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윤겸

진천 : 열두번째 마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작품등록일 :
2023.10.23 21:52
최근연재일 :
2024.01.19 21:34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7,353
추천수 :
9
글자수 :
453,617

작성
23.12.30 22:01
조회
37
추천
0
글자
12쪽

72화

DUMMY

"조인에게 연통을 넣어 놓았으니 곧 네게 찾아 갈 것이다."


"허나 내일 소군사님을 뵈러 사천으로 가기로 했잖습니까? 어서 가서 나부장님이 첩자가 아니었다고 말씀을 드려야..."


"그건 촌각을 다투는 일이 아니니 잠시 기다렸다 가거라. 조인이 늦어도 하루이틀 내에는 올 것이다."


"흐흐! 네, 부장님."


"뭘 웃어?"


"조인 놈 표정이 궁금해서요. 맨날 고개 뻣뻣하게 들고 건방지게 굴던 놈인데. 제가 문주가 되면 아주 그냥 눈도 못마주치게... 크하핫!!"


덥수룩한 수염 사이로 침까지 튀겨가며 웃는 해존을 본 나봉도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좋으냐? 무영문주가 되는게?"


"아, 당연합니다. 지금까지 그놈들이 절 부려 먹은게 얼만데 이제 제가 부려먹잖아요. 특히 그 조인놈이 절 두들겨 패고 녹봉 빼앗아 간 것만 생각하면...아오!!"


"놈, 부려먹는게 아니라 중원을 위한 대의를 함께 이루는 것이다. 너는 특히 문도들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니 처음엔 아주 위태로운 자리가 될게야."


"네? 인정이요?"


"...안그래도 그 얘기를 하려 했다. 지난 며칠 네가 너무 들떠있는 것 같아서."


나봉의 미소가 근심으로 변하자 해존도 웃음기를 거뒀다.


"나는 염광에 의해 강제로 문주직을 맡고 있을 뿐, 무영문도 중 나를 진정한 문주로 인정하는 이는 없다. 그런 내가 후임으로 지목한 너도 고깝게 보겠지."


"부장님은 소군사님의 측근이자 사실상 이 표국의 1인자인데, 그정도면 무영문에서도 꽤나 높은거 아닙니까? 왜 그렇게 눈치를 봅니까?"


"흐, 아니야. 나는 70년 전 겨우 초급계원으로 속중표국에 들었다. 원래도 무영문의 방계문파 출신이라 정식 배분은 받지 못한 신세였고."


"아..."


"처음부터 수습이 아닌 초급계원으로 든 것도 내 실력이 아니라 무영문 덕분이지.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일했다. 어떻게든 출세해서 고향에 계신 노부모를 부양해야 했거든."


"...쩝."


아련하게 깊어지는 나봉의 눈빛에 해존은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돌렸다.


"당시 교주님을 자주 뵈었지. 대화를 나눈건 손에 꼽지만 그때는 참 인자하고 선한 분이셨는데. 소교주님... 너의 부친도 무뚝뚝 하지만 부드럽고 자상하셨어."


"...그런 얘긴 됐습니다."


"아, 미안하구나. 내 늙으니 자꾸 지난 일들이 떠올라서 그만..."


"괜찮습니다. 뭐, 아무튼 걱정 마십쇼. 무영문의 장로고 나발이고 후드려 패면 다 알아서 기게 돼 있습니다."


"어허! 안된다. 무영문은 강자지존을 따르는 마교나 다른 문파와는 달라. 무공의 고하만으로 윗사람이 되는 조직이 아니다. 너도 그 정도는 알지 않아?"


"크흠, 그런거야 뭐."


"명심하거라. 힘이 아니라 덕망과 대의, 그리고 지력으로 먼저 인정을 받아야 한다. 너는 정통성 있는 후계자는 아니지만 나와 염광의 지지를 받는 데다 금영진 전대 문주님의 수제자라는 무기가 있으니 조금만 잘해도 금세 따르는 이들이 생길게야."


"...네."


"처음엔 모두가 너를 경계하겠으나 여의치 말고 너의 대의를 펼치거라. 너라면 지재도, 무위도 전대 문주님을 뛰어넘을 터. 절망의 구렁텅이에 떨어져 내린 무영문의 희망이 되어다오."


"아니, 뭐 그렇게까지... 전 그저 제가 살기 위해서 교주를 치려는 것 뿐입니다."


"그거면 된다. 그것이 너에겐 사사로운 복수일지 모르나 세상의 누구도 감히 마교의 교주를 죽이겠다는 일을 할 수는 없지. 그건 오직 너만이 할 수 있는 대업이고, 그 대업을 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곧 대의인 것이다."


"...예."


"그래, 조인 조장도 너무 밉게보지 말고. 가장 힘든 시기의 무영문을 버티게 했던 주역이다. 워낙 죽을 고생만 하고 살아서 말이 거칠긴 해도 우직하고 올곧은 사람이야."


"허허. 올곧은 분이 강도질을 하진 않죠."


"그런게 아니래도. 그래, 천천히 하자꾸나. 너라면 잘해낼 수 있을거야."


"괜히 부담주지 마십쇼. 저, 그런데 부장님. 한가지 더 여쭙니다."


"응?"


"모든 무영문도들이 제 정체를 알고 있습니까? 아무래도 제가 마인이다 보니까 괜히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해서요."


"아니, 지금 살아 있는 이들 중 네 정체를 아는건 나와 조인, 무영문의 원로 몇명이 전부다."


"흠... 그럼 알음알음 들은 사람들도 더 있겠군요."


"그럴수도 있겠지."


"네 뭐, 일단 알겠습니다. 슬슬 나가시죠. 제가 오늘 부장님 몸보신 좀 시켜드리려고 자라 한마리 잡아 놓았습니다. 산거 아니고, 제가 직접 강으로 들어가서 튼실한 놈들만 골랐습죠."


"자라?"


"흐흐! 네. 아, 우리 부장님 오래오래 사셔야지. 노인네들한텐 자라탕이 최곱니다."



***



그렇게 나봉에게 속내 시커먼 효도를 한 해존은 3일 후 날이 밝자마자 장포와 함께 창하산을 한참 내달렸다.


창하산은 섬서와 사천의 경계를 잇는 산으로 중원 오악에 비해 높은편은 아니지만, 산맥이 상당히 넓은 영역으로 펼쳐져 있었기에 마음 놓고 경공을 펼치기에 거침이 없었다.


파바바바바박!!!


"어이, 조인!"


"..."


"크크! 표정이 왜 그래? 응? 아니, 이럴게 아니라 미래의 문주님께 절이라도 해야 하는거 아냐? 아, 뭐하고 섰어!"


신나게 웃어 재끼는 해존과 달리 조인은 잔뜩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한 채 팔짱을 끼고 눈살을 한껏 찌푸렸다.


"호들갑 떨지마라. 문주님의 언질만 있었을 뿐 아직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크하하핫! 그래! 네놈이 그렇게 뻣대는 것도 얼마 안남았으니 봐주마. 으흐!"


"경박하게 굴지마라. 무영문의 문주란 자리는 무림 뿐 아니라 명제국의 운명을 짊어진 것이나 다름 없..."


"어허! 아직 정해진건 없다며? 그런 얘긴 네놈이 먼저 날 문주 대접이나 하고 해."


"...그러지."


"크큭! 네놈 얼굴을 보는게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그래, 이번엔 무림맹에 대해 뭐라도 가져 왔겠지?"


"아니... 도저히 틈이 안나는군. 다방면으로 시도하고 있지만 맹주에겐 도저히 접근을 할 수가 없다."


"...허어, 이러면 곤란한데. 앞으로 내 수하들이 될 놈들이 이리도 무능 해서야... 에잉!"


"적당히 해라. 지금은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 너희 마교에서 나온 첩보다."


그제야 자신이 친 장난에 비해 조인의 표정이 지나치게 굳어 있었다는 걸 눈치챈 해존이 슬쩍 웃음기를 거두며 되물었다.


"우리쪽 첩보?"


"그래. 사마교와 광영은 죽은 천마대원들의 시신에 남은 검흔으로 보아 범인이 최소 화경 이상, 사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교주에게 전령을 보냈는데..."


"뭘 말을 끊어? 빨리 해."


"교주가 나서지 않았다더군. 그 정도는 알아서 하라고."


"나서지 않았다?"


"교주가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돌아왔고, 철천지 원수인 사도가 출현했는데도 움직이지 않는다. 무슨 말인지 알지?"


"..."


"네놈이 신나 할 때가 아니란 말이다. 빨리 가서 상황을 파악해라. 우리도 비상이 걸렸다."


교주가 힘을 잃었다는 말이다.


아니, 정확히는 그럴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말이었지만, 아직은 정황증거만 있을 뿐 확실한건 아무것도 없었기에 조인은 그 여부를 확인하고자 하는데 정신이 팔려있는 듯 했다.


잠시간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해존은 이내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짜증을 냈다.


"미친놈아, 비상이고 나발이고 내가 아직 신마를 못이뤘는데 뭔 소용이야?"


"그건 일단 따로 수련을 하고..."


"아아, 네. 그럼요. 수련하면 됩습죠. 아이 참, 내가 그걸 몰랐네."


"..."


"아이씨, 진짜 뭐 이런 멍청한 새끼가 조장이라고!!! 수련하면 되는데 넌 왜 여즉 절정이냐? 뭐해? 빨리 수련해! 수련해서 화경 되고 현경 돼 이 새끼야!!!"


"..."


"야, 해존아! 지금 말 꼬리 잡을때냐! 그만해!"


장포가 중재를 하고 나서자 해존은 깊게 숨을 골라 쉬었다.


"후우- 그래. 네놈도 오죽하겠냐. 미안하다. 나도 답답해서 그랬다."


"...아니, 나도 마음이 급했다. 사과하지."


"일단 사마교를 통해서 알아낼 수 있는건 최대한 알아봐 주마."


"알았다. 그리고 본문에서 너에게 시종을 붙이려 하는데 쓰겠나? 앞으로 네 수발을 들고 장로회와 직결하는 연락책이 될거다."


"뭐? 나 부... 아니, 문주님은 그런 말씀 없으셨는데?"


"문주님이 아니라 장로회에서 결정한 일이야. 당장은 문주님도 외부에 계시니 본문과 직접 소통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그 말에 해존의 얼굴에 상당한 불쾌감이 번져 올랐다.


"이 새끼가... 문주님을 통하지 않고 직접 소통을 해? 대충 듣긴 했다만 진짜 개판이구만. 설마 네놈도 문주님을 무시하는거냐?"


"무시하는게 아니야. 네가 알지 못하는 복잡한 조직 구조의 얘기다."


"닥쳐. 비겁한 새끼들이 어디서 개수작이야? 옆에 붙여두고 날 감시 하겠다는데 내가 네, 그러세요. 할 줄 알았냐?"


"흥. 너야 말로 우리를 무시하지 마라. 본문의 장로들이 네 수준을 모르겠냐? 네 무위는 말할 것도 없고 지력 또한 웬만한 군사 못지 않음을 안다. 그런 네가 언젠가는 전대 문주님을 넘어설 거라는 건 이미 본문의 모두가 동의하는 바. 정말 순수하게 빠른 소통을 위한 창구로 쓸 뿐이다. 그리고 네 의사만 물어볼 뿐 이를 강제 할 수 없는건 네가 더 잘 알 터."


"...지랄하고 자빠졌네."


"알았다. 허면 다시 데려가지."


"꺼져 새끼야. 너는 아주 내가 문주만 되면 강등에 감봉이야."


윗 입술을 이죽이며 주먹을 치켜든 해존은 조인의 반응에 꽤나 당황을 했다.


불쾌한 기색은 커녕 오히려 어딘가 어색하고 멋쩍은 웃음을 짓는게 아닌가.


"안됐군. 난 봉급이 없다."


"뭐?"


"조장급 하나의 봉급이면 일반 첩보조 열명의 봉급이 된다. 오랜시간 숨어지낸 덕분에 본문 재정이 바닥인데 그걸 받을 수는 없지. 어차피 난 가족도 없고."


"지랄... 한푼도 안받는다고? 집이랑 밥은 어쩌고?"


"첩보조가 집이 뭐 필요한가. 잠은 산에서 자고 나는 열흘에 한끼만 먹어도 충분하니까. 가끔 너희 표국 같은 곳에 위장 임무를 나가면 그럴 때 많이 먹어 놓는거지. 사냥도 자주 하고."


"..."


"뭐, 아무튼 간다. 이번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림맹주의 정체와 의사를 확인해주마. 내가 직접 위장 잠입을 할 거야. 혹여 내가 잡히거나 죽는다면 내 후임이 날 대신 할거다."


휙.


"..."


덤덤하게 말을 마치고 멀어져 가는 조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해존이 외쳤다.


"야!"


"?"


휙!!


퍽!!


"...이게 뭐냐."


"뭐긴 뭐야. 금 몰라?"


"이걸 왜?"


"새끼야, 앞으로 내 부하 될 놈이 궁상 떨지 말고 무림맹 들어가기 전에 실컷 쳐먹고 가. 내가 문주 되면 니들 봉급 다 두배씩 올려주마."


"...흐."


슥.


파바바바박!!!


조인은 고맙단 인사도 없이 그대로 몸을 돌려 깊은 숲으로 사라져 버렸고, 장포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해존의 어깨를 두드렸다.


"어이구, 왜. 그렇게 욕하더니 이젠 불쌍하냐?"


"불쌍하지."


"이건 참... 사람 목숨은 쉽게 생각하면서 이럴 때 보면 또 멀쩡해? 야, 저놈이 말이나 저러지 막상 여기저기 임무 다니면서 살 만큼은 산다."


"아, 그냥 나 부장님한테 들은 얘기도 있고 해서 그래. 그나저나 우리 이제 어쩌오? 교주가 생각보다 빨리 힘을 잃었는데 이러다 또 금방 힘을 찾기라도 하면..."


"아냐, 확실하지도 않은데 급하게 생각하면 일 망친다."


"안그럴래도 상황이 그렇잖소. 내가 빨리 신마를 이뤄야 하는데..."


"일단 지금은 무림맹 쪽 상황부터 정확하게 알자. 진짜 사도인지 뭔지부터 알아야 교주의 진위도 파악 할 수 있으니까."


"알았소. 저 근데 장형, 내가 지금 사도랑 붙으면 죽소?"


"그럼, 바로 뒤지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진천 : 열두번째 마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4 83화 24.01.19 38 0 12쪽
83 82화 24.01.15 33 0 13쪽
82 81화 24.01.12 29 0 12쪽
81 80화 24.01.11 38 0 12쪽
80 79화 24.01.10 41 0 13쪽
79 78화 24.01.08 38 0 12쪽
78 77화 24.01.07 36 0 13쪽
77 76화 24.01.04 38 0 12쪽
76 75화 24.01.04 43 0 12쪽
75 74화 24.01.02 33 0 12쪽
74 73화 23.12.31 41 0 12쪽
» 72화 23.12.30 38 0 12쪽
72 71화 23.12.29 38 0 13쪽
71 70화 23.12.28 42 0 12쪽
70 69화 23.12.27 40 0 12쪽
69 68화 23.12.26 41 0 12쪽
68 67화 23.12.25 47 0 11쪽
67 66화 23.12.24 45 0 13쪽
66 65화 23.12.23 40 0 11쪽
65 64화 23.12.22 42 0 12쪽
64 63화 23.12.22 46 0 12쪽
63 62화 23.12.20 44 0 12쪽
62 61화 23.12.19 49 0 12쪽
61 60화 23.12.18 46 0 12쪽
60 59화 23.12.17 46 0 12쪽
59 58화 23.12.16 46 0 12쪽
58 57화 23.12.15 45 0 12쪽
57 56화 23.12.14 54 0 12쪽
56 55화 23.12.13 52 0 12쪽
55 54화 23.12.12 48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