갑자기 반푼이를 후드려 패다 도망쳐버려서 얼마나 놀랐는지. 쫓아 오느라 기를 썼다 이놈아."


"... 당신은 대체 누구길래 아까부터 날 살린다는 거야?"


"그건 잠시 후에. 그보다 지금은 너희 둘의 관계가 더 중요하지 않겠나? 내가 계속 지켜줄 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말이야. 사이 좋게들 지내라구."


그 말에 해존이 뭔가가 번득 생각났다는 듯 이지번을 향해 고개를 휙 돌려 입을 열었지만, 여전히 살기가 번득이는 안광을 보곤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고 말았다.


"...그, 저기. 맹주를 죽인건 내 사과하지. 뒤에서 무림맹을 만든 자를 끌어내려다 보니... 설마 그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군."


"닥쳐라. 간사한 기만자 새끼."


"큭... 이봐, 내 방법이 잘못 되었다고 해도 우리는 적이 같아. 나도 교주를 죽이려 한다. 나는..."


"너 또한 마귀 새끼일 뿐이다."


"뭐?"


"네놈이 소교주의 사생아라는걸 안다. 미리 사과하지. 난 교주의 핏줄을 살려둘 생각이 없거든. 교주 뿐 아니라 네놈도 내손으로 죽일 것이다. 내 아버지의 무공으로."


사아아아아...


다시 감당하기 어려운 이지번의 살기가 해존을 향해 쏘아져 나왔고, 곧 왼편 사내의 공력이 둘의 사이를 가르고 지나가며 그 짙었던 살기가 순식간에 흩어져버렸다.


후욱!!!


"어허, 안되지.이지번, 교주를 죽이려면 이놈이 필요한걸 알면서 왜 멍청한 짓을 해? 이놈은 애초에 마인도 아니야. 태어 날 때 부터 교주에게 죽을 운명으로 태..."


"교주를 죽이는데 이딴 귀태놈은 필요없다. 이놈보다 훨씬 순혈에 가까운 소교주면 충분해."


"!!??"


"어이쿠야."


이지번의 말에 왼편의 사내가 왼손바닥으로 질끈 감은 눈을 덮었다.


해존은 방금 자신이 뭔갈 잘못 들은건가 싶은 마음에 화등잔만해진 눈으로 이지번을 바라봤다.


"소, 소교주? 설마 소교주가 살아있어?"


"음? 뭐야. 설마 아직 얘기 안한건가? 이거 미안하군. 하도 감싸고 돌길래 진작에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 하긴. 알고 있었으면 아까 제 아비를 그렇게 난도질하고 패진 않았으려나? 크큭!"


"어...어...?"


해존의 눈앞이 아찔해졌다.


오늘 해존이 난도질 한 이라면 단 한명밖에 없다.


"어. 어어..."


"이지번, 네놈 지금 일부러..."


"그럴리가. 난 정말 놈이 아는 줄 알았다고."


살기가 등등하던 좀전과는 달리 제법 능청맞은 표정의 이지번과 잔뜩 짜증이 오른 표정으로 이지번을 노려보는 사내.


그리고 그 둘을 중심으로 빙빙도는 세상을 바로 잡기 위해 연신 눈을 껌뻑이는 해존의 사이로 불쾌한 살기와 혼란이 뒤섞였다.


"하아... 끝까지 모르게 하려 했는데 어쩔 수 없지. 그래, 무림맹의 그 반푼이가 네놈의 아비이자 마교의 소교주인 백진호다."


"..."


"정신 차리고 똑바로 들어. 네놈 아비가 반푼이가 된건 진짜다. 교주에 의해 백회혈과 풍부혈이 완전히 끊어져서 그 꼴로 산 것만 해도 기적이야. 일단은 이만큼만 알고 있어라."


"..."


해존이 거친 숨만 몰아 쉴 뿐 아무런 말이 없자, 왼편의 사내는 그 상황이 재밌다는 듯 이죽이는 이지번을 향해 날카로운 살기를 뻗어냈다.


"이지번. 네놈은 앞으로 번성할 무림에 필요한 놈이니 지금 이 자리에선 살려주마. 단, 한번만 더 장난질을 쳐서 일을 망치려 들면 그땐 네놈 뿐 아니라 화산파와 관련된 전원의 삼대를 멸해주마."


"좋을대로."


"꺼져."


"그러지."


파악!!!


이지번이 다소 거친 도약으로 몸을 날려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자 남은 사내는 해존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아주 약간의 공력을 해존의 몸속으로 흘려 보냈다.


우웅-


"공력이 아니라 순수한 자연진기다. 앞으로 네가 현경을 이루고 나면 다루게 될 것이니 이 느낌을 잘 기억해 두거라."


그 말을 하는 사내의 목소리는 바로 조금 전 이지번을 대할 때와는 너무도 다르게 부드럽기 그지 없었다.


그런 그의 태도와 그가 나눠준 자연진기 덕에 한결 이성이 맑아진 해존은 서서히 호흡을 갈무리 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당신은 대체 누구야? 사도인가?"


"아, 이런. 저 망할놈 때문에 여즉 내 이름도 말을 못했군."


"..."


"오며가며 들었을 수도 있겠다. 나는 염광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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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78화 24.01.08 38 0 12쪽
78 77화 24.01.07 36 0 13쪽
» 76화 24.01.04 39 0 12쪽
76 75화 24.01.04 43 0 12쪽
75 74화 24.01.02 33 0 12쪽
74 73화 23.12.31 41 0 12쪽
73 72화 23.12.30 38 0 12쪽
72 71화 23.12.29 38 0 13쪽
71 70화 23.12.28 42 0 12쪽
70 69화 23.12.27 40 0 12쪽
69 68화 23.12.26 41 0 12쪽
68 67화 23.12.25 4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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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5화 23.12.23 40 0 11쪽
65 64화 23.12.22 42 0 12쪽
64 63화 23.12.22 46 0 12쪽
63 62화 23.12.20 44 0 12쪽
62 61화 23.12.19 49 0 12쪽
61 60화 23.12.18 46 0 12쪽
60 59화 23.12.17 46 0 12쪽
59 58화 23.12.16 46 0 12쪽
58 57화 23.12.15 4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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