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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 : 열두번째 마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작품등록일 :
2023.10.23 21:52
최근연재일 :
2024.01.19 21:34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7,351
추천수 :
9
글자수 :
453,617

작성
23.12.22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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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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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4화

DUMMY

그로부터 3일 후, 한밤중의 산서.


사마교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구지근을 불렀다.


"저, 방주님."


"그래."


"아무래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심이...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시면 제가 적당한 계략을 올..."


"교."


"..."


"네가 소교주를 주인삼고 그 충심에 해존을 살린건 내 관여할 바 아니다. 내가 이를 묵인해도 교주님과의 의리를 저버리는 것은 아니지. 허나 무영문이 끼어든다면 얘기는 달라져. 교주님이 그놈을 찾지 않는다면 모를까, 눈에 쌍심지를 켜고 찾으시는데 언제까지고 모른 척 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하루라도 빨리 결정을 해야 해."


"허나 방법이 너무 거칠고 극단적입니다. 그리 하시면 괜한 반발심이 역류해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을지도 모를 놈의 마음이 무영문 쪽으로 쏠릴 수도 있습니다."


"흐흐! 그럴리가 있나."


"방주님."


"절정씩이나 이룬 놈들은 죽음을 남들보다 열배, 백배는 선명하게 느낀다. 그런 상황에선 미래의 계획이니 복수니 하는건 단 한줌도 남지 않아. 오직 살고 싶다는 욕망 하나에 삼켜져서 그 순간 자신이 살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을 찾게 되지. 이실직고 말이야."


사마교는 지금껏 구지근이 싸우는 모습을 직접 본적은 없지만, 적어도 지나치게 단순하고 과격하기 그지없는 인사라는건 아주 잘 안다.


오죽하면 나무 몽둥이도 아닌 돼지족뼈로 수백명을 때려 죽였겠는가.


"왜, 내가 못미덥나?"


"아닙니다. 그런게 아니라 저는 그저..."


"믿어라. 이보다 확실한 방법은 없으니. 그래야만 만약 놈이 지금 무영문과 손을 잡고 있다고 해도 그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음이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크크! 때려서 생각을 바로 잡는다는 말이지. 이봐 교, 내가 왜 교주님께 당장 이 일을 알리지 않고 네 사정을 봐주는지 아느냐?"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살고 싶어서."


"예?"


"그날... 그 사도놈에게 느꼈던 죽음의 공포를 난 아직도 형용할 수가 없다."


"아..."


"평소엔 이깟 목숨 따위 어찌되든 상관 없다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어. 나는, 내 깊은 본심은 삶을 너무도 간절히 원한다는 걸 깨달으니 그 순간 정말 귀신처럼 심마가 찾아오더군. 심마란 놈은 듣던 것과 달리 날 설득할 시도조차 하지 않았어. 살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는 찰나에 난 이미 그것에게 잠식 당했으니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생존에 대한 욕망으로 주화입마에 빠진 구지근이었기에, 그는 광인이 된 상태에서도 불필요한 살생을 한적은 없었다.


오직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것에만 집착을 했던 그가 본능적으로 개방을 찾은 것도 과거 생명부지인 자신이 삶을 연명했던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허나 그것은 사람마다 다른 것 아닙니까. 해존 그놈은 오히려 역성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방주님처럼 주화입마에 빠질지도..."


"죽음의 공포란 그런 결연함이나 분노에 상쇄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껏 당당하게 죽음을 맞이했다는 놈들 백이면 백 모조리 다 죽는 순간엔 더 없는 공포와 후회를 느꼈을 걸. 죄다 그대로 죽어버려서 그 해후를 전할 수가 없었던 것 뿐이지."


"..."


무인도 아니거니와 죽음의 공포란 것 또한 진정으로 느껴본 적이 없는 사마교는 다른 대꾸를 못하고 깊은 생각에 잠겼고, 그 생각을 미처 정리할 틈도 없이 어느새 섬서의 중심부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들개, 해존에게 사생아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찾았다 말하고 수리봉으로 데려가라."


"네, 방주님."



***



"어머니, 저 좀 나갔다 올게요."


"으응? 이제 잘 밤에 어딜가?"


"누가 찾아와서요."


"뭐? 오긴 누가왔다 그래?"


"그냥 업무때문에요. 저 기다리지 말고 먼저 주무세요."


한참 멀리서 다가오는 들개의 기감을 느낀 해존이 가택의 문을 나서 고요한 한밤의 관도로 나서자, 곧 30여장 앞에서 들개의 어둑한 신형이 아른 거리기 시작했다.


"여어, 오랜만이구만. 그래, 방주님은 뭐라시더냐?"


"조장님, 사생아의 흔적을 잡았습니다."


"...뭐?"


"방주님께서 따로이 요령과 길림쪽을 조사하시다가 무영문의 첩보조를 잡으셨습니다. 놈들이 말하길..."


갑자기 들개의 말끝이 흐려지자 이제 막 귀가 달아오르던 해존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며 들개를 다그쳤다.


"왜 말을 하다 말아?"


"여긴 조금... 남산으로 오르시지요. 보여드릴 것도 있습니다."


"...그래 가자."




***



산의 8부 능선으로 치고 오른 해존이 주변으로 기감을 뻗으며 들개를 재촉했다.


"이쯤이면 됐다. 방금 하던말. 어서."


"..."


"왜 말이 없어?"


"죄송합니다."


"뭐?"


심상찮은 분위기로 고개를 꾸벅 숙이는 들개를 본 해존이 뭔가가 잘못 되었음을 느낀 그 순간.


버석.


"얘기라면 내가 해주지."


"!!!"


난데없이 산비탈의 위쪽에서 튀어나온 신형을 본 해존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팔을 아래에서 위로 후려쳐 검을 뽑아들었다.


철컥!!


챙!!


"크크! 내 살기 한올 흘리지 않았거늘. 역시 감이 빠른 놈이구나."


"...방주님?"


구지근의 얼굴을 확인한 해존은 슬쩍 검을 내렸지만 검집으로 다시 넣지는 않았다.


'분위기가 다르다. 설마...'


"죄송합니다. 예상치 못한 인기척에 너무 놀라서..."


"괜찮다. 원래 뭘 숨기고 있는 놈들은 다 그런 법이지."


"!!!"


그 말에 뒷골이 서늘해진 해존이 검을 더욱 강하게 움켜쥐었다.


'역시 뭔갈 알고 왔다. 정신 차려라. 어디까지 아는지 부터 확인을 해야 해.'


"방주님, 그게 무슨... 제가 뭐라도 숨긴다는 말씀이십니까?"


"머리 쓸 필요 없다. 네놈이 소교주의 사생아라는 것과 무영문의 끄나풀이라는 것 모두 알고 온 것이니."


"!!!"


휘청.


다리를 크게 휘청인 해존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끝이다.'


구지근이 그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된건지 따위는 이제 고민할 거리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 해존의 관심사는 오직 지금 이 자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 뿐.


'저 자가 아무리 현경이라 해도 도망갈 틈 정도는 만들 수 있을 터. 일단 살고보자.'


꽈악-


우웅.


해존의 검에 붉은 강기가 서렸고, 그를 바라보는 구지근은 아무것도 들지 않은 빈손임에도 느긋한 미소를 흘리며 잔뜩 긴장한 해존을 재밌다는 듯 바라봤다.


"가만히 죽지는 않겠다?"


"예, 그러진 않을겁니다."


"좋지."


푸학!!!


구지근의 대답이 끝남과 동시에 해존의 검에서 새빨간 강기가 거대한 운무로 피어 오르며 구지근의 몸을 덮쳐들었다.


'적운검 2초, 화파(火波).'


화르르르륵!!!!


눈 깜짝할 새에 그 불길에 집어 삼켜지고도 구지근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고, 해존은 그대로 불길의 한가운데로 어마어마한 마기를 응축시킨 검을 찔러들어갔다.


콰학!!!!


쑤욱-


"!!!?"


파바바박!!


'없다.'


불길을 헤집으며 검을 내지른 해존은 그 끝에서 느껴지는 텅빈 공허에 몸서리를 치며 검을 회수함과 동시에 땅을 박차고 튀어올랐다.


후우우욱!!


'젠장!'


좌,우,상,하 어디에도 구지근의 몸은 커녕 그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자, 전신으로 마기를 내뿜어대며 그의 기감을 쫓던 해존의 검이 어느새 저 우측으로 몸을 뺀 들개를 향해 날을 세웠다.


'놈이 나타나기 전에!'


콰가가가각!!!


해존의 검에서 쏘아진 자성빛 강기가 들개의 심장을 파고들려던 그 찰나.


까앙!!!


"크하하핫!"


해존의 예상대로 들개를 살리기 위해 몸을 드러낸 구지근은 겨우 맨손으로 해존의 전력이 담긴 한수를 쳐내곤 호탕하기 그지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무위를 속이고 있었구나! 화경이라니!! 겨우 그 나이에!"


"젠장!"


우우우웅-


다시 해존의 검으로 서리는 새카만 마기.


"살려서 교주님께 데려가려 했는데 죽여서 데려가야 할 수도 있겠군."


"큭!"


콰앙!!!


구지근의 신형이 화포알 처럼 튀어나감과 동시에 해존의 검에서 뿜어진 마기와 격돌했고, 그에 엄청난 폭발을 예상한 해존은 곧장 전력으로 경공을 펼쳐 내달리려 했다.


파사사사삭...


하지만 그런 해존의 계획은 미처 시도조차 되지 못한 채 무산되고 말았다.


분명 구지근의 몸통에 적중한 마기가 폭발은 커녕 작은 진동조차 없이 허무하게 안개가 되어 흩어져버렸기 때문이다.


"..."


"흐흐! 이놈아. 마기도 결국 자연진기로부터 만들어 지는 것. 지금 네 수준으로는 내 털 끝 하나 건드리지 못한다."


느긋한 걸음으로 다가선 구지근이 해존의 어깨에 오른손을 얹었다.


"자, 이제 죽어라."


꽈가가각.


"!!!! 끄아아아아아아악!!!"


바로 다음 순간, 해존은 생전 처음 겪어보는- 상상조차 해본적 없는 고통에 목청을 찢으며 절규를 내질렀고, 이어 구지근의 왼손이 해존의 우측 복부를 향해 내질러졌다.


퍼억!!


"커허억!!!"


그 한번의 주먹질에 호신강기가 박살난 것은 물론이요 대부분의 장기가 망가진 것을 느낀 해존은 흐려져 가는 정신을 겨우 부여잡으며 검을 들어 올렸다.


"..."


그러나 그것은 상상으로 머물렀을 뿐, 해존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가 않았다.


"끄륵... 꺽...꾸륵..."


입으로 시커멓게 죽은 피가 끊임 없이 쏟아져 나온다.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까지 차이가... 단 일수도 먹히질... 않아.'


겨우 20대에 천마를 이룬 해존은 내심 교주 외에는 자신의 적수가 없을거라 자만하던 터였다.


그도 그럴것이 해존이 사는 이 시대엔 그와 자웅을 겨룰만한 고수가 거의 없기도 하거니와, 설령 만난다 해도 대놓고 그 무위를 자랑할 수 없던 입장 덕분에 우물안 개구리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허무하게... 어머...니.'


물론 그런 상황에서 혼자만의 수련으로 화경을 이룬것도 기적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북인의 피 덕분이었기에 의례 경지에 동반되는 마땅한 경험이나 깨달음이극히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응? 왜 안죽어?"


쾅!!!


"컥!! 크르륵!!"


구지근의 주먹이 해존의 머리통으로 내리 꽂히자 해존이 그대로 무너져 내려 땅위를 나뒹굴었다.


'안돼, 난 아직... 살고 싶...'


털썩.


차갑고 축축한 흙 위로 얼굴을 반쯤 파묻은 해존은 반쯤 감긴 눈으로 몸을 가누려 했지만, 이미 공력은 한줌도 없이 흩어졌고 전신의 기맥마저 죄다 끊어져 있었다.


"허어- 이놈 명줄이 질기긴 하군. 쯧! 들개."


"네, 방주님."


"집공제를 내라."


"네."


턱.


들개에게서 작은 약병을 받아든 구지근이 바닥에 쓰려져 겨우 눈만 뜨고 있는 해존의 앞으로 쪼그려 앉았다.


"아직도 살아 있는게 기특해서 기회를 줄테니 혹 살고 싶으면 들어라. 내 궁금한게 몇가지가 있는데 솔직히 답하면 살려주마."


"끄륵..."


"아, 말까진 못하나? 좋아. 허면..."


슥- 우웅...


해존의 머리통에 얹어진 구지근의 손바닥에서 부드러운 안개빛의 진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에 해존은 극심하던 고통이 차츰 사그라드는 것 뿐 아니라 완전히 흩어졋던 공력마저 일부가 들어차는 것을 느꼈다.


'사, 살아있다. 아직 죽지 않았어.'


"이제 살만하지? 자, 이것도 주마."


턱!


구지근이 해존의 턱을 움켜쥐고 입을 벌리더니 작은 약병 안의 끈적한 액체를 쑤셔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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