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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 : 열두번째 마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작품등록일 :
2023.10.23 21:52
최근연재일 :
2024.01.19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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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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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71화

DUMMY

"!!!!"


심장이 배꼽 아래까지 내려 앉은 해존의 몸이 강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뭐, 뭐... 지금 뭐라고..."


"미안하다. 허나 네게 알리지 못한건 혹여나 네가 나에게 배신감이나 반감을 느낄까봐서야. 널 유용한 칼로 여기며 기만해왔다고 여길까 겁이났다. 하지만 믿어다오. 내가 문주가 된 것은 15년 전... 네가 막 성인이 되고 조인과 접촉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미 너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고 이를 알릴 수 있는 시점은 지나 있었다."


"아니, 지금 무슨... 문주라니... 당신이 대체 어떻게..."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인지 도저히 이성적인 추론이나 사고가 불가능해진 해존의 두 눈은 초점을 잃고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나봉은 그런 해존에게 자신의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23년 전, 교주가 봉인됐던 텐자전투 직전.


전대 문주였던 금영진은 눈을 감기 전 염광에게 당분간 무영문을 이끌어 줄 것과 적합한 인재를 후대 문주로 임명해 줄 것을 부탁했다.


이후 무영문은 염광의 지시에 따라 봉인된 교주를 완전하게 제거하기 위한 준비를 착실하게 했는데, 그 준비의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해존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교주의 봉인이 불안정해지며 그들이 오랜시간 준비한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버렸고, 바로 그 시기에 염광이 나봉을 문주자리에 앉힌 것이다.


"무슨! 나봉이라니! 그 아이는 무위도 미약하거니와 이미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요!"


무영문 장로의 반발에 염광은 조롱으로 답했다.


"그럼 산속에 틀어 박혀 부하들이 목숨 걸고 가지고 오는 정보들로 탁상공론이나 하는 네놈을 문주에 앉혀줄까? 응?"


"뭐, 뭣!!!"


"그 구차한 목숨 일각이라도 더 이어가고 싶으면 잘 들어라. 내 오랜시간 지켜본 결과 나봉은 정보처리 뿐 아니라 지략도 사마교에 준한다. 긴세월 사마교의 옆에 딱 붙어서 일을 배운 덕분에 사마교의 전략과 사고를 완전하게 학습했어."


"허, 허나 나봉은 무위가 겨우 이..."


"지금은 마교에 보고되는 정보의 오할 이상을 취급하는 속중 표국의 주인이나 다름 없다. 결정적으로 가장 중요한 석해존 그놈과 아주 친밀한 관계지. 지금 그 계집보다 일을 성공시킬 가능성이 더 높은 이가 있나?"


"이, 이보시오! 현장에서 성과과 뛰어난 요원이라고 해서 지도자가 될 수는 없소! 배분 서열도 엉망이 되는 바! 그런 까마득한 후배가 문주가 된다면 선배들의 체면이 심히 손..."


빠악!!


"컥!!"


"!!!"


"여, 염광!! 이 무슨 짓이오!!"


대들던 장로 하나의 코뼈를 완전히 박살 낸 염광은 난데없는 폭력에 몸을 벌떡 일으킨 무영문도들을 향해 서릿발 같은 살기를 쏘아보냈다.


"이 미친것들이... 당장 전 무림이 멸절하게 생겼는데 뭐 배분? 선배? 좋아. 그런게 걱정이라면 내 나봉의 윗배분 놈들을 모조리 죽여 없애주마. 그럼 문제 없는거지?"


"헙!!!"


"하아... 내 마지막 인내심으로 해주는 말이니 잘 들어라. 정보조직의 핵심은 명령권자의 정확하고 빠른 판단이다. 그리고 지금의 무영문도 중에 그걸 가장 잘해내는 정도가 아니라 마교를 포함한 전 중원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가 나봉이야. 그년이 아니라면 내가 떠난 후 너희 무영문은 교주의 아가리로 들어가 비참하게 씹어먹힐 것이다."


"아아..."


"잊지마라. 너희의 전대 문주 금영진의 유지에 따라 다음 문주를 임명할 권리는 내게 있다. 더 할말 있는 놈 있나?"


"..."


"...없소."


"크크! 좋아, 그럼 지금 이 순간부터 나봉이 무영문주다."


그렇게 무영문 장로들의 큰 반발에도 나봉을 문주로 임명한 염광은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이후 염광은 태모의 습격과 교주의 부활을 겪는 동안 간간히 지시사항을 전달 할 뿐 그가 정확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는 나봉 조차 알지 못했다.


"내가 문주라고는 하지만 사실 힘은 없어. 마교의 정세와 네 동태를 본문에 알리는 유용한 현장 요원에 더 가깝지. 진짜 중요한 일의 결정은 아직도 염광 그자가 좌지우지 하고 있다. 특히 소군사님의 동태에 관심이 많더군."


"염광... 근래 들어 그 이름 자주 듣습니다."


"그래, 너도 언젠간 그 자를 마주하는 날이 올거야. 너와 뜻이 맞으니 네게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지금도 그러고 있고."


"...흥, 힘은 개뿔. 교주가 무서워 뒤에서 모략이나 꾸미는 주제가 뭐 있겠습니까."


"글쎄, 모두들 그를 간사한 지략가라고 말하지만 내 눈에는 교주라는 거대한 재앙을 가장 앞서서 막아내고 있는 협객이다. 사람에 대한 판단은 네가 직접 본 후에 하거라."


"..."


그 사이 어느정도 몸을 가눌 수 있게 된 해존은 땅에 박혔던 검을 다시 허리춤 까지 들어 올렸다.


"헌데 이상한게 하나 있습니다. 부장님이 진짜 무영문의 문주라면 어찌 아직도 주변이 조용합니까? 표국에서 부터 부장님을 호위하는 놈이라곤 개미새끼 한마리 느껴지지 않던데요."


"안 그래도 며칠 전 네가 소군사님과 나를 죽이려 한다는 말을 들은 조인이 표국을 떠나라 하더구나. 해서 일렀다. 난 괜찮으니 모든 호위를 물리고 무림맹의 일을 알아내는데 전력을 다하라고."


"왜 그러셨습니까?"


"나는... 우리 무영문은 네게 용서 받을 수 없는 큰 죄를 지었다. 소교주에게서 강제로 씨를 받아 너를 세상에 낳았고, 대의를 핑계로 네 인생을 망쳐버렸지. 허니 네가 날 죽인다 해도 무영문은 널 도울 것이다."


"..."


"조인에게 일러둔 것이 하나 더 있다. 만약 내가 죽으면 너를 무영문의 문주로 모시라 했어. 물론 네가 원한다면 말이야."


"뭐요? 문주? 크큭, 개소리! 그깟 문주자리 주면 내가 얼씨구나 하고 넙죽 받아먹을 줄 알았소? 그깟 햇병아리들이 모인 무림맹에게도 쥐새끼들 보다 못한 취급 받는 주제에."


"...그래, 비겁한 쥐새끼. 그게 지금의 무영문이야. 허나 해존아, 무영문은 죽음이 두려워서 숨은 것이 아니다. 금영진 전대 문주님은 어떻게든 살아남아 마교의 전횡을 견제하고 후대의 무림을 재건 하는데 거름이 되고자 하는 일념으로 무영문을 지키신 것이야."


"예, 스승님은 참 대단한 분이셨지요. 압니다."


"그분 뿐만이 아니다. 네가 아는 조인과 그의 조원들을 비롯한 모든 무영문도는 정마대전 이후 뼈를 깎는 고통과 절망 속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이다. 오직 무림을 위해 위해 지금도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 아무리 세상이 우리를 조롱한다 해도 우리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마교에게, 교주에게 목에 박힌 가시가 되어 끝없는 불안감을 심어주는 것. 그것이 우리의 존재 이유니까."


"..."


"그러니 부탁한다. 내가 미우면 나를 죽여도 괜찮아. 그리고 네가 무영문을 이끌어다오. 교주를 제거하고 네가 마교의 교주가 돼서 우리 무영문을 끝없이 도는 지옥의 수레바퀴에서 해방시켜 줘."


"...젠장."


3일 후.


나봉이 일러준 위치에서 조인을 만나 그녀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한 해존은 그 길로 나봉을 데리고 표국으로 돌아왔다.


그녀를 죽이는 것 보다 훨씬 더 큰 것을 얻어낼 가능성을 엿보았기 때문이었다.


***


그리고 다시 현재.


해존과 장포, 들개가 서있는 봉우리 중턱의 공터.


"그럼 대체 어쩌려고? 소군사님께서 이제 무영문의 끄나풀은 제거해야 한다고 하시지 않았냐? 끄나풀은 아니고 대가리긴 하지만..."


"장형, 잘 생각해보시오. 지금 당장은 소군사님이 계신다고 쳐도 당장 10년 후엔 어쩔거요?"


"..."


"소군사님은 이미 원래 수명의 곱절을 사셨소. 소군사님이 세상을 떠나시면 연비대에서 올라오는 정보들은 그림의 떡 아니오."


"그거야 가시기 전에 우리한테 권한이든 직책이든 주시고 가시겠지."


"아이구 이 양반 순진한거 보소. 내가 연비대 섬서지부장이라도 할까? 나는 천마대로 가야 하는데? 아니면 마인도 아닌 장형이 그 자리 맡을거요?"


"..."


"사실 나봉부장이야 정식 입교만 안했다 뿐이지 소군사님을 모신 세월이 있으니 마인이나 다름 없는거고. 장형이나 들개한테 그런자릴 주겠소? 그래서 소군사님이 서두르는 것도 있소. 아직 당신이 살아 계실 때 일을 마무리 지으려고 하시려다 보니 무영문의 첩자도 갑자기 쳐내고, 나도 빨리 무위를 끌어 올려야 하는거겠지."


"그래서? 나봉부장을 정보망으로 이용하고 교주를 치자? 그럼 당장 소군사님께서 허락을 받아야 하는거 아니냐?"


"말씀을 드려 봐야지. 순서만 바꾸자는거요. 무영문을 잡은 공으로 천마대에 들게 아니라, 다른 공을 세워서 교주님의 측근이 된 후에 무영문을 일망타진 하는걸로."


"허어... 소군사님 생각이 보통 깊으신 것도 아니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 잡은 순서일텐데."


"아, 일의 순서만 중요하오? 사람 죽는 순서도 중요하지."


"...어이구."


"나도 소군사님이 빨리 죽길 바라는건 아니지만 교토삼굴이오. 교주가 건재한데 무영문만한 유용한 무기를 먼저 없애고 싸우긴 너무 아깝지."


"아니 그 무영문이 유용하지가 않으니까 문제 아니냐 이놈아. 네놈 정체 가지고 협박질을 하니까 소군사께서도 빨리 정리를 하려는거잖아."


장포의 타박에 해존은 한쪽 입꼬리를 씰룩 거리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은 그렇지. 헌데 나봉 부장도 살 날이 많이 남진 않았소. 그럼 그 다음 문주가 누가 될까?"


"뭐? 너 설마..."


"흐흐!! 내가 무영문의 문주가 되면 차고 넘치게 유용한 무기가 될거요. 전대 문주인 금영진 스승님의 제자인데다가 지금의 문주인 나봉이 후임으로 지목한 내가 무영문주가 된다면 놈들이 내 정체를 교주에게 까발릴 위험이 절반, 아니. 8할 이상은 줄어드는 거지. 혹여 마땅한 공을 못세워 본교로 들지 못하면 그 때 무영문을 일망타진해서 단박에 교주의 측근으로 들 수 도 있고."


"미친놈아!!"


"크큭! 앞으로 나봉부장은 내 어머니나 마찬가지요. 저승 가시기 전까지 극진히 모셔드립시다."



***



기세를 탔다.


순풍을 타는 돛단배처럼 모든 일이 술술 풀리기 시작한 해존은 지난 며칠간 확연히 밝아진 안색으로 연신 실없는 웃음을 흘리고 다녔다.


하긴, 사마교만 해도 천군만마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어마어마한 아군일진데, 나봉이란 무영문의 문주마저 뒷배로 삼게 되었으니 오죽 하겠는가.


'으흐흐!! 양손에 큰 떡을 쥐었다. 이제 신마를 이루고 교주가 그 징벌인지 뭔지로 힘만 잃어준다면... 크하핫!!! 좋아! 아이 너무 좋아!!!'


교주를 제외하고 현재의 이 중원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과 힘을 가진 두 사람의 지원을 받게 된 것은 해존으로썬 죄인처럼 마음 졸이고 살던 지난 수십년에 대한 더 없는 보상이 아닐 수가 없었다.


"어이구, 저 입 벌어지는거 봐라. 너 너무 좋아하는거 아니냐? 소군사님이 뭐라고 하실 줄 알고?"


"뭐라시긴? 당연히 반기시겠지. 근데 그러고 보니까 말이오. 소군사님은 나 부장이 첩자인걸 한참 전 부터 의심하셨던 것 같은데 그 긴세월을 왜 그냥 두셨지?"


"원래 그런다."


"엉?"


"모든 조직이 그래. 어차피 첩자라는게 하나 둘 솎아낸다고 없어지는게 아니거든. 특히 천마신교 같은 거대조직은 중견부터 말단까지 헤아릴 수도 없으니까. 괜히 첩자 없애겠다고 들쑤셔서 경계심만 높이느니 적당히 던져 줄 정보는 던져주면서 지켜보는게 낫지."


"나 부장 정도면 적당한 정보나 던져 주던게 아닌데?"


"뭐, 언제부턴지는 몰라도 의심이 시작된 순간 소군사님은 나부장이 입수하는 정보들을 어떻게 쓰나 지켜보면서 시험 했을거다. 나부장도 결정적인 의심은 피해야 하니 그 긴 세월 얻은 정보들 대부분은 제대로 써먹지도 못했을거고. 그런데 너네 교주가 깨어나면서 부터는 서로 여유가 없으니 소군사님은 숨기고, 나부장은 아는대로 다 가져다가 써먹어 버리니까 더는 같이 할 수가 없게 된거야."


"쩝, 그런가? 그럼 소군사님이 진짜 나부장님을 죽이라 명하시면 어쩌지?"


"어쩌긴 뭘 어째. 일단 죽이되 무영문이 네가 범인인건 모르게 해야지... 전대 문주를 죽인 원수를 다음 문주로 모실만큼 속 없는 놈들은 아닐테니."


"일단 죽이긴 뭘 죽이오? 거 말 참 쉽게 하네."


"왜, 역시 나 부장님은 못죽이겠냐?"


"말이라고."


"흐흐! 그래,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다행이다. 넌 마기 때문에 특히 더 사람 생명을 쉽게 생각하는 걸 조심해야 한다."


"아, 노인네 뭔 도사도 아니고 맨날 똑같은 잔소리는. 이만 내려갑시다. 나는 바로 나 부장님 뵈러 갈테니 장형은 짐이나 꾸려 주시오. 들개도 먼저 낙양으로 보내주고."


그렇게 산을 내려선 해존은 표국으로 들자마자 나봉과 함께 사마교가 이용하던 밀실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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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72화 23.12.30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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