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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 : 열두번째 마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작품등록일 :
2023.10.23 21:52
최근연재일 :
2024.01.19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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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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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6화

DUMMY

사마교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자 해존이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십년, 이십년, 어쩌면 오십년 이상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고도 정말 단 한명도 남기지 않고 제거 했는가에 대한 의문은 제 피를 말리고 평정심을 잃게 할 것입니다. 한놈이라도 남았다면 교주님은 제 정체를 알게 될테니까요."


"그런 의구심이 들지 않도록 일망타진 할 것이다. 내가 도우마."


"아니요. 소군사님이 아니더라도 구지근 방주, 들개, 그 염광이란 자 까지... 이미 너무 많은 이들이 제 정체를 알고 있습니다. 소군사께서는 언제 어떻게 상황이 변하더라도 절대 그들이 교주님께 제 정체를 밝히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실 수 있습니까?"


"..."


"죄송합니다. 저는 결국 교주님과..."


"됐다."


사마교는 괴로운 얼굴로 해존의 말을 끊고 잠시간 뒤엉킨 심상을 수습하려는 듯 깊은 심호흡을 하고는 다시 말을 시작했다.


"그래, 네 삶이니 네가 결정을 해야겠지. 허나 한가지. 교주님께 도전하는 것은 적어도 무영문의 수장을 제거하고 난 이후라야 한다."


"구지근 장로님에 이어 소군사님까지 제가 교주님을 치는 것을 묵인하신다는 말이군요."


"묵인이 아니다. 너뿐 아니라 천마신교의 마인은 모두 교주위에 도전할 자격이 있다. 무영문의 사주만 아니라면 굳이 내가 끼어들 이유가 없음이야."


"방주님도 똑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같은 입장이니까."


그 간략한 대답을 들은 순간, 해존은 대화의 초입에서 느꼈던 막연한 부조화를 더욱 강렬하게 느끼며 입가에 맴돌던 질문을 입밖으로 던져냈다.


"그건 제 정체를 감춰주시는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


"왜 저를 살리셨고, 지금도 살리려 하시는지 들어야겠습니다. 혹 제가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시는 겁니까? "


"...그 반대다. 시기만 맞는다면... 넌 7할 이상의 확률로 교주위에 오르겠지."


두근.


사마교가 얼마나 치밀하고 정확한 예측과 계산을 하는 인사인지 잘 아는 해존의 심장이 요동쳤다.


"허, 허면 말씀해주십시오. 그런 가능성을 두고 절 살리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나는 너의 아버지... 소교주님의 사람이다. 그래서 네가 허망하게 죽는 것을 볼 수 없을 뿐이야."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고작 그런 이유 때문이라는 걸 믿으라는 겁니까? 지재 아가씨도 소교주님의 자식입니다. 게다가 소교주님의 사람이 아닌 구방주님까지 절 가만 두려는 진짜 이유를 말씀해주십시오."


만만치 않은 해존의 추궁에 사마교는 다시 한번 두 눈을 질끈 감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 아직은 때가 아니다. 훗날 때가 되면 그때에..."


"때는 이미 지났습니다."


"..."


"갓난 아기인 절 살려 단길 스승님의 제자로 삼으신 이유도, 지금의 저를 살리려는 이유도 진작에 말씀 해주셨어야 합니다. 저는 그걸 알 권리가 있습니다. 그걸 모르는 채로 총관님이나 구지근 방주, 무영문 같은 자들에게 휘둘리느라 제 인생은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그건... 네가 가진 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따라붙는 것이다."


"아니요. 제가 가진 약점 때문에 따라붙는 것이지요. 교주님의 사생아라는 약점만 아니었다면 저는 이미 구지근 방주도 어쩌지 못하는 힘을 갖춘 채 누구의 장난감도 되지 않았을 겁니다."


"뭐라?"


"그렇지 않습니까. 그깟 무영문 놈들 입이 무서워 지금까지 꼭두각시 노릇이나 했고, 소군사님께 들킬까 무서워 쥐새끼 처럼 도망만 다니며 살았습니다. 제가 이룬 무위도 떳떳하게 알리지 못한 채 손발이 묶여..."


"어허, 놈! 네가 소교주님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그 힘은 가당치도 않은 것이다! 그 약점이 있기에 그만한 힘을 가졌거늘, 어찌 제 가진 것은 모르고 빼앗긴 것만 생각하느냐!"


"네, 그 힘으로 무영문을 잡으라면 잡고, 무림맹을 없애라면 없애겠습니다!! 지금까지 처럼 원하는대로 휘둘러지는 칼이 될 테니 대체 어디까지 써먹으려 하는건지는 말을 해줘될거 아닙니까!!"


"써먹으려는게 아니라잖느냐!! 네놈이 허무하게 죽지 않도록 지키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이유가 뭐냔 말입니다!! 어차피 난 소교주가 원해서 낳은 새끼도 아니잖습니까!!"


"네놈이 하려는 일이 내게도 필요하니까!!!"


"!!!"


사아아아-


서로가 씩씩대는 숨소리와 격분만이 가득한 밀실속에서 해존은 너무 놀라 입을 쩍 벌렸다.


"그게 무슨... 교주님을 죽이는게 당신에게도 필요하다고?"


"..."


"말을 하십시오!! 지금 확실하게 얘기하지 않으면 난 이대로 당신을 죽이고 무영문으로 갈 것입니다! 주인의 의도도 모른 채 휘둘러지는 칼로 사느니 목적이나마 명확한 쪽이 낫겠지!!"


"...그래. 원한다면 말해주마."


갑자기 한풀이 꺾인 사마교는 잔뜩 날카롭게 올렸던 눈을 내리 감으며 나지막이 답했다.


"교주님... 그분은 재앙이다."


"..."


"천재지변, 악몽, 재앙... 내 아버지가 항상 하시던 말씀이었어. 나도 그 말이 뜻하는 바를 모르는건 아니었으나 인정하기가 어려웠지. 내가 해결 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절망을 느끼고 싶지 않았기에 문제 자체를 부정한 것이다."


"재앙이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교주님은 마신을 이루신 후... 아니, 그 전부터 이 대륙을 손아귀에 쥐고 흔들려는 욕망에 휩쌓여 있었다. 하지만 결국 원래의 주인을 이기지 못하고 처절한 패배를 맛봐야 했지. 그럴수록 그 욕망은 사그러들긴 커녕 더욱 커져만 갔어. 본디 성급한 판단 덕에 패배를 겪은 교주님은 이제 더 치밀하고 오랜 인내까지 갖췄다. 이 대륙은 훗날 그 광기와 집착에 집어 삼켜질게야."


"...마도천하를 말하는 겁니까?"


"맞다. 헌데 우리가 아는 것과는 많이 다르지. 이미 신의 영역에 다다른 교주님이 펼치는 마도천하는 차원이 다를거다. 이 중원은 물론 대륙의 변방 곳곳. 어쩌면 남만과 몽골, 서장까지... 마인이 아닌자는 단 하루도 숨쉬지 못할 지옥도가 펼쳐지는거다."


"그건 모든 마인들의 숙원 아닙니까? 온 세상이 천마신교의 깃발 아래 통일되는게 어떻게 재앙이 될 수 있습니까?"


"흐! 거봐라. 아직 네겐 이르다지 않았더냐. 네가 이 말을 이해하려면 아직 더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 허니 날 믿어라. 너의 생존과 나의 대의는 길이 같아. 사실 지금까지는 많이 망설였다. 어차피 난 얼마 못 가 죽어 없어질 몸. 그 후의 세상이야 어찌 되든 무슨 상관일까 싶었거든. 해서 봉인된 교주님을 지키려 한거다. 아가씨라도 지키고 가야 소교주님을 뵐 수 있을테니."


"아..."


"너무 거대하고 큰 괴물 앞에서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던 나였으나 오늘 너와 이야기를 하다보니 깨달았다. 어렸던 내가 널 왜 살리려 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


"..."


"나와 함께하자. 지금껏 누구도, 교주님조차 하지 못한 일을 네가 하는 것이야. 무영문을 절멸 시키는 거다."


"..."


"그리고 그 공으로 본교로 들어가 교주님의 오른팔이 되어 때를 기다려. 네가 그렇게 되도록 내가 전력을 다해 도우마."



***



사마교와의 밀담 이후 해존의 삶은 정말 많은 것이 단숨에 뒤바뀌게 되었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역시 더 이상 사마교라는 거대한 적이 사라지는 것을 넘어 우군으로 돌아섰다는 점.


같은 우군이라 해도 사마교는 장포나 무영문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는데, 그건 아무래도 사마교가 당장 죽을 해존의 목숨을 살리고 이름까지 지어준 생명의 은인이라는 점에서 기인되는 듯 했다.


'...내 친부인 소교주와 강제지만 그 씨를 낳게한 스승님, 죽을 운명이었던 날 살린 사마교... 그리고 날 키운 어미니와 아버지. 결국 이 모두가 내 부모나 다름없다.'


많은 이들이 자신을 탄생시키고 그가 세상을 살아 가도록 뒤를 받쳐주고 있다는 생각에 해존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격양에 취한 마음을 다스리고자 온종일을 명상으로 보냈다.


'그래, 대운은 교주에게만 있는것이 아니야. 교주의 운은 쇠퇴하고 나의 운이 기세를 타고 있다. 게다가 사마교는 지금껏 그 숱한 의심에도 기를 쓰고 날 살리려한게 아닌가. 그거면 된거다. 그는 내 생의 시작이나 다름 없다. 믿자.'


이후 며칠간은 별다른 일 없이 개인 수련과 명상에 집중하던 해존은 간간히 표국에서 사마교를 마주칠 때 마다 괜히 민망해지는 마음에 슬쩍 고개를 돌리기 일쑤였고, 사마교도 그런 해존을 모른척 지나가곤 했다.


그렇게 다소 어색한 새삶을 시작한지 5일째의 늦은 오후.


"장형 오셨소?"


"흐흐! 그래, 바로 술한잔 할까?"


"그럽시다. 그 전에 잠깐 명상이나 하게 따라 오시오."


"응? 뭔 명상?"


"일단 갑시다."


빨갛게 지던 노을이 완전히 산 뒤로 넘어가 푸르스름하게 변한 유시경에 표국으로 도착한 장포는 다짜고짜 자신을 남산으로 끌고 올라간 해존을 통해 그간 있었던 일을 듣곤 입을 쩍 벌리고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었다.


"사,사,사,사마교가... 널..."


"뭘 나보다 더 놀라오?"


"아니, 미친놈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마교가 네 뒷배가 됐다고? 함정 아니야? 너 이러다 당장 교주라도 튀어 나오는 날엔..."


"아! 재수 없는 소리는!! 내가 천치도 아니고 그정도 구별은 하오. 소군사님이 날 살리고 이 이름까지 지었다니 그냥 믿읍시다. 어차피 그거 말곤 살길도 없고."


"하아...아니, 그게 그렇게 되는게..."


이미 해존의 마음이 완전히 넘어가버린 것을 눈치채고 깊디 깊은 한숨을 내쉰 장포는 이내 울상이 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그렇게 결정 했다면 어쩔 수 없지. 하... 그럼 무영문은 어떻게 처리하게? 네가 배신한 걸 알면 당장 오늘이라도 교주에게 네 정체를 까발릴지 모르잖아."


"아무도 모르게 하나씩 제거 해야지. 그건 방법을 생각해봅시다. 소군사도 방법을 생각해보신다 했으니."


"하나씩이 되겠냐? 처음 한두번이야 그렇다 쳐도 널 만나는 놈들마다 죽어 나가면 퍽이나 모르겠다."


"그러니까 생각을 해보자는거 아니요. 그나저나 조인 놈 만난건 어떻게 됐소?"


"몰라, 충격이 너무 커서 다 까먹었다."


"어이구."


"...어이구 같은 소리 하고 앉았네. 끄응, 일단 무림맹과의 접선은 타진해보겠다고 하더라. 헌데 조인놈 반응이 뭔가가 영 껄끄럽던데."


"응? 어떻게?"


"글쎄, 나도 딱 집어서 뭐라곤 못하겠는데... 우리가 무림맹으로 가는게 껄끄러운건지 무영문하고 무림맹 사이가 불편한건지 모르겠다."


"흠... 전자 아니오? 무영문하고 무림맹 사이가 나쁠게 뭐가 있다고. 오히려 무림맹 쪽에서 어서옵쇼 하고 모셔올 판에..."


"그거야 옛날 얘기고. 지금 무영문은 너네 마교 무서워서 어디 나서지도 못하는데 뭐. 아무튼, 그럼 이제 난 어쩌면 되냐?"


"일단 내려가서 소군사님하고 얘기해봅시다. 무영문 놈들 잡을 방법부터 논의해야지."


"...흐흐!! 미친...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 어차피 이리 될 거였으면 지난 13년간 동안 우린 대체 뭘 한거냐."


중얼거림에 가까운 장포의 말에 해존이 얼굴을 확 일그리며 짜증 가득한 핀잔을 뱉었다.


"아, 거 진짜! 지금이야 때가 맞으니까 그런거고. 그때 들켰으면 다 뒤집어졌소. 자꾸 초치지 말고 좋게 생각 합시다."


"아이 왜 화를 내고 그래? 후- 오냐. 좋게 보면 이보다 좋은 일이 없다. 길바닥 잡부도 아니고 천마신교의 사마교라니... 크크! 네놈 교주 자리는 벌써 반은 차지한거나 다름없다."


천마신교 소군사라면 정예병력 3할을 즉시 움직일 수 있는 군권을 쥐고 있다.


또 마교 내성이 아니라 섬서에 나와 있으니 연비대주가 전국에서 취합한 정보들을 총군사 보다 훨씬 빨리 접할 수 있고, 거기에 더해 중원 여기저기서 수집되어 섬서 지부로 올라오는 첩보들은 연비대주가 알기도 전에 받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보수집에 있어 마교 내성에 있는 총군사 사마소와의 격차는 아무리 짧아도 6일.


그리고 결정적으로 총군사인 사마소와 대등한 발언권에 그 이상으로 교주에게 신임받는 인물이 바로 사마교이니, 사실상 총군사 이상의 전력이나 다름 없었다.


장포 뿐 아니라 해존도 그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잘 알고 있었기에, 산비탈을 내달리던 해존은 괜히 지어지는 미소를 억눌러야 했다.


"크흠! 뭐 절반까진 아니고. 괜히 들뜨지 말고 할 일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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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72화 23.12.30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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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0화 23.12.28 4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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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6화 23.12.14 5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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