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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키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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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키
작품등록일 :
2012.09.2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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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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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상츠모사][16장 “덧그린 모사품” - 5]

DUMMY

[판상츠모사][16장 “덧그린 모사품” - 5]




잠시 이어진 침묵,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고 바람조차 불지 않았기에 주위는 고요했다. 그 정적이 깨진 것은 브루타린의 중얼거림이었다.


“하... 우리 군을 이렇게 조져놓고 그냥 가겠다고?”


어이없다는 느낌과 무시당했다는 느낌, 그리고 화가 난 느낌이 한데 섞인 복잡한 독백이었다.


“여기서 알겠다고 말하고 순순히 보내줄 것 같냐아아아!”


갑자기 이어진 격앙된 일갈에 모두가 번쩍 정신이 들었다.


“그렇게는 안 되지. 모두 전투 준비!”


서슬 퍼런 외침에 즉각 제국군 사이에서 바람이 일어났다. 허둥지둥하는 분위기도 잠시, 제국군은 금방 전투 대형으로 늘어섰다. 명령만 있으면 언제든지 돌격할 기세였다.


“후회할 거다.”


라미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나는 라미의 그런 중얼거림에 희미하게 섞여있는 안타까움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브루타린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항상 궁금했어. 대체 어떻게 왕국군을 괴멸시켰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갔거든.”


이 인간도 제정신은 아니구나. 나는 브루타린의 눈에 서린 광기를 잡아내었다. 어떤 의미로든 승패를 떠나 전투 자체에만 관심을 보이는, 실로 호전적인 눈빛이었다.


“브루타린 군단장님.”


그러나 그때였다. 브루타린의 명령에 따라 돌격할 준비를 갖추고 있던 진형 사이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분위기를 깨는 갑작스런 등장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쪽을 향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멈칫. 브루타린의 움직임이 멎었다.


“자네가 여기에 왜...”


그러나 그렇게 앞으론 나온 남자는 대답 대신 브루타린 군단장에게 살짝 눈으로만 인사하더니 곧장 우리를 향해 걸어 나왔다.


“아라미르 님? 처음 뵙겠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인 남자는 이어 입을 열었다.


“제국군 7군단장 샤닉스라고 합니다. 제안을 하나 하고 싶습니다.”


제...안?


“이해관계가 일치할 겁니다.”


그는 라미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라미는 대답 대신 가만히 서있었는데, 샤닉스라는 남자는 그것을 긍정의 표시로 해석한 모양이었다.


“뒤에 계신 분이 왕국군 2군단장이신 핀 아이켈 님이시죠?”


확인이라기보다는 대화를 이어나가는 과정이라는 느낌의 물음이었다.


“그리고 아라미르 님께서는... 왕국군 소속이 아니시죠? 그리고 저희와도 싸우고 싶지 않으신 모양이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유를 알 수 없는 고동이 심장을 덮쳐왔다.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처음으로 라미가 반응을 보이자, 샤닉스라는 남자는 표정도 바꾸지 않고 이야기했다.


“핀 아이켈 님 때문에 오신 거죠?”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당연하게도 제국군 역시 나와 라미의 관계가 어떠한 것인지는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나를 당황하게 만든 이야기는 그 뒤로 이어졌다.


“핀 아이켈 님 때문에 여기에 오신 거라면, 우리는 전혀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샤닉스는 그런 갑작스러운 이야기로 모두를 침묵에 빠트렸는데, 놀랍게도 그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저희에게 핀 아이켈 님의 신병을 넘기십시오.”


“뭐라고?”


이건 또 무슨 이야기야...? 그러나 그런 우리의 반응을 샤닉스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아, 갑작스러운 이야기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핀 아이켈 님에게는 손끝 하나도 대지 않을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안전을 보장함은 물론, 불편한 점 하나 없을 최고의 대우를 약속하겠습니다. 단지 계시는 장소만 바뀔 뿐이지요.”


그 이야기를 이해하느라 비롯된 정적 사이로 한 마디가 더 이어졌다.


“어차피 핀 아이켈 님이 왕국에 있으나, 제국에 있으나 어쨌든 무사히 있을 수만 있다면 아라미르 님께는 별 상관없지 않습니까?”


갑작스런 이야기에 나는 잠시 우두커니 서있었다. 이건... 무슨 헛소리...


“샤닉스! 지금 무슨 헛소리인가!”


“군단장님, 헛소리가 아닙니다. 저는 지금 진지합니다.”


벌컥 화를 내는 브루타린을 제지한 샤닉스는 다시 라미를 쳐다보았다.


“아라미르 님, 지금도 핀 아이켈 님이 위험에 빠지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샤닉스는 말을 이었다.


“유시안느 공주 밑에 있으면, 핀 아이켈 님은 앞으로도 계속 이런 위험에 노출될 겁니다.”


갑자기 심장이 쿵 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을 깨달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무엇인가를 깨달았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내가 그런 정체를 알 수 없는 충격에 순간 현기증을 느끼는 사이로, 샤닉스의 다음 말이 날아들었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핀 아이켈 님을 제국에서 모시겠습니다. 이런 최전선에서 벗어나서 안전한 제국 후방으로 가시게 될 겁니다.”


뭐...?


“잘 생각해보세요. 어차피 핀 아이켈 님이 어디에 있든 그건 아라미르 님께 별 상관없지 않습니까? 제 이야기는 핀 아이켈 님을 이런 전투에 휘말리지 않게 안전한 곳에 모셔놓자는 겁니다.”


나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에 멍하니 그런 이야기를 꺼내들고 있는 샤닉스를 쳐다보았다. 생각해보면 논리적으로 틀린 말이 아니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라미는 왕국군을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나를 구하러 온 것이었다.


“어떻습니까?”


“샤닉스! 자네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야! 이대로 아라미르를 그냥 보내자고?”


“아뇨, 군단장님. 아라미르 님도 우리가 같이 모실 겁니다.”


“뭐?”


한술 더 떠 브루타린의 입을 막아버린 샤닉스는 이쪽을 보며 싱긋 웃었다.


“이번 전쟁이 끝날 때까지 핀 아이켈 님과 제국에서 전혀 불편함 없이 지내실 수 있도록 모시겠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발상에 나는 나도 모르게 내가 입을 벌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저 샤닉스라는 남자는 나와 라미, 그리고 시아 사이에 존재하는 역학 관계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아라미르 님, 잠시 시간을 드릴 테니 천천히 생각해 보십시오. 어떻게 생각하셔도 이게 분명 좋은 제안이라는 것을 바로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나를 포로로 잡으면 시아가 가지고 있는 아라미르의 통제권을 완벽하게 분쇄시킬 수 있다. 제국으로서는 이번 전쟁에서 아라미르라는 변수를 깔끔하게 제거해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자, 잠깐... 기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목에서 놀랄 정도의 열기가 훅 뿜어져 나왔다. 갑작스러운 이상에 당황하는 사이에도, 라미가 처음으로 몸을 살짝 돌려 나를 쳐다보았기에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라미를 쳐다보았다.

라미는 내 눈을 잠시 바라보았다. 평소와 똑같은 응시였지만, 나는 순간 라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잠깐, 잠깐. 기다려. 잠깐만 기다려. 그러나 그런 내 마음의 외침을 듣지 않은 것처럼, 라미는 그대로 돌아서서 샤닉스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알았다.”


“라미...!”


그러나 라미는 내 외침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지.”


“이해가 빠르시군요. 불필요한 싸움을 하지 않게 되어서 기쁩니다.”


“이봐, 샤닉스! 지금 우리 병사들이 얼마나 죽었는데 저 괴물을...!”


“브루타린 군단장님, 진정하시지요. 항상 예상 밖의 일은 있는 법입니다.”


빠르게 브루타린의 말을 잘라버린 샤닉스는 브루타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는 제가 양보했잖습니까. 이번엔 제 말 한 번 들어주십시오.”


브루타린은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나 그런 브루타린을 남겨놓고 샤닉스는 다시 이쪽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아라미르 님. 한 가지 더.”


라미는 침묵했지만 샤닉스는 말을 이었다.


“핀 아이켈 님만 모시면 되는 겁니까?”


“무슨 이야기지?”


내 이름이 나오자 라미는 즉각 되물었고, 샤닉스는 경계할 것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 이게 아무래도 전쟁 중이다 보니 말이죠. 나머지 병력까지 저희가 다 챙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 그렇습니다.”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나... 군단장쯤 되면 호위장으로 마법사를 데리고 다니기도 하거든요. 고로 핀 아이켈 님도 호위장을 데리고 다니시겠죠.”


그런 말끝에 샤닉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제가 보기엔 지금 옆에 있는 군인들 중에 호위장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그래서?”


“그게...”


샤닉스는 말하기 조금 곤란하다는 듯이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입을 다물지는 않았다.


“설사 다른 병사들은 포로로 잡아 살려둔다고 해도, 호위장만큼은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마법사까지 살려두기에는 저희로서도 위험부담이 너무 크거든요.”


뭐? 그 말이 떨어진 순간 여전히 내 손을 잡고 있던 리체의 손이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라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정확히는 리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라미의 차가운 시선을 깨달은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리체의 손을 꽉 쥐었다.


“혹 핀 아이켈 님과 함께 데려갈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호위장만큼은 여기서 처리해야겠습니다.”


“안 돼.”


그러나 라미는 내 중얼거림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마치 무생물을 바라보는 것만 같은 눈빛으로 리체를 가만히 응시했다.


“자, 아라미르 님. 핀 아이켈 님을 데리고 이쪽으로 오시죠. 나머지는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웃기지 마!”


라미가 움직임을 보인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샤닉스의 이야기를 잘라내듯이 외쳤다. 여전히 리체의 손은 잡은 채였다.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라미를 쳐다보았다.

라미는 시아를 죽이지 못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이야기가 리체에게도 적용된다는 말은 아니었다. 즉, 라미가 이대로 리체를 죽게 놔둔다고 해도 그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어차피 나를 여기서 강제로 제국으로 끌고 가는 것쯤이야 라미에게 있어서는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간단한 일일 테니까.


“핀... 님.”


리체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나는 여전히 라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라미 역시도 이렇다 할 감정은 느껴지지 않는 표정으로 여전히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약간 시간이 흐른 후에, 라미는 이윽고 마음을 정한 듯 살짝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핀.”


그러나 그 중얼거림에 내가 반사적으로 리체를 내 쪽으로 끌어당기려 했을 때였다.


“어...?”


손에 힘이 풀리며 눈앞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땅이 솟구쳐 내 얼굴을 강타했다.


“피, 핀 님?!”


어... 뭐야? 갑작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에, 나는 내가 말에서 떨어졌음을 잠시 후에야 깨달았다. 시야의 절반에는 푸른 하늘이, 그리고 나머지 절반에는 거친 흙바닥이 비치고 있었다. 힘겹게 깜빡인 눈꺼풀 너머로 꺼끌꺼끌한 모래가 쓸리는 것이 느껴진다.


“군단장님!”


리체의 외침 사이로 라미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이곳을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사진처럼 시야에 남았다. 그러나 그 사진 속 주인공은 곧 황망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핀?!”


난폭하다고 느낄 정도로 다급한 손놀림. 리체가 추스르고 있던 내 몸을 내게로 달려온 라미가 다급하게 앗아갔다. 그 짧은 흔들림 사이 갑자기 극심한 한기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여, 열이...!”


리체의 손은 몹시도 차가웠다. 그러나 리체의 손이 차가운 것이 아니라 내 이마가 뜨거운 것임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아까부터 심장으로부터 계속 치밀어 오르던 열기가 전쟁터를 눈앞에 둔 흥분 같은 것이 아니었음을 간신히 깨달았다.


“쿨럭, 쿨럭!”


이상을 자각한 순간, 갑자기 호흡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시야가 아득해지기 시작한다. 갑자기 발현한 증상에 의문을 가질 여력도 없이, 사고가 새하얗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괘, 괜찮으십니까?”


“오지 마!”


라미가 다가오던 샤닉스를 향해 외친다. 갑작스런 외침에 샤닉스는 그 자리에 멈춰 섰고, 라미는 여전히 당황한 표정으로 다시 나를 쳐다보더니 샤닉스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군의관!”


“네?”


“군의관을 보내! 어서!”


사고가 마비된 중에도 이상한 광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군 속에서 군의관을 찾는다니.


“아라미르 님, 그건...”


“어서!”


라미의 거듭된 외침에 가까이 접근해 있던 샤닉스는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그러나 그렇게 잠시 주저하던 샤닉스가 이내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돌아서는 모습이 보였고, 잠시 후 누군가가 이쪽을 향해 조심스럽게 걸어 나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혼자 와!”


군의관과 같이 걸음을 옮기려던 샤닉스가 다시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는 찡그린 얼굴로 군의관에게 고갯짓했다.


“시, 실례하겠습니다.”


울상이 되어 쭈뼛쭈뼛 다가온 제국군 군의관의 표정은 볼만 했지만, 내게 그런 것을 즐길 여유는 없었다. 온몸의 체온을 모아 목 안에 억지로 뭉쳐놓은 것처럼 숨을 쉴 때마다 불길이 튀어나오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체온을 빼앗긴 몸은 이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잠시...”


군의관은 맥이라도 짚듯 내 손목을 잡고는 잠시 가만히 있었...


“...어?”


“뭐야? 왜?”


누구의 물음이었을까. 그러나 그런 질문에 군의관은 대답 대신 내 고개를 돌리더니 내 입을 벌렸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입을 벌린 순간, 나를 내려 보고 있는 세 명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어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내 입안이 뭐가 어떻기에 그런 표정들인 거야? 나는 태평하게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군의관이 여전히 내 턱을 잡은 채였기에 그렇게 물을 수는 없었고, 태평하게 물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도, 독...인 것 같습니다.”


“독이라니?”


난데없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한 반문.


“무슨 독?”


“그,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금 상태를 보면...”


“해독제는?!”


“무, 무슨 독인지는 모릅니다!”


독이라고...? 사고가 흐릿했기에 내가 이야기를 이해한 것은 이때였다.


“...도, 독이라고요?”


리체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럴 리가요. 제가 옆에서 계속 지키고 있었습니다. 따로 상처를 입으신 것도 아닌데...”


“아뇨... 제, 제국군에서는 이런 독을 쓰지 않습니다. 그리고 뭣보다 일단 무기에 바르는 종류의 독은 아닌 듯합니다. 상처를 통해 침투하는 독이 아니에요.”


군의관은 진땀을 흘리며 안경을 고쳐 썼다.


“이거, 신경독이나 혈액독이 아니라 위장독 같은데...”


“위장독이라고요?”


“저, 그... 이미 효과가 나타나는 중이라 지금은 토해내게 해도 크게 소용없을 것 같고... 혹시 뭐 이상한 걸 드시지는 않았습니까?”


“이상한 거라고요?”


리체가 나 대신 물어주었다. 이상한 거...?


“딱히... 별다른 건... 드시지 않았...”


“단순히 식중독 같은 수준이 아닙니다. 갑자기 이렇게 몸 상태가 나빠질 정도면 정제를 거친 약 같습니다만...”


리체의 떠듬거림에 군의관이 중얼거린 그때였다.


“약...이라...고...?”


약이라는 단어에 나도 모르게 입이 반응했다. 그러자 리체가 깜짝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핀 님?”


약? 내가 왜 반응했지? 그러나 그런 내 중얼거림에 리체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을 때였다.


“설마... 짐작가시는 게 있어요?”


비로소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것이 하나 있었다. 시아가 준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삼키기 힘들 정도로 커다랬던 알약.


“아...”


내가 깨달음에 신음을 흘리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리체의 표정이 순간 급변했다.


“대체 뭘 드신 거예요!”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아 리체의 외침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시아가 나한테... 독을 먹였다고? 왜?


“무슨 독인지를 알아야 해독제를 구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상태라면 서둘러야하는데요...”


“뭐였어요! 빨리 말해요!”


어째서? 시아가 왜 내게 그런 걸 먹인 거지?

그러나 내가 여전히 그런 의문을 떠올리고 있을 때였다.


“유시아...”


신음 같은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리체의 멍한 물음 앞에 라미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유시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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