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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86,760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3.09.30 21:31
조회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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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진천 - 222화

DUMMY

범요에게 포권을 올린 마영은 몸을 돌려 대원들을 향해 위엄있는 명을 내렸다.


"이각 안에 각자 개인정비를 마친 후 출발한다."


"네!!"


우렁찬 대답과 함께 기민한 몸짓으로 흩어지는 무인들을 본 범요가 헛웃음을 흘렸다.


"흐, 꽤나 빠릿빠릿 하구나. 저놈들은 본교를 적대시 하지않나?"


"염광장로가 협상을 잘 한 모양입니다. 다들 무림을 수복 하겠다는 목표가 같아서인지..."


"왜, 너도 무림이 그리우냐?"


"아닙니다. 저는 어찌되든 상관 없습니다. 저, 그런데 부교주님."


"음?"


"장적소 대장과 광영에게도 이 일을 알려야 할 듯 합니다."


"..."


"장적소 대장은 구학영 어르신을 아버지 처럼 모셨습니다. 광영과 저는 그런 장적소 대장을 아버지 처럼 모신 의형제. 허락해주십시오."


광영은 몰라도 장적소와 그 예하의 천마대는 확실히 큰 전력이 될 터였고, 마교내에서 범요 편에 서 줄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래, 딴 놈들은 몰라도 적소 그놈은 알아야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은밀히, 조심해서 하거라."


"물론입니다."


"음."



***


마영과 헤어진 후 염광과 풍전이 있는 안채로 든 범요는 자리에 앉지도 않은 채 염광을 향해 물었다.


"이봐, 내가 궁으로 꼭 들어야 하나? 그놈의 가족만 데리고 오는 것이라면 밑에 놈들만 보내도 될 것을. 그냥 내가 지금 수색조와 함께 가는게 시간을 아끼는 것이야."


"네 마음이 급한건 알겠다만 다른 이도 아니고 천마신교 교주의 가족이다. 당장 호법원 놈들이 얼굴도 모르는 내 수하들에게 내주겠나? 게다가 호위를 하자고 따라 붙은 호법대원들은 어쩌게? 포섭 하다가 안되면 다 죽이기라도 할테냐?"


"..."


"놈들에겐 백진천 그놈이 하늘이다. 네가 직접 가서 데려오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해."


"...젠장. 내가 이 나이에 인질 따위나..."


범요의 불만 가득한 투덜거림에 염광이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냥 정신적인 압박만 주려는 것이다. 그들은 내게도 친척이니 귀빈으로 대우할 것이야. 치졸한 짓은 할 생각 없으니 걱정마라."


"흥."


"원목산은 거대한 산맥이다. 어차피 하루이틀 내에 찾아질게 아니야. 나도 일이 있어 곧 나가봐야 하니 너도 서둘러라."


"...염병하네."


휙!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으로 몸을 거칠게 돌려 나간 범요는 곧장 전력으로 비행을 시작했다.


콰하아아아악!!!


범요가 황궁의 외전 별채 앞으로 내리 꽂히듯 떨어져 내린건 그로부터 약 두시진 후.


쿵!!!


"화, 황제폐하??!!"


별채의 지붕을 완파 시키고 튀어 나갔던 황제가 거의 보름만에 시커먼 흑의를 입고 나타나자 기겁한 황궁의 호위무사들과 가신들이 기겁을 하며 달려들어 범요의 주변으로 엎어졌다.


범요는 그런 그들을 본척도 앉은 채 거침없는 걸음을 내딛었다.


"폐, 폐하!!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비켜!!"


"헉! 폐하!!"


벌컥!!!


팔을 크게 휘저은 범요가 별채 가정전의 문을 거칠게 열어 젖히며 걸음을 성큼 내딛으니 복도에 있던 궁녀들과 무사들도 그대로 몸을 내리 앉혔다.


"태모는 어디있나!"


"내방에 계십니다."


"음!"


천마신교 소속인 호위무사 하나가 심상찮은 범요의 기세에 흠칫하며 곧장 따라 붙었다.


"황제폐하, 무슨 일이십니까?"


"닥쳐라."


"..."


화악!!


그리고 곧 활짝 열어 젖혀진 악야의 방문.


"태모님!!!"


"?? 황제폐하?"


악야는 깜짝 놀랐고, 범요의 뒤를 쫒던 호위무사는 황급하게 악야와 범요의 사이에 무릎을 꿇었다.


"황제폐하, 태모님께 이리 성급하게 독대를 청하시면..."


"닥쳐!!"


역시 뭔가가 잘못된 것을 느낀 호위무사는 침을 꿀꺽 삼키며 범요의 안색을 살폈다.


"살고 싶으면 꺼져라."


"황제폐하. 속하는..."


순간, 범요의 손에 자성빛 강기가 어른 거렸다.


우웅-


"...!!"


"죽여서 끌어내주랴?"


"폐하!!"


"태모님. 짐 싸시오. 거처를 옮길 것 입니다."


"네? 황제폐하, 갑자기 그 무슨..."


"시간이 없소. 당장 필요한 짐 몇개만 싸고 며느리와 손녀를 챙기시오. 한시진 드리겠소."


무례하고도 뜬금없는 범요의 요구에도 악야는 생각보다 덤덤하게 범요를 바라봤다.


오히려 호위무사가 더 크게 당황하며 범요와 악야의 눈치를 살폈다.


"폐, 폐하. 혹 교주님의 명이신지..."


"..."


호위무사의 물음에 아무말 없는 범요의 기감이 거칠어졌다.


스스스스-


"쓸데없는 것 묻지 말고 꺼져라. 마지막 경고다. 한번만 더 입을 열면 그대로 목을 잘라주마."


"!!"


명확한 적대심의 방출.


호법원 마인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죄송합니다, 부교주님. 속하 천마신교 호법으로써 본분을 다하겠습니다. 교주님의 명 없이는 태모님을 모실 수 없습니다."


텁.


철컥. 스릉-


마인의 예리한 칼날이 서서히 뽑혀져 나왔다.


"태모님을 모시려면 속하의 목을 먼저 베어주십시오."


"이 새끼가 진짜..."


으드득.


범요의 턱근육이 부풀어 오르자 죽음을 각오한 마인은 상당히 비장하고도 우렁찬 외침이 터뜨렸다.


"호법원 4대!"


후우욱!!


탁!


터더더덕!!!


십여기의 인기척이 안채를 포위했다.


즉각 전투를 준비하는 마인들의 기세에 범요는 제 구릿빛 피부가 빨갛게 달아오른 만큼 분노한 기세를 가감없이 분출시켰다.


"이것들이 감히...!!!"


범요의 우수가 어그러지며 마인을 향해 뻗어지려 하던 찰나, 악야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만. 됐어요. 장 호법은 검을 거두고 모두를 물리세요."


"태모님, 안됩니다."


"명입니다. 어차피 지금도 인질로 갇혀있는 신세이니 장소만 바뀔 뿐 내 처지가 변하는건 아니에요."


"태모님! 그 무슨! 태모님께서 인질이라니요!!"


마인은 황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악야는 성큼 걸음으로 범요와 마주섰다.


"무슨 일인진 몰라도 그 사람과 문제가 생긴건 알겠네요. 다만 한가지. 란영은 교주님의 며느리기 이전에 본교 장로의 여식이고 지재는 아직 어려요. 가는 곳의 환경이 열악하다면 아이를 챙길 준비를 하게 해줘요."


"...아, 젠장! 태모. 이건 나도 억지로 하는 일이니 오해 마시오. 가면 여기만큼은 아니더라도 본교 거처만큼은 살만 할거요. 귀빈 대우를 해줄테니 걱정말고 가서 채비나 하시오."



***



그로부터 두시진 후.


악야와 란영, 지재가 거대한 마차에 짐을 싣고 출발할 준비가 모두 마쳐지자 방금 전의 그 호법대와 사마소가 마차의 주변으로 바글바글 모여들어 여전히 비장한 표정으로 범요를 향해 무릎을 꿇고 있었다.


"황제폐하, 대체 무슨 일이신지 속하에겐 말씀을 해주십시오."


범요는 사마소에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호법대를 향해 눈알을 부라렸다.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말한다. 본좌 혼자 데리고 갈 것이니 네놈들은 따라 붙는 시늉이라도 하지 마라."


"..."


마인들 중 누구도 대답을 하는 이가 없었고, 결국 악야가 그들을 돌려 보내고 나서야 마차는 황궁의 내성과 외성을 차례대로 통과해 낙양의 성도로 올라섰다.


그렇게 그들이 황궁을 떠난지 두시진이 더 흐른 어두운 심야.


소리없이 황궁을 가로지른 흑의인 다섯이 사마소의 집무전으로 들어 절도있는 동작으로 포권을 올렸다.


"소군사님. 속하 천마신교 우호법원 2조장 대혁 인사드립니다."


"...무슨 일이시오?"


"교주님께서 태모님과 가솔을 본교로 모셔오시라 명하셨습니다. 태모님께 찾아뵙기 전에 먼저 알려 드리고 인사 드리고자 왔습니다."


"아아..."


사마소가 두 눈을 질끈 감고 탄식을 흘리자 대혁의 미간이 확 일그러졌다.


"소군사님? 혹 문제가 있습니까?"


"두시진 쯤 전 부교주님께서 모두를 모시고 떠나셨습니다."


"네?"


"이유나 목적지도 말씀치 않으셨습니다. 저희가 여러번 여쭤봤으나 상당히 분노하신 터라 도저히 내용을 듣기가... 안그래도 즉시 본교에 긴급 전령을 보낸 참입니다."


"...방향은 어느쪽입니까?"


"태모님의 마차는 낙양성의 남문으로 나갔다고 들었습니다."


"남문... 가자!!"


"네!!!"


"이, 이보시오!!!"


후욱!!!


사마소의 황급한 부름에도 눈 깜짝할 새에 몸을 돌려 나선 마인들의 무리가 빠르게 어둠속을 내달렸는데, 곧 그들의 뒤로 오십여기의 흑의인들이 따라 붙으며 순식간에 커다란 덩어리로 변했다.


그들이 어둠속으로 미끄러지듯 경공을 펼쳐 산길로 오른지 약 반각이 지난 순간,


후우욱!!!


퍼버버벅!!


그들의 뒤쪽으로 십여기의 흑의인들이 경공을 펼쳐 달려들었는데, 서로가 적이 아님을 알아 봤는지 누구도 몸을 멈추지 않고 두 대열이 자연스레 하나로 합쳐졌다.


그리고 새로 합류한 무리의 대장격인 듯한 자가 원래 무리의 앞으로 튀어나오며 대혁의 옆으로 나란히 경공을 달렸다.


"대혁. 함께 가자."


"장이. 대체 무슨일인가? 부교주님이 대체 왜 태모님을 모신거야?"


"...나도 모른다. 다만 상당히 화가 나 계시더군. 교주님에게."


"..."


"나야 황궁에 나와있으니 그렇다 쳐도 자넨 아는것 좀 없나? 교주위를 두고 내전이라도 나는게야? 아무리 그렇다고 부교주님이 인질을 잡으실리는 없잖나."


"...몇달전 들은 얘기가 있네. 교주님께서 전대 교주님을 살하셨다는 얘기가 돌았어."


"!!!"


"허나 그건 우리가 신경쓸 일이 아니야. 태모님이 먼저다. 큰 마차로 이동하니 멀리가지 못했을 터... 최대한 수를 나눠 각 방향으로 치고 달려 찾아야 한다."


"미친... 내가 오늘 부교주님 손에 죽을수도 있겠구나. 이렇게 죽을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호법대 조장 둘은 물론 뒤에서 그 대화를 들은 대원들의 얼굴에도 곤란함과 찝찝함이 잔뜩 묻어났다.


그러는 사이 밤은 더욱 야심하게 깊어져만 갔다.


***



그날은 구지근이 섬서에서 연을 맺은 숙수를 따라 낙양의 부호가 운영한다는 구호소(?)에 든지 약 삼일이 된 참이었다.


"이 빨간 천이 묶여있는 싸리 울타리 까지가 저희 복마단의 영역입니다. 이 안에 있는 상점 등은 금전 없이도 언제든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네?? 이게 뭔..."


구지근이 도착한 구호소는 거대한 영역에 걸쳐 수많은 전각과 가택, 초가, 상점들이 모여있는 "마을"에 가까웠다.


"음식이나 술까지 죄다 공짜라고?"


나름 멀쩡한 행색을 하긴 했어도 부러 아주 약간의 거지티를 남겨둔 구지근의 물음에 그를 안내한 중년인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하하. 그럼요. 고기, 술 모두 공짜입니다. 모두들 마교의 손에 가족을 잃은 유가족 분들이시지요. 서로가 서로를 위해 일을 하며 힘이 되어 주시고 있습니다. 구가께서도 한달여간의 적응기간을 거치시고 마땅한 일을 찾아 도움이 돼주시면 됩니다."


"헛! 아니, 대체 얼마나 부호길래... 나와 같이 온 형님은 어디계시오?"


"아, 그 분은 이미 오시기 전부터 객잔의 숙수장 일을 맡기로 얘기가 되어있는 터라 그 곳의 인부들과 인사를 나누고 계십니다. 숙소는 조금 떨어지겠으나 그분도 이주간의 적응기가 있으니 함께 보낼 시간은 많을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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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진천 - 244화 (1부 完) 23.10.22 62 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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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진천 - 240화 23.10.18 47 0 12쪽
240 진천 - 239화 23.10.17 50 0 11쪽
239 진천 - 238화 23.10.16 54 0 9쪽
238 진천 - 237화 23.10.15 54 0 9쪽
237 진천 - 236화 23.10.14 54 0 13쪽
236 진천 - 235화 23.10.13 63 0 12쪽
235 진천 - 234화 23.10.12 46 0 11쪽
234 진천 - 233화 23.10.11 54 0 15쪽
233 진천 - 232화 23.10.10 56 0 12쪽
232 진천 - 231화 23.10.09 64 0 12쪽
231 진천 - 230화 23.10.08 54 1 10쪽
230 진천 - 229화 23.10.07 50 0 13쪽
229 진천 - 228화 23.10.06 65 1 13쪽
228 진천 - 227화 23.10.05 55 0 13쪽
227 진천 - 226화 23.10.04 62 0 12쪽
226 진천 - 225화 23.10.03 65 0 11쪽
225 진천 - 224화 23.10.02 64 0 9쪽
224 진천 - 223화 23.10.01 74 0 12쪽
» 진천 - 222화 23.09.30 69 0 11쪽
222 진천 - 221화 23.09.29 65 0 9쪽
221 진천 - 220화 23.09.28 64 0 11쪽
220 진천 - 219화 23.09.27 73 0 10쪽
219 진천 - 218화 23.09.26 77 0 10쪽
218 진천 - 217화 +3 23.09.25 8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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