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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86,779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3.09.27 21:24
조회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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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0쪽

진천 - 219화

DUMMY

"천마신교의 교주님과 부교주님의 일입니다. 감히 제가 끼어들 틈이...일단 즉시 염귀 총대장님께 알리고 소교주님께 전갈을 보내 본교로 들어주십사 청하겠습니다."


"...알았다."


사마의의 무기력한 반응에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돌아선 소성비는 광영의 처소로 향했다.


"선배."


"음?"


"오랜만이오."


작은 개인 연무장에서 검을 닦던 광영은 소성비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허허, 참. 내가 죽을 때가 되었나? 네놈이 날 찾아오는 날이 다 있구나. 어떻게 온게야? 휴가라도 받았나?"


"그런건 아니고 뭐, 그냥 지나다가."


원래는 장적소를 이어 우호법이 될 예정이었던 광영 대신 우호법에 올랐을 만큼 둘은 나이도, 무위도 비슷한 선후배 사이였지만 서로 곂치는 업무가 없어 거의 20여년만에 얼굴을 보게 된 참이었다.


"크크, 아무튼 널 보니까 옛날 생각나고 좋구나. 아, 내 정신이. 어서 가 앉자. 이봐, 여기 술 한벼..."


"선배."


광영은 자신의 말을 끊고든 소성비의 조급함을 느꼈다.


"무슨 일이 있는게야?"


"...사실은 방금 부교주님이 황룡포를 입고 대전에 들어 교주님을 찾으셨소."


"뭐? 황룡포?"


"황룡포 뿐 아니라 궁에서 하셨던 온갖 치장까지 그대로 하고 거의 쳐들어오다 싶이 했소. 얼마나 노발대발 하시던지 교주님께서 계셨다면 당장 출수라도 하실 기세였어."


"뭐?? 아니, 대체 왜??"


"그건..."


뭔가를 말하려던 소성비가 입을 닫고 호흡을 집어 삼켰다.


"아, 이놈아 어서. 왜 말을 하다 말아?"


"..."


광영이 재촉했지만 소성비는 입을 꾹 다문 채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생전 표정이라곤 없던 그에겐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표정이었다.


이어 광영의 머릿속에 소성비의 전음이 울렸다.


[어차피 곧 모두 알게 될 것 같지만 지금은 선배만 알고 계시오. 교주님께서 구학영 전대 교주님을... ]


"!!!"


소성비가 말을 끝까지 잇지는 않았으나, 그의 눈빛만으로도 말의 끝을 유추하기에 충분했다.


광영의 몸이 휘청임과 동시에 소성비가 광영의 팔뚝을 잡아 부축했다.


"미친! 그게 대체 무슨..."


"나도 처음 들었을 땐 혼이 빠지는 줄 알았소. 선배, 이러다 자칫 내전이라도..."


"갈! 우호법이란 놈이 어디서 그런 말을 함부로!!"


"..."


"젠장! 그보다 나한텐 왜 온거야? 군사나 염귀 총대장에겐 알렸나? 소교주님은?"


"총군사가 모두에게 전령을 보냈소. 그러다 문득 마영 선배 생각이 나서 말이오. 교주님과 부교주님 둘 다와 친분이 두텁고 무위도 있으니 염귀 총대장과 함께 중재를 맡으면 어떨까 싶어서..."


"마영도 따로 무영문을 찾으러 나섰다 들었다. 헌데 교주님께서 대체 왜... 아니, 아니다."


"... 서신만 전해지면 소교주님께서는 하루 이틀 내에 교로 드실거요. 헌데 소교주님이 각별히 여기시던 여인이 죽은 일로 교주님과 크게 다투신 후 교를 떠나신거라 곧장 돌아 오실지도 의문. 선배, 내가 대체 어떻게 해야하오?"


"하아..."


광영은 미처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겠는지 잠시간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숨도 막혔는지 그걸 터보려는 듯 불끈 쥔 주먹으로 제 가슴께를 두드렸다.


"내가 그걸 어찌 아냐... 일단 염귀 총대장과 총군사와 논의를 해라. 난 일단 연비대를 통해 마영에게 긴급서신을 보내마."




***



옛날의 마교처럼 고수들이 교주위를 놓고 암수를 다투는 상황도 아니고, 오랜시간 한몸처럼 움직이며 견뎌온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이 시점에서.


마인들은 범요가 보인 거친 행사의 원인을 몰라 바짝 긴장을 한 상태였다.


가뜩이나 서열 상위의 고수들은 천마대를 이끌고 중원으로 나가 있었고 구학영과 풍전, 진호 등 다른 신마의 고수들도 없는 상황에서 교주와 부교주가 맞붙었다가 둘 중 하나가 죽기라도 한다면 가뜩이나 침체 되어 있는 마교의 분위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거기에 사마의는 대체 무슨 생각인지 이 일에 대한 어떤 의사표현도 없이 평소와 같았고, 소성비의 우려대로 진호 또한 감감무소식이었기에 남은 고수들의 애간장만 태우고 있었다.


그런 마교에 진천이 돌아온 것은 범요가 대전에서 으름장을 놓은 날로부터 딱 10일째가 되는 날의 오후였다.


툭.


후우욱!


"천마신교의 지존을 뵈옵니다!"


"음."


진천이 땅에 발을 딛자마자 엎드린 대전 앞을 지키던 마인들에 이어 소성비가 진천의 앞으로 부복했다.


평소라면 따로 찾을 때 까지는 몸을 숨기고 있을 그였기에 진천은 할 말이 있으면 하라는 의미를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호법."


"교주님. 부교주가 알현을 청합니다."


"응? 부교주가? 교내에 있나?"


"네, 10일전에 도착하여 교주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궁을 계속 비우고? 그래, 들라해... 아, 아니다. 본좌가 가마."


"저, 교주님. 헌데..."


"?"


보통 군사부의 회의나 사담이 아닌 이상은 교주에게 말을 할 땐 말끝을 흐려선 안된다.


다른 이도 아니고 천마신교의 우호법씩이나 되는 인물이 그걸 몰랐을리가 없겠다만, 소성비는 도저히 떨어지지 않는 입을 어쩌지 못하고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켜 버렸다.


"죄, 죄송합니다. 교주님. 속하 잠시 정리를 못하여... 10일 전 부교주가 왔을 때 노기를 드러냈습니다. 감히 속하가 말씀드리건데 아마 구학영 전 교주의 일로 추측합니다."


"...흠."


"..."


진천의 심드렁한 반응에 당황한 소성비는 곧이어 느껴진 진천의 마기에 묘한 위화감을 느끼는 순간 살짝 들었던 고개를 훅 꺼뜨리며 빠르게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뭐지? 마기가...'


마기가 없는 사람이 마기에 노출되면 숨이 막히고 역하한 구토감, 현기증 등을 느끼지만 같은 마인이라면 별다른 영향은 없다.


물론 그 마기를 살초로 바꾼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으나, 지금 소성비가 느끼는 진천의 마기는 살기도, 강기도, 심지어 노기도 섞이지 않았음에도 그의 피부를 저릿하게 만들었다.


"다녀올테니 총군사를 불러놔라. 술도 몇병 가져다 놓고."


"존명!"


후욱!


진천의 신형이 사라지자 소성비가 제 뒤에 섰던 마인에게 다급하게 외쳤다.


"당장 염귀 총대장에게 부교주님의 거처로 가시라 일러라. 전력이다."


"존명!"


후아아악!!!


"너는 총군사를 부르고 술을 준비해놔라."


"존명."


후욱!!!


콰앙!!


지시를 받은 두번째 마인이 몸을 날림과 동시에 소성비의 신형도 순식간에 쏘아져 나갔고, 그 이례적인 상황에 대전에 남은 호법원의 마인들은 하나 같이 어리둥절해 고개를 갸우뚱 거릴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내성에 위치한 범요의 가택 바로 300장 위의 상공.


[ 부교주. 날 찾았다고? ]


후우우웅-


쿠우우우우우우!!!


전음이 전해지자 정말 얼마 안되는, 짧은 바람 한번이 다 불기도 전에 범요의 신형이 나타났다.


"오랜만이군."


"닥쳐!!!"


콰아아악!


꽝!!


범요는 무심한 눈의 진천을 보곤 제 분기를 참지 못하고 곧장 주먹을 내질렀다.


그것은 그대로 진천의 관자놀이에- 아니, 정확히는 머리를 감싼 호신강기와 격돌하며 엄청난 위력으로 터져 나갔다.


그러나 당연히 멀쩡한 진천은 가감없이 노기를 드러냈다.


"...죽고싶냐?"


그 말에 범요는 평소 알던 진천의 모습과는 뭔가가 다른걸 포착하고 가만히 진천의 눈을 응시했다.


"뭘 쳐다봐?"


역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삐딱하고 염쇄적인 태도.


"네놈..."


"부교주, 본좌를 '네놈'이라고 칭하고 싶으면 교주위 부터 차지하는게 순서 아니겠나?"


"흐! 이건 또 무슨... 갑자기 이리 변해서 나타나다니..."


범요는 그 말을 하면서도 뭔가를 더 확인할 것이 남았는지 진천의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진천은 그런 범요를 게슴츠레 뜬 눈으로 마주볼 뿐 별 말이 없었는데, 얼굴은 무심한 표정이었으나 그 전신에서는 언제든 목숨을 끊어주겠다는 듯한 살기가 가감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범요가 물었다.


"... 사형의 시신은 어딨나."


"응?"


진천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범요의 살기가 붉은색으로 변하며 태풍을 맞은 해일처럼 사방으로 부서지기 시작했다.


"모른척 하지 마라. 지금 당장 말하지 않으면..."


"아니, 아니. 모른척 하는게 아니라."


범요의 말을 끊은 진천이 여전히 찌푸린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억이 잘 안나서. 원남 어디였는데 산 이름이... 흑목산이었나? 흑련산?"


꽈드드득.


범요의 어금니와 주먹이 동시에 부숴질 기세로 어그러졌다.


지금 범요는 분노가 극에 다달아 눈알이 넘어가기 직전임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진천을 공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당장 승산도 확실하지 않을 뿐더러, 지금은 구학영의 시신이 있는 위치를 듣는게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유는 진천의 눈에 두껍게 쌓인 탁기.


'다르다.'


그 전의 진천이 아무리 막 나갔다고 해도 그건 지성과 인내심의 결여에서 오는 막무가내였지, 이토록 거침없는 사악함은 없었다.


'이놈이 역시...'


내심 그 변화의 원인을 유추한 범요의 손이 떨리며 공력이 쏠렸다.


같은 순간 진천이 비릿한 미소를 띄우며 물었다.


"근데 아까 한말 말이야. 지금 당장 말하지 않으면 뭘 어쩔 생각인가? 응?"


쿠르륵. 쿠륵. 쿠구구구구구....


기이한 진동을 일으킨 진천의 몸이 지독한 마기에 휩쌓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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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진천 - 240화 23.10.18 47 0 12쪽
240 진천 - 239화 23.10.17 50 0 11쪽
239 진천 - 238화 23.10.16 54 0 9쪽
238 진천 - 237화 23.10.15 54 0 9쪽
237 진천 - 236화 23.10.14 54 0 13쪽
236 진천 - 235화 23.10.13 64 0 12쪽
235 진천 - 234화 23.10.12 46 0 11쪽
234 진천 - 233화 23.10.11 54 0 15쪽
233 진천 - 232화 23.10.10 56 0 12쪽
232 진천 - 231화 23.10.09 64 0 12쪽
231 진천 - 230화 23.10.08 54 1 10쪽
230 진천 - 229화 23.10.07 50 0 13쪽
229 진천 - 228화 23.10.06 66 1 13쪽
228 진천 - 227화 23.10.05 55 0 13쪽
227 진천 - 226화 23.10.04 62 0 12쪽
226 진천 - 225화 23.10.03 65 0 11쪽
225 진천 - 224화 23.10.02 64 0 9쪽
224 진천 - 223화 23.10.01 74 0 12쪽
223 진천 - 222화 23.09.30 69 0 11쪽
222 진천 - 221화 23.09.29 65 0 9쪽
221 진천 - 220화 23.09.28 64 0 11쪽
» 진천 - 219화 23.09.27 74 0 10쪽
219 진천 - 218화 23.09.26 7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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