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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86,784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3.10.03 21:56
조회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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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1쪽

진천 - 225화

DUMMY

3일 후, 짐꾼 삼십여명과 함께 하남으로 진입하는 길목에 진입한 구지근이 슬쩍 대열을 벗어났다.


"엉? 형님 어디가오?"


"금방 따라가마."


"아니, 어디가는지 말은... 어이구."


구지근을 말리려던 사내는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이고, 저 형님 또 저러네."


"내버려 둬. 남일 같지 않으니 그렇지."


"아, 그것도 한두번이죠. 우리가 변변한 녹봉을 받는 것도 아니고 자기도 여즉 거지면서... 허, 참."


"이놈아, 콩 한쪽도 나누는 사람들이 있는게야. 꼭 우리를 거둬주신 어르신처럼 대부호여야만 사람을 돕는게냐? 저런 한끼라도 매일 배곯는 저들에겐 큰 기적이나 마찬가지야."


"흥, 저딴 주먹밥에 엽전 몇개가 무슨..."


동료들의 수군거림을 뒤로한 구지근이 향한 곳은 한 거지들의 무리.


그는 품에서 꺼낸 주먹밥 세개와 엽전 대여섯개를 동냥 바가지 안으로 툭 내려놓았다.


"고생들 하거라."


"감사합니다! 나리!!"


"가,감사합니다! 대협!!"


"음?"


난데없이 튀어나온 '대협'이란 말에 구지근이 눈이 빠르게 그 거지를 훑었다.


"..."


그러다 거지의 허리춤을 바라본 구지근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퍼졌다.


"그래. 천천히들 먹거라."


"네, 네!"


"복 받으십쇼!!"


구지근은 그 잠깐새 30장은 훌쩍 멀어진 일행을 서둘러 따라잡았는데, 그는 원래의 제 자리가 아닌 행렬의 가장 앞쪽까지 나섰다.


"행부장 어른."


"음?"


"이 근방에 아주 중요한 볼일이 생겼습니다. 오래 걸리지 않으니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내 목적지 전에는 꼭 합류하겠습니다."


"뭐? 갑자기?"


행부장이 고개를 갸웃 기울이자 구지근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꼭 좀 부탁드립니다. 분명 시간을 맞춰 늦지 않게 합류할테니 한번만 사정을 봐주십시오."


"끙, 알았다. 내 따로 내용을 묻지는 않겠다만..."


영 못마땅한 얼굴로 말끝을 흐린 행부장의 시선이 구지근의 구석구석을 훑고 지나갔으나, 그는 더 말을 붙일 생각이 없는지 눈살만 찌푸리며 손목을 휘둘렀다.


"다녀오시게."


"감사합니다."


구지근은 바로 대열을 이탈하지 않았다.


원래 자리로 돌아가 말없이 걷던 그는 거지들을 만났던 곳에서 200장 정도 떨어지고 나서야 슬쩍 뒤쳐져 다시 아까의 그 거지들을 만났던 방향으로 걸음을 돌렸다.


그로부터 약 두시진 후, 해가 완전히 떨어진 밤.


누더기 옷을 입고 홀로 숭산의 끝자락으로 오른 거지 하나가 어느순간 몸을 틀어 길이 아닌 산비탈을 치고 올랐다.


서벅 서벅!


사람이 다닌 길이라곤 흔적도 없는 시커먼 암흑속의 산세임에도 그 거지는 거침없이 전진하더니, 반시진이 채 안되어 새파란 달빛이 환하게 비춰지는 공터에 올라 자신이 지나온 길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달빛 아래로 나타난 구지근의 신형.


휘잉- 삐이이이익-


한차례 스산한 바람이 몰아치며 매인지 올빼미인지 모를 새 소리가 길게 울려퍼졌고, 분명 느긋한 걸음으로 나타났던 구지근은 어느새 먼저 나섰던 거지의 지척 거리에 멈춰서있었다.


"히익!!!"


그 귀신같은 등장에 화들짝 놀란 거지가 몸을 퍼덕이며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구지근은 재빨리 두어걸음을 쫒아 넘어진 거지의 앞으로 쭈그려 앉았다.


"밥은 맛있더냐?"


"헉! 아, 아까 그 나으리?? 자, 자, 잘 먹었습니다!!"


"그래. 헌데 이 야밤에 이런덴 어쩐일로?"


"히익!! 거, 거지가 일이 어디있겠습니까. 이곳 겨,겨, 경치가 좋아 종종 잠자리로..."


"흠."


새하얗게 질린 거지의 얼굴을 게슴츠레 뜬 눈으로 바라본 구지근이 턱짓으로 그의 허리춤을 가르켰다.


"그 걸개 말이다."


"...


"어디서 났나?"


"이, 이건 그냥 길가다 주운겁니다요!!"


"크흐!"


비릿한 미소를 흘린 구지근이 오른손을 들어 거지의 갈비뼈를 움켜쥐었다.


꽈득.


"끄윽!! 끄으으으으..."


"함부로 움직이면 부러진다. 발버둥이라도 치면 부러진 뼈가 폐에 박히니 조심하거라."


"꺼어억... 왜, 왜 이러십... 으아아악!!!"


"주운건 그렇다 쳐도 그렇게 정확하게 골반뼈 우측 아래로 걸 수는 없지. 네놈 개방과 무슨 사이냐. 아는 개방도가 있나?"


"히이익!! 모, 모릅니다!! 그냥 예전에 개방의 거지들이 이렇게 하는 것 같아서...!!"


"흐음."


뚜두둑.


"끄아아아아악!!!!"


구지근의 손등에 이어진 힘줄이 불끈 솟아 오르자 하얗게 질렸던 거지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목의 핏줄이 터질 듯 비명을 내질렀다.


"흐! 거지놈 치고는 이가 빽빽하구나. 제법 흉내는 잘 냈다만 진짜 거지는 이가 다 썩어서 절반도 있을까 말까다. 대놓고 걸개를 달고 있는 것도 그렇고, 대협이라 부른것도 그렇고. 일부러 나를 유인한건가?"


"끄으으윽...허억. 헉..."


휘릭!!! 팍!!!


대답을 원하는 구지근의 아귀에 힘이 풀리자, 가쁘게 숨을 내쉰 거지는 곧장 몸을 굴려 구지근으로부터 1장 가량을 떨어진 곳에서 튕겨지듯 우뚝 일어나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헉..."


"역시, 무공을 익힌 놈이군."


"거, 말로 해도 어련히 알려드릴것을... 선배께서 성미가 급하오."


"..."


순식간에 바뀐 거지의 태도에 뭔가 묘한 불쾌감을 느낀 구지근의 미간이 확 일그러졌다.


"선배?"


"이제 몇 남지도 않은 무림 동도 아니오. 서로 아껴줘도 모자랄 판에 이게 무슨 야만스런 짓... 아윽! 무지하게 욱신 거리는구만."


"...어디 소속이냐. 왜 거지 행색을 하고 그곳에 있었지? 날 기다렸나?"


"흐흐, 미안하지만 내가 다 대답해줄 수는 없고. 딱히 선배를 기다린건 아니오. 선배가 언제 어디서 올 줄 알고? 어디서 봤다 싶은 고수길래 한번 떠 본거지."


"날 이전에 본 적이 있나?"


"초상화로 말이오. 아, 아니지. 어떻게 보면 예전에 오며가며 한번쯤 봤을 수도 있겠소. 내가 하북에 오래 있었거든. 천진에 자주 오가며 개방 본타에도 자주 들었으니 혹시 모르지."


"...무영문인가?"


"뭐, 그렇지."


"..."


우우우웅...


여유 넘치는 거지의 태도가 찝찝했던 구지근이 슬쩍 어그린 우수로 자성빛 강기를 뭉쳐 몽둥이의 형상으로 쥐고는 흉흉한 살기를 흩뿌렸다.


"분근착골 알지? 내 장장 20년만에 써주마. 일단 그전에 좀 두들겨 패고..."


쿠구구구구...


구지근의 공력이 격동하자 그가 딛고 선 땅을 시작으로 숭산의 한 자락 전체가 심상찮은 진동을 일으켰다.


그에 거지도 가스죄 제 양손에 청색 강기를 휘어감았다.


"...젠장, 설마 화경을 깨달았나?"


"왜, 네놈 정보로는 내가 아직 절정 쯤 되었더냐?"


"그러게 말이오. 쩝... 뭐, 상관없지. 날 단숨에 죽이지만 마시오."


"...??"


분명 자신의 무위가 화경임을 알고도 여전히 여유를 잃지 않는 상대의 태도에 찝찝한 정도였던 구지근의 심상이 크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함정인가? 다른 놈들의 기감은 안느껴지는데... 일단 놈을 데리고 장소를 바꾸자.'


후욱.


구지근의 어깨가 뒤로 젖혀지며 그의 몸에 가려진 자성빛 몽둥이가 잠시 거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파바박!!! 뻐억!!!


"큭!!!"


빠드드득...


터엉!!!


거지의 좌측 어깨를 강타한 구지근의 강기 몽둥이는 보이지 않는 막에 가로막혔다.


구지근은 그것을 깨부수려 상당한 압박을 가했지만, 이내 그것의 장력을 이기지 못하고 크게 팔이 튕겨져 나와 버렸다.


"후! 엄청 나구만. 좀 살살 하시오 선배."


"이 새끼가..."


후욱!!


"컥!!"


구지근의 좌수가 호권을 내질러 거지의 울대를 강하게 가격했고, 그것과 동시에 상단으로 휘둘러진 구지근의 몽둥이가 거지의 관자놀이를 후려치며 거지의 몸뚱이가 구지근의 왼쪽으로 10여장 가량 크게 튕겨져 나갔다.


"커헉!! 웨엑!!"


시커먼 피를 울컥 토하는 거지의 뒤로 곧장 따라붙은 구지근의 오른발이 바닥에 뒹구는 거지의 다리춤을 걷어차자 거지의 몸이 그자리에서 순식간에 십여바퀴를 회전하며 땅에 쳐박혔다.


꾸웅!!


빠악!! 빠악!!!


그리고 이어진 구지근의 무자비한 발길질.


구지근은 그 거지의 뜨거운 피가 얼굴에 마구 튀어오름에도 그 특유의 무심한 표정으로 구타를 멈추지 않았다.


"커헉!!"


콰득!!! 빡!!! 뻐걱!!


"끄으악!!!"


"..."


콱!!!


첫 공격만 어떻게 잘 막았은 거지는 사정없이 두들겨 맞으면서도 멈추라던지, 살려달라던지 하는 항복의 의사표시 한번을 하지 않았다.


그것이 아주 거슬렸던 구지근이 그의 목덜미를 덥썩 움켜 쥐고 디딘 땅을 박차 경공을 펼치려던 그 순간.


삐이이이이-


퍼드드드드득!!


"???"


난데없는 신호음 하나가 산전체로 울려퍼지며 암흑 여기저기서 새 떼가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이어 구지근의 기감에 느껴진 수십여명의 살기.


"이 잡놈들이 감히..."


툭.


꾸드드드드득...


거지를 바닥으로 툭 던진 구지근의 전신에 거칠기 그지없는 투기가 휘몰아쳤지만, 그는 곧 나타난 한 사내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전신의 공력을 꺼뜨릴 수 밖에 없었다.


"여어, 구장로."


"..."


"이런곳에서 다보는군."


"부교주님?! 어떻게 여기에..."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마침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왔다가 자네가 나타났단 말을 듣고 꽤나 놀랐지."


난데없이 나타난 범요에게- 아니, 정확히는 도저히 마인으로는 보이지 않는 소속불명의 무인들을 잔뜩 대동하고 나타난 범요에게 놀란 구지근이 미동도 못하자니 범요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 여긴 무슨일인가?"


"... 무영문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는 단체를 추적하다가 수상한 거지를 보고..."


아직 상황파악이 안된 구지근이 잔뜩 경계를 한 티를 내며 사방으로 기감을 내뻗자,범요가 부러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크흐, 됐네. 됐어. 긴장할 필요없네."


"저들은 누구입니까."


"흐음."


잠시간 고개를 돌려 암흑에 둘러 쌓인 숲을 둘러본 범요가 웃음기를 싹 뺀 얼굴로 다시 구지근을 바라봤다.


"무영문."


"..."


"아라사 전사들도 있고... 마인도 몇 있고."


"..."


"이봐, 구지근."


범요의 목소리가 갑작스레 묵직해졌다.


"자넬 처음 본교로 데려온게 내 사형이라지."


"..."


"아, 사내들끼리 말돌릴 생각 없으니 내 결론만 말하지. 교주가 내 사형을 죽였네. 자네도 알다싶이 교주는 내 스승도 죽였지."


"구, 구학영 어르신이? 그 무슨..."


구지근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 내용이 충격적이었다기 보단, 저게 사실이라면 자칫 이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죽음을 직감한 구지근의 목이 뻣뻣하게 경직됐고, 범요는 그걸 눈치 채고도 따로 그의 긴장을 풀어줄 생각은 없는지 붉은 피부 사이에서 달빛을 받아 더욱 돋보이는 새하얀 안광을 번득였다.


"해서 내 교주와 길을 달리했네."


"... 교주위에 오르겠단 말씀입니까?"


"흐흐! 아니아니, 그깟 교주자리."


"허면 어떤..."


"본좌는 중원 무림을 부활시킬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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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진천 - 244화 (1부 完) 23.10.22 62 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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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진천 - 242화 23.10.20 61 0 13쪽
242 진천 - 241화 23.10.19 53 0 15쪽
241 진천 - 240화 23.10.18 47 0 12쪽
240 진천 - 239화 23.10.17 50 0 11쪽
239 진천 - 238화 23.10.16 54 0 9쪽
238 진천 - 237화 23.10.15 54 0 9쪽
237 진천 - 236화 23.10.14 54 0 13쪽
236 진천 - 235화 23.10.13 64 0 12쪽
235 진천 - 234화 23.10.12 46 0 11쪽
234 진천 - 233화 23.10.11 54 0 15쪽
233 진천 - 232화 23.10.10 56 0 12쪽
232 진천 - 231화 23.10.09 64 0 12쪽
231 진천 - 230화 23.10.08 54 1 10쪽
230 진천 - 229화 23.10.07 50 0 13쪽
229 진천 - 228화 23.10.06 66 1 13쪽
228 진천 - 227화 23.10.05 55 0 13쪽
227 진천 - 226화 23.10.04 62 0 12쪽
» 진천 - 225화 23.10.03 6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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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진천 - 222화 23.09.30 69 0 11쪽
222 진천 - 221화 23.09.29 65 0 9쪽
221 진천 - 220화 23.09.28 65 0 11쪽
220 진천 - 219화 23.09.27 7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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